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42)
#재능만렙 플레이어 342화
김혁진은 플레이 이래로 줄곧 ‘무명의 관찰자’에 대해서 생각해 왔다.
그는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왜 일전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수많은 생각을 해왔다. 수호자에 대해 파악을 해야만 그에 맞는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수호자들은 비교적 성향이 뚜렷하여 ‘타겟팅’을 정확하게 할 수 있었는데, 무명의 관찰자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늘 메시지를 보내지만 내용은 변화가 거의 없었어.’
무명의 관찰자는 늘 ‘관찰한다’라는 내용만을 보냈다. 어떤 상황에서는 ‘심도있게’ 혹은 ‘주의깊게’ 관찰한다는 메시지를 보냈었다. 가끔은 그러한 메시지들이 권태롭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 이유를 알겠네.’
무명안을 경험해보니 알겠다. 무명의 관찰자. 그는 이 세계의 모든 히든피스와 시나리오를 알고 있다. 알려고 아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이면 보이는 것 같다.
‘모든 것을 죄다 알고 있으니까…… 재미가 없는 거야.’
다른 수호자들은 재미있다. 흥미롭다. 즐겁다. 이러한 표현을 종종 보낸다.
그러나 무명의 관찰자는 그러한 경우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플레이 초창기를 제외하면 ‘관찰한다’ 외에 다른 내용을 보낸 적이 거의 없었다.
김혁진은 순간 부끄러웠다.
‘내가 머리를 엄청나게 굴려서 이런 저런 시나리오를 따내고 히든 피스를 얻어내고 했던 것들 조차도, 무명의 관찰자에게는 지극히 당연하기 짝이 없는 것이겠지.’
갑자기 선화가 떠올랐다. 선화는 ‘그냥 딱 보면 다 알잖아요’라고 대답했었다. 무명의 관찰자도 그러한 존재다. 선화보다 훨씬 더 초월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말이다.
‘무명의 관찰자를 상대할 때에는 전략을 바꿔야 해.’
더 나은 플레이. 더 좋은 플레이. 그런 것은 의미가 없다. 무명안으로 경험했듯, ‘최고의 플레이’는 무명안으로 보면 다 보인다. 모든 길이 다 보이는 치트키를 이미 소유하고 있는데, 여기서 ‘최고’를 보여줘 봤자 의미가 없다.
‘잘 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는 걸로 보여야겠네.’
대부분의 수호자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좋아한다. 각 수호자의 성향에 맞추어 플레이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무명의 관찰자의 경우. 잘하는 것보다는 열심히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니까. 가끔은 예상치 못한 허접한 실수도 해줘야 하고.’
세상의 문물에 비유한다면 무명의 관찰자는 완벽한 AI에 가깝다. 정해진 알고리즘 내에서, AI는 실수하지 않는다. 그런 AI의 입장에서 변수를 만들어내야 한다.
’의도된 실수. 완벽한 AI는 해내지 못하는 그런 것.’
AI입장에서는 계산할 수 없는 실수 말이다. 그러한 것들이 무명의 관찰자를 즐겁게 만들 것이다. 타겟팅을 확실히 할 수 있겠다.
‘무명의 관찰자를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은 안 것 같아.’
생각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3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10초 뒤 안전지대가 해제됩니다.]김혁진은 뒤를 힐끗 쳐다보았다. 라오위는 숨을 죽인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감각안으로 살펴보니 특수한 힘이 라오위를 지키고 있었다. 양치기 소년이 소모한 수호력이겠지.
‘이 시간동안 라오위는 침묵을 지켰다.’
이건 무언으로 말해주고 있는 거다.
-지금 나는 꿍꿍이가 있으니 알아서 알아차리십시오.
-양치기 소년이 뒷통수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대비하십시오.
보통의 경우였다면 1차 클리어가 진행 되었을 때 다가와서 질문을 했을 거다. 그도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클리어에 공헌을 끼치려고 할 거다.
라오위는 지금 의도된 행동을 하고 있다. 2차 클리어가 진행되고 나면 라오위는 분명 뒷통수(?)를 칠 것이다. 양치기 소년과 함께.
