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04)
#재능만렙 플레이어 304화
[왜구의 1차 습격이 종료되었습니다.]1차 시나리오가 끝났다. 슈르트는 함선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후.”
몰려드는 적 함선들이 침몰하고 있는 중. 슈르트는 혼자서 ‘울돌목 시나리오’를 진행 중이다. 이 시나리오는 ‘이순신 동상 게이트’에서 획득한 ‘울돌목의 지도’를 통해 진행 중이었다.
슈르트 옆에 꼬마 하나가 주저앉았다.
“왜? 많이 힘들어?”
흰색 반팔티셔츠에 남색 반바지를 입은 소년이었다. 겉보기로는 10대 초반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남자애. 소년은 커다란 막대사탕을 입에 한가득 물었다. 사탕이 어찌나 큰지 소년의 얼굴만 했다.
슈르트가 대답했다.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지.”
슈르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곧 2차 습격이 시작될 거다.
“내가 좀 도와줄까?”
“아직은 버틸 만해.”
꽈득.
소년이 막대사탕을 깨물었다. 막대사탕이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고, 작은 가루들이 땅에 떨어져 내렸다. 신기하게도 막대에서는 커다란 사탕이 저절로 생성되었다. 새로 생긴 사탕이 아까운지, 소년은 혀로 살짝살짝 핥아 먹었다.
슈르트가 불멸함대를 운용하여 2번째 습격을 잘 막아냈다.
[왜구의 2차 습격이 종료되었습니다.]“헉…… 헉……!”
소년은 여전히 땅바닥에 앉은 채 재미있다는 눈으로 슈르트를 올려다봤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가 본데?”
“불멸함대가 너무 강해서.”
“하긴. 그 미친 녀석이 지나치게 강화를 해버리는 바람에, 지금 네 격에 맞지는 않아.”
소년이 킥킥대고 웃었다.
“이야. 이제 겨우 레벨 44가 레드등급의 강화라니. 이탈리아 쪽 애들이 난리가 났어.”
“…….”
3차 습격이 시작되었다. 슈르트가 이끄는 ‘불멸함대’는 확실히 강력했다. 그가 소환한 12척-20척까지 소환이 가능하지만 체력안배를 위해 12척만 소환했다-의 불멸함대가 부순 적 함선은 무려 60척에 달했다.
“어때? 이제 내가 좀 도와줄까?”
슈르트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가락으로 슈르트를 가리켰다.
“회복.”
슈르트의 머리 위에 원형 고리가 생겨났다. 원형 고리로부터 반짝이는 가루들이 떨어져 내렸다. 슈르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청량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슈르트가 말했다.
“고마워.”
헥헥대던 숨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거칠게 뛰던 심장도 안정을 찾았다. 레벨업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온 몸의 컨디션이 정상이 되었다.
소년이 킥킥대고 웃었다.
“나 같은 중간 관리자를 만난 걸 행운으로 알라고.”
“…….”
“왜 말이 없어? 보통 중간 관리자들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해.”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가능하지. 왜냐? 나는 위대한 그림자일족이니까!”
그리고서 킥킥대고 웃었다.
“방금같은 도움은 한 번정도 더 줄 수 있어. 체력 안배 잘해.”
“유념하지.”
‘왜구의 습격’은 무려 17차까지 이어졌다.
[왜구의 17차 습격이 종료되었습니다.]또 많이 지쳤다. 그래도 노하우가 조금씩 생겨서 처음보다는 상대하기가 수월했다.
[왜구의 17차 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습니다.] [왜구의 대장선이 모습을 드러냅니다.]그리고 보스격인 대장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널 회복시켜줄까, 저 놈의 배에 빵꾸를 내줄까?”
슈르트는 잠시 고민했다.
‘약한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에는 체력이 우선이다.’
체력이 부족하면, 약한 적에게도 패배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강한 적이 하나라면, 어떻게든 체력을 회복해서 한 방을 먹일 수 있다.
‘지금은 강한 하나의 적.’
그 적을 약화시키는 방법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저 놈을 공격해줘.”
“히히히.”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뱃머리로 향했다.
“그림자일족이 명한다.”
손가락으로 대장선을 가리켰다.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조준했다.
“빵! 구멍 나라!”
콰광!
순간, 폭발이 일었다. 대장선 선체에 구멍이 났다. 슈르트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체력을 쏟아부어 저 대장선을 공략하면 ‘울돌목 시나리오’는 끝이 날 거다.
“자. 이제 잘해보라고.”
소년은 다시 슈르트 옆으로 걸어와 앉았다. 사탕을 열심히 할짝이며 먹었다. 이 전투 따위는 소년에게 그 어떤 위협도 되지 않는 듯 했다.
