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43)
#재능만렙 플레이어 343화
몇 분 전. 1차 클리어 직후.
김혁진에게는 3분의 여유시간이 주어졌으나 언덕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그것이 가장 편하고 쉬운 클리어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는 ‘무명안’으로 라오위를 해석했다. 그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양치기 소년은 지금 라오위에게 모든 걸 쏟아붓고 있다.’
청동피뢰침. 저 것의 능력만으로는 라오위를 지켜줄 수 없다.
뇌전의 언덕. 그라포스에서 내려치는 번개는, 일반적인 플레이어의 몸으로는 견딜 수 없는 자연재해였으니까. 수호력을 소모해서 라오위를 지켜주고 있다.
‘수호력이…… 조금은 보인다.’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무명안이 양치기 소년에 대해서도 읽었다.
물론 이 필드를 해석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정확하게 다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양치기 소년’은 플레이어인 자신보다 상위의 존재였고, 아무리 무명안이라 할지라도 현재 김혁진의 능력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초월자였다. 그래서 ‘수호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수호자가 가진 수호력’에 집중했다.
‘양치기 소년은 인정사정없이 수호력을 쏟아붓고 있어.’
라오위를 지키기 위해서. 정확히 말하면 멀쩡한 라오위가 김혁진 자신을 공격하게 만들기 위해서.
’라오위가 받은 퀘스트도 진짜고.’
김혁진을 죽이라는 퀘스트도 진짜. 그리고 검림과 관련이 있는 ‘정체모를 붉은 보석’ 퀘스트도 진짜. 모두가 진짜다. 라오위가 최선을 다하려는 것도 진짜.
‘내가 잘만 연출하면…….’
그러면 ‘양치기 소년’은 모든 수호력을 소모할 것이다. 무명안에 보인다. 모든 수호력을 소모한 수호자는 그대로 소멸한다. 모든 힘을 잃고서. 라오위와의 계약도 끊어질 것이다.
그래서 자신 있었다.
-그 조롱이 네 유언이 될 것이다.
그 것은 아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김혁진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손바닥 크기의 작은 새가 보였다. 번개를 먹고 자랐다고 말해준 노랑새.
노랑새가 부리를 벌렸다. 그 안에 전격계 마나가 느껴졌다.
‘파괴력이 상당하네.’
지금은 무명안을 사용할 수 없다. 그라포스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괜찮았다.
‘그라포스의 번개에 비교하면 애교 수준.’
무명안은 사용할 수 없지만 감각안은 사용할 수 있다. 감각안에 저 전격계 공격의 궤도가 보였다. 노랑새가 작은 번개를 쏘아냈다. 일직선의 공격이었다. 김혁진이 몸을 뒤틀어 공격을 피해냈다.
라오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격은 한 번으로 끝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부리. 그리고 부리 양옆에 세 개의 점이 생성되었다. 그 세 개의 노란 점이 조금씩 커졌다. 아까처럼 전격계 마나를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완벽한 생로는 보이지 않는다.’
체력이 온전한 상태라면 모를까. 김혁진도 지금은 많이 지쳤다. 세 가닥 번개 중 한 가닥 정도는 맞아주기로 했다.
‘저 왼쪽 것. 저걸 맞고 전진.’
라오위도 김혁진의 생각을 읽었다. 내색하지는 않았다. 노랑새가 세 개의 번개를 쏘아냈다.
김혁진이 허리를 숙였다. 표범처럼 상체를 웅크렸다가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이형환위는 사용하지 않았다. 공간을 점하고 있는 번개 공격이다. 이형환위는 점에서 점이 아닌 선으로 이동하는 이동술. 번개 공격을 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체력도 부족했고.
김혁진은 아이템 하나를 착용했다.
[‘피뢰갑’을 착용하였습니다.]푸른빛의 결계가 선물해준 피뢰갑이었다. 김혁진이 굳이 육성으로 말했다.
“피뢰갑.”
은신 상태로 상황을 중계하는 세니아가 그 말을 들었다. 이미 김혁진과 모든 얘기는 끝내 놓았다. 피뢰갑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촬영해 놓았다.
김혁진이 그린 판대로 모든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고, 세니아 자신은 그에 맞추어 연출하면 된다.
세니아가 간단하게 설명했다.
“피뢰갑은 푸른빛의 결계께서 선물해 주신 아이템으로서, 전격계 공격을 흘려내는 효과를 가진 갑옷형 아이템입니다. 전격계 공격과 관련하여 뛰어난 방어력을 보이지만 무게가 무겁다는 단점이 있고, 내구력이 약해 오래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쇼비도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진짜로 이게 이렇게 되네.’
