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45)
#재능만렙 플레이어 345화
월영교.
커다란 호수인 안동호에 놓인 목책교. 길이 387m. 너비 3.6m. 한국에서 가장 긴 목책 인도교이며 다리 한가운데는 월영전이라는 정자가 위치하고 있다. 김혁진은 그 곳에서 예상치 못했던 인물과 마주쳤다.
‘많이 어리긴 하지만……. 분명히 뇌제 등평이야.’
10년 후. 혜성같이 등장해 세계를 들썩였던 인물. 한국과 중국의 서버 대항전에서 엄청난 위명을 날리게 될 인물이다. 아마도 등장의 임팩트만 놓고 보면 등평을 능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단기간 명성을 얻은 랭커.’
지금은 1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감각안으로 등평에 대해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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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이름 : 등평
나이 : 14
레벨 : 30
클래스 : 전사
클래스 특이 사항 : –
칭호 : [썬더의 친구]
수호자 : 푸른 뇌전의 나팔수
고유 능력 : –
상태 : 슬픔/절실
성향 : 비관/부정/나약
요약 :
1) 친구를 찾고 있는 히키코모리.
2) 인간이 두려운 인간 공포증 환자.
+ 성향 및 특징/요약은 대표적인 몇 가지가 드러나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 각 항목에 대한 상세 정보 열람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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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은 너무나 의아한 결과에 등평을 또 쳐다보고 말았다.
‘레벨이 겨우 30?’
이 시기에 등평이 활동했었다는 것은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플레이 초창기부터 내공을 쌓아오지 않았다면, 10년 뒤 그 정도의 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을 테니까.
‘레벨이 낮은 건 그렇다 치고……. 클래스도 너무 평이한데.’
보통 미래의 랭커들은 특별한 클래스나 특수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김혁진이 만나본 랭커들은 모두 그랬다. 하나같이. 다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초창기에서부터 이미 뛰어났었다.
회귀하고 나서부터는 흔하게 보였던 ‘고유 능력’조차 보이지 않았다.
‘고유 능력도 없고.’
그런데 푸른 뇌전의 나팔수와 계약한 것은 맞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아무런 힘이 없어서 이런 별 볼일 없는 플레이어와 계약했다? 그건 아닐 것이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는 단천우의 말을 듣고서 특별한 필드인 ‘그라포스’를 열어주었고, 그를 통해 지금 자신이 이곳에 와 있다. 분명 힘이 있는 수호자다. 애초에 힘이 없었다면 10년 후의 등평을 만들어내지도 못했겠지.
등평은 고개를 푹 숙이고 월영전 밑. 안동호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요약을 다시 확인해봤다.
‘친구를 찾고 있는 히키코모리.’
히키코모리란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사전적으로는 외부와의 의사소통이 거의 없고 자기혐오 등의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지금 김혁진이 보는 등평의 모습이 그랬다. 어딘가 우울했고 지금 당장 다리 밑으로 뛰어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음습한 기운이 느껴졌다. 감각안을 통해 생생히 전해졌다.
‘친구를 찾고 있다라.’
김혁진이 가까이 다가갔다.
“안녕?”
저번에 많이 받아놓았던 통역구슬을 사용했다. 등평이 화들짝 놀랐다.
“아, 아, 안녕하세요.”
10년 후 한국 플레이어들을 도륙하던-PVP 혹은 GVG 필드에서-뇌제 등평은 이 자리에 없었다.
간단한 인사에도 화들짝 놀라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수줍은 소년만이 자리에 있을 뿐.
등평의 외모에는 크게 특별한 점이 없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중국인이었는데, 체격이 많이 왜소하고 말랐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길을 잃었어? 여기서 뭐하고 있어?”
“아…….”
그저 질문을 했을 뿐인데 등평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리고서 등평이 도망치듯 멀어졌다. 사람과의 대화가 많이 어려워 보였다. 김혁진이 인지부조화를 사용한 뒤, 곧바로 이형환위를 펼쳤다.
