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98)
#재능만렙 플레이어 298화
“불멸함대를 드리겠습니다.”
“……예?”
이쯤 되니 놀란 사람은 오히려 슈르트였다. 달라고 요청은 했지만 정말로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심이십니까?”
“네.”
“어째서 제게 불멸함대를 양도하시겠다는 것입니까?”
김혁진이 잠시 눈을 감았다.
“사람을 얻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라면……?”
“네. 저는 슈르트. 당신을 원합니다.”
“…….”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슈르트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슈르트가 다짐을 담아 말한 뒤. 다시 한 번 물었다.
“정말로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저는 날개 잃은 천사상에서 당신의 모습을 이미 봤습니다.”
“…….”
“그때 당신은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플레이어들을 구하고자 했었죠.”
“그곳의 모두가 그랬을 겁니다.”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 김혁진이 없었다면 슈르트는 그날. 그곳에서 죽었다.
“그리고 오늘. 당신은 나를 찾아와 불멸함대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죠.”
“…….”
“그 이유가 대의에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습니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사실은 당신의 진심을 시험해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신이 정말로 공공의 선을 행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여태까지 시간을 끌었고 슈르트와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 말로 인해 다시금 알림이 들려왔다.
[‘저울의 아낙네’가 당신에게 심심한 사과를 표합니다.]저울의 아낙네는 선 계열의 수호자답게 자신이 오해한 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사과했다. 정말 잘 걸려들었다.
[‘저울의 아낙네’가 ‘시험의 저울’을 사과의 의미로 전달합니다.] [‘시험의 저울’이 선물함에 도착하였습니다.]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당신이 정말로 이 불멸함대라는 능력을, 위대한 일에 사용하려고 하는 건지. 그만큼의 각오와 의지가 있는 건지.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
슈르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입술을 옴싹달싹 움직이기는 했다.
무엇인가를 말하려다가 말고, 또 무엇인가를 말하려다가 마는 듯한 모양새였다.
‘내가 불멸함대를 슈르트에게 준다면.’
슈르트는 김혁진 자신에게 무조건적으로 협력하고 도울 것이다. 그것이 슈르트가 가진 천성이고 성품이다. 너무 우직해서, 은혜를 절대로 잊지 않는 사람이다. 김혁진이 판단한 슈르트는 그랬다.
‘슈르트는 내 사람이 된다.’
과거에는 없었을 플레이어. 말하자면 변수. 이 변수를 통제 하에 둘 수 있다.
‘불멸함대를 주고.’
불멸함대라는 대가를 치르고서.
‘불멸함대를 가진 슈르트를 얻는다.’
불멸함대를 가진 슈르트라는 사람을 얻는다. 김혁진은 이것이 그렇게 큰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슈르트를 알지만, 수호자들은 슈르트를 모르니까.’
은혜를 입으면 그 은혜를 위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걸 알지만, 수호자들은 모른다. 이 상황은 수호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일 터.
아마 많은 수호자들이 황당해하거나 답답해하고 있을 거다. 혹은 능력을 퍼주는 ‘호구’라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수호자가 있을지도 모를 일.
‘그러한 수호자들을 위한 연출은 내 몫.’
조금 더 기다렸다. 그리고 김혁진이 물었다.
“혹시 내게 할 말 있습니까?”
* * *
슈르트는 결국 탄복했다.
‘이 사람은 진정한 영웅이다.’
아니. 단순히 영웅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했다. 숭고한 정신을 가진 영웅이라기보다는, 난세가 낳은 간웅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영웅으로서의 자질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사실…….”
결국 슈르트가 사실대로 말했다.
“저 역시 김혁진 씨를 시험했던 것이었습니다.”
“…….”
김혁진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그렇지.’
아무리 우직해도, 아무리 사람이 하나밖에 못 본다고 해도 슈르트쯤 되는 플레이어가. 그것도 군주씩이나 되는 플레이어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찾아와서 불멸함대를 넘겨달라는 얘기를 할 리가 없다.
‘역시 속내가 따로 있었어.’
마치 체스를 두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여기서 이걸 내면 저기서 저걸 내고, 그걸 예상해서 또 다른 말을 내보내고.
김혁진은 아무것도 모른 채 되물었다.
“저를 시험했다니요?”
“김혁진 씨가 어떤 분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염치를 무릅쓰고 불멸함대를 달라고 얘기했습니다.”
아무런 보상도 제시하지 않은 채 말이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왜 알고 싶죠?”
