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62)
#재능만렙 플레이어 362화
-고르골의 십자가에 성창이 꽂혀있는 것이 이상한 일입니까?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 그러나 그 정보가 너희에게 공개된 적은 없을 텐데?
김혁진은 계속해서 느낄 수 있었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는 분명히 당황하고 있다. 당황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강림한 상태여서 그것이 좀 더 잘 느껴졌다.
‘우리한테 공개된 적이 없다고?’
그것으로부터 한 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수호자들이 내가 마왕과 만났다는 걸 몰라?’
마왕과의 만남은 중계가 되지 않은 건가?
중계가 됐다면 김혁진 자신이 마왕으로부터 정보를 획득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텐데. 머리가 조금 복잡해졌다.
수호자들은 마왕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마왕은 수호자에 대해서 알고 있는데 말이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한참 침묵하던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입을 열었다.
-네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네게는 큰 도움이 되겠구나.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조금 흥분한 것처럼 느껴졌다.
-네 몸에는 아주 약간, 천공의 기운이 녹아 있다. 내가 그것을 사용하겠다. 일시적인 탈력감이 있을 수 있으나 몸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무엇을 하려 하십니까?
-십자가에 성창이 꽂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니, 내가 성창이 꽂힌 십자가를 구현해 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어떤 십자가에도 성창이 꽂혀 있지 않았다.
‘나 혼자서는 성창 가노스를 뽑아내지 못했다는 얘기네.’
애초에 성창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구현해야만 생성되는 것이니까. 수호자의 도움을 얻어야만 성창 가노스를 획득할 수 있는 것 같다.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만-무명안으로 봤을 때 세계에는 히든피스가 널려 있었으니까-아무튼 현재로서는 그랬다.
‘엄청 즐거워하고 있잖아?’
김혁진은 확신했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는 지금 굉장히 흥분했다. 상당히 즐거운 상태.
다른 수호자들도 지금 흥분한 상태인 것 같았다. 그들에게 있어서도 이 ‘성창 가노스’는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콘텐츠인 것 같았다.
김혁진은 완전히 확신했다.
‘마왕이 힌트를 준 거야.’
그렇다면 마왕은 김혁진 자신이 ‘강림 콘텐츠’를 진행할 것도 예측하고 있었을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왕도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한다.
김혁진이 ‘진명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몰라 떠봤었으니까.
‘달리 생각하자면……. 강림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성창 가노스를 뽑을 수 없었다는 뜻이겠지.’
마왕이 히죽 웃으며 이렇게 말했었다.
-99.9 프로 죽을 거야.
그래서 99.9프로의 확률로 실패를 점친 것이었다.
마왕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김혁진의 뒷목에 식은땀이 흘렀다. ‘랜덤 피뢰침’부터 해서, 오늘은 억세게 운이 좋은 것 같았다.
마왕이 말한 99.9프로 사망확률은 진심이었다. 마왕은 오직 0.1프로의 확률의 가능성만을 열어주고, 그것을 해내라고 말한 것이다. 보통의 경우 강림은 꿈에도 꾸지 못할 테니까.
‘미친 자식.’
이번에는 김혁진 자신의 의도와 역량을 벗어나서, 순전히 운의 영역으로 이 일을 해냈다.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김혁진은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김혁진의 어깨에 넓게 펼쳐진 뇌전의 날개가 펄럭였고 하늘에서는 푸른빛의 뇌전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렸다.
콰직!
가장 오른쪽 십자가에 뇌전이 떨어져 내렸다.
콰지직!
가장 왼쪽 십자가에 뇌전이 떨어졌다.
두 십자가가 푸른 불길에 휩싸여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십자가는 불길에 잡아 먹혀 조금씩 사라져갔다.
‘십자가 점점 소멸하고 있다.’
마치 검황 단천우가 소멸할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라지는가 싶었던 두 개의 십자가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나의 기운으로 정렬된 그것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가, 다시 뇌전처럼 중앙 십자가에 내리꽂혔다.
세니아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 내용은 중간 관리자의 매뉴얼에도 없는 내용입니다만.’
지금 세니아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곳을 클리어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그라포스’ 언덕에서 아이템을 하나 획득하고 그 것을 토대로 ‘고르골 언덕‘의 십자가를 모두 부숴버리면 클리어가 진행된다. 그런데 지금 그 일반적인 방법이 완전히 무시되었다.
세니아의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저것이 성창 가노스.’
황금빛으로 빛나는 창 한 자루가 보였다.
