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59)
#재능만렙 플레이어 359화
살바레토는 충격이었다.
‘사실 미셸도 뛰어난 군주야.’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군주를 꼽자면 살바레토는 주저하지 않고 미셸을 꼽을 것이다.
특히 그녀가 이끄는 미셸사단은 길드 전력으로 보자면 가히 세계 최상위권이었다. 그런데 김혁진은 그 미셸을 훨씬 넘어서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넘어서는 수준이 아니라 압도했다.
‘군주 단일 클래스가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김혁진을 만날 때마다 충격을 많이 받았다. 아까 김혁진이 검은 불꽃에 휩싸였을 때는 포식자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아군인데도 두려울 정도였다. 진심으로 충격이었다.
그런데 살바레토에게 퀘스트가 주어졌다. 수호자인 ‘소음의 지휘자’로부터 전해진 퀘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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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戰神)의 발자취를 따라서]전신 아키스가 사용했었던 지휘봉을 찾으십시오. 형식적인 명칭은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이며 진명은 숨겨져 있는 아티팩트입니다.
제한 시간 :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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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을 찾으라는 퀘스트.
‘이게 뭔데?’
어디서 뭘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제한 시간이 겨우 15분이다.
벨라가 물었다.
“야, 뭔데? 왜 그래?”
“퀘스트가 주어졌다.”
말도 안 되는 퀘스트다. 단서가 하나도 없는데 제한 시간이 15분.
“개…… 놀라운 퀘스트네.”
개 같은 퀘스트네. 이렇게 말할 뻔했다. 벨라는 겨우 말을 바꿨다.
수호자가 직접 준 퀘스트다. 함부로 말했다가는 좋은 꼴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살바레토가 말했다.
“제약이 엄청 걸려 있어. 정보도 제한되어 있고.”
“클리어하기 거의 불가능하겠는데?”
왜 이렇게까지 요상한 제약들이 걸려있는 건지는 알 길 없지만, 벨라가 킥킥대고 웃었다.
어쨌든 이 퀘스트는 클리어하라고 만들어놓은 퀘스트는 아닌 것 같았다.
“어차피 불가능한 거면 김혁진한테 물어보기라도 하든지.”
“김혁진 씨라고 알겠어?”
“혹시 아냐? 그 괴물 같은 녀석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잖아. 전화해 봐. 번호 몰라?”
그런데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살바레토와 벨라는 눈을 마주쳤다.
‘설마?’
‘이 타이밍 뭔데?’
이 타이밍에 하필이면 김혁진에게 연락이 왔다. 살바레토는 거기서 직감할 수 있었다.
‘이거. 김혁진과 관련이 있겠구나.’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김혁진이 저 멀리서 다가왔다. 살바레토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10분.
김혁진이 말했다.
“멀리 안 가서 다행이네요.”
김혁진은 감각안으로 살바레토의 상태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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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흥분/놀라움/기대
요약 : 클리어 불가능한 퀘스트의 클리어를 꿈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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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의 예상대로 살바레토 역시 퀘스트를 받은 것 같다.
“제 생각에는 살바레토 씨 역시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남은 시간은 이제 9분. 살바레토는 너무 급하게 다가가지는 않기로 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퀘스트가 주어진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살바레토 씨. 퀘스트 받았죠?”
“……맞습니다.”
‘감각안’의 존재를 모르는 살바레토는 김혁진이 가진 미지의 통찰력에 놀라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 퀘스트의 클리어를 돕겠습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성창 가노스를 원합니다.”
“……예?”
살바레토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방금 벨라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혹시 아냐? 그 괴물 같은 녀석이면 다 알지도 모르지.
정말로 괴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성창 가노스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알고 입을 연 건지 모르겠다.
이탈리아의 유명 정보상인인 피에트로는 물론이거니와 친구인 벨라조차도 모르는 ‘성창 가노스’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지금 성창 가노스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 다시 제안하죠.”
