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6)
#재능만렙 플레이어 36화
“일단 저는 당신들에게만 보인다는 것을 미리 고지합니다.”
뒤를 돌아보니 김혁진과 독점계약을 맺은 BJ 세니아였다. 세니아는 여전히 무표정.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아지면 세니아의 상태까지 읽을 수 있겠지.’
아직 먼 이야기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이 시점에서 세니아가 모습을 직접 드러낸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왜 일본에 왔는지. 그것도 도톤보리에서 며칠째 이러고 있는지 궁금하겠지.’
BJ는 수호자들에게 플레이를 전달하고 중계하는 역할을 한다.
‘수호자들에게 설명하고 싶을 거야.’
얘가 이러이러해서 이곳에서 이러한 플레이를 진행하고 있네요. 등과 같은 설명을 말이다.
“어째서 일본에 와 있는 것입니까?”
“여행.”
“단순 여행이라고 보기에는 친구들의 조합이 범상치 않습니다만.”
범상치 않다는 건 김혁진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건 상관없는 문제다.
“내가 내 사적인 영역까지 네게 밝혀야해? 공은 공. 사는 사잖아. 플레이어에게도 엄연히 사생활이라는 게 존재해. 수호자님들도 그 영역은 존중해 줄 걸?”
이미 채널은 열렸을 테고. 내 말에 동조해 주는 수호자 어디 없나. 예를들어 저울의 아낙네 같은.
[‘저울의 아낙네’가 당신의 말에 공감합니다.]아니나 다를까. 저울의 아낙네는 김혁진의 말에 동조해 줬다.
[‘속삭이는 악마’가 당신의 말을 혐오합니다.]김혁진은 인상을 찡그릴 뻔했다. 매번 맞는 말을 할 때마다 혐오를 내뱉는 것 같다.
‘혐오성애자인가. 후원 한 번 안 해준 주제에.’
김혁진이 물었다.
“왜? 이곳에 플레이랑 관련된 뭐라도 있어?”
“…….”
옳지. 걸렸구나.
“……율법에 의거하여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혹은 정보를 누설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만.”
“다만, 퀘스트의 형태로는 가능하지.”
“…….”
세니아는 입을 다물었다. 그것만으로도 김혁진에게는 큰 단서가 됐다.
‘여기 게이트가 생성되는 건 맞는 것 같고.’
어차피 게이트를 찾아야 한다면 아무 단서도 없이 찾는 것보다는, 차라리 ‘퀘스트’를 받아서 찾는 게 더 유리하지 않겠는가. 찾는 것에도 도움이 될 테고. 찾는 것만으로도 퀘스트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계획 안에 없던 거지만.’
그래도 잘됐다. 최소의 시간으로 최대의 효율을. 플레이의 기본 정석 아니겠는가. 김혁진은 알고 있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잔챙이들이 떠들어댈 거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호자들. 쉽게 말해 어중이떠중이. 별것도 아닌 수호자들이 아마 세니아의 채널에서 실컷 떠들고 있을 거라는 것이다.
김혁진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래. 퀘스트를 주자.] [일본 튜토리얼도 풀렸겠다, 퀘스트 줘서 굴려보자.] [퀘스트! 퀘스트! 중관은 퀘스트를 줘라!] [저 플레이어한테 퀘스트 내려주실 갑부님들 안 계신가요?]세니아는 김혁진을 쳐다봤다. 사실 세니아는 채널을 닫은 채로, 몇 시간 전부터 김혁진을 관찰 중이었다. 몇 시간 째 관찰한 결과, 아무리봐도 김혁진은 여행을 온 것이 아니었다. 김혁진의 플레이를 보건대 분명히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갑자기 수호자들을 들먹거리며 퀘스트를 언급했다. 그랬더니 수호자들이 거기에 낚여 요동치고 있다.
‘설마……. 의도한 것입니까?’
설마. 의도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아무리 그래도 겨우 초보등급 구간의 플레이어다. 보아하니 ‘진명 각성’을 한 것 같지도 않다. 그런 플레이어가 어떻게 수호자들을 저격해서 저렇게 움직인단 말인가.
‘의도일 수는 없는데…….’
의도일 수가 없다. 제 아무리 허접한 수호자들이어도, 마음만 먹으면 플레이어 하나를 찍어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COIN이 많이 들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그런 수호자들을 상대로 어떻게 수작을 부린단 말인가.
