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63)
#재능만렙 플레이어 363화
붉은 필드가 선포되고 이곳은 새로운 필드로 변했다.
나보나 광장의 원래 모습은 없어지고 아주 넓은 평야가 생성되었다. 앞뒤양옆 시야가 닿는 모든 곳에 지평선이 보였다.
겨울성.
드워프들의 표현에 따르면 ‘드래곤도 막아낼 수 있는 천혜의 요새’라고 했다. 물론 김혁진은 그 말에 동의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드래곤도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의 요새였다면 이런 ‘위기’ 관련된 시나리오는 나타나지 않았을 거다.
‘설령 나타났다 했을지라도 위기라는 이름이 붙지는 않았겠지.’
그런 요새가 있는데 어떻게 위기가 닥치겠는가. 그렇게 생각했을 무렵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혁진 씨?”
익숙한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페드로가 서 있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겨울성으로 와달라는 말을 듣고 황급히 뛰어왔습니다만.”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드워프의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봉쇄되었습니다.”
“그래요?”
페드로는 꽤 침착함을 유지하고는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는 이 붉은 필드에서 엄청난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김혁진 씨도 겨울성을 봤죠?”
“봤습니다.”
겨울성은 드워프들의 역작이라 할 만했다. 성벽으로부터 느껴지던 위압감이 어마어마했다. 뿐만 아니라 성벽에는 온갖 마법장치들이 적용되어 있었다.
부파파 장로가 가면 저절로 공간이 열리는 것부터, 분명 일직선으로 걷는데 이리저리 저절로 워프되며 움직이던 자동 이동장치까지.
“그 겨울성에 위기가 닥친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그러게요.”
드워프들이 자만심과 자존감이 높기는 하지만, 아무 근거도 없이 ‘드래곤조차 막아낼 수 있는 성벽’이라고 표현했을 리는 없을 텐데.
플레이어들도 동요하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모두 알림을 들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구심점이 되어줄 수 있는 유명 랭커가 없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두 랭커를 꼽자면 살바레토와 벨라인데, 둘 모두 이 자리에는 없는 듯했다.
김혁진은 생각에 잠겼다.
‘겨울성의 위기에 대해서는 나도 정확하게는 몰라.’
자세히는 모른다. 대략적인 사건과 어떤 시나리오가 진행되는지 정도만 알고 있다.
만약 예전과 똑같은 시나리오가 진행된다면, 이곳에는 ‘바이켄’이라는 난쟁이족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퀘스트. ‘겨울성의 위기’가 시작됩니다.]튜토리얼 때와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중간 관리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튜토리얼 때와 달리 머리가 터져나가는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중간 관리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서 설명을 하고 있다는 건 꽤 큰 이벤트라는 얘기였다.
김혁진은 차분히 주위를 둘러봤다.
‘바이켄은 강하다.’
그들은 마치 ‘바이킹’을 떠올리게 만드는 외모를 하고 있는 난쟁이족이다.
전체적인 생김새는 드워프와 비슷하지만 그들은 대체로 푸른 눈과 푸른 수염을 가지고 있다. 대체로 붉은 수염을 가진 드워프와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조금 더 날카로운 눈매와 유난히 발달한 사각턱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기도 했다.
‘지능도 꽤 높아서 인간과 대화가 충분히 가능할 정도.’
단순히 몬스터가 아니라 ‘난쟁이족 전사’라고 불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들은 이성을 가지고 있으며 무기를 만들어서 사용한다. 강력한 석궁과 뛰어난 손도끼술을 가지고 있다. 개중에는 마법을 익힌 바이켄도 있어서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종족으로 알려져 있다.
‘중수 구간 플레이어들은 사냥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종족.’
고수 구간에는 들어서야 겨우 상대가 가능한 상위급 종족이다. 그런 놈들이 여기에 무더기로 나타난다면 사실 플레이어들로서는 방법이 없다. 모두 죽는 수밖에.
세니아도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중간 관리자들에 비해서는 늦게 설명을 시작했다. 김혁진이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이자 설명을 조금 미룬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입을 열었다.
“난쟁이 전사의 후예들. 바이켄이 이곳을 침략할 것입니다.”
“바이켄?”
일단은 모르는 척해봤다.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중간 관리자가 전면에 나서서 진행을 알려주는 경우는, 생각지도 못한 단서를 얻게 되는 경우들도 있다.
“예. 그들은 드워프와 먼 친척뻘 되는 종족이지만, 매우 포악하며 인간을 즐겨 먹는 종족입니다.”
그 정도는 알고 있다. 특히 산 채로 뜯어먹는 것을 좋아한다. 인간의 다리를 놓고서 바이켄들끼리 여러 번 싸운 적이 있을 정도니까.
김혁진은 공략을 떠올렸다.
-바이켄은 강하다. 그러나 결집력이 약하고 상당히 개인주의적인 경향을 가진다. 그러면서도 ‘패도’와 ‘자존심’을 매우 중시하는 종족이기도 했다.
겨울성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바이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대규모로 움직일 때에는, 그들을 통솔하는 리더가 꼭 존재하며 바이켄들은 그 리더를 ‘선장’이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부른다.
김혁진은 또 다른 사실도 기억해냈다. 바이켄에 대해 떠올리자 저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도 대충은 감이 왔다.
