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10)
#재능만렙 플레이어 310화
김혁진이 말했다.
“자. 그럼 이제. 거래를 진행해 볼까요?”
송기영이 껄껄대고 웃었다.
꽤 오랜 시간 웃었다. 비즈니스 상대를 앞에 두고 이렇게 웃는 것이 사실 예의가 아니라면 예의가 아니었지만, 김혁진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묘하게 기분이 안 나쁘단 말이야.’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였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으십니까?”
“탐험가들이 추정하기로 황금이 약 1000톤가량 묻혀 있다지?”
“일단 1차로는 그렇습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치다. 추정치라는 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1000톤이라. 자네 한국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있나?”
“잘 모릅니다.”
“100톤이네.”
“……아.”
김혁진은 경제를 딱히 공부한 적이 없다. 그래서 크게 감흥이 있지는 않았다.
“좀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지. 세계 5위의 부호가 누군지 아나? 포브스 기준으로.”
“글쎄요.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랭커들이 이제 겨우 중수구간에 턱걸이 하고 있는 시점. 5년만 지나면 세계 부자 순위는 뒤바뀔 것이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부자는 미셸이 될 거다. 5년 내로. 그렇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그 유명한 페이스 책의 창시자 제이크네. 그의 재산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아나?”
“수십 조쯤 되지 않겠습니까?”
“약 70조 정도 되네.”
집계된 바로는 그렇다. 대략 70조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그럼 자네가 소유한 황금 1000톤은?”
“그런 걸 계산하기 싫어서 회장님과 거래를 하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원화로 약 50조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되네.”
50조라.
김혁진은 50조라는 돈이 사실 크게 체감되지는 않았다.
“물론 채굴을 해야 할 것이고, 채굴에 따른 수많은 제반비용과 유통비용등이 발생하겠지.”
송기영이 껄껄대고 웃었다.
“그런데 금은 원화 이상의 가치를 가진 재화란 말이야.”
“그건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한국에서 전쟁이 나서 한국이란 나라의 신용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한국 화폐는 휴지조각이 된다. 사실 한국 화폐인 ‘원’보다는 ‘황금’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재화라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황금에 ‘안전자산’이라는 이름까지 붙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50조 원의 가치가 아니라는 뜻이네.”
“제 광산을 그렇게 높이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처분할 힘도 없고 지킬 여력도 없습니다.”
지금 안 그래도 국가에서는 이 광산을 어떻게 하면 국가의 소유로 돌릴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 중이다. 무려 금 1000톤이다. 한국의 국격을 몇 단계는 상승시킬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광물이 묻혀 있는 금맥이 생긴 셈.
“유통도 귀찮고요.”
“자네는 뭘 원하나?”
“매절하죠 뭐. 돈 많으면 좋잖아요.”
“그게 끝은 아닐 테지?”
“네. 당연히 원하는 게 있죠.”
송기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다.
“뭔가?”
“재능판 확대를 원합니다.”
“재능판 확대?”
송기영이 잠시 눈을 감았다.
“재능판 확대에는 천문학적인 재화가 들어가네. 재능판이 많으면 많을수록, 필요 재화는 껑충껑충 높아지지.”
이를테면 1에서 10까지 올리는데 1000원이라면, 10에서 11까지 올리는데 1000원이 드는 식이다. 11에서 12까지는 2000이 들고, 12에서 13까지는 4000이 든다.
“정확한 공식 같은 건 없네. 다만…… 자네의 재능판을 토대로 살펴보자면…….”
송기영은 기억을 떠올렸다.
“자네. 재능판이 몇 개였지?”
“[재능없음]이었습니다.”
“……충격적이군.”
송기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기계가 자네의 재능판을 판단할 수 없었던 게로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재능없음] 판단을 받았습니다.”
이 말을 하자 또다시 망나니 송진철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쯤 되니 재미있었다.
‘내 재능없음과 송진철이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거지? 왜 자꾸 놈이 떠오르는 거냐?’
송기영이 말했다.
“자네의 재능판을 확대하는 시도를 해볼 수는 있네. 잠시 손을 주게나.”
송기영이 김혁진의 손을 맞잡았다. 송기영은 눈을 감은 채 김혁진의 몸을 탐색했다.
“흠.”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송기영의 이마에 땀 몇 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자네의 재능은…… 나로서는 판단이 안 서는군.”
“무슨 의미입니까?”
“보통 이렇게 탐색을 해보면, 대충은 아네. 어느 정도의 재화가 필요한지. 그런데 자네를 보면……. 우주를 보는 것 같아.”
우주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다. 그런 느낌이었다.
“이런 경우 선택은 두 가지네.”
하나는 포기하는 것. 또 하나는 재능판 확대가 될 때까지 재화를 쏟아붓는 것.
