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3)
#재능만렙 플레이어 33화
17. 수호자들의 과시
육미호(六尾狐). 꼬리가 여섯 개 달린 요괴형 몬스터. 이 요괴형 몬스터는 요술 혹은 도술이라 불리는 특수한 스킬을 사용했다. 사실상 요괴형 몬스터로 분류되어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는 거지, 그냥 스킬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육미호의 스킬. 분신술(分身術). 육미호는 몸을 두 개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
‘지금 저건 가짜.’
실체를 가지고 있기는 한데, 분신으로 떨어져 나온 ‘저것’은 본체보다 약하다. 저게 만약 본체였다면, 지금 저 밑에 깔려 있는 여자는 이미 죽었을 거다. 지금은 배가 반으로 찢겨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지만 저 정도 상처는 다행일 정도다.
‘진짜였다면 이미 다 파먹혔겠지.’
김혁진이 어떻게 손 쓸 방법도 없었을 거다.
‘본체는 어디냐?’
김혁진은 감각안을 극도로 활성화시켰다. ‘감각안을 활성화시켰습니다’ 같은 알림은 들려오지 않았다. 감각안을 처음 익힌 지 어언 한 달이 지났다.
이것의 활용법을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고, 이것을 어떻게 해야 잘 사용할 수 있는지 배운 적도 없다. 하지만 김혁진은 자연스럽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감각안 활용법을 몸에 익혔다. 어린 아이가 숨 쉬는 법을 배우지 않아도 숨을 쉬듯이. 김혁진 역시 마찬가지.
‘본체.’
기감을 극도로 끌어올려주는 김혁진의 고유능력. 그 고유능력이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찾았다.’
김혁진을 기준으로 하여 11시 방향. 나무 위. 몸의 색깔을 교묘하게 나무 기둥과 나뭇잎의 색깔로 변화시켰다. 요괴형 몬스터들은 대부분 저러한 ‘보색’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곤 한다. 특별할 일이 아니었다.
선화에게 말했다.
“선화. 어그로 잡아.”
김혁진은 일단 본체를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행동했다. 육미호는 도망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녀석이라, 본체가 발각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바로 도망칠 테니까.
“알았어요.”
강선화가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도발을 사용합니다.]밑에 깔린 여자의 배를 물어뜯으려던 육미호의 분신. 그 분신 위에 ‘!!!’ 표시가 떴다. ‘!!!’의 표시는 초록색.
[스킬. 도발을 사용합니다.]‘!!!’ 표시가 노란색으로 변했다. 강선화가 다시 한 번 도발을 사용했다.
[스킬. 도발을 사용합니다.]이윽고 ‘!!!’ 표시가 붉은색으로 변했다. 어그로를 완전히 끌어왔다는 뜻이다. 김혁진은 감각안을 활성화시킨 상태로 본체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와. 멀리 있는 본체마저도 어그로가 끌릴 뻔했네.’
선화의 어그로 능력은, 동레벨 대에서는 감히 적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김혁진이 판단하기에는 그랬다. ‘먹잇감’을 앞에 두고 있는 육미호의 어그로를 성공적으로 끌 수 있는 레벨 20대 초반의 플레이어?
‘내 기억엔 없어.’
역시 강선화는,
‘재능충이 맞네.’
어쨌든 어그로는 제대로 끌렸고, 붉은색 ‘!!!’가 뜬 육미호의 분신이 강선화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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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미호(六尾狐) LV.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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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의 레벨은 27이었는데, 분신의 레벨은 22로 설정되었다. 본체와 분신. 둘 다 실체이니만큼, 능력치 하락은 피할 수 없는 부작용. 육미호가 날카로운 입을 벌리며 강선화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꽈드드득-!
육미호의 이빨은 강선화의 목을 뚫지 못했다.
그사이, 김혁진은 판단을 끝냈다.
‘본체는……. 이곳으로 올 생각이 없어.’
분신을 너무 거세게 몰아붙이면 본체는 무조건적으로 도망친다. 그렇다면 이 쪽에서 본체를 잡아야만 한다.
‘11시 방향. 거리는 대략 13미터.’
감각안이 놈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냈지만, 지금 당장 놈을 끌어내리거나 사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존재했다. 놈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아이템 상점을 열었습니다.]김혁진은 오래 전부터 플레이를 해왔던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상점을 열고, 세부 카테고리를 설정했다.
