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24)
#재능만렙 플레이어 324화
여태까지의 침공과는 형태가 많이 달랐다. ‘중간 관리자’의 협박 이후, 함선들에 대응하지 않고 있던 국방부와 정부도 긴장해야만 했다. 동해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국에 알려졌다.
-100척이 넘는 대규모 함선. 동해에 모습을 드러내다.
-사무라이 길드. ‘성전(聖戰)’ 선포.
2019년 5월 27일 새벽.
군인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10여 척이 아니라 100여 척이다. 이 정도 규모를 단순 플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국방부의 판단.
-중간관리자 ‘레피드’ 외 40여 명의 경고.
그러나 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무려 40명에 달하는 중간 관리자들이 엄포를 놓았다. 군인들이 나서는 순간, 군인들의 씨를 모두 말려 버리겠다고 했다. 이것은 플레이의 일환이며, 플레이어로 막으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그 경고를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한편, 미리 대기하고 있던 김혁진은 생각에 잠겼다.
‘원래 인류 최초의 대규모 해상 전투는 [발리 해상전투]였었는데.’
그런데 김혁진 자신이라는 변수로 인해 이곳에 전투가 먼저 발발했다. 원래 김혁진의 과거에 ‘사무라이 길드의 침공’은 없었다. 어떤 변수로 인해 사무라이 길드가 생겨났고, 광산을 원하는 카구라가 한국 서버를 침략하고 있다.
주문진 초등학교의 대강당.
문이 열렸다. 태극방패의 길드장. 송기열이 걸어 들어왔다. 그 뒤로 10여 명의 플레이어가 따라 걸어왔다.
“모두 모였습니다.”
태극방패 10여 명이 모였다.
“형님! 저희도 모두 집결했습니다!”
태극방패 10여 명. 거기에 더해 거신길드원들.
“저희도요.”
마지막으로 ‘날개’ 길드의 강철남매까지.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간략하게 결론만 말하겠습니다. 송기열 길드장님의 지휘 아래. 광산을 지켜주세요.”
김선화가 물었다.
“오빠는요?”
“나는 슈르트의 해왕길드와 합류할 거야.”
동해상에 100여 척의 함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을 막아야 한다.
“저희도 그 쪽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함선과 함선의 전투도 전투지만, 분명 근접전도 벌어질 거다. 얼마나 많은 수의 일본 플레이어들이 함선에 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 분명 근접 전투도 이루어질 터. 김선화의 질문은 당연한 질문이었다.
강철남매와 태극방패 길드원들도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김혁진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슈르트와 나. 둘이면 충분해.”
* * *
송기열이 ‘광산’ 안으로 들어갔다. 광산도 하나의 ‘필드‘. 송기열이 굳이 방어의 장소로 이곳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살인을 두려워 마세요.”
이곳 ‘광산’은 플레이 필드이니 만큼 현실의 법에서 상당히 자유롭다. 이건 생활의 영역이 아니라 ‘플레이’의 영역이니까.
모두가 광산 안으로 들어왔다.
“함선 100여 척은 그저 시선끌기입니다.”
강철남매는 아직 정확한 상황을 몰랐다.
“100척이나 되는 게 시선끌기라고요?”
“본대는 이곳으로 들어올 겁니다.”
사무라이 길드는 5전 5패. 그것도 완전히 대패했다. 해상전투에서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비밀리에 이미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그게 가능해요?”
비밀리에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 김혁진으로부터 정보를 전해 받지 않았다면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할 뻔했다.
“가능합니다.”
“어떻게요?”
“한국에 조력자가 있다면 가능하겠죠.”
김혁진의 시선이 송기열을 향했다. 송기열은 김혁진의 말을 떠올렸다.
-그들이 과연 어떻게. 이토록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입국하여 광산으로 향하고 있을까요? 잘 생각해보세요. 한국에 그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서, 광산을 탐낼 만한 플레이어가 있는지.
