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96)
#재능만렙 플레이어 296화
“그러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김혁진은 ‘풀무불의 요정’의 힘을 빌어 ‘특수능력 강화석’을 비밀을 알아낸 상태다. 이 특수능력 강화석은 김혁진의 능력 중 ‘불멸함대’와 상성이 가장 좋았고, 불멸함대의 복구 조건과 강화요소에 대한 설명까지 갖추었다.
그 조건이 눈에 보였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의지영창을 해낼 수 있는 플레이어가 강화의 조건입니다.] [반드시 ‘의지영창’을 구사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있어야만 합니다.] [‘의지영창’을 구사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불멸함대를 복구시킬 수 있습니다.]복구에 대한 조건도 알아냈다. 또 다른 복구 조건들도 존재했다.
‘천공석의 힘이 필요하고.’
천공석의 힘까지 일부 필요하단다. 여러 요소들이 갖춰졌을 때. 불멸함대는 복구될 수 있고, 더 나아가 강화까지 될 수 있다.
‘어차피 내친걸음.’
뒤로 물러설 수는 없다. 기승전결의 결을 맺어야 한다. 난바 터미널 던전까지 찾아오며 개고생을 했는데 결을 맺지 못하면, 앞의 내용도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만다. 결론 없는 스토리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김혁진이 말했다.
“불멸함대를 복구해서, 완벽하게 강화까지 끝내야 해.”
“지금 말입니까?”
“조건이 필요해.”
“어떤 조건입니까?”
“완벽한 진행을 위해 다른 플레이어의 도움이 필요해.”
수호자들에게도 단서를 던져줬다. 스스로 상상하고 유추할 수 있도록.
“필사즉생 필생즉사. 의지영창이 가능한 자를 만나야 해.”
세니아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듯 했다.
“그러한 사람을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지.”
누군지 안다. 독일의 군주 겸 궁수 슈르트. 날개 잃은 천사상에서 이 영창을 처음 선보였던 독일의 플레이어.
“일단 던전은 클리어 되었겠지?”
“그렇습니다.”
‘일시정지 권능‘이 사라지면 던전 클리어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거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강화를 진행할 거야.”
* * *
김혁진과 거신길드원들은 ‘난바 터미널 던전’에서 빠져나왔다. 클리어했지만 딱히 이렇다 할 보상은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섬김의 탐험가’인 강솜이에게만 다음 클래스 시나리오에 대한 단서와 보상이 주어졌다.
김혁진이 말했다.
“던전이 붕괴될 거야.”
강솜이가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던전을 이루는 근간이 사라졌어요.”
강솜이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김혁진이 바닷속에 빠졌을 때만 해도, 저게 무슨 미친 짓인가 싶었다. 이후로 꽤 오랜 시간 동안. 김혁진을 걱정하기도 했고, 김혁진의 무모함에 황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보니 킹 크라켄이 절규하며 죽어갔다.
‘킹 크라켄의 몸 속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시간이 될 때. 둘이 따로 만나 진지하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혁진 저 남자.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꼭 물어봐야지.’
어떻게 사냥했는지. 킹 크라켄 같은 괴물을 솔로잉할 줄은 몰랐다. 그 공략법을 배워놓으면, 나중에 그녀가 목표하고 있는 ‘몬스터 도감’을 편찬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될 거다.
“그게 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던전이 붕괴되었고, 클리어했음에도 불구하고 던전 브레이크가 진행될 거예요.”
상암 월드컵 경기장 던전도 그랬다. 천공석이 사라졌고 브레이크가 진행될 거다.
김혁진이 물었다.
“강솜이 씨. 던전 브레이크의 규모가 예상 됩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상암 월드컵 경기장 던전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요?”
그 판단을 믿고서 김혁진이 거신길드원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이 던전이 붕괴되는 것에, 약간의 책임이 있을 수 있어.”
“…….”
“그러니까 던전 브레이크가 진행될 때. 상황 봐서 도울 수 있으면 도와줘.”
신연서가 밝게 웃었다.
