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38)
#재능만렙 플레이어 338화
수호자들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즐거워합니다.] [‘백색 사냥꾼’이 집중합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흥미로워합니다.] [‘화살쏘는 아기천사’가 아쉬워합니다.]늘 그렇듯. 무명의 관찰자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놓치지 않고 5명의 수호자 안에 들었다.
‘천마산의 진주. 백색 사냥꾼. 용맹한 사자왕까지.’
성향이 엇비슷한 수호자들이 경쟁하듯 메시지를 보내왔다. 저들의 흥미를 강하게 자극했다는 소리다. 쓸데없이 ‘화살쏘는 아기천사’가 아쉬워하고 있는데, 이 대목도 김혁진은 놓치지 않았다.
‘지금 메시지를 보내고싶어 안달난 수호자들이 많을 텐데…….’
조금은 성가시게 생각했던 ‘화살쏘는 아기천사’가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수호자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마냥 불편하게만 생각할 것은 아닌 듯했다. 저번에 사랑의 묘약도 꽤 요긴하게 썼었고 말이다.
‘아무튼 수호자들은 이 상황을 기대해왔다.’
그들이 예상하고 기대하던 상황이라는 소리다.
벼락이 떨어졌다. 신연서가 으악! 하고 깜짝 놀랐다. 벼락이 떨어진 자리가 검게 그을렸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자연스레 생겨난 벼락이었다.
“대장. 저기 봐.”
먹구름 사이로 흰 도복을 입은 노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중에 떠 있던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땅까지 걸어 내려왔다. 공중을 걷고 있는데 육지를 걷는 것만큼이나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네놈이 김혁진이렷다?”
“그렇습니다, 어르신.”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눈치인데.”
“검황. 단천우 어르신 아니십니까?”
단천우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뒤덮고 있는 이 먹구름과 뇌전이 그 증거였다.
“내가 네놈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겠지.”
“그렇습니다.”
단천학으로부터 단천우에 대해 들었다. 단천학을 대할 때와 단천우를 대할 때는 달라야 한다. 단천학을 상대할 때 변화구가 필요했다면, 단천우를 상대할 때는 직구가 유효하다.
원래 생각했던 것을 숨김없이 그대로 말했다.
“어르신께서 저를 만나러 오시리라 확신했습니다.”
“무어라?”
“단천학 어르신께서 계속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르신께서 저를 눈 여겨 보고 있다고. 제가 오기를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걸 알았다면 네놈이 나를 찾아오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느냐?”
이렇게 말할 것이라 예상했다.
“경복궁의 왕도가. 아직 제게 너무 버겁기 때문입니다.”
근정전으로 향하는 왕도. 그 곳은 김혁진에게는 너무 벅차다. 고수 구간에서도 제대로 클리어된 적이 없는 곳이다. 아무리 도화지와 만년필. 그리고 섬김의 탐험가가 돕더라도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제 목적은 어르신을 만나는 것이었으니. 저는 지금 그 목적을 훌륭하게 이룬 셈입니다.”
“나를 귀찮게 하였으니, 그 값은 받아내야할 것이다.”
벼락이 내려쳤다. 김혁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김혁진의 양팔이 툭! 툭! 하고 땅에 떨어졌다. 김혁진은 비명을 꾹 참았다. 대신 신연서가 비명을 질렀다.
“대장!”
신연서가 황급히 아수라를 꺼내들었다. 그 때. 신연서에게 알림이 들렸다.
[‘천마산의 진주’가 경고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수호력을 소모합니다.]신연서를 향해 벼락이 내려쳤고,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힘이 신연서의 몸을 뒤덮었다.
콰직!
콰지지직!
신연서의 몸을 뒤덮은 미지의 힘 주위로 뇌전이 흘렀다. 두 팔이 떨어졌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은 김혁진은 깨달을 수 있었다.
‘방금 저 힘은 수호자의 힘.’
‘백안의 예언’이 만들어 놓은 수호필드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래서 한결 더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신연서를 보호한 것은 수호자의 힘이다. 아마도 천마산의 진주가 보여준 힘이리라.