송기열에게 있어서 이 것은 하나의 시험이었다. 그런 플레이어가 누군지. 송기열도 안다.
‘정희야. 이렇게까지 해야 했니?’
묻고 싶었다. 광산이 그렇게 탐났냐고. 아무리 너와 내가 실적으로 싸우고 있다고는 해도, 일본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여 이렇게까지 해야 했냐고.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혹시 한국 플레이어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철혈사자 길드원들이 그들과 함께 들어올지 들어오지 않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습니다.”
그 안에 동생인 정희가 있을지도 모른다. 송기열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빌었다.
‘제발 정희가 없기를.’
그 곳에 정희가 있다면 어쩌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혀야 할지도 모르니까. 상상만으로도 괴로웠지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태극방패와 거신. 그리고 날개가 광산으로 향했다.
* * *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해변. 김혁진이 숨을 들이마셨다.
‘바다 냄새.’
바다냄새가 느껴졌다. 찬바람이 불었다. 너무 어두워 검은색으로 보이는 바다가 보였다. 백사장을 걸었다. 그런데 김혁진은 순간 찌릿함을 느꼈다. 감각안에서 느껴지는 통증이었다.
‘뭐지?’
감각안의 추가권능인 미래시(未來示)가 잠시 활성화된 것 같은 느낌. 아주 잠깐이지만 미래가 아주 조금 보였다.
‘피로 물든 바다?’
바다가 보였고 붉은 안개가 보였다. 그 것은 마치 환상처럼 사그라져 버렸다.
‘뭔가 께름칙한데.’
김혁진 옆에 슈르트가 따라 걸었다.
“100척의 함대가 정말 빈 껍데기일까요?”
덕분에 김혁진은 상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예. 가짜입니다.”
김혁진은 저 ‘함대‘가 가짜라고 생각했었다. 진짜 함대는 몇 안 될 것. 김혁진은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었다.
“원래는 그렇게 판단했습니다만.”
중간 관리자가 무려 40이나 한국 정부에 경고를 했다. 4명도 아니고 40명이나.
“다시 생각해 보니 100척 모두 진짜 함대일 확률이 높을 것 같군요.”
“……그렇군요.”
쏴아-찰싹!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어느덧 해변을 타고 올라온 바닷물이 김혁진의 발을 적셨다. 얕은 파도와 모래사장이 만나는 경계. 바닷가에 ‘해왕 길드’ 길드원들이 모여 있었다.
해왕 길드의 부길드장. 슈르트의 부관이라 할 수 있는 메르텔이 김혁진 옆에 섰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메르텔.”
“제 이름을 아시네요?”
“예. 유명한 책사시니까.”
메르텔은 20대 후반의 여자였다. 김혁진은 메르텔에 대해 알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이후 독일에서 가장 존경받는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성장하는 플레이어다.
‘메르텔이 해왕길드 소속이었구나.’
플레이어로서의 능력보다는 책사로서의 능력이 뛰어난 여자. 이후 수많은 전투에서 책사로서 활약하게 되는 플레이어다.
“함선 100여 척과의 정면 전투는 무모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전략을 짜야 합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전략은 없습니다. 우리는 놈들과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납득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개죽음을 당하기 위해 한국 땅을 밟은 것이 아닙니다.”
메르텔는 딱히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김혁진이 대답했다.
“저를 못 믿습니까?”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그 것이 우리가 목숨을 걸어야할 만큼 신뢰를 주지는 못합니다. 아직 김혁진 길드장님과 저 사이에 이렇다 할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해왕길드 여러 분들을 신뢰하지 못합니다.”
해왕길드원들이 움찔했다. 김혁진의 말은 도발이라면 도발이었다.
“그래서 슈르트와 제 계약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았고, 우리의 능력에 대해 정확하게 공표하지 않았습니다.”
김혁진이 메르텔에게 물었다.
“정면승부 외에. 다른 방법이나 전략이 있습니까?”
