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15)
#재능만렙 플레이어 315화
-정체불명의 함선들이 동해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혁진은 슈르트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슈르트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전해들었다.
동해에 일본인 플레이어로 짐작되는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송기열에게 더 자세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망망대해에 갑자기 함선들이 레이더에 잡혔답니다.
즉각, 국방부에 반응했다고 했다. 허락받지 않은 함선들이 한국의 영해를 침범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거니까.
-F16 전투기 두 대가 경고차원에서 먼저 출격했습니다만.
문제는 그들이 일반 함선이 아니었다는 것.
-중간 관리자들 십여명이 나섰다고 합니다. 중간 관리자들이 전투기 한 대를 추락시켰습니다.
두 대 중 한 대는 추락. 한 대는 황급히 기지로 돌아갔다고 했다.
-중간 관리자들이 플레이를 방해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합니다.
-조종사들은 어떻게 됐죠?
-비상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중간 관리자들도 굳이 조종사들을 죽이려고까지는 하지 않았단다. 그러나 선의로 조종사들을 살려둔 건 아니었다.
-비상탈출에 성공한 조종사들을 인질로 붙잡고 있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곧 슈르트가 움직일 겁니다.
-슈르트씨가요?
송기열은 김혁진과 슈르트의 관계에 대해서 정확하게는 모른다. 어떤 거래가 오갔을 것이라고만 어렴풋이 짐작했다.
-슈르트가 움직이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만 해주세요. 저들의 목적은 광산일 확률이 큽니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피에트로에게 들어서 이미 알고 있다. 언젠가 이 일이 벌어질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오늘일 줄은 몰랐다.
‘슈르트도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고.’
슈르트는 독일에서 같이 활동하던 ‘해왕 길드’의 길드원들을 이미 한국으로 소집한 지 오래. 독일 출신의 그들은 김혁진의 비호 아래 -정확히는 성신을 비롯한 태극방패의 비호아래-동해와 남해를 넘나들며 그들만의 퀘스트와 시나리오를 진행 중.
김혁진이 슈르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람 김혁진과 사람 슈르트의 통화는 아니었다. 군주 김혁진과 명장 슈르트의 통화였다.
김혁진이 말했다.
-출전을 명합니다.
-명 받들겠습니다.
* * *
김혁진은 전화를 끝낸 뒤 제자리로 돌아왔다. 신연서가 호들갑을 떨었다.
“대장! TV 봐봐! 속보야, 속보!”
아니나 다를까.
플레이어들의 영해 침해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중이었다.
“미친 거 아니야?”
일본에서도 황급히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 일과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저것은 플레이어와 중간 관리자들의 독단적인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혁진은 피식 웃었다.
‘뭐. 매우 황망하고 당황스럽다는 표현을 하기는 했는데……. 실제로는 좋아하고 있겠지.’
침략과 정복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일본서버를 확충할 수 있는 데다가, 광산까지 손에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일본으로서는 못해도 그만. 잘하면 감사한 상황 아니겠는가.
김혁진이 말했다.
“밥 먹자.”
“잉? 혁진 대장? 저렇게 재밌는 게 있는데 한가하게 밥이나 먹을 거야?”
“저기까지 가는데만 4시간은 걸려. 어떻게 하게?”
“그럼 저 일본놈들이 우리 땅 침범하는 거 그냥 놔둬?”
“그냥 안 놔둬. 슈르트가 알아서 할 거야.”
그사이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이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김혁진이 고개를 돌려 힐끗 봤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미셸은 아예 통역구슬을 사용한 상태다.
“오랜만입니다, 미셸.”
“오랜만이네요.”
미셸은 김혁진과 간단하게 인사를 한 뒤 말했다.
“동생이 새 가게를 오픈했는데, 안 올 수는 없어서요.”
“그렇군요.”
이곳에는 이제 거신길드와 미셸사단이 자리 잡았다. 미셸사단의 플레이어들은 거신길드에 대해서 대충은 안다. 미셸사단의 플레이어들 중에는 김혁진과 함께했던 궁수. 마크도 있었다.