그 사실을 모르는 플레이어면 이런 수작을 못 부릴테고, 아는 플레이어면 이렇게 못했을 거다.
‘그럴 수 없는데 의도한 것 같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성적으로는 그럴 수 없는데, 눈과 직관이 말해준다. 이 상황은 저 김혁진이 의도해서 만들어낸 상황이라는 것을.
한편, 김혁진도 알고 있다. 수호자들을 언급하면서, 수호자들을 상대로 계략을 꾸미는 건 분명히 위험하다. 말하자면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날 못 죽여.’
그리고 언젠가 갑과 을이 바뀌게 될 거다. 수호자는 여러 명인데, 자신은 한 명이니까. 수호자를 대체할 수호자는 많지만, 자신을 대체할 플레이어는 없을 테니까. 그렇게 만들 거니까.
세니아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플레이어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수호자-중간관리자’의 대화였다.
“퀘스트를 내릴 권한은 있지만 퀘스트를 사용할 COIN이 부족합니다.”
그냥 무덤덤했다. 사실만을 전달했다. 별다른 기대나 생각은 없었다. 순식간에 관리자 메시지가 주르륵 떴다.
[‘속삭이는 악마’가 퀘스트를 내리기 원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퀘스트를 내리기 원합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퀘스트를 내리기 원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퀘스트를 내리기 원합니다.]무려 4명의 수호자가 퀘스트 요청을 해왔다. 세니아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수호자들은 어지간해서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런데 별 것도 아닌 일로 ‘퀘스트 부여’를 하길 원하고 있다. 잔챙이도 아니고. ‘진명’을 가진 무려 네 명의 수호자가 말이다.
그만큼. 김혁진의 플레이를 진지하게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그때. 또다른 메시지가 떴다.
[‘무명의 관찰자’가 3,000COIN을 후원합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퀘스트를 내리기 원합니다.]퀘스트 하사는 ‘무명의 관찰자’가 하게 됐다. 다른 수호자들은 침묵했다.
[‘무명의 관찰자’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아합니다.]따라서 퀘스트는 세니아의 이름으로 내리게 됐다.
* * *
세니아가 우리 파티에게 퀘스트를 부여했다.
[퀘스트. ‘거북이 둥지’ 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거북이 둥지’를 클리어 하십시오.]나는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세니아가 직접 퀘스트를 내린다고?’
미래 기준으로 보면 살아남지 못하는 BJ다. 다시 말해 초기자본이 부족했다는 소리다. 나한테 3,000COIN까지 갖다 바쳤으니 여유가 없을 텐데?
‘중간 관리자의 퀘스트라.’
COIN이 넘쳐나나?
‘수호자들이 내릴 줄 알았는데.’
세니아의 표정으로는 어떤 것도 읽을 수 없었다. 아까 수호자들과 대화채널을 열어 대화하는 것 같기는 했는데,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알아차리기는 어려웠다.
신연서가 신기한 듯 말했다.
“퀘스트네.”
──────────
[퀘스트 -거북이 둥지]도톤보리 어딘가에 수상한 게이트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거북이 둥지를 찾아 파괴하십시오.
──────────
“진짜로 여기 어딘가에 게이트가 있나봐.”
“그럼 없을 줄 알았냐?”
세니아가 우리의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 느껴졌다. 세니아도 엄청 궁금할 거다. 내가 왜 파티를 꾸려서 일본에 왔는지. 그것도 하필이면 오사카 도톤보리에 와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고서 이곳에 왔는지. 모든 것이 궁금하겠지.
“아니. 근데 진짜 신기하잖아. 천재같기도 하고.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피식 웃었다. 정말로 신기해하는, 순수한 시절의 검후를 보고 있노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미래를 이끄는 8명의 영웅 중 한 명. 마왕과 대적하던 검후도 이렇게 순박한 시절이 있었구나.
“왜 웃어?”
“그냥.”
“솔직히 말해봐. 귀엽다고 생각했지?”
“미쳤냐? 귀여움이 뭔지 몰라?”
“근데 진짜 어떻게 여기 온 거야? 나 진짜 리얼로 궁금해서 그래.”
신연서과 대화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세니아를 신경 쓰고 있다. 어떻게 말을 해야, 낚기 좋을까.
“꿈 꿨어.”
“꿈?”
