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32)
#재능만렙 플레이어 332화
몇 시간 전.
김혁진은 반기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반기명도 김혁진과 연락하고 싶어 하고 했다고 했다.
-반기명 씨는 왜 제게 전화하려고 하셨습니까?
-스승님께서 뵙고 싶어 합니다.
스승님이라 함은 당연히 학사 단천학이었다.
-왜죠?
-스승님의 동생 되시는 분께서 목을 빼고 기다리고 계시다 합니다.
반기명의 얘기를 들어보니, 단천학이 이미 동생인 단천우에게 김혁진 자랑을 많이 해놓은 것 같았다. 기대를 잔뜩 하고 있던 검황 단천우는, 안달이 난 상태고.
-어르신과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습니까?
김혁진은 거래를 했다.
-어르신. 저번에 유야무야 넘어가신 것. 아시지요?
-무엇을 말이냐?
-제자를 위한 조연으로서, 저를 이용하실 만큼 이용하시다가 단물만 쏙 빼먹고 버리시지 않았습니까?
-어허. 말이 심하구나. 내가 언제 그렇게까지 했다고.
-안 찔리시면 제 말을 그냥 잘라 버리셨을 텐데요. 찔리시죠?
김혁진은 단천학에 대해 파악했다. 통칭 방울노인으로 알려진 그는, 그래도 제법 ‘명분’이 있는 사람이었다.
-허허허. 말은 참 잘하는구나. 좋아. 그래서 뭘 원하느냐?
-스승은 무릇 제자의 성장을 바라는 법이지요.
-본론만 말하거라.
-반기명 씨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보여드리려 합니다.
-말을 똑바로 하거라. 기명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냐, 아니면 네게 도움이 되는 것이냐?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단천학의 태도를 보아하니 알겠다. 단천학은 이미 협조적이다. 다만 명분이 필요할 뿐.
-제게 도움이 된다고 해서, 반기명 씨에게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지요.
결국 둘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소리다.
-저를 조연으로 써먹으셨으니 이 정도 도움은 주셔도 되는 것 아닙니까?
-들어보고 결정하마.
명분은 다 세웠다. 본론을 얘기했다. 귀신들의 왕. 바하르라는 얘기까지. 얼마 후. 단천학이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놈이 제 이름을 바하르라고 밝혔더냐?
-네. 그렇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알겠다. 내 직접 가겠다.
김혁진은 단천학의 태도로 짐작할 수 있었다. 단천학은 바하르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다. 단천학은 바하르를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단천학의 합류가 결정되었다.
* * *
“함정 카드. 발동이다.”
말을 이었다.
“어르신. 슬슬 모습을 드러내주시지요.”
“허허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갑판 위에 노인 한 명이 서있었다. 그 옆에는 미래의 율법집행자 반기명이 보였다. 반기명도 수행차 따라왔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합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굉장히 즐거워합니다.] [‘푸른빛의 결계’가 놀라워합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집중합니다.]네 명의 수호자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김혁진이 말했다.
“나를 흥분시키기에는, 너무 작위적인 선물이었어.”
상급 강화석. 1만 코인. 진명을 스스로 가르쳐 주면서 이런 보상이라니. 말하자면 사기꾼이다. 속지 않았다.
단천학이 껄껄대며 웃었다.
“바하르라. 우리,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지 않았느냐?”
바하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수호자처럼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단천학이 말을 이었다.
“아주 오래전. 버려진 땅에 수많은 원귀들이 있었다. 그 원귀들 중 가장 강력한 원념을 가진 왕이 하나 탄생하였다. 그 이름이 바하르. 나는 —의 명을 받아 바하르라는 놈을 직접 봉인하였다.”
순간. 김혁진은 느낄 수 있었다.
‘비석이…… 떨리고 있다?’
거기서 직감했다.
‘저 비석 자체가 바하르다!’
비석이 곧 바하르. 그 자체다. 그러니까 바하르는 지금 자신을 파괴하라는 퀘스트를 내린 것이었다. 어떤 목표가 있는 듯했다.
“나는 용광석으로 만든 비석에 놈을 봉인하고 부적을 붙였다. 소멸시킬 수 있었지만 —께서 그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크르륵.
크르르륵.
두 원귀의 지배를 받는 슈르트와 메르텔이 단천학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 눈을 까뒤집고, 입에서는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들었다. 둘이 허공에 떴다.
크륵?
켁?
보이지 않는 밧줄이 그들을 결박한 것 같았다.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어디 애기들이 훼방을 놓느냐?”
슈르트와 메르텔은 허공에 뜬 채 발버둥을 쳤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정신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께서는 그래도 너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덕분에 네가 그 정도의 힘이라도 유지하며, 인세에 해악을 끼칠 수 있었던 게지.”
“비석이 파괴되면 너는 다시 한 번 힘을 되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힘을 되찾기 위하여 적어도 100만 이상의 영혼을 빨아들였겠지.”