김혁진은 마음속으로만 피식 웃었다. 라오위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괜히 바쁜 척했다. 입으로는 의미없는 말들을 중얼 거렸다.
“1차 클리어는 완료. 무명안의 활성화 시간은 아직 조금 여유가 있고 언덕의 꼭대기와…….”
마치 굉장히 바쁜 계산을 하는 것처럼 보이리라. 라오위와 대화하지 않는 이 상황을 이상하지 않게 연출했다.
그리고서 언덕 꼭대기로 향했다. 중계하던 세니아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혼잣말로 저렇게 생각을 떠드는 타입은 아닙니다만.’
왜일까.
‘3분의 안전지대 선포시간 동안, 어째서 꼭대기로 향하지 않은 것입니까?’
괜히 3분의 안전지대가 선포된 것이 아닐 텐데. 왜 그랬을까. 효율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김혁진인데 말이다.
쇼비도비가 퐁!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챙! 챙!
가위질을 열심히 했다.
플레이어들에게는 들리지 않게, 중간 관리자들끼리 대화했다.
-그렇지! 세니아! 지금 너 의문 품었지?
-그렇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영상을 한 번 끊고, 두 번으로 나눠서 업로드해야겠네.
챙! 챙!
가위질하며 영감을 떠올렸다.
-저놈이 왜 효율적인 플레이를 버리고 저 짓을 하고 있을까? 근데 나도 궁금하네.
은신한 상태로 김혁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김혁진의 얼굴 이모저모를 뜯어 보았다.
-진짜 신기한 놈이란 말이야. 이 정도면 전 차원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유망주 아닌가?
그랬다가 쇼비도비는 흠칫 놀랐다. 허공에 우뚝 멈춰섰다. 쇼비도비의 가위날에 땀방울이 생성되었다가 바닥에 뚝뚝 흘러 내렸다.
세니아가 가까이 다가왔다.
-왜 그러십니까?
-방금 봤어?
-무엇을 말입니까?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잘못 봤나봐.
잘못봤다고 말을 하고는 있으나 쇼비도니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방금 쟤, 분명 나를 피해서 움직였는데?’
눈앞에 있는 자신을 피하는 것 같은 모양새를 보였었다.
플레이어의 눈에 보일 리가 없는데. 그런데 자신을 피해서 자연스레 움직였다.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지금은 편집자로 전향했지만 쇼비도비도 한때는 중간 관리자였다. 중간 관리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말이 있다.
-은신한 중간 관리자를 알아볼 수 있는 플레이어는, 머지않아 중간 관리자를 살해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부 수호자들에게 있어서, 중간 관리자 살해는 마약과도 같은 콘텐츠이다.
그 일부 수호자들은 중간 관리자 살해라는 콘텐츠에 미치광이처럼 집착하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플레이어에게 어마어마한 수호력을 소모하는 미친 짓도 한다고 했다.
쇼비도비가 세니아 뒤를 따랐다.
‘수호자들에게 알려서 좋을 게 없지.’
하지만 중계를 끝낸 뒤. 세니아에게는 따로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 *
김혁진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역시…… 체력소모가 어마어마하네.’
온몸이 땀범벅. 호흡은 거칠었다. ‘무명안’은 확실히 어마어마한 체력 소모를 동반하는 권능이었다. 아직 자신의 격에 맞지 않는 능력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도 이 신세계를 경험한 것이, 자신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보는 것과 경험해보지 못하는 건 큰 차이가 있으니까.
어찌어찌 언덕의 꼭대기로 올라왔다. 꼭대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번개가 쉴 새 없이 내려쳤다. 김혁진은 겨우 반보씩 움직이면서 번개를 굉장히 쉽게 피해냈다. 번개를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무명안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 뿐.
“헉, 헉…….”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누가 봐도 힘들어 보였다. 실제로 힘들었다. 체력은 동이 났고 까딱 잘못하면 쓰러질 것 같았다. 세니아는 답답했다.