저놈은 분명 중간관리자를 죽일 수 있는 플레이어로 성장할 떡잎이 보인다. 지금 이 상황만 봐도 놀라웠다.
‘저 자식은 분명히 이 상황이 벌어질 걸 예측했어.’
그래서 수호자들로부터 받았던 모든 아이템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라포스라는 위험한 필드에서 하나 정도는 사용할 법한데.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수호자들에게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지도 않았다. 다만, 설명과 관련한 영상을 미리 준비해 놨었다.
‘플레이어 주제에…….’
챙! 챙! 챙!
가위질을 열심히 했다. 김혁진을 보며 놀라움. 그리고 일종의 두려움이 일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큰 것은 희열이었다.
예술자로서의 희열. 편집자로서의 기쁨.
이것은 마약과도 같았다. 김혁진을 보니 황홀했다. 연출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걸 갖춰야 할지, 그것을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느낌이었다.
희열에 벅차올라 혼자서 외쳤다.
“이것이 바로 제네럴-킹-갓-코리안-연출 스타일!”
물론 이 목소리는 플레이어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중간 관리자인 세니아에게만 들리는 목소리였다.
세니아는 쇼비도비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수호자에게도 전달되지 않는 말이다. 그야말로 혼잣말.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쇼비도비는 가끔 영감이 떠오르면 저런 추태를 보일 때가 있으니까. 사실 개인 성향이야 어찌됐든 비즈니스만(편집만) 잘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김혁진과 라오위의 예상대로. 김혁진이 노랑새의 번개를 얻어맞았다. ‘푸른빛의 결계’가 선물해준 피뢰갑은 그 역할을 잘해주었다.
‘따끔하네.’
그러나 큰 피해는 없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김혁진이 노랑새를 붙잡으려 했다.
파드득!
그러나 잡지 못했다. 노랑새가 하늘로 날아올랐기 때문이다. 노랑새는 생각보다 훨씬 민첩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방.
노랑새는 빨랐다. 공격과 이동이 굉장히 자연스레 이어졌다. 노랑새를 컨트롤하는 라오위의 실력도 인정해줘야 할 정도였다.
[‘피뢰갑’이 파괴되었습니다.]내구도가 모두 떨어진 피뢰갑이 파괴되었다. 김혁진이 헉! 헉!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라오위의 이마에는 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아직까지는 라오위의 우세였다.
라오위가 말했다.
“그냥 항복하시면 편하게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소리.”
누가 봐도. 김혁진은 분한 것처럼 보였다. 김혁진이 말했다.
“너는 절대로 날 못 죽여.”
“어째서죠? 지금 저는 노랑새를 한 마리밖에 소환하지 않았습니다. 테이머의 강점은 많은 소환수들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죠.”
김혁진이 의도된 웃음을 보여주었다. 피식 웃었다. 그리고서 인벤토리에서 ‘용환’을 꺼내들었다. 이 것은 ‘천마산의 진주’가 선물한 ‘내단’이었다.
“이건 용환이라고 한다.”
“용환? 그게 뭐죠?”
“내가 배신자인 널 잡아 족치지 못한 이유는, 내가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야.”
“…….”
“용환은 내 체력을 50프로 수준까지 한 번에 회복시켜 주는 알약이다.”
김혁진이 용환을 삼켰다. 용환은 꽤 딱딱했다. 꽈득. 꽈득. 씹어 먹었다.
몸에 푸른빛 마나가 스며들었다. 마나 소용돌이가 그의 몸을 잠시 감쌌다가 사라졌다. 김혁진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라오위는 예상치 못한 듯했다.
“이런…….”
그 순간. 김혁진은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양치기 소년이 또 수호력을 소모하겠지.’
체력이 반절 가량 회복된 상태.
이 상태에서 PVP를 했을 때, 승자는 누가 될까? 예측은 어렵지 않다. 양치기 소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만두기에는 아까울 것이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그 때야말로 사람이 미치는 법 아니겠는가. 양치기 소년도 마찬가지라 판단했다.
“어쩔 수 없이. 저도 두 마리로 갑니다.”
한 마리의 노랑새가 더 생성되었다.
“왜 애초에 두 마리를 소환하지 않았지?”
“영업기밀이요.”
기밀이랄 것도 없다. 보나마나. 지금 양치기 소년이 수호력을 잔뜩 썼기 때문이다. 피뢰갑이 파괴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봤다. 그러니까 전격계 공격이 유효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좋아. 수호력을 펑펑 써대는구나.’