“참고로 진철이의 재능판을 25에서 30까지 올리는데 100억 원이 필요했네.”
김혁진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과거, 송진철의 재능판은 44개였어.’
매스컴에서도 여러 번 다뤘다. 44개였다고. 아직까지 재능판 검사기의 판독 능력이 ‘30’이 한계인 것 같다. 단적인 예로 거신길드원들도 모두 30개의 재능판이라고 판정 받았었다.
‘송진철은 14. 아니 이제 15살.’
보통 재능판은 10대 후반에 꽃피운다. 10대후반부터 20대초반까지. 그 때 완벽한 재능판이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 검사했을 때가 14살. 14살 때에는 25개였다는 건가?’
다시 떠올려보니 송진철이 플레이어로 각성한 시기가 과거보다 훨씬 빠르다. 대략 10년은 앞서있는 느낌이다. 비틀림이 일어난 상태다.
‘아무튼 25에서 30까지 올리는게 100억이라니.’
어마어마한 수치다.
“문제는 29에서 30까지 올리는데 50억 원이 필요했어. 재능판의 갯수가 높아질수록 천문학적인 재화가 소비되네.”
“그렇군요.”
김혁진은 허허-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29에서 30이 100억이다. 만약 최상위급 랭커들의 재능판이 50중반이라 가정한다면? 55에서 56까지 올리는데 도대체 얼마가 필요한 것이란 말인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수치다.
“그래서 나는 자네의 재능판 확대를 추천할 수가 없네. 내 실력이 더 높아져서 확대에 대한 자신감이 더 생기면 또 모를까.”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대신에 약속을 받아냈다.
“추후. 재능판 확대 능력이 강화되었을 때. 재능판 확대 1순위는 저입니다. 어떻습니까?”
“약속하지.”
“저 같은 일개 개인은 국가로부터 광산을 지킬 힘이 없습니다. 저는 50조 원에 광산을 양도하겠습니다.”
“허허허허허허.”
송기영이 또 껄껄대고 웃었다.
“세계 50위 부호의 전 재산이 70조인데. 내가 뭐라고 50조의 현금을 갖고 있겠나?”
“주식도 좋고. 땅도 좋습니다. 할부도 괜찮습니다. 뭐. 한 10년 할부쯤 해드릴까요?”
10년 할부면 이자를 제하고 1년에 5조 원이다. 말하자면 연봉 5조라는 뜻이다.
“세금 문제 등은 알아서 처리해 주시리라 믿고요.”
“낼 만큼은 내야 하네. 자네가 금광을 만들어내는데 도움은 전혀 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세금을 못해도 수천억 단위는 뜯어갈 거야. 어쩌면 조 단위일지도 모르지.”
“그게 싫어서 회장님한테 파는 겁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나라에서 정한 세율을 바꿀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그럼 그냥 미국가죠 뭐.”
“자네. 진심인가?”
“애국심으로 커버하기에 조 단위의 돈은 너무 크잖아요? 안 그래도 미국에서 러브콜 날아오고 있어요.”
김혁진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래도 한국에 1000톤짜리 신문명 광산을 유지할지, 아니면 그조차도 잃어버릴지 잘 선택하라고 전해주세요.”
“마치 내가 정부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말을 하는구만.”
“그렇다고는 말 안했습니다.”
하지만 김혁진은 안다. 이것이 옳든 옳지 않든. 송기영은 정부에도 큰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 경험으로 그 것을 안다. 송기영이 피식 웃었다. 역시 김혁진이다. 만만치 않다.
“아무튼 힘써보지.”
“계약은 성사된 겁니까?”
“10년 할부. 조건이 좋아서 말이야.”
“그러면 계약금이 입금되는 대로, 입장 제한 조건을 ‘송기영 회장이 허락한 자‘로 설정하겠습니다.”
“계약금은 얼마를 원하나?”
“통상 10프로 정도 하지 않습니까?”
50조의 10프로. 무려 5조다.
“그런데 금액이 너무 크니까. 0.1프로만 받겠습니다.”
0.1프로.
500억이다.
송기영 회장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계약은 성사 되었네. 내일 500억이 입금될 거야.”
순간. 김혁진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송기영에게는 말하지 않은 비밀. 퀘스트가 클리어 되었다.
[특별 퀘스트. ‘황금뿔의 도깨비’의 제안이 클리어되었습니다.]* * *
이탈리아의 정보길드이자 세계의 정보길드로 커나가고 있는 검은나비. 검은나비의 수장인 피에트로는 제3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읽어낼 수 있었다.
‘김혁진은 애초에 광산을 넘길 생각이었다!’
어쩌면 김혁진에게는 광산을 넘겨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궁금했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었다.
-혹시 퀘스트가 있었던 거 아닙니까?