“곧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없다는 뜻이군요.”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저도 비슷합니다. 저도 하는 수 없이. 비밀로 하고 싶었던 능력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그냥 대놓고 공개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공개하는 것이 훨씬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렇게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그에 따라 숨겨왔던 능력을 공개하는 것처럼 연출했다.
슈르트에게 말했다.
“슈르트. 거북선의 출항을 허락한다.”
* * *
불멸함대 대장선의 갑판 위.
가운데에 김혁진. 왼쪽에 슈르트. 오른쪽이 메르텔이 섰다. 메르텔은 사실 조금 초조했다. 슈르트가 원활하게 운용할 수 있는 ‘불멸함대’의 숫자는 10여 척이다. 그런데 지금은 20척을 소환한 상태.
불멸함대가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메르텔이 말했다.
“거북선이 얼마나 대단한지 기대가 됩니다. 그러나 차선책은 준비해야 합니다.”
“그것은 메르텔 씨의 뜻대로 하십시오.”
“네.”
차선책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만에 하나의 경우. 이쪽의 패배를 염두에는 두고 있어야 하니까.
메르텔이 말했다.
“만약 김혁진 씨의 가정이 사실이라면. 저 100여 척이 원래는 미끼로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라면. 우리는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해요.”
믿지 않으면 믿지 않되. 일단 믿을 거면 확실히 믿어야 한다. 책사라면 주어진 상황에 대해 최선의 해결책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메르텔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째서죠?”
“그래야 광산쪽으로 침투한 놈들이, 자신들의 작전이 성공했다고 확신할 테니까.”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메르텔의 말이 맞다. 한 번에 격파해 버리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처절하게 맞서주는 것이 좋다.
메르텔이 누군가를 불렀다.
“최솔이 씨.”
한국인 플레이어도 한 명 타 있었다. 김혁진이 아는 사람이었다. ‘황금잎새’ 최솔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원거리 광역딜러이자 태극방패의 중추 중 한 명.
메르텔이 말했다.
“혹시 몰라 제가 미리 손을 썼습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좋습니다.”
이쪽이 완벽하게 속은 시늉을 하기 위해서. 그래서 태극방패의 중추이자 ‘화려한 원거리 공격’이 특기인 최솔이를 이곳으로 불렀다. 태극방패조차 바다로 소집되었다고 오해하기 만들기 좋았다.
‘좋네.’
김혁진은 기분이 좋아졌다.
“모두 좋은 조언이군요.”
메르텔은 메르텔 나름대로 김혁진을 다시 봤다.
‘전혀 기분나빠하지 않아?’
좋은 조언이라는 말도 진심인 것 같았다.
‘뛰어난 군주는…… 부하의 말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혁진은 그렇게 보였다. 저 어린 나이에. 어찌 보면 태클을 걸고 있는 자신의 조언을 좋다고 인정해 주고 있었다. 단순한 인정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파악한 뒤. 정말로 좋은 조언이라 판단해서 하는 말인 것 같다.
“지금 놈들의 위치는 이곳이에요.”
허공에 지도 하나가 생겨났다. 메르텔의 고유 능력인 [지도 발현]이었다.
“앞으로 15분쯤 뒤 놈들과 맞부딪칠 예정이에요. 이곳은 해류가 빨라요. 놈들이 우리에게 접근하기 어려워요.”
일본의 플레이어들은 배로 접근한 뒤, ‘근접전’을 펼치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지만 아마 물량으로 밀어붙이겠죠. 몇몇 배가 파괴되는 것을 감안하고서 접근한 뒤 이쪽과 육탄전을 벌일 거예요.”
김혁진은 메르텔의 말을 모두 들어주었다. 메르텔의 말이 모두 맞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약 15분 뒤.
‘동해 해상 전투‘가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불멸함대 20척 중 한 척의 배에 올라타 있던 태극방패의 최솔이가 힘을 끌어올렸다. 황금색 나뭇잎들이 허공에 생겨나서 비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