‘저들이 실질적 한국 최강.’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은밀한 실력자들. 미셸사단 플레이어들은 곁눈질로 거신길드원들을 살피며 음식을 기다렸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미셸이 김혁진에게 다가왔다.
“듣자하니 플레이어들이 당신의 광산을 노리고 침략했다는 것 같은데요.”
“그 광산이 왜 제 겁니까?”
“자금흐름을 조사했어요. 저한테는 안 숨기셔도 돼요. 송기영 회장과 거래하셨죠?”
“노코멘트하겠습니다.”
미셸이 가볍게 웃었다.
“좋아요. 아무래도 상관없죠. 그런데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마침 크로우의 몇몇 플레이어들이 그 쪽 부근에 파견 나가 있는 상태인데. 태극방패를 도우라고 할까요?”
미셸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일본 머저리들이 날뛰어주는 바람에, 무려 김혁진에게 은혜를 입혀놓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김혁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합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그때 요청할게요. 말씀은 감사합니다.”
“뭘요.”
미셸이 미소 지었다.
“그럼 좋은 식사시간 되시길.”
미셸은 자리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이건……. 김혁진이 파놓은 함정이다.’
미래를 보는 플레이어. 강력한 예지안과 더불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짜는 플레이어가 김혁진이다.
미셸은 확신했다. 일본 플레이어들의 침략은 철저하게 김혁진에 의해 계획된 판이라고.
* * *
정보 길드. 검은 나비를 이끄는 피에트로는 황급히 길드장실을 나섰다.
“어디 가십니까?”
“한국!”
“왜요?”
“바빠. 나중에 얘기해.”
지금 급했다. 대충 모자를 뒤집어쓰고 뛰었다. 튜토리얼 빌딩으로 향했다. D타워로 향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상암을 향해 움직였다.
“헥…… 헥…….”
피에트로가 한 레스토랑 안에 들어섰다. 그 안에는 10여 명의 플레이어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저기 있다!’
김혁진이 저기 있다. 피에트로는 넉살좋게 웃으며 김혁진 옆에 비집고 앉았다.
“피에트로 씨?”
“잠시만요. 저 물 좀.”
마상현이 물을 건넸다. 손바닥이 너무 커서 물컵이 장난감처럼 보였다. 그 거대한 덩치에 피에트로는 조금 위축됐다. 숨을 정돈시킨 피에트로가 김혁진에게 조용히 물었다.
“아니. 김혁진 씨. 도대체 뭘 하고 계신 겁니까?”
“뭐가요?”
피에트로는 날카로운 눈썰미로 파악했다. 김혁진은 지금 약간 긴장되어 있다. 경직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분명 뭔가 있다.
“다 알고 왔습니다.”
“뭘요?”
“이곳의 쉐프 마이클.”
김혁진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사실 계속 불편했다.
마이클이란 존재가 계속 신경 쓰인다. 누나를 보며 자꾸 웃어 보이는데 저 웃음이 거슬렸다. 하얀색 쉐프 복장이 너무 잘 어울려서 그것도 거슬렸다.
아무튼 그 움찔거림을, 피에트로도 느꼈다.
‘김혁진이 저 정도로 포커페이스 유지를 못한다니!’
분명 뭔가 있다. 그는 정보상인답게 빠르게 정보를 풀었다.
“마이클은 본래 미국에서 프랜차이즈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사업이 거의 다 진척된 상황에서, 난데없이 한국으로 들어와 이런 식당을 열었죠.”
“…….”
“그런데 그 마이클은 미국의 군주. 미셸의 동생입니다.”
그래서 미셸. 그리고 미셸 사단이 오픈 날에 이렇게 축하하기 위해 모인 것 아니겠는가.
“미국의 제1군주. 그리고 한국의 숨겨진 제1군주. 둘이 하필이면 이곳, 이 타이밍에 모였습니다. 거의 진척된 사업을 날려 버린 마이클이라는 변수를 통해서.”
“…….”
“아주 잘 짜여진 각본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상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피에트로는 정보력을 과시했다.