-퀘스트요? 어떤?
-황금 광산을 누군가에게 양도하라거나, 뭐 그런 거요.
-있었죠. 그런 게.
-대답 감사합니다.
피에트로는 자신의 감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어차피 광산을 양도하실 생각이었던 거네요?
-예. 저 혼자 광산을 관리할 수 없으니까요.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양도하는 퀘스트라. 시스템이 관여했거나 수호자가 관여한 높은 등급의 퀘스트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그렇습니다.
-그럼 막대한 보상이 뒤따랐겠는데요?
-그것까지는 말해줄 필요가 없겠군요.
피에트로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양도하기로 한 거. 뽕을 뽑았구나! 뽑았어!’
송기영을 상대로 뜯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뜯어낸 것 같다. 자기 퀘스트 때문에 어차피 줄 거였으면서. 그 상황을 이용해서 얻어낼 걸 다 얻어냈다.
‘듣자하니 10년 할부로 했다지. 이자도 안 받고.’
무려 50조다. 이자만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다.
‘이자 안 받을 테니, 귀찮은 일은 알아서 걸러줘라. 이런 뜻이겠군.’
정부가 움직이기 전에 먼저 손을 써버렸다. 귀찮은 일은 송기영에게 전부 넘겨 버렸다. 그러면서 자기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영악하다. 아니. 교활하다. 그러면 송기영 회장은 김혁진의 뜻을 과연 몰랐을까?
‘송기영도 알았겠지.’
송기영 회장도 전부 알았을 거다. 전부 알았지만, ‘1000톤이 매장된 신문물의 황금광산’이라는 미끼가 너무 매혹적이어서 그냥 물었을 거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수화기를 막고서 말했다.
“거봐. 나한테 전화 한다니까?”
쇼파에 앉아 사과를 집어먹던 세니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놀랍지 않습니다.”
어디로 먹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쇼비도비도 사과를 먹었다.
“재미있는 영상 뽑아낼 수 있겠어.”
김혁진은 이미 피에트로가 전화할 것이라는 걸 예상했고, 세니아/쇼비도비 콤비와 함께 피에트로의 전화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김혁진이 목소리를 가다듬고서 말했다.
-정보에는 정보로.
-물론입니다. 무슨 정보를 원하십니까?
한 가지 상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해야 한다. 원 소스 유즈 멀티. 현 시대에 너무나 필요한 덕목 아니겠는가.
-일본의 움직임이 궁금합니다.
‘슈르트’의 시나리오를 통해 알았다. 어떠한 ‘침략’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다는 걸. 혹시나 싶어서 물어봤다.
-일본이요?
피에트로는 순간 갈등했다.
‘눈치챘구나!’
갈등은 짧았다. 줄을 어디에 대야 할지. 피에트로는 이미 정확하게 판단을 내린 후니까.
피에트로는 김혁진이 어느 정도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말하기로 했다. 괜히 거짓말을 했다가 피볼 수는 없으니.
정보에는 정보로. 그게 정보상인의 덕목이기도 하고.
-혹시 카구라의 침략 시나리오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거라면,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뭐. 이미 다 알고 계시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솔직히 몰랐다. 이 정도로는 자세하게 몰랐지만, 피에트로가 오해해준 덕분에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피에트로와의 전화통화가 끝난 뒤, 김혁진은 슈르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니아. 잠시 통역해 줄 수 있어?”
“저는 그렇게 한가하지 않습니다.”
“쇼비도비가 편집하면 조회수 폭발할 텐데?”
“……마는 잠시 통역이라면 해드릴 수 있습니다.”
슈르트와 통화했다. 경고를 단단히 했다.
-일본에서 침략하는 놈들이 있을 겁니다.
원래는 남해를 공략할 예정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놈들의 목표가 바뀐 모양이다.
-제가 파악한 정보로는, 놈들이 남해가 아닌 동해로 쳐들어올 예정인 것 같습니다. 동해를 통해 원주로 기어들어올 예정입니다.
-동해. 원주. 아……! 혹시 광산을 노리고?
카구라라는 일본의 플레이어가 광산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동해를 부탁합니다.
-맡겨 주십시오.
-혹시 지원이 필요합니까?
-바람계열. 그리고 물계열 마법사들의 도움. 그리고 마정석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할부로 받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김혁진은 이제 부자다. 세계적 부호의 반열에 들 수 있는 부자가 됐다.
-모두 지원해드리겠습니다.
동해를 맡긴 채. 김혁진은 다음 시나리오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는 다시 싱가폴이었다.
‘멀리도 돌아왔네.’
싱가폴의 ‘가든스 바이더베이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 그런데 이제야 이곳을 왔다. 바빠도 너무 바빴다.
‘이곳은…… 반드시 클리어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