‘클리어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심지어 중간 관리자의 매뉴얼에도 없는, 말도 안 되는 클리어 방법을 보여준 김혁진이다.
수호자들에게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저건 분명히 ‘무명안’의 힘이리라 추측했다.
그런 김혁진이 왜 클리어를 진행하지 않고 저기서 저렇게 시간을 버리고 있는 것일까. 막대한 체력 소모까지 병행해 가면서.
김혁진이 뇌광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속으로 숫자를 셌다.
‘셋.’
그와 동시에 번쩍!
김혁진 바로 옆에 번개가 떨어졌다.
콰지직!
푸른 뇌전의 언덕. 그라포스의 뇌전이 주변을 타고 흘렀다. 김혁진의 발끝에 찌릿찌릿한 감각이 파고들었다.
‘둘.’
또다시 번개가 내리쳤다. 뇌광석 바로 옆.
‘하나.’
번개가 내리쳤다. 이번에도 뇌광석 바로 옆이었다. 뇌광석 양 옆에 두 개의 흔적이 남았다. 아직도 바닥에는 푸른색의 뇌전이 넘실넘실 흐르는 중.
‘내리친다.’
그리고 마지막 번개. 그것이 뇌광석에 정확히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남아 있던 푸른색 뇌전의 잔존물이 뇌광석을 덮었다.
콰지지직!
뇌광석이 뇌전을 머금었다.
뇌광석으로부터 푸른빛 뇌전이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푸른 빛 기둥이 생성되는 것 같았다. 보랏빛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순간. 땅을 향해 떨어지던 뇌전이 멈췄다.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졌다.
[2차 클리어가 완료되었습니다.]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이곳에는 수많은 클리어 방법이 존재하지만, 그 모든 방법들 중에서도 지금 것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다.
구멍 난 하늘에서 ‘뇌신지체의 서’가 천천히 내려왔다. 그것은 김혁진의 바로 앞까지 내려왔다. 김혁진이 손을 내밀었다.
‘윽.’
따가웠다. 뇌신지체의 서가 품고 있는 뇌기가 김혁진의 손을 따갑게 만들었다. 마치 정전기가 일어난 것처럼 김혁진을 손을 뗐다가 다시 잡았다. 꽤 저항이 있었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뇌신지체(雷神之體)의 서(書)를 획득하였습니다.]이곳의 목표를 이루었다. 무명안이라는 치트키 덕분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너무나 쉬웠다. 솔직히 이렇게 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알림이 이어졌다.
[퀘스트. ‘뇌전의 언덕’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그라포스 지도’를 획득하였습니다.] [‘뇌전의 언덕’을 탈출합니다.]뇌전의 언덕을 탈출했다. 그런데 원래 있던 구곡교 초입이 아니었다. 보통 한 필드를 클리어하고 나오면, 필드로 이동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은 초원이었다. 푸른 초원.
라오위가 말했다.
“이렇게 당신과 싸우게 된 것이 유감스럽네요.”
“…….”
김혁진은 아직 체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아직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중이다.
“저는 수호자의 직접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퀘스트의 이름은 ‘테이머의 복수’였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사실 최초의 PVP 상대를 찾아가 죽이라는 내용이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나를 죽이겠다는 뜻입니까?”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도 플레이어니까.”
플레이어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네.’
라오위도 라오위 나름대로 계속 힌트를 줬다. 그리고 라오위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김혁진 자신을 죽이려고 할 것이다. 그래야 양치기 소년이 만족할 테니까.
라오위가 말했다.
“마지막 배려를 하겠습니다.”
“이 판국에?”
“제가 소환할 소환수는 노랑새입니다. 번개를 먹고 자란 아이라 전격계 공격은 전혀 소용이 없을 겁니다. 뇌신지체의 서를 사용해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뜻이죠.”
김혁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얼핏 보면 낙담 혹은 절망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전략은 정확히 먹혀 들어갔다. 오랜만에 알림이 들려왔다.
[‘양치기 소년‘이 당신을 조롱합니다.]둘이 암묵적으로 그려온 판. 김혁진이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그 조롱이 네 유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