‘수호자가 이렇게까지 간섭하기 위해서는 큰 페널티를 져야할 텐데.’
지금 천마산의 진주는 그 페널티를 감수하고서 신연서를 도운 것이다.
“연서. 너는 가만히 있어.”
“그, 그렇지만……!”
“우리가 무력으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애초에 무력으로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양팔이 사라진 상태.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제 친구에게 아량을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법 괜찮은 기도와 눈빛을 가졌구나.”
단천우는 신연서가 제법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그러나 내 앞에서 다시 한 번 검을 겨눈다면, 그 때에는 목이 떨어질 것이다. 한 번은 용서하겠다.”
김혁진이 은근슬쩍 걸음을 옮겼다. 신연서의 앞을 가로 막았다.
“제 죗값은 이걸로 모두 치러진 것입니까?”
“두 팔 정도면 만족할 수 있지.”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저를 죽이실 수 없을 테니까요.”
“내가 널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
“정확히는 죽이지 않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천우가 피식 웃었다. 꽤 길게 자라난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턱수염에서도 푸른색 뇌전이 방전을 일으켰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첫째로 제가 형님되시는 단천학님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어르신께서 저를 보고 싶어하셨기 때문입니다.”
김혁진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지금의 대화는 단천우와 하는 대화였지만 수호자들에게 하는 설명이기도 했다.
“검황께서 저를 보고싶어하셨다면 언제든지 저를 만나러 오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검황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근정전, 만년필, 도화지 등 여러 장치들을 도입했다.
“그러나 그냥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어떤 장벽이나 제약이 존재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형님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구나.”
검황 단천우는 못마땅한 것 같았다.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는데, 말을 자를 생각은 없어 보였다.
뭐랄까. 쌍둥이형 단천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단천학의 스타일에 약한 쌍둥이 동생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그 장벽을 깨부수기 위하여 검황께서는 큰 힘을 사용하셨을 것입니다.”
“그래. 공간을 부수고 나오느라 힘들었다. 그래서 네 팔을 잘랐지.”
“그 정도 큰 힘을 사용하시면서까지. 굳이 저를 만나러 오신 것은.”
김혁진이 단천우를 똑바로 쳐다봤다. 기세에 짓눌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원래 중국의 기인으로 알려져 있던 단천우다. 약한 모습을 싫어한다.
김혁진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돌리지 않고 곧바로 얘기했다.
“저를 만나야만 하는 이유가 있거나.”
그도 아니면,
“지금이 아니면 저를 만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적어도 그 두 가지 이유 중 하나가 아니라면, 단천우가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움직일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어쩌면 둘 다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지금 막대한 힘을 소모하신 채. 이곳에 나타나셨습니다.”
어떤 설정이 걸려 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그 설정을 부수고 나오기 위해 검황은 많은 힘을 썼다.
“저는 그 것을 일컬어, 설정값을 소모했다고 표현합니다. 다시 말해, 어르신께서는 설정값을 소모하면서까지 저를 만나러 오셨고, 그 상태에서 저를 죽여 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본전이 아까워서라도요.”
검황 단천우도 김혁진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말하는 꼬라지가 우리 형님을 빼다박았구나. 아주 불쾌해.”
검황은 매우 기분이 나빠 보였지만 더 이상 김혁진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다. 얼굴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짜증이 다 묻어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난 우리 형님 같은 인간이 제일 싫단 말이야. 맞는 말만 골라 해서 죽여 버릴 수도 없고.”
적어도 맞는 말을 하면 죽이지는 않는다는 소리인 듯했다.
“그래도 제가 마음에 안 드셨다면 죽이셨겠지요.”
“그 말도 맞다.”
학사 단천학보다 검황 단천우와 대화하는 것이 훨씬 쉽게 느껴졌다. 가진바 힘은 검황이 더 뛰어날 수 있지만, 검황과의 대화는 약간 순박한 어린아이와 대화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어르신께서 정말로 저를 만나러 오셨다면. 저는 그 이유가 제 몸과 검에 대한 재능때문이라고 짐작했습니다.”