또다시 공방이 이어졌다. 체력이 회복되었다지만 라오위는 강한 상대였다. 노랑새 한 마리가 라오위를 수호하고, 또 한 마리가 김혁진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공, 수가 나뉘어져 있으니 공략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두 마리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 두 배의 전력이 아닌 서너 배의 전력이 증강된 것 같았다.
라오위도 조금은 지친 것 같았다.
“곧 끝입니다.”
노랑새 한마리의 몸에서 노란빛이 뿜어져 나왔다. 김혁진은 느낄 수 있었다. 저 한 마리가 자폭을 준비하고 있다.
‘자폭은 위험하다.’
실제로 라오위는 지금 이 순간. 진심으로 김혁진을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야 양치기 소년을 속일 수 있으니까. 아주 약간이라도 김혁진의 사정을 봐주는 순간, 양치기 소년은 라오위 자신을 의심할 것이다.
‘김혁진. 당신은 이 상황을 모두 염두에 뒀을 거고.’
김혁진을 믿기로 했다.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잘 가세요. 뇌신지체의 서는 제가 가져가죠. 대신 무덤에 꽃은 놓아드리겠습니다.”
“…….”
노랑새가 김혁진의 가슴속에 안겨들었다. 곧 폭발할 것 같았다. 김혁진은 몸이 찌릿찌릿함을 느꼈다. 온 몸의 신경이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 아니야.’
아직 견뎌야 한다. 손과 발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온 몸이 경련했다. 심장이 비정상인 리듬으로 뛰었다.
‘아직.’
앞으로 3초.
2초.
1초.
‘지금이다.’
특수 스킬. 흡수를 사용했다. 아이템을 융화시켜 얻어낸 능력.
──────────
[흡수(吸收)]0.5초 동안 모든 물리 데미지를 흡수합니다. 흡수한 데미지는 H/P로 전환 됩니다.
쿨타임 : 24시간
──────────
‘폭발’은 분명 물리적인 현상이고 이것은 물리 데미지로 설정되어 있다. 단,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야 했다.
0.5초. 그 찰나의 순간 김혁진은 온몸에 활력이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용환’은 미끼였다. 더 이상 내보일 패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그리고 자폭의 순간. ‘흡수’를 사용해서 H/P를 회복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체력 자체가 모두 회복된 건 아니었다. 생명력이라 할 수 있는 H/P는 차올랐지만 여전히 지친 상태.
라오위가 말했다.
“그런 능력이라니. 놀랍네요. 솔직히 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
“그러나 그 정도 능력이라면 긴 쿨타임이 존재하겠죠. 체력은 모두 소진한 상태인데 몸뚱이만 멀쩡해져서 뭘 하겠습니까“?
“그러기에는 너도 많이 지친 것 같은데.”
둘 다 지친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더 불리해진 쪽은 라오위였다. 맨 처음에는 김혁진만 지쳐 있었다. 지금은 라오위도 함께 지쳐있는 상황이다.
‘더. 더. 더. 많은 수호력을 소모해라.’
양치기 소년은 이제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대놓고 ‘조롱’의 메시지까지 보냈었다. 여기서 그만둔다? 양치기 소년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김혁진의 생각대로였다. 노랑새가 빛으로 변했다. 한 줄기 번개처럼 변하여 라오위의 몸에 흡수되었다.
“전 체력까지 모두 회복했네요. 노랑새를 희생시킨 건 아깝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이 아닌 것 같은데.”
“비밀입니다.”
이 역시 양치기 소년의 간섭이 있었을 거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많은 수호력을 소모했다.’
그림은 거의 완성되었다. 라오위가 또 한 마리의 몬스터를 소환했다. 반인반우. 상체는 인간. 하체는 소의 형태를 하고 있고, 커다란 창을 들고 있는 몬스터였다.
“제가 가장 아끼는 녀석입니다. 한 번 싸워보시죠.”
이건 힌트였다. ‘가장 아끼고 있다’라는 힌트. 이제 더 이상 숨기는 게 없다. 가장 아끼는 패를 내보였고, 이제는 더 이상 숨겨진 패가 없다. 여기서는 승부수를 걸어도 좋다는 라오위의 힌트.
그래서 김혁진도 아이템을 꺼냈다.
“나도 가장 아꼈던 거 꺼내려고.”
“그게 무엇입니까?”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나랑 각서 썼던 거. 기억하지?”
라오위가 직접 썼던 각서. 그리고 저울의 아낙네가 줬던 선물. ‘약자의 판결문’을 꺼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