“센 놈들 많이 나와?”
“그건 모르겠어.”
“대장이 부탁이라니. 의외네. 뭐든지 혼자 잘 할 줄 알았는데.”
신연서가 어깨를 으쓱했다. 음하하! 하고 약간은 가식적으로 웃더니 마검 아수라를 뽑아들었다.
“걱정마. 내가 브레이크 막아줄게.”
“완전히 막으라는 건 아니고. 너무 위험하면 무리하지 마.”
“에이. 알았어. 알았어. 어련히 알아서 할게.”
이번에는 곽태운이 물었다.
“형은 뭔가 다른 할 일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맞나요?”
“맞아. 나는 너희들에게 이 곳을 부탁하고, 다른 플레이어를 만날 거야.”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김혁진은 곽태운의 마음을 읽었다. 곽태운은 지금 김혁진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안 생겨서는, 가장 안 그럴 것 같은데, 걱정을 많이 했다.
곽태운에게 말하는 겸. 수호자들에게도 예고하는 겸. 말했다.
“누구 좀 만날 거야. 불멸함대 강화 콘텐츠를 진행해야 돼서.”
* * *
김혁진은 튜토리얼 빌딩의 워프게이트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곧바로 송기열의 집무실을 찾았다. 우연찮게도 그 자리에는 송정희도 같이 있었다.
“김혁진, 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김혁진은 송정희를 깔끔하게 무시했다. 송정희가 시뻘개진 눈으로 발악하는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위협도 되지 않았다.
“너, 너……! 나를 무시해? 감히 나를? 송정희를?”
송기열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희. 넌 나가 있어.”
“오빠. 내가 먼저 오빠랑 약속 잡았고. 나는 지금 철혈사자 길드장의 신분으로 이곳에 와있는 거야.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알겠으니까 나가 있어.”
“비즈니스를 무슨 이 따위로 해!”
송정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김혁진이 피식 웃고 한마디를 던졌다.
“내가 난바 터미널 던전에서 나왔을 때. 습격했어야지.”
“…….”
“그랬으면 그 좋아하는 암살에 성공했을지도 모르는데.”
송정희는 김혁진을 한참이나 노려봤다. 솔직히 그 생각을 안한 건 아니다. 난바 터미널 던전을 클리어한 직후의 거신길드는 많이 지쳤을 것이고, 그 때 공격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던전 안이 아닌 밖에서 일을 치르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언젠가는 반드시 죽인다.’
김혁진은 송정희의 속마음을 훤히 다 들여다보았다. 감정이 너무나 잘 읽혔다.
일부러 계속 도발했다.
“죽이고 싶으면 언제든지 도전해도 좋아. 어차피 약해서 아무것도 못 할 테지만.”
쿡쿡대고 웃었다. 송정희는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잠자코 침묵을 유지하던 송기열이 물었다.
“……일부러 정희를 자극하고 계신 것처럼 보입니다.”
“늘 말했듯. 송기열 길드장이 아니었다면, 저는 어쩌면 송정희 씨를 죽였을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송기열의 얼굴을 봐서 죽이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김혁진 자신의 이득 때문인 것이 더 컸다. 송정희는 잭슨과 깊은 연관이 있다.
‘잭슨은 송정희를 움직여.’
그래서 송정희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잭슨은 끊임없이 시험할 것이다. 송정희라는 후보와 김혁진 자신이라는 후보를.
‘일단 몰아주기자체는 송정희에게 할 테니까.’
송정희에게 갈 것을 가져오면 된다. 100퍼센트 신뢰할 수 없는 상대인 잭슨과 직접적으로 거래지지 않으면서, ‘불멸함대’ 같은 뛰어난 능력은 대신 가져올 수 있는 거다.
‘지금 이 정도 포지션이 제일 좋아.’
‘저는 어쩌면 송정희 씨를 죽였을지도 모릅니다’라는 그 말에 송기열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동생을 죽이지 않았다는 저 말에 고맙다고 하기도 좀 그렇지 않은가.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대답했다.