그것은 십자가의 꼭대기에 비스듬하게 꽂혀 있었다. 김혁진은 꿈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제3자가 되어 자신의 몸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예전에 이미 느꼈던 그 기묘한 감각. ‘자각몽’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움직였다.
펄럭.
김혁진의 몸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우아하게 하늘로 떠올랐다. 제3자가 된 김혁진은 마치 꿈을 꾸듯 자신의 몸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것이 강림.’
이건 확실히 위험하다. 몸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났다. 그나마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상식적인 수호자여서 다행이지, 속삭이는 악마나 용맹한 사자왕처럼 상식 밖의 수호자였다면 몸을 빼앗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창을 뽑거라.
순간, 김혁진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을 뻔했다. 그러나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여지껏 몸을 통제해서 움직이게 만든 것은 푸른 뇌전의 나팔수다. 그런데 지금은 스스로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김혁진이 대답했다.
-싫습니다.
-어째서? 네가 원했던 것은 성창 가노스가 아니었던가?
성창 가노스를 원했던 것은 맞다. 그것과 혈루. 그리고 검림 출신의 드워프가 있으면 안서희를 대폭 강화시킬 수 있다. 지금 그것을 위해 성창 가노스를 얻으려 하는 것이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뽑거라. 그리하면 성창 가노스는 너의 것이 될 것이다.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손이 저절로 움직이고 날개가 저절로 움직였다. 마치 명령어를 입력받은 기계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아니야.’
필사적으로 몸의 통제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노력했다.
‘할 수 있다.’
이 몸은 나의 몸이다. 이 몸의 주인은 나다. 그것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통제권을 되찾으려 애썼다. 김혁진은 가까스로 몸의 통제권을 되찾아 올 수 있었다.
‘됐다.’
손이 멈췄다. 손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저절로 움직이는 것까지는 막았다. 정신력 스탯이 100을 넘어가게 되면서, 겨우 저항할 수 있었다. 만약 정신력 스탯을 미리 올려놓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었다.
-뽑거라. 성창 가노스를 원한다면.
김혁진이 자의적으로 날개를 움직였다.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성창 가노스를 포기하는 것이냐?
김혁진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일부러 육성으로 말했다. 정신세계에서 벌어지는 일까지는 알 수 없는 수호자들이 알 수 있도록.
“푸른 뇌전의 나팔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제 능력으로 가능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주시겠다고.”
세니아를 힐끗 쳐다봤다. 세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하는 것이었다. 상당히 급박하게 말이다.
“그래서 저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김혁진은 분명 구체적으로 요구했었다.
“고르골 언덕의 십자가를 뽑고 싶다고.”
성창 가노스를 뽑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고르골 언덕의 십자가를 뽑는 것이 목표였다. 성창 가노스가 꽂혀 있는 그 특별한 십자가를.
“그래서 저는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성창 가노스를 뽑고 싶은 것이 아니라, 성창 가노스가 꽂혀있는 십자가를 뽑고 싶습니다.”
말을 하면서 김혁진의 머릿속이 정리되었다. 깨끗해진 느낌이 들었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는 나를 상당히 아낀다. 나를 고의로 위험에 빠뜨릴 생각은 없어. 그렇다면 세계의 법칙이 방해한 것이겠지. 강림만으로는 성창 가노스를 뽑을 수 없도록 만든 거다.’
뽑을 수는 있더라도, 아마 큰일이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죽음에 이르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의 법칙’이 사사건건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는 수호자로서의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일부러 성창 가노스를 뽑으라고 유혹했다. 김혁진은 그 유혹을 이겨냈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말했다.
-진명이 없다는 것이 놀랍구나. 진심으로 놀랍구나. 나는 솔직히 네가 가노스를 뽑을 줄 알았다. 네 정신력에 찬사를 보낸다.
마왕의 힌트. 그리고 수호자의 성향. 그 요소들을 종합해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김혁진의 판단은 옳았다.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라더니. 그걸 몸소 경험하니 아주 즐겁다. 선물을 주도록 하지.
김혁진의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뚜벅뚜벅 걸었다. 십자가에 손을 댔다.
김혁진의 몸으로부터 뇌기가 폭사되었다. 푸른 눈동자에도 뇌기가 일렁거리다 못해 폭발했다.
-십자가를 뽑아주마.
한바탕 거대한 뇌기의 폭풍이 이곳을 집어삼켰다. 주변의 필드가 소멸하기 시작했다. 그라포스 언덕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고르골 언덕의 일부만 남았다. 결국 십자가는 뽑혀 나왔다.
-새로운 역사를 써보거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다.
-법칙의 십자가가 하나 뽑았으니, 네게 찬란한 영광이 있을지어다.