사실 김혁진은 그냥 떠보기만 한 것이었다. 실제로 지금 시점에 살바레토가 ‘성창 가노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잘 낚이네.’
일종의 낚시였는데 훌륭하게 걸려들었다.
“성창 가노스를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살바레토 씨가 돕는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군요.”
왜냐하면 과거, 살바레토는 스스로의 힘으로 성창 가노스를 획득하고 그것을 명인 페드로에게 선물했었다. 아주 유명한 일화였다.
살바레토는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은 이제 5분. 살바레토 역시 현재 상황을 토대로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연출을 해보려 했지만, 막상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제가 크게 손해 볼 건 없는 제안이군요.”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당신의 퀘스트.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한번 맞춰보죠.”
“…….”
“아티팩트를 하나 찾으라는 퀘스트가 주어졌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아티팩트죠?”
“그건.”
살바레토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김혁진의 입에서 과연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이라는 단어가 나올 것인가.
‘설마?’
그 설마가 맞았다.
“마에스트로의 지휘봉. 이 아티팩트의 진실한 주인을 찾아달라는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이 아티팩트의 주인은 살바레토 씨일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당신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아마도 상당히 많은 제약이 걸린 퀘스트가 주어졌을 거라 짐작합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어쩌면 많은 정보가 제한되어 있고, 최악의 경우 시간제한까지 걸려 있는 퀘스트겠죠.”
살바레토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통찰력입니까, 그도 아니면 특수한 스킬입니까?”
단 하나도 틀린 말이 없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세계나 수호자나. 참 열심히도 꼼수를 쓴다. 꼼수를 쓰려니 이렇게 제약이 많이 걸리는 거다.
“사실 살바레토 씨가 이 아이템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지. 제 나름대로 정말 많은 테스트와 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원래 이것을 선물 받았었으니까. 제게 선물해 주신 분에 대한 예의겠죠.”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럴 시간이 별로 없다고 짐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안목을 믿기로 했습니다.”
“…….”
“증명은 이후에 하세요. 아시겠습니까? 일단 아이템을 먼저 넘기겠습니다.”
살바레토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무슨 아티팩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려 ‘전신’이 사용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주겠다고 말하는 김혁진의 심리상태가 궁금했다. 그것도 심지어 그저 ‘안목’을 믿는단다.
이유가 정말로 비논리적이었다. 그래서 살바레토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의 주인공은 오로지 김혁진이다.’
이곳에는 세 명의 중계자와 세 명의 플레이어가 있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세니아와 김혁진이 받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이 무대의 진정한 주인공은 김혁진이었다. 살바레토 자신은 김혁진이 만들어낸 판 위에서 뛰노는 조연에 불과했다. 당연한 말로, 연출자는 김혁진이었고.
그걸 느끼자 김혁진이 또 다른 의미의 벽처럼 느껴졌다. 플레이어로서의 벽이 아닌, 연출자로서의 벽. 단순히 노력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거대한 벽이 느껴졌다.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을 받았다.
“김혁진 씨는 대부분의 것을 정확히 맞췄습니다. 내기에서 이겼고, 당신의 제안도 수용하겠습니다.”
그로 인해 퀘스트가 클리어되었고.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을 획득할 수 있었다. 살바레토는 김혁진을 쳐다봤다.
“감사합니다. 잘 받았고 퀘스트도 잘 클리어했습니다.”
김혁진에게도 메시지가 들려왔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당신의 플레이에 아쉬워합니다.] [‘베니스의 상인’이 즐거워합니다.]김혁진이 의도한 상황이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은 쪼잔한 수호자가 아니다. 오히려 대범한 축에 속한다. 이런 수호자의 경우, 원하는 것을 계속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약간의 밀당이 큰 후원을 불러온다. 세니아도 김혁진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일부러 이런 연출을 했군요.’