“제가 또 단단히 혼을 내겠습니다.”
“네, 뭐. 그건 알아서 하세요.”
송정희 일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
“독일 플레이어. 슈르트와 만나고 싶습니다. 자리 좀 만들어 주세요.”
독일의 랭커다. 독일의 많은 이들이 슈르트를 주시한다. 그러니까 공식적으로는 태극방패의 초청으로 슈르트와 만나려는 거다.
“슈르트…… 말입니까?”
송기열의 눈이 커졌다.
“왜 그러십니까?”
“안 그래도 슈르트 쪽에서 연락이 왔거든요.”
“슈르트 쪽에서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탈리아의 정보상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아. 피에트로한테서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었다. 슈르트도 모종의 이유로 김혁진을 만나고 싶다고 했단다.
‘슈르트는 원래 날개 잃은 천사상에서 죽었을 사람.’
그 곳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위해 제 목숨을 아낌없이 내놓았던 사람이다. 그의 희생으로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살 수 있었고, ‘날개 잃은 천사상’ 게이트의 생존자들은 슈르트를 영웅으로 꼽았었다.
‘그런데 그 슈르트가, 하필 지금 시점에 나를 찾고 있다?’
시점도 그렇고. 이유도 재미있었다.
‘불멸함대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다라.’
피에트로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송기열의 집무실 밖으로 나와 곧바로 피에트로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내게 다이렉트로 연락 안했습니까?
-했습니다. 그런데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제가 파악하기로는 일본의 한 던전에 들어가 계셨던데요.
-그렇군요.
납득할 만한 설명이다. 김혁진에게는 또 하나의 단서였다.
‘그렇다면 그 틈을 참지 못하고 송기열에게 연락할 만큼. 나와 최대한 빨리 연락을 하고 싶었던 거네.’
안달이 나 있다는 소리다.
-불멸함대에 대해 얼마만큼 얘기했습니까?
-제가 얘기한 건 별로 없습니다. 다만 슈르트가 얘기하길, 한국에 ‘불멸함대‘가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정보는 어떻게 얻었답니까?
-일본의 이타치가 말해줬다고 했습니다.
슈르트와의 만남은 금방 성사되었다. 김혁진에게는 매우 좋은 흐름이다. 흐름이 끊기기 전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슈르트가 직접 거신길드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슈르트와 오랜만에 만났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타치는 영원한 해상의 별이 한국을 비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원한 해상의 별이 불멸함대이고, 한국을 비추고 있다는 것이 곧 저와 불멸함대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설명이 부족하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이고 자세한 예언을 할 수 있는 대상은 지극히 한정적이라고 했습니다.”
“아.”
“그래서 이타치는 김혁진 씨 길드장을 지목했죠.”
“좋아요. 불멸함대를 찾고 있고, 그것과 제가 연관이 있다고 쳐요. 그래서 슈르트 씨가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슈르트가 김혁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먼저 질문 하나만 해도 됩니까?”
“네.”
“불멸함대를 가지고 계십니까?”
“…….”
김혁진은 잠시 생각했다. 사실대로 말해줄까. 말해주지 않을까.
‘말해주지 않을 이유는 없어.’
어차피 ‘발리 해상 전투’에서 만천하에 공개될 능력일 뿐더러, ‘불멸함대 강화’ 콘텐츠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슈르트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오래 끌을 이유도 없고.’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함대. 제가 가진 특수능력입니다.”
“역시!”
슈르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랬다가 머쓱하게 웃으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너무 흥분해서 그만.”
“괜찮습니다. 그런데 제가 불멸함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왜 슈르트 씨에게 그렇게 좋은 일이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설 만큼?”
슈르트는 잠시 고민했다. 이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여태까지 고민하고 계속 고민해 왔었다. 그렇지만 다른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우직하게. 직진하기로 했다.
‘어차피 돌려서 할 말도 없어.’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저도 그게 편합니다.”
슈르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김혁진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해괴한 말을 꺼냈다.
“불멸함대를 제게 양도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