태평스레 바닥에 누웠다.
“아. 따분하다. 언제쯤 애들이 고수구간에 들어갈까?”
하늘을 바라봤다. 태양이 높이 떠있었다.
“솔로잉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지루하고.”
태평한 소년과 달리, 슈르트는 최선을 다해 ‘불멸함대’를 운용했다. 체력이 거의 고갈 된 상태. 정신력을 쥐어짜내 대장선을 공격했다.
누운 상태의 소년이 중얼거렸다.
“킥킥. 지금 인간들 중에서는 꽤 해. 이 정도도 못 하면 내가 죽였을 텐데.”
소년은 진심이었다. 슈르트는 분명 재미있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독점계약도 맺었다. 그런데 그때. 슈르트에게 알림이 왔다.
[‘명장소환‘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당신이 섬기는 자가 당신을 원합니다.]슈르트는 그 알림에 집중했다.
‘이 알림은?’
섬김의 대상. 김혁진이 가지고 있는 ‘명장소환‘이다. 누워있던 소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야. 뭐해? 마무리 안 해?”
슈르트는 아주 잠깐. 거의 침몰 직전의 대장선을 쳐다봤다.
[특별한 필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명장소환’에 응하면 ‘특별한 필드’에서 탈출합니다.]탈출한다는 것은 곧 ‘클리어 포기’를 뜻한다.
[특별한 필드에 한하여, 소환 대상자는 ‘명장소환’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명장소환’의 유효시간은 10초입니다.]유효시간은 10초. 슈르트는 고민하지 않았다.
“명장소환에 응…….”
그때 일시정지권능이 펼쳐졌다. 슈르트의 중간 관리자. ‘테인’이 먹고 있던 막대사탕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발로 짓밟았다.
“야. 미쳤어?”
“뭐가?”
“곧 울돌목 시나리오를 클리어하잖아.”
“내 주군이 나를 부르잖아.”
“거부하면 되잖아. 여긴 게이트 안이고. 거부할 수 있을 텐데?”
슈르트가 고개를 저었다.
“김혁진을 섬긴다는 맹세를 했으니까.”
“섬기지 말라는 거 아니잖아. 저거. 저거 이제 곧 부서진다니까? 그럼 최종 클리어야. 울돌목이 또 생성되는 곳인 줄 알아?”
“그렇지는 않겠지.”
“그러니까 닥치고 저거부터 부숴. 알겠어?”
“난 부름에 응하겠다.”
테인이 손가락으로 슈르트를 가리켰다.
“이건 경고야. 네 머리에 바람구멍을 만들어 버리는 수가 있어.”
테인은 그림자 일족. 플레이어의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권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족 중 하나다.
‘캐스퍼’ 일족이 플레이어의 몸을 빼앗아 직접 플레이하는 것을 즐긴다면, ‘그림자 일족’은 정말로 플레이어처럼 플레이를 함께한다. 물론 많은 제약이 뒤따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다른 중간 관리자들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플레이에 관여할 수 있다.
“내 머리에 바람구멍이 날지라도.”
슈르트는 동요하지 않았다. 슈르트는 안다. 테인은 수틀리면 정말로 쏜다. 저건 그냥 말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경고다.
“신의를 배반할 수는 없어.”
“5초 준다.”
5초의 시간을 줬다.
“4. 경고했다.”
“3.”
“2.”
“1.”
슈르트는 자신의 뜻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테인은 손을 내렸다. 한숨을 내쉬었다. 땅에 떨어진 막대사탕을 들어 올렸다. 남아 있던 사탕이 다 없어지고 다시 새로운 사탕이 생겨났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첫째로 나는 김혁진에게 목숨을 빚졌고.”
“날개 잃은 천사상에서? 그래. 그렇다 쳐. 다음은?”
“둘째로 김혁진이 날 먼저 믿어줬기 때문이다.”
슈르트는 이렇게 생각했다.
“믿음에는 믿음으로. 신의에는 신의로.”
그렇게 보답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동물들과 다른 점이니까.”
테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답답한 놈은 아무래도 진짜로 ‘울돌목 시나리오’를 포기할 생각인 것 같았다.
결국 포기했다. 그래도 할 말은 했다.
“인간을 너무 고평가하네.”
쯔쯧, 하고서 말을 이었다.
“동물들이 더 나을 때도 많아.”
일시정지 권능이 끝났다. 침몰해가는 대장선을 뒤로 한 채. 슈르트는 망설임 없이 소환에 응했다.
김혁진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명장소환’에 성공하였습니다.]* * *
김혁진이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생각보다 빨리 불렀네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체력이 좀 바닥난 것 같은데요?”