웅웅-
비석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저주파였다. 사람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공명음. 마치 바다가 울부짖는 것 같았다. 비석 주변의 바다가 시꺼멓게 물들었다.
“사실 나는 그것도 별로 상관 없었다. 이 아이와 연관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다시금 너를 만날 일도 없었을 터.”
단천학이 걸음을 옮겼다. 마왕과 똑같았다. 바다를 걸었다. 평지처럼 말이다.
“운이 나빴구나. 왜 하필 이 아이에게 그런 퀘스트를 내린 것이냐.”
바다에 내려선 단천학이 고개를 돌렸다.
“뭐하느냐? 내려 오거라. 둘 다.”
반기명이 바다에 뛰어들었다. 신기하게도 그 역시 바다에 설 수 있었다. 김혁진 역시 바다로 내려왔다.
풍덩!
김혁진만 바다에 빠졌다.
반기명이 그런 김혁진을 건져주었다.
“껄껄껄. 내 작은 복수는 이걸로 되었다.”
단천학이 비석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비석주변을 맴돌던 원귀들이 흩어져 사라졌다.
“그때는 —의 의지였다.”
단천학이 손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나의 의지다.”
비석을 황금색 빛무리가 둘러싸기 시작했다. 빛무리는 이내 밧줄형태가 되어 비석 전체를 꽁꽁 묶었다.
“네놈. 피가 있더냐?”
“네. 있습니다.”
“흠. 이거. 정화의 흔적이 있구나. 그래. 아테네의 기운이 느껴진다. 정화의 불꽃을 사용할 수 있겠구나. 한 번 더 정화하거라.”
김혁진은 시키는 대로 힘을 끌어 올렸다. ‘정화’를 통해 다시금 원념이 서린 피를 정화시켰다.
“그 피를 비석에 뿌리거라.”
[귀신들의 왕. ‘바하르’가 경고합니다.]“뭐하느냐?”
김혁진이 솔직히 말했다.
“귀신들의 왕. 바하르가 제게 경고를 보내왔습니다. 비석에 피를 뿌리지 말라고.”
“잘 듣거라.”
단천학이 손을 움직였다. 하늘에 거대한 손바닥이 생성되었다. 하늘을 가릴 만큼 커다란 손바닥이었다.
쿵!
손바닥이 비석을 내리쳤다.
끼에에에에엑!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이 비명성을 서울에 있는 사람들도 동시에 들었다. 한반도 전역을 뒤덮은 귀곡성이었다.
“귀신들의 왕. 그녀의 이름은 명왕 하데아다. 바하르 따위가 아니라.”
“…….”
“네놈이 귀신들의 왕을 사칭할 수 있는 것은…… 하데아, 그분께서 자애롭기 때문이겠지.”
김혁진이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원귀들의 방해가 없었다.
끼에에엑!
귀곡성이 터져 나오며 김혁진을 밀어냈다. 그러나 버틸 만했다. 발걸음을 움직였다. 단천학이 뒤에 버티고 있다. 그것을 믿고 움직였다.
김혁진이 비석 꼭대기에 섰다. 그 위에서 피를 뿌렸다. 그 피를 중심으로 ‘피로 물든 비석’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소용돌이치듯이.
‘어……?’
발을 딛고 있던 비석이 피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풍덩!
김혁진은 다시 바다에 빠졌다.
“껄껄껄!”
단천학이 몸을 돌렸다.
“이제 나는 빚을 다 갚았다. 헤엄쳐서 나오거라. 늙은이를 부려먹은 죗값이다.”
단천학과 반기명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참. 그 구슬은 너를 주인으로 사랑하는 아이에게 전해주거라. 그 아이가 성장할 테니.
그 말만이 메아리처럼 울렸다. 김혁진은 헤엄쳐서 배로 향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슈르트가 밧줄을 내려주었고, 김혁진은 밧줄을 잡고 배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슈르트 씨야말로 괜찮습니까?”
“그게……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슈르트도. 메르텔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메르텔이 말했다.
“그사이 비석이 사라져 있네요.”
“네. 그랬죠.”
비석이 ‘피’에 빨려들어갔다. 메르텔이 다시 물었다.
“비석은 어떻게 된 겁니까?”
“여기 있습니다.”
김혁진이 구슬을 들어 올렸다. 붉은색 구슬이었다. 이름은 ‘바하르의 정수’였다.
“그건……?”
“말하자면 마정석 같은 거라고 합니다.”
피가 비석을 빨아들이면서 바하르가 소멸되었고, 그에 따라 생겨난 구슬이다. 메르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가 죽었을 때 마정석을 드랍하는 것처럼. 비석이 파괴되면서 구슬을 드랍했군요.”
“대충 그렇게 이해하면 편할 것 같네요.”
그런데 그때 물줄기가 치솟아 올랐다. 물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물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인 것처럼 치솟아 올라 메르텔의 허리를 묶었다.