탁.
등평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으, 으악!”
등평이 화들짝 놀라며 넘어졌다. 바닥에 엉덩이를 찧었다.
“왜 도망가? 나한테 뭐 죄 지었어?”
“사, 살려주세요.”
“안 죽여.”
평범한 대화방식으로는 이 친구와 대화를 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노리고 있는 게 있을 건데.’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굳이 지도를 줬고, 그 지도를 통해 이곳에서 등평과 만나게 했으니까. 단순히 우연이라고 치부하지 않았다.
‘그게 뭐지?’
김혁진이 말했다.
“너. 친구를 찾고 있지?”
“그, 그, 그걸 어떻게?”
등평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김혁진과의 대화가 정말로 두려운 것처럼 보였다.
“그 친구가 인간은 아닐 거야.”
툭.
찔러봤는데 정확하게 먹혀들었다.
“그, 그걸 어떻게?”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인간과의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인간을 어려워하고 있으니까. 요약에서도 말해주고 있다. 인간 공포증 환자라고. 인간과 친구일 리 없다.
김혁진은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말로 대답했다.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저, 저를요?”
등평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싫어하는 것이 훤히 보였다. 인간과는 어떤 식으로든 엮이지 않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친구가 있거든. 김다롱.”
김다롱이 은신을 풀었다. 어깨 위에 앉은 김다롱이 어깨를 쭉- 펴고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등평을 내려다봤다. 마치 내가 너보다 강자다! 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등평이 물었다.
“테이머세요?”
등평이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었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낚았다.’
* * *
공감대 형성. 처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이후는 쉬웠다.
김혁진은 적색귀 안서희의 마음을 돌린 적도 있다. 등평의 표정에 좀 더 여유가 생겼다. ‘동물과 친구’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자, 일시적이나마 인간 공포증이 조금 옅어진 것 같았다.
김혁진은 살살 유도해가면서, 그렇지만 등평이 부담스럽지 않을 선에서 대화를 능숙하게 이어갔다. 때로는 달래주기도 하고 칭찬도 해줬다.
뜻하지 않게 메시지까지 들려왔다.
[‘원탁의 안개꽃’이 당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합니다.]아주 유명하고 권위있는 수호자는 아니지만 김혁진도 알고 있는 수호자였다. 보통 말로 무엇인가를 하는 클래스. 이를테면 연설가나 화류계열 클래스 플레이어들을 주로 후원하는 수호자였다.
‘성향은 중도. 적당히 이용하면 나쁠 것이 없는 수호자.’
원탁의 안개꽃은 ‘능숙한 대화‘에 희열을 느끼는 수호자인 듯했다. 김혁진은 너무 서두르지 않았다. 약 30분 정도. 월영교 근처에 마련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대부분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네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노랑새를 본 적이 있어.”
“정말요?”
김혁진이 손가락으로 다롱이의 배를 살살 긁었다.
“다람쥐 형태의 친구가 한 마리가 아니듯, 노랑새 역시 그 노랑새인지는 알 수 없어.”
“그렇겠죠.”
등평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애꿎은 바닥을 툭툭 발로 찼다. 분위기는 어둡기 그지없었으나 긴장은 많이 풀어졌다.
“내가 봤던 노랑새는 라오위에게 길들여져 있었어.”
등평은 라오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중국 내에서 굉장히 유명한 테이머이다. 아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라오위 님에게요?”
그 노랑새는 자폭으로 죽었다. 또 한 마리는 라오위의 체력을 위하여 희생되었다. 약간 반색하던 등평이 고개를 저었다.
“제 친구는 아닐 거예요. 노랑새는 평생 단 한 명의 인간하고만 친분관계를 맺거든요. 배신하지 않아요. 인간과 달리.”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그라포스 지도]를 획득했어.”
“그라포스가 뭔데요?”
푸른 뇌전의 나팔수와 관련이 있어서 운을 떼봤는데, 등평은 그라포스에 대해 모르는 것 같았다.