“아뇨. 멀쩡합니다.”
실제로 슈르트는 지금 체력이 고갈된 상태다. 슈르트는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이탈리아의 유명 플레이어인 키엘리니(살바레토)와 벨라. 그리고 잘 모르는 플레이어(페드로)가 보였다.
‘저렇게 아름다운 플레이어가…… 있었나?’
아름답다는 사실 자체는 슈르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슈르트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중요한 건 ‘저 정도로 아름다운 플레이어이면서 저 유명 랭커들과 함께 클리어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자’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김혁진이 말했다.
“앉아서 쉬세요.”
의문을 제기할 법도 하건만, 슈르트는 빠르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체력을 회복해야, 김혁진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김혁진은 관찰을 시작했다.
[‘관찰자의 눈’으로 관찰합니다.]적어도 자신을 섬기는 자에 한해서, ‘관찰자의 눈’의 능력을 극도로 끌어올릴 수 있다.
‘관찰한다.’
관찰을 통해 ‘섬김의 해상왕’을 둘러싸고 있는 이 세계를 살폈다. 이 세계는 역시 어딘가 기묘하게 뒤틀려 있었다. 더욱 집중했다.
[고유 능력. 탐색안(探索眼)을 사용합니다.]과거 D타워의 숨겨진 필드였던 ‘3층’을 공략할 때 획득한 능력이다. 흑색 트롤의 점을 찾아내며 새로이 개척해 냈던 경지. ‘관찰자의 눈’이 ‘감’을 실체화시키는데 성공하면서 발현된 ‘탐색안’ 권능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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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안(探索眼)]드러나지 않은 사물이나 현상 등을 살피어 찾는 권능입니다. 탐색안을 통해 상대개체의 숨겨진 약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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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의 해상왕’을 살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세계에 집중했다. ‘드러나지 않은 사물이나 현상’을 파악하려 애썼다. 그리고 김혁진의 입에서 영창이 새어 나왔다. 노란 부적 게이트에서 환상을 깨부쉈던 영창.
[모든 거짓은.] [부서지리라.]‘섬김의 해상왕’을 관찰하면서 이 세계의 작은 균열을 만들어 내고, 그를 통해 왜곡된 세계를 해석했다. 아주 작은 물구멍이 견고한 댐을 무너뜨리는 법.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리지 않을 곳에 문이 열리고.”
필드에 구멍이 생겼다. 김혁진이 빈틈을 발견하고 흔들었다. 그리고 외부에서의 개입이 이어졌다.
“개척되지 않을 곳에 길이 생겨.”
그 구멍으로부터 길이 생겼다. 이 곳. ‘레프리의 공작성’ 필드와 ‘바깥’을 이어주는 길. 그 길을 따라 누군가가 걸어 들어왔다.
‘강솜이. 이제야 왔네.’
강솜이가 영창을 읊고 있었다. 섬김의 탐험가가 이곳을 찾아 들어왔다.
‘강솜이는 지금 영창을 하고 있는 거야.’
이타치의 눈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이타치가 말했었다.
[열리지 않을 곳에 문이 열리고.] [개척되지 않을 곳에 길이 생겨.]그리고 지금 이 상황은.
‘슈르트가 영창을 완성시키지 못했던 그때와 똑같다.’
‘섬김’의 클래스들이 영창을 완성시키지 못한다. 김혁진은 이타치의 예언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황금의 권능을 가진 자의 명운이 엇갈리리.”
홀리기라도 한 듯. 강솜이가 그 말을 이어 받았다.
“황금의 권능을 가진 자의 명운이 엇갈리리.”
그와 동시에 세계가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필드 전체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깔끔하고 깨끗했던 정원과 대저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거의 폐허가 되어 버린 정원과 저택이 보였다. 유물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필드가 변했고 무엇인가가 김혁진의 감각안에 잡혔다. 익숙했다.
‘도깨비다.’
도깨비. 세 번의 진화 단계를 거치는 요괴형이자 성장형 몬스터. 노란 게이트에서 마주쳤었던 도깨비는 마른 도깨비였었다.
‘저 실루엣은…… 통통한 도깨비.’
물은 마른 지 오래. 파괴되다시피 형체만 남아 있는 분수대 앞에서 도깨비가 걸어왔다.
마른 도깨비가 성장하여 진화한 다음 단계. 통통한 도깨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통한 도깨비가 박수를 쳤다.
“대단하네.”
문제가 있다면 통통한 도깨비들의 평균 레벨이 50을 상회한다는 것이다.
“근데 놀이는 이제 끝이야. 너희는 여기서 죽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