-너를 더욱 지켜보겠다.
그와 동시에 알림이 들려왔다.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성창 가노스’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라포스와 고르골 언덕’이 클리어되었습니다.]클리어 보상은 따로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방식의 클리어를 진행하면 따로 보상이 주어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성창 가노스’는 다른 보상은 주지 않아도 될 만큼 독보적으로 뛰어난 보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세계가 회색으로 물들었다. 김혁진은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김혁진이 먼저 말했다.
“귀신같이 나타나는군.”
마왕이 나타나리라 짐작했다. 마왕은 짝! 짝! 박수를 치며 걸어왔다.
“진짜로 해낼 줄이야.”
마왕은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김혁진에게 가까이 걸어와 김혁진과 눈을 마주쳤다. 김혁진의 눈을 한참 동안이나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왕으로부터 검은색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김혁진의 몸을 뒤덮었다.
김혁진이 몸을 움찔했지만 뒷걸음질 치지는 않았다.
“걱정 마라. 십자가를 뽑았으니 죽이지는 않겠다.”
마왕의 태도가 평소보다 많이 유순해진 느낌이 들었다. 기분이 어지간히 좋은 듯했다.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이는군.”
“솔직히 네 놈이 해낼 거라고 생각은 안 했거든.”
마왕으로부터 피어오른 검은색 기운이 김혁진의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온 몸의 모든 구멍을 파고들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뭘 하려는 거지?’
무엇을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검은 기운이 모두 없어졌다. 마왕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다는 듯 히죽 웃었다.
“빨리 강해져라. 날 죽일 수 있을 만큼.”
“…….”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지는 않겠어.”
마왕이 무엇인가를 휙 집어던졌다. 그 무엇인가는 다름 아닌 다롱이였다.
겁도 없이 또다시 마왕의 인벤토리를 뒤적거린 모양이었다. 다롱이는 무엇인가 하나를 안고 있었다. 옥색으로 반짝이는 커다란 돌이었다.
“그건 내 선물이다.”
마왕이 사라졌다. 언제나 그렇듯 마왕은 계산이 철저했다.
얻은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다. 다롱이가 무엇을 가져왔는지 살펴보았다. 보통 이름 정도는 확인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이름조차 ‘?’ 표시가 되어있는 특수한 광물이었다.
광물의 표면은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다.
김혁진은 필드 밖으로 이동했다. 인벤토리에는 성창 가노스와 이름 모를 광물이 들어 있는 상태로.
살바레토가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아. 김혁진 씨.”
“시간이 얼마나 지났습니까?”
“2시간 정도요.”
살바레토가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었다.
저 괴물 같은 인간은 그 번개가 끊임없이 떨어지는 곳을 멀쩡하게 클리어하고 나왔다. 두 시간 만에.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확실히 괴물은 괴물이었다.
김혁진이 물었다.
“그사이 별일은 없었나요?”
“딱히 별일은 없었지만…… 아주 급한 일이라며 김혁진 씨를 찾던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누구죠?”
“페드로입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데요?”
“시간이 없다고 했습니다. 빨리 겨울성으로 달려오라는 말을 남긴 채 어디론가 허둥지둥 뛰어갔습니다.”
세니아는 또 직감했다.
‘아. 퇴근은 멀었군요.’
도무지 퇴근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휴식의 시간이 분명히 필요한데 휴식 시간이 없다. 김혁진이 곧바로 움직일 것 같다.
세니아가 말했다. 평소보다 유독 말이 길었다.
“겨울성으로 가실 것입니까? 휴식 시간을 배려하지 않는 몹쓸 플레이로군요. 다음부터는 꼭 근로시간을 준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중간관리자도 휴식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살바레토는 발견할 수 있었다. 무표정의 대명사. 늘 얼음장 같은 표정을 유지하기로 유명한 중간관리자 세니아의 얼굴에 한 줄기 미소가 어려 있었다.
살바레토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겨울성에 위기가 도래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겨울성의 위기.
김혁진이 익히 알고 있는 사건이었다.
‘5년 후에나 일어날 일인데?’
그 사건이 이 사건인지는 알 수 없었다. 빠르게 이동해 보기로 했다. 드워프의 숲에 입장하기 위해 나보나 광장으로 이동했다.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퀘스트. ‘겨울성의 위기’가 생성되었습니다.]나보나 광장.
눈으로 보이는 모든 곳이 붉게 물들었다. 마치 튜토리얼 필드 때처럼 말이다.
‘이거…….’
원래대로면 5년 후에나 있을 ‘겨울성의 위기’ 퀘스트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미래가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