그때 수호자 메시지가 전해졌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의 퀘스트는 ‘그라포스의 지도’를 가진 자에 한하여 주어질 수 있습니다.]김혁진은 직감했다.
‘단순히 나를 위하여 이 판을 짠 게 아니다.’
‘석양의 거인’은 최애캐인 강상구를 위해 많은 것을 투자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경우라고 판단했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가장 아끼는 플레이어는 바로 등평이다. 등평을 위해 이 판을 준비했다. 그 장단에 잘만 맞춰주면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강상구때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김혁진은 퀘스트 제안을 받아들였다.
[퀘스트. ‘노랑새를 찾아서’가 활성화되었습니다.]내용은 간단했다. 등평의 하나뿐인 친구인 ‘노랑새’를 함께 찾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노랑새는 ‘그라포스’에 단서가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들어갔었던 그라포스와 이름이 같은 곳. 완전히 같은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완전히 같은 곳이라면 지나치게 위험하고,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등평을 들어가게 할 리는 없으니까.
대부분의 것이 같으나 위력이 많이 약화된 곳이라고 짐작했다.
“네 친구는 번개를 먹고 살지?”
“맞아요. 배가 많이 고프다고 했어요.”
심지어 새와 대화도 되는 모양이었다.
“노랑새는 배가 고팠어. 그래서 널 떠난 거야.”
“…….”
등평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자기가 잘 못해 줘서. 그래서 친구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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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죄책감에 찌든 히키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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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기 참 쉬웠다.
“너랑 더 오래있고 싶어서.”
“……네?”
“굶어죽으면 너와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없을 테니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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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기쁨을 되찾은 히키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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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요약이 변했다. 이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요약은 오랜만인 것 같았다.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단순하다고 해야 할지.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면서 마음의 빈틈을 만들었다. 그리고 쐐기를 박았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께서 내게 퀘스트를 내리셨어. 너와 함께 노랑새를 찾으라고.”
등평도 다짐했다.
“형이랑 같이 할게요.”
* * *
그라포스.
번개가 내리치는 언덕. 아마도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인위적으로 생성시킨 특수한 필드라고 짐작되는 곳.
‘중국에는 구곡교. 한국에서는 월영교인가.’
같은 이름의 필드가 두 개 이상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공굴’ 때 깨달았다.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월영교에서 그라포스의 지도를 활성화시키자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검은색으로 일렁거리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라포스로 들어가는 게이트는 입장 제한 설정이 부여되어 있었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와 계약을 맺은 플레이어만이 입장 가능합니다.] [단, ‘그라포스의 지도’를 활성화한 주체도 입장 가능합니다.]다시 말해, 김혁진과 등평만이 입장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이 정도면 우리 둘만 들어가라고 떠먹여주는 곳이네.’
김혁진은 지체하지 않고 먼저 발을 내딛었다. 등평도 용기를 냈다.
[‘그라포스’에 입장하였습니다.]처음 그라포스에 입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안전지대가 설정되었다. 번개가 쉴 새 없이 내리치는 곳. 김혁진은 감각안을 극도로 끌어 올렸다.
‘무명안은 없어.’
무명안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그렇지만 괜찮다. 이미 이곳을 한 번 경험해 봤고, 중국의 그라포스보다 이곳의 그라포스는 훨씬 난이도가 낮은 곳이다.
‘이미 나에 대해서 알고 있으니까.’
등평 혼자서 이곳에 보내지 않은 이유.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판단하기에 김혁진 자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면 내가 죽지 않을 정도의 난이도를 설정했겠지.’
최애캐인 등평을 위해서. 무명안이 없어도, 감각안과 신체능력만으로 충분히 ‘생로’를 찾아서 뚫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어……?’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잔뜩 주눅 들어 있던 등평이 이얏호! 소리를 내지르며 안전지대 밖으로 뛰쳐나갔다.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미친 사람처럼. 번개가 내리치는 들판을 향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