김혁진의 눈에, 이제는 정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슈르트의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는 ‘노란 빛’이 말이다. 슈르트가 마음을 더 열었다는 뜻이다. 슈르트의 말이 들려왔다.
“제가 섬겨야 할 사람을 정해야만하기 때문입니다.”
섬긴다. 저 말을 이미 들어본 적이 있다. 슈르트의 머리 위. 노란빛이 조금 더 강렬해졌다.
“저를 섬긴다는 뜻입니까?”
“예. 이것은 시스템적으로 종속되는 것이며, 저는 김혁진 플레이어의 말을 정당한 명분이나 근거 없이 거부할 수 없습니다.”
“거부하면요?”
“불멸함대가 궤멸되고, 그 충격의 여파로 인해.”
슈르트가 잠시 말을 멈췄다. 한 템포 쉬고 말했다.
“저 역시 사망에 이릅니다.”
“…….”
굉장한 페널티다.
“그런 페널티를 가지면서까지 저를 섬기겠다는 말입니까?”
“네. 저는 그것을 원합니다.”
“어째서죠?”
“시스템 보정 없이도, 저를 믿어주셨으니까요. 그런 이에게는 목숨을 맡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김혁진은 순간 갈등했다. 누군가의 목숨줄을 쥔다는 것. 그것이 마냥 기쁜 일은 아니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저를 섬긴다고 선택하면 어떻게 됩니까? 혹시 전직합니까?”
“네.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죠?”
“저희 길드에는 섬김의 탐험가가 존재합니다. 저를 섬기도록 설정되어 있죠.”
슈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전직합니다. 제 전직 클래스는 [섬김의 해상왕]입니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김혁진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이미 내친걸음. 여기서 돌아오기엔 너무 늦었다.
“제안을 받아들이죠.”
시스템의 제약 없이도 슈르트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시스템의 절대값까지 끼워졌다. 사실상 김혁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강솜이의 경우에서 봤듯이. [섬김]이라는 키워드의 클래스는 섬김의 대상이 있을 때 그 능력이 극대화된다.’
그래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불멸함대를 강화해서 드리겠습니다.”
처음에 했던 얘기다.
“슈르트 씨. 당신의 영창이 필요합니다.”
“영창이요?”
영창. 그 단어를 모르는 것 같았다.
“당신이 날개 잃은 천사상 게이트에서 했었던 말. 그게 필요합니다.”
* * *
슈르트는 ‘섬김의 대상’을 선택했다.
그 대상은 당연히 김혁진. 강솜이 때와 같았다.
슈르트에 대한 정보를 모두 읽을 수 있었고, 슈르트가 가진 히든 피스도 모두 알아낼 수 있었다. 적어도 중수구간까지는 말이다.
게다가 슈르트의 레벨이 김혁진과 동기화되었다.
“제 레벨이…… 44군요.”
또 놀랐다. 김혁진의 레벨이 높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40대 중반에 이를 줄이야. 김혁진은 이미 한 번 경험했던 터라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김혁진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일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슈르트는 김혁진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고, 불멸함대 복구와 강화를 위해 ‘영창’을 사용하기로 했다.
“영창을 사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를 압니다.”
아무 때나 마구잡이로 영창이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특별한 환경과 상황이 있어야 그 영창이 빛을 발한다고 했다.
김혁진이 물었다.
“그곳이 어디죠?”
“이순신 동상 게이트입니다.”
한국에 처음 오는 플레이어가 ‘이순신 동상 게이트’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곳의 원래 이름은 [불멸함대 게이트]였었다. 그곳의 이름이 바뀐 모양이다.
‘내가 클리어했던 그 정보들이 모두 단서가 될 거야.’
슈르트와 함께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피에트로와 함께 왔을 때. 그때 이순신 동상이 고개를 돌려 김혁진 자신을 쳐다봤었다. 그때는 약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었다.
‘이번에는 다르네.’
느낌이 달랐다. 무엇인가 힌트를 주듯. 이순신 동상 위에 노란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
[이순신 동상 게이트]특별한 영창의 성흔을 가진 자와 함께하는, 불멸함대를 가진 자만이 활성화하고 입장할 수 있는 게이트입니다.
──────────
슈르트만 있어도 안 되고 김혁진만 있어도 안 된다.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다시 한 번 ‘이순신 동상 게이트’가 열린다.
슈르트가 말했다.
“이곳을 아시는 눈치입니다.”