‘무기/방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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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상점 -초보 등급 -무기/방어구]1. 초보자용 철검 500COIN
2. 초보자용 투구 470COIN
…….
11. 초보자용 단검 260COIN
…….
20. 초보자용 신발 480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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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던전도 아니고 게이트도 아니다. 그냥 일반 ‘필드’다. 상점을 이용하는 것에 제한은 없었다.
[초보자용 단검을 구입하였습니다.] [-260COIN] [초보자용 단검을 장착하였습니다.]김혁진의 손에 철검이 사라지고 ‘초보자용 단검’이 생겨났다. 이 단검을 던져서, 저기 나무 위에 숨어 있는 본체를 공략할 거다.
‘한 번도 해본 적은 없는데.’
자신감이 피어올랐다. 한 번도 던져본 적도 없고, 이런 식의 사냥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초감각의 진화판인 감각안은 김혁진의 성공을 그려내고 있었다. 단도를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어떤 궤적으로 어떻게 날아갈지.
‘던지면…….’
맞출 수 있을까? 가 아니었다.
‘맞출 수 있다.’
본능적인 감각이었다.
[‘용맹한 사자왕’이 당신의 투척술에 관심을 보입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을 관찰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당신을 비웃습니다.]비웃을 만도 하다. 김혁진에게는 그 어떤 스킬도 없으니까. 투척술 같은 것도 당연히 없다.
‘던진다.’
생각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김혁진이 단도를 그대로 집어 던졌다. 그 어떤 스킬도 없이. 순수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하여 단도를 던졌다.
휙!
소리와 함께 김혁진의 손에서 벗어난 단도가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이내.
쿵!
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인가가 나무 위에서 떨어졌다. 김혁진이 11시 방향으로 뛰었다. 강선화가 상대하던 분신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오빠?”
강선화가 김혁진을 쳐다봤다. 김혁진의 움직임은 굉장히 빨랐다. 나무 아래. 정확히 미간 사이에 단도가 꽂힌 여우 한 마리가 보였다.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몸을 이따금씩 떨면서 발버둥치는 중이었다.
‘헐?’
지금 보니 상황이 그려졌다.
‘단도를 던져서 맞췄어?’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였다.
‘여기서 저기를?’
그런데 그걸 맞춘 모양이다.
‘오빠한테 던지기 스킬이 있었나?’
그런 스킬은 없었던 것 같은데. 강선화의 눈에, 어느새 철검을 장착한 김혁진이 보였다. 나무 위에서 떨어져 잠시 기절한 육미호를 향해 철검을 휘둘렀다. 정확히 목을 베었다.
김혁진의 몸동작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았다. 깔끔했다.
툭.
여우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육미호(六尾狐)를 사냥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30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김혁진의 몸에서 한바탕 푸른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 레벨 : 26]김혁진은 스스로도 얼떨떨했다.
‘진짜 됐네?’
던지면 맞출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에 느끼는 감각은 오묘했다.
[‘용맹한 사자왕’이 당신의 단검 투척술을 기꺼워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황당해합니다.]김혁진이 ‘육미호’의 시체를 클릭했다. 시체에서 노란빛이 새어나왔다. 아이템 하나가 땅에 드랍되었다.
‘오.’
혹시나 싶었는데 진짜로 얻었다. 이후, 숏 테이블 던전에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거다.
[‘여우의 꼬리’를 획득하였습니다.]여우의 꼬리를 얻었다. 그런데 그때. 세니아가 김혁진에게 물었다.
“김혁진 플레이어. 당신의 레벨은 몇입니까?”
* * *
나는 세니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내 레벨. 궁금하겠지. 아마 수호자들도 궁금할 거다.
“스캔해 봐.”
잠시 후. 세니아의 날개 끝이 파르르 떨렸다.
“26레벨이군요.”
내가 어깨를 으쓱했다. 세니아가 지금 말을 하는 대상은 내가 아니라 수호자다. 아니나 다를까. 수호자들도 내 레벨업 속도에 놀란 모양이었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의 레벨업 속도에 흥미를 느낍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당신의 레벨업 속도에 뿌듯해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당신의 레벨업 속도에 동질감을 느낍니다.]그래. 맘껏 즐거워하고 흥미를 느껴라. 나는 얼마든지 ‘질 좋은 콘텐츠’가 되어줄 수 있으니까.