김혁진이 말했다.
“페드로 씨에게도 적용된 퀘스트의 이름이 겨울성의 위기.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페드로가 망치를 꺼내 들었다. 마치 상남자는 이런 퀘스트에 겁을 먹지 않는다는 듯 망치를 굳게 쥐었으나, 그의 다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관찰자인 김혁진의 눈에는 너무나 잘 보였다.
“망치를 집어넣으세요.”
“네?”
“무기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그로가 끌릴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신을 지켜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고, 따라서 어그로를 끄는 행위를 자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하라는 얘기입니까?”
“네.”
페드로는 ‘그건 너무 패배자적인 행동 아닙니까?’라고 말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분하지만 김혁진의 말이 맞았다. 그 정도는 분간할 수 있었다. 전투에 도움이 아예 안 될 것 같으면 그냥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 김혁진에게는 도움이 되는 일일 수도 있었다.
하물며 말을 하는 사람이 김혁진이다. 살바레토만 되었어도 반론을 펼쳤을 텐데, 살바레토보다 몇 수는 위의 군주(?)가 하는 말이니 잠자코 들었다. 망치를 인벤토리 안에 넣었다.
세니아가 물었다.
“마치 바이켄에 대해서 잘 아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바이켄에 대해 어떻게 알겠어?”
김혁진은 생각했다.
세니아의 질문은 세계가 던진 질문이다. 세니아가 던졌다고 보기에는 약간 맥락이 없고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갑작스레 던진 질문이었다. 세계의 법칙은 ‘회귀‘를 용납하지 않는 것 같다. 김혁진은 당연히 그것을 모른 척했다.
“그저 그 엄청난 겨울성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놈들이라면, 차라리 어그로를 끌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뿐이야.”
아주 멀리서 진동이 일기 시작했다. 퀘스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았다. 김혁진의 감각안에 기세가 느껴졌다.
‘배?’
멀리서 배를 타고 무엇인가가 접근했다. 바이켄은 확실히 바이킹을 모티브로하여 만들어진 종족 같은 느낌이었다. 땅에서 움직이는 배.
‘이 필드 전체를 포위하고 접근하는 느낌이네.’
숫자가 꽤 많았다.
배로 따져도 최소 수십 척은 되어 보이고, 한 척에 최소 수십 명의 바이켄이 타고 있으니 최소한으로 따져도 천 이상의 바이켄들이 침략한 것으로 느껴졌다.
이쯤 진행되자 김혁진에게 새로운 알림이 들려왔다.
[‘진명 시나리오’의 내용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히든 시나리오]1. 시나리오 생성자 : 진명의 수호자 ‘소음의 지휘자’
2. 시나리오 진행 :
1) 성창 가노스의 획득
2) 겨울성 사수(死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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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 시나리오의 두 번째 진행. 그것은 ‘겨울성의 사수’였다. ‘겨울성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시나리오. 김혁진은 거기서 알 수 있었다.
‘나라는 변수가…… 겨울성의 위기 시나리오를 앞당겼다.’
십자가를 뽑아서? 황금창 가노스를 획득해서? 아니면 진명 시나리오를 받아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미래가 앞당겨진 만큼 피해도 클 텐데.’
플레이어의 레벨이 그때보다 많이 낮으니까.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부터 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부터 느껴졌다. 강력한 개체들이 모여있는 군집체의 기세가. 그러나 그렇게까지 위협적이라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강력한 건 틀림없어.’
그러나 김혁진은 무려 하늘 거인. 고래 일족. 청색 불거인 등의 강력한 개체들과 이미 만나보았다. 단천우와 단천학은 물론이고 마왕까지 만났다.
그들을 경험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바이켄’들이 그렇게까지 위험한 놈들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페드로가 약간 긴장했다.
“배들이 다가옵니다.”
“네.”
곧 전투가 시작될 것 같다. 이를 눈치 챘는지, 플레이어들도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서 바이켄과 싸울 준비를 했다.
‘강력하지만, 저들의 힘이 과연 겨울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인가?’
이 부분에 회의감이 들었다. 저들이 아무리 강력하다 할지라도, 김혁진이 본 겨울성을 함락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겨울성의 ‘위기’라고 부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혁진이 물었다.
“페드로 씨가 보기에, 제가 천명 정도 있으면 겨울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저도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아마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페드로가 정확하게 봤을 거다.
‘그렇다면 저들 때문에 위기에 빠지는 게 아니야.’
저들은 겨울성을 위기에 빠뜨릴 수 없다. 배에서 바이켄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푸른 눈동자를 가진 난쟁이 전사들. 그들은 철제 갑옷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었고 머리에는 뿔이 달린 투구를 쓰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당연히,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바이켄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크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튜토리얼 필드 때처럼.
플레이어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상당히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희생되었다. 김혁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의 느낌이 튜토리얼 필드와 비슷하다 보니, 그때의 기억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그때 김혁진은 편의점에 숨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봐야만 했었다. 정말 괴로웠었다. 고블린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김혁진은 다짐했었다.
-이 순간. 이 장면. 잊지 말자.
-절대로. 잊지 말자.
잊지 않았다. 김혁진은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이 퀘스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깨달았다.
“지금 겨울성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