중간 관리자와 편집자들은 이를 일컬어 ‘고구마’라고 표현한다.
수호자들이 원했던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연출을 하는 것. 일부러 약간 답답하게 만드는 기법이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그분의 성향을 분석하고 딱 알맞을 정도의 고구마 연출을 해낸 것이로군요.’
대신 베니스의 상인이 좋아하는 제안과 거래를 형태를 함으로써, 한 명의 수호자에게 집중했다. 기분이 좋아진 베니스의 상인은 세니아에게 2,000코인을 후원했다.
김혁진의 연출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진명 시나리오’에 수호력을 더합니다.] [‘진명 시나리오’의 난이도가 일부 하락합니다.]‘라스베이거스의 목동답네.’
지금 이것은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의 배포를 보여주는 후원이었다. 지금 원하는 것을 못 봤지만, 일단 보상을 던져줄 테니 다음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라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베니스의 상인의 메시지도 전해졌다.
[‘베니스의 상인’이 ‘진명 시나리오’에 수호력을 더합니다.] [‘진명 시나리오’의 난이도가 일부 하락합니다.]두 수호자가 개입하면서 ‘진명 시나리오’의 난이도가 하락했다.
‘수호력을 썼어?’
양치기 소년의 경우에서 봤듯, 수호력을 지나치게 남발하면 수호자가 소멸할 수도 있다. 그 정도로 큰 권능을 품고 있는 것이 바로 ‘수호력’이다.
살바레토가 말했다.
“성창 가노스는 언제 찾으러 가실 예정입니까?”
* * *
집으로 돌아온 김혁진은 ‘시나리오’를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시나리오라함은 퀘스트의 상위등급이다.
퀘스트는 보통 단발성으로 끝난다. 연계 퀘스트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2~3회 연계 퀘스트가 진행되면 끝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시나리오는 다르다. 굉장히 큰 줄기를 이루며, 그 시나리오 속에는 자잘한 퀘스트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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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시나리오]1. 시나리오 생성자 : 진명의 수호자 ‘소음의 지휘자’
2. 시나리오 진행 :
1) 성창 가노스의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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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성창 가노스’의 획득이 우선이다. 성창 가노스를 획득하면 다음 단계가 오픈되는 구조였다.
하루 뒤.
김혁진은 이탈리아로 향했다. 이탈리아의 튜토리얼 빌딩에는 살바레토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성창 가노스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사전준비작업이 필요합니다.”
꽤 세세한 조건들이 있었다.
마법트롤의 정수.
포식수의 줄기.
육미호의 내단.
진주오공의 사체.
기타 등등. 아주 많은 재료 아이템들이 필요했는데, 다행히 살바레토는 이러한 아이템들을 모두 구비해 놓은 상태였다.
“성창 가노스를 얻을 수 있는 곳은 [그라포스와 고르골의 언덕]입니다. 제가 입구를 오픈할 수 있어요.”
“…….”
“왜 그러십니까?”
“아뇨. 낯익은 이름이 있어서.”
그라포스라는 이름이 들어간다. 우연일까? 아니다.
애초에 성창에 대해 언급해준 사람도 단천학이다. 그라포스 언덕과 연관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천사의 성에서 게이트를 열 수 있습니다. 천사의 성에는 일전에 가보셨죠?”
‘날개 잃은 천사상 게이트’를 열기 위해 천사의 성에 갔었다. 김혁진이 ‘갈망의 도화지’를 얻었던 곳이다.
다시 말해 천공으로 올라가는 단초를 제공했던 곳. 그리고 천공은 마왕의 안배였었다.
‘하필이면 위치가 여기야?’
김혁진은 어쩐지 이 ‘성창 가노스’라는 것이 마왕과 큰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세상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일시 정지?’
아니었다. 이것은 단천우가 보여줬던 또 다른 세계에 가까웠다. 김혁진은 그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마왕 강선일.
그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성창을 찾으러 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