[‘속삭이는 악마’가 당신의 레벨업에 시련을 내릴 것을 고민합니다.]그딴 고민은 하지 말고. 뻘짓하는 미친놈은 용맹충 사자왕 하나로 족하니까.
[‘저울의 아낙네’가 중간 관리자에게 항의합니다.]어라.
‘항의?’
무슨 항의인지 생각해 봤다. BJ 세니아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가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아마, 수호자들과 대화를 하는 모양이었다.
‘저울의 아낙네가 지금 이 상황에서 항의할 내용이라면…….’
뻔했다.
‘내 레벨은 26. 그런데 아직 전직을 하지 않았어.’
아직 1차 전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호자들은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25가 되면 전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다.
‘시스템 업데이트가 아직 안 된 건 그렇다 치는데.’
문제는,
‘세니아가 내게 그런 공지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
공지 없이 레벨 26이 되어 버렸다. 공명정대함을 우선시하는 ‘저울의 아낙네‘다. 아마 그러한 내용으로 항의를 하고 있을 거다.
‘곤란하겠네.’
그래서 세니아에게 다가갔다. 저울의 아낙네 정도면 굉장히 유명하고 힘 있는 수호자다. 이제 갓 BJ를 시작한 세니아 한 명 정도는 얼마든지 매장시켜버릴 수 있을 정도의 상위 존재.
‘내게도 세니아가 필요해.’
저렇게 말 못하고 허접한 BJ가 또 어디 있단 말이냐. 저런 BJ가 이용해먹기 제일 좋다. 세니아에게 귓속말을 신청했다. 무표정이지만 날개 끝이 떨리는 정도로 보아, 매우 큰 멘붕 상태에 빠져있는 것 같다.
세니아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전직 공지 때문에 곤란한 거지?
내게 크게 신경 쓰지 못하고 여전히 입을 웅얼웅얼 거리고 있다.
-내가 대신 말해줄게. 전직 공지는 이미 받았다고. 레벨 30 때, 전직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이야.
그제야 세니아가 나를 쳐다봤다. 세니아의 눈동자가 아주 약간 떨리고 있었는데, 그 눈동자에는 수많은 의문이 담겨 있었다. 마치 내게 묻는 것 같았다.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라고. 당연히 나는 저 의문을 해결해줄 생각이 없다. 너는 어차피 나랑 한 배를 탔어. 그냥 믿어야지, 별 수 있겠냐.
그리고 공짜도 아니다.
-3,000COIN.
3,000 코인이면 30코인을 주는 육미호를 무려 100마리나 잡아야 얻을 수 있는 COIN이다.
-…….
-싫으면 말고. 저울의 아낙네 성깔이 장난 아니라던데. 뭐. 알아서 잘 해결해봐.
나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세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내게만 들리는 귓말로.
-2,000COIN은 어떻습니까?
-3,000.
-2,200.
나는 제자리에서 고개를 저었다. 급한 건 쟤지, 내가 아니다.
-3,000.
-…….
나를 콘텐츠로 하여 수호자들에게 내 영상을 송출하면서 못해도 5,000 코인 이상은 벌었을 거다. 상황파악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몇 마디를 더했다.
-세니아. 지금 저울의 아낙네한테 핍박받고 있지? 그런데 기본적으로 저울의 아낙네는 자기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수호자야. 내가 말만 제대로 해주면, 저울의 아낙네가 너한테 사과할 걸? 적어도 몇 천 코인은 보낼 텐데.
사실 나도 모른다. 보낼지 안 보낼지. 어차피 그건 내 사정은 아니니까.
-2,700은 어떻습니까?
-3,000.
세니아의 날개 끝이 다시 한 번 파르르 떨렸다.
-3,000으로 하겠습니다.
감정표현이 거의 없는 세니아인데, 뭐랄까. 이빨을 꽉 깨물고 말하는 것 같은 건 착각인가. 내가 말했다.
-계약서 보내. 사인하게.
내 인벤토리에 계약서가 전송되었다. 우리의 계약은 성공적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척 말했다.
“아참. 전직은 레벨 30때 할 거야. 세니아. 그러니까 닦달하지 마.”
그리고 이 말은, 이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도 원래 하려던 말이기도 했다. 지금 나는 수호자들에게 말을 한 거다. 나는 레벨 30에 전직을 하겠다고.
‘레벨 30.’
유일하게 플레이어가 수호자들 위에 설 수 있는 그때. 플레이어가 수호자를 선택하는 그 시기.
그런데 그때.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