“이곳에서 불멸함대를 획득했었으니까요. 이름은 좀 바뀌었지만.”
그때 이름은 ‘불멸함대 게이트’였었다. 그때와 위치는 같지만 단서와 내용이 조금 달라졌다. 슈르트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불멸함대를 강화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영창을 구사하겠습니다.”
이순신 동상 게이트를 활성화시켰다.
[이순신 동상 게이트에 입장합니다.]맨 처음 김혁진이 ‘불멸함대 게이트’에 들어왔을 때. 그 때 김혁진은 ‘나래이션’을 들었었다. 그 유명한 난중일기의 내용이 누군가의 음성으로 들려왔었다.
김혁진은 그 내용을 대략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상태.
[아침에 발진하여 곧장 당포(唐浦) 앞 선창에 이르렀다.]그런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에 발진하여 곧장 당포(唐浦) 앞 선창에 이르렀다.”
나래이션이 아니었다. 슈르트가 직접 말을 하고 있었다.
“적선 이십여 척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둘러싸고 교전하였는데 큰 배 한 척은 크기가 우리나라 판옥선과 같았다.”
“슈르트 씨?”
주변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바다 비린내가 느껴졌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이곳은 해안가인 듯했다.
‘그다음은 높이, 그리고 왜인 장수, 승자총통. 이러한 내용이 이어졌었는데.’
슈르트가 계속해서 말했다.
“배 위의 장루(粧樓)는 높이가 이 장(丈)쯤 되었고 누각 위에 왜인 장수가 위엄있게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들려왔었던 나래이션. 그것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슈르트의 입술이 움직였다.
고장 난 인형처럼.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것 같은데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슈르트가 괴로운 듯 몸을 비틀었다. 슈르트의 입에서 뜨거운 김이 새어 나왔다.
‘슈르트의 피부가…….’
갈라지고 있다.
‘미완성된 영창. 그 부작용.’
영창을 완성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 신체가 영창을 감당하지 못하고 깨져 버릴 것이다. 충격을 받은 유리컵처럼.
“으으…… 으으윽……!”
슈르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몸이 내지르는 비명이 토해졌다. 김혁진은 황급히 기억을 떠올렸다.
‘마지막 문장 이후. 한산도 대첩 퀘스트가 벌어졌었다.’
마지막 문장이 뭐였지.
‘마지막 문장.’
마지막 문장을 기억해 냈다. 원래 중간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 안 나도, 첫 내용과 마지막 내용은 기억하게 마련이다.
‘기억해 낸다.’
김혁진이 말했다.
“편전과 대(大), 중(中) 승자총통을 비처럼 난사했다.”
그 말이 힌트가 된 듯, 슈르트가 말을 이었다.
“편전과 대(大), 중(中) 승자총통을 비처럼 난사했다.”
슈르트의 말이 이어졌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김혁진은 직감했다.
‘영창이…… 완성되었다.’
여태까지 했었던 ‘부분적인 영창 성공’이 아니라, ‘완벽한 영창’의 성공. 원래 이곳은 ‘불멸함대 게이트’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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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함대 게이트]충무공(忠武公)의 영령과 의지가 불멸의 함대를 이룩하였다. 그 의지를 받들어 토벌의 역사를 새로 쓰길 원하는 자. 이곳에 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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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스템 알림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토벌의 역사를 새로 쓰라.
슈르트의 등 뒤에 거대한 거인이 생성되었다. 아무래도 저 거인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
꾸물꾸물 움직이는 그림자는 이내 찬란한 빛이 되어 이곳의 물안개를 모두 밀어냈다. 바람이 일었다.
강풍이었다. 안개가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푸른 바다에서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함선들이 보인다.’
함선들이 보였다. 슈르트의 등 뒤에 나타난 거대한 거인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미치겠군.’
불 거인. 붉은 악마.
그 어떤 강력한 몬스터보다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내뿜고 있는 그 형상은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숨을 쉬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지금 영창이 완성되었다.’
나타난 거인이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거인이 움직일 때. 번개가 일고 천둥이 쳤다. 바다를 향해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쩌적-!
슈르트의 몸에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지금 이 것은…….’
슈르트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일 것이다. 김혁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창을 완성했더니, 그 영창을 감당하지 못한 신체가 박살나기 직전이다.
김혁진은 이곳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의 존재 이유를. 이곳의 안배를. ‘섬김’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자들의 섬김을 받는 자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을 말이다.
‘영창의 힘을 약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