“이곳을 세계 최강자들의 은밀한 교류지로 만들 생각이라는 것. 저도 알고 있습니다.”
“…….”
“왜냐하면 이 장소를 제공해준 것이 또한 태극방패의 송기열 길드장이기 때문입니다.”
거신길드.
태극방패.
미셸사단.
이 셋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인위적인 상황 안에서 말이다.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정보상인 피에트로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리고 광산을 송기영 회장에게 파신 것도 압니다.”
“비밀로 했는데. 알 만한 분들은 다 아는 모양이네요.”
“한 국가 안에서, 500억 정도의 현금이 움직일만한 일이 아주 흔하지는 않으니까요.”
그 것 덕분에 더 확신할 수 있었다.
“광산은 그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팔아넘겼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유가 있기는 했다. 관리가 귀찮다는 것 정도.
“현금이 급하게 필요했다는 뜻이겠죠. 그렇지 않고서야 광산이라는 보물을 매절로 팔아버릴 이유가 없으니.”
“…….”
“비밀 거점을 만들고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현금이 필요했던 것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게 피에트로가 만사를 제쳐두고 이곳으로 달려온 이유였다.
“김혁진 씨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게, 묘하게 경직되어 있다는 것에서 저는 완전히 확신했습니다.”
“…….”
“저도 이곳에 함께하게 해주십시오. 검은나비 길드는 상당히 괜찮은 조력자이자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상구는 한우갈비를 맛있게 우물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저 자식. 그런 건 또 언제 구상했대? 선화. 너는 알았어?”
“저도 몰랐어요.”
선화는 방울토마토를 오물거렸다. 새콤달콤한 것이 딱 선화 취향이었다. 신연서는 갈치조림을 젓가락으로 살살 파먹으면서 중얼거렸다.
“우리 대장. 똑똑하네.”
“역시 형님이십니다. 아무튼 그냥 놀러온 건 아니었군요.”
김혁진이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그냥 놀러온 건데.”
* * *
카구라. 27세. 도쿄출신.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존경하는 일본의 플레이어. 그는 두 명의 한국인을 무릎 꿇렸다. 둘 다. 공군 조종사였다. 비상탈출에는 성공했으나 인질로 잡혔다.
카구라 즐거웠다. 조상이 이룩하지 못한 업적을, 자신이 이어가는 것 같은 느낌에 만취했다.
“다케시마(독도)는 어디 땅이냐?”
조종사 한 명은 한국 땅이라고 대답했고, 겁에 질린 한 명은 일본 땅이라고 대답했다.
“아주 좋군.”
일본 땅이라고 대답한 조종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역사교육을 아주 잘 받았어.”
그리고 또 다른 한 명. 한국 땅이라고 대답한 조종사의 머리를 발로 찼다. 그리고 명령을 내렸다.
“이놈은 바다에 버려버려.”
“이, 이, 미친 자식이……!”
조종사가 반항했지만 반항할 수 없었다. 조종사의 이름은 한창훈. 계급은 대위였다. 한창훈 대위는 이를 악물었다.
카구라가 킬킬대며 웃었다.
“다케시마는 일본 땅. 해봐. 그럼 살려줄게.”
동해.
가장 깊은 곳은 무려 4000미터의 깊이를 가진 깊은 바다. 시커먼 바닷물이 보였다.
“으으……!”
말하고 싶었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집에서 기다리는 아내가 떠올랐다. 일본 땅이라고 말하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독도는…….”
일본 땅. 일본 땅. 일본 땅. 결국 말하지 못했다.
“우리 땅이다!”
“그럼 뒤지시든가.”
순간. 일본 플레이어들이 한창훈 대위를 바다에 집어던졌다.
풍덩!
검은색 바다가 한창훈 대위를 잡아먹었다. 작은 물보라가 일었다. 살아남은 한 명의 조종사가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끔찍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둥! 둥! 둥! 둥! 북소리가 들려왔다. 카구라와 사무라이 길드 플레이어들이 주변을 둘러봤다.
“어? 뭐야?”
방금까지 화창했던 이곳에 자욱한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북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뭐, 뭔가가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