세니아의 날개 끝이 파르르-떨린 것이 보였다. 그래. 꿈. 이거 좋은 것 같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기로 했다.
“예지몽 같은 거.”
“예, 예지몽? 그런 게 진짜로 있어?”
“플레이어도 있고. 몬스터도 있고. 던전도 있는데 예지몽은 없겠냐?”
“그, 그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나한테는 없다. 세니아가 또 수호자들과 대화를 시작한 것으로 보아 세니아도 오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고유 능력. ‘예지몽(预知梦)’을 각성한 플레이어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생각외로 ‘예지몽’은 간간히 찾아볼 수 있는 능력이기도 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선화가 말했다.
“오빠. 나 배고파요.”
“그래?”
밥 먹을 시간이 되기는 했다. 비록 플레이어가 되기는 했지만 하루종일 걸어다녔으니, 선화도 배고프고 피곤할 때가 됐다.
일단 식사를 좀 하기로 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냐?”
“먹고 싶은 거. 말해도 돼요?”
그게 뭐 어렵다고. 선화는, 이런 호의는 익숙하지 않은 듯 우물쭈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규카츠 먹고 싶어요.”
* * *
글쎄.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내 눈 앞에 일본어 간판이 보였다. 일본어라서 읽을 수는 없지만 그림은 분명히 ‘규카츠’였다. 선화가 규카츠가 먹고싶다 해서 규카츠를 먹으러 왔는데, 하필이면 그 규카츠 집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뛰어나오고 있다.
“드, 들어가도 될까요, 형님?”
저 엄청난 덩치에 걸맞지 않게 마상현은 조금 겁먹은 듯했다. 저 빵빵한 근육이 아주 약간이나마 쪼그라들은 것 같다고나 할까.
“가자.”
규카츠집으로 들어갔다. 모두 도망쳤는지 규카츠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검은색 블랙홀같은 것이 보였다. 클릭이 가능했다.
──────────
[게이트-거북이 둥지]──────────
신연서가 떨떠름한 듯 말했다.
“찾았…… 네?”
그러게 말이다. 선화가 먹고 싶다고 해서 왔는데 마침 이곳에 게이트가 열리다니. 지난 3일 뭘 했나 싶다.
‘우연이겠지?’
아마도 우연일 거다. 그런데 왜. 우연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까. 그래도 일단은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적절하고 편하다.
“들어갑니까, 형님?”
“어. 선화가 앞장서.”
마상현과 신연서는 어린 애를 앞장세운다는 것이 아직 익숙지 않은 듯했지만 내게 딴지를 걸지는 않았다. 우리는 이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저 강대해 보이는 마상현의 몸뚱이도, 선화보다 단단하지는 않다. 겉모습에 속아 본질을 잊으면 안 된다.
선화도 이제 내 방식에 익숙해졌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알았어요.”
게이트는 한 번 클리어되면 보통 사라진다. ‘거북이 둥지’는 ‘브레이크’가 일어났던 곳이고, 따라서 이곳의 공략은 없다. 다시 말해 공략집 없이 이곳을 클리어해야 한다는 소리다.
[거북이 둥지에 입장하였습니다.]그래도 충분히 자신 있었다. 일본은 이제 갓 튜토리얼이 클리어된 시점. 아무리 어렵더라도 ‘초보 등급’을 넘어서지는 않을 거다. 그리고 초보 등급에 있어서는 현재 최고의 랭커라 할 수 있는 네 명이 이곳에 있다.
‘어둡네.’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게이트 안은 시간대가 의미 없는 공간이긴 했지만, 어쨌든 시간대로 치면 밤은 아니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저녁 같았다.
‘습지?’
습했다. 커다란 습지로 이루어진 필드였다. 바닥은 진흙. 그리고 여기저기 갈대와 이름 모를 수풀들이 자라 있었다. 군데군데 웅덩이도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연꽃이 피어 있었다.
공략 없이 도전하는 첫 번째 게이트.
‘일단은 지형지물 파악부터.’
게이트 클리어의 기본이다. 지형지물 파악. 트랩 파악. 안전지대 파악. 몬스터존 파악. 파악이 첫 째다.
‘어?’
그런데 여기에 누군가 먼저 들어와 있었다. 그 누군가가 우리에게 다가와 물었다.
“너넨 도대체 뭐니?”
그 누군가. 감각안(感覺眼)에 전혀 잡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