슈르트보다 김혁진이 빠르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검기를 끌어올려 물줄기를 베었다. 그렇지만 물줄기는 잘리지 않았다.
슈르트가 외쳤다.
“메르텔!”
손 쓸 새도 없이. 메르텔이 바닷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메르텔이 옆에 있었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애초에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메르텔이 사라졌다.
시꺼멓게 물들었던 바다가 사라졌다. 슈르트와 김혁진. 둘 모두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뭐지……?’
감각안에 그 어떠한 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냥 물이 튀어나와 메르텔을 낚아채갔다. 몬스터 같지도 않았다.
슈르트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메르텔!”
그러나 슈르트는 그 어디에서도 메르텔을 찾지 못했다. 김혁진 역시 ‘관찰자의 눈’을 극도로 끌어올려 바다 속을 살펴봤다.
‘없어.’
원래 없던 사람처럼.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후. 해왕길드의 수인 슈마엔이 바다를 샅샅이 뒤졌으나 메르텔의 흔적 혹은 시체는 찾을 수 없었다.
메르텔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 * *
3일이 흘렀다.
해왕길드는 메르텔의 장례식을 치르지 않았다. 시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왕길드원들과 슈르트는 바다에 삼켜진 그녀를 보내지 못했다.
슈르트는 매일 밤 남 몰래 울었다. 이제 겨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는데 메르텔이 사라졌다. 김혁진의 시나리오를 함께 진행하다가 말이다.
“아뇨. 저는 김혁진 길드장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세대보다 어쩌면 죽음에 가장 가까운 세대가 지금이다. 몬스터에 의해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슈르트가 말했다.
“그렇지만 저는 메르텔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닷속으로 빨려들어갔으니 살아있을 확률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슈르트의 마음을 이해했다. 김혁진은 비석이 빨려들어간 붉은 구슬을 가지고 밖으로 나섰다.
1단지와 2단지 사이 붉은 눈을 가지고 있는 수호탑. 안서희가 보였다. 레벨이 2로 증가하면서 24시간 중 2시간 정도를 현신할 수 있지만 아직 한 번도 현신하지 못했다. 여태까지 잠에 빠져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김혁진이 횡단보도 근처 버스정류장에 위치하고 있는 벤치에 앉았다.
-오셨어요?
-이제 일어났어?
-네. 그런데……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무것도 아니야.
메르텔이 실종된 이후. 김혁진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어디까지나 ‘피로 물든 비석’ 시나리오는 김혁진의 시나리오였으니까.
-마음이 많이 아픈 것이 느껴져요.
순간. 횡단보도 중간의 수호탑에서 붉은 빛이 새어 나오는가 싶더니 한 명의 여자로 변했다. 붉은 눈을 머리 위에 띄우고 있는 소녀. 안서희가 현신했다.
“어? 어? 저기 봐!”
“사, 사람이다!”
“수호탑이 없어지고 사람이 나타났어!”
“대, 대박! 대박이다!”
횡단보도에 있던 사람들도 그 광경을 똑똑히 봤다. 김혁진은 인지부조화를 쓸까하다가 쓰지 않았다. 어차피 알려질 사실이다.
안서희가 천천히 걸어 김혁진 옆에 앉았다. 여기저기서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려는 것 같았다.
파박!
파바밧!
모두의 핸드폰에서 스파크가 터졌다. 촬영하려던 핸드폰이 모두 박살났다. 안서희가 씽긋 웃었다.
“저. 잘했죠?”
“그래.”
안서희는 김혁진과 정신이 연결되어 있는 만큼, 김혁진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슬프면 슬프다고 말해도 괜찮아요. 오빠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잖아요. 설령 오빠 때문에 누군가 죽는다 할지라도 그건 오빠의 잘못이 아니에요.”
안서희는 위로에 서툴렀다.
“오빠가 네 잘못 아니야. 이렇게 말해줬을 때 저는 되게 안심됐어요. 세상에 내 편이 한 명은 있구나. 그런 느낌이었어요.”
위로는 서툴렀지만 그 마음은 전해졌다. 김혁진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거 뭔지 알겠어?”
비석이 녹아든 붉은 구슬, 바하르의 정수다.
안서희의 머리 위에 있던 붉은 눈에서 요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알겠어요.”
김혁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자. 그럼.”
“좋아요.”
김혁진과 안서희가 자리를 옮겼다. 집으로 가기로 했다. 김혁진과 안서희가 있던 그 자리. 휠체어를 탄 여자와 긴 생머리의 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예언자 함소현과 독마녀 천수지였다.
“뭐야? 없네? 방금까지 여기 있다고 했었는데. 집으로 들어갔나?”
“수지 너, 동호수 알고 있지?”
“응. 알아.”
“가자.”
함소현과 천수지도 김혁진의 집으로 향했다.
함소현의 손에는 새로운 예언서가 들려 있었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함소현의 눈이 백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