“틀리지 않은 분석이다.”
“학사 단천학께서는 반기명이라는 훌륭한 제자를 거두셨습니다. 따라서 검황께서도 훌륭한 제자를 기르고 싶다고 생각하시리라 생각했습니다.”
신연서와 계속해서 대련하면서 깨달았다. 김혁진 자신의 ‘검에 대한 재능’은 결코 신연서에 밀리지 않는다. 제대로 된 검술이나 스킬 없이도 신연서와 거의 대등하게 맞서거나 오히려 앞섰다. 스탯빨을 감안하고서라도 말이다. 그래서 자신감을 가졌다.
“어르신께서는 저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아주 뛰어난 무골이구나. 만 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하는.”
“제가 약속드리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반기명에게 밀릴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단천우와의 대화는 쉬웠다. 단천우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금방 깨달았다. 단천우는 후계자를 원했다. 형인 단천학의 후계자를 뛰어넘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후계자를.
‘말하자면 형인 단천학이 동생에게 나를 양보한 셈인데.’
동생인 단천우에게는 그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김혁진은 단천우의 마음을 쉽게 읽었다. 단천학보다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해서 편했다.
“그리고 저는 소모된 설정값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 것 같습니다.”
“설정값을 회복시킬 수 있다?”
막대한 설정값을 소모한 단천우에게 있어서 이것은 귀가 뜨일만한 정보였다.
“네.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확실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딜을 했다가는 제 목숨이 위태로울 테니까요. 그러나 희망은 분명히 있습니다.”
어쩌면 단천학이나 단천우 같은,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절대자들은 이 ‘설정값‘이라는 것을 모두 소모해버리면 소멸하는 존재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단천우가 이렇게 극적으로 반응할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거짓말은 아니다. ‘백금천년초’를 섭취하는 과정에서 대충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제게 검술을 가르쳐주십시오.”
지금 당장. 가장 먹음직스런 떡밥을 다시 던졌다.
“제가 반기명을 뛰어넘어 보이겠습니다.”
“그럴 수 있겠느냐?”
“그렇습니다.”
“아주 듣기 좋은 말이구나. 안 그래도 형님이 워낙에 약을 올려놔서 말이지.”
저 형제는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구슬리기는 참 좋았다.
“그러나 너는 아직 너무 부족하다. 내 기운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뇌기…… 라 짐작됩니다.”
뇌기(雷氣)를 바탕으로 한 검술이라 생각했다.
“정확하다. 뇌기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아느냐?”
“무엇보다 강맹한 파괴력이 장점이지만, 그 강맹한 파괴력이 시전자 본인의 몸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정확하다. 오른 손을 줘보거라.”
김혁진은 무의식적으로 오른 손을 내밀었다.
‘어?’
언제부터?
‘팔이 붙어 있네.’
팔이 잘려나간 흔적조차 없었다.
사실 김혁진은 실제로 팔이 잘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와 거의 똑같은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느껴지는 고통도 진짜였고, 땅에 떨어진 팔도 진짜였다. 그러나 ‘설정값을 소모해 가면서까지 이곳에 찾아온 검황’이 굳이 팔을 자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일종의 확신이었다.
단천우가 껄껄 웃었다.
“네놈이 확신에 차있지 않았더라면 팔은 영영 잘려있었을 것이다. 네놈의 심지가 매우 굳건하구나. 몸은 멀었지만 정신이 마음에 든다. 아주 마음에 들어.”
단천우는 김혁진의 오른손목을 잡았다. 한의사들이 맥을 짚듯, 김혁진의 맥박을 느꼈다.
“네놈은 뇌황검의 단 1초식이라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네놈이 배우기에는 너무 파괴적인 검술이야.”
단천우가 허공에 대고 말했다.
“그럼 이쯤에서, 이놈에게 퀘스트 하나 정도는 날려줘야 하지 않겠나? 아주 즐거운 콘텐츠가 될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러자 놀랍게도 메시지가 들려왔다.
[‘푸른뇌전의 나팔수’가 퀘스트를 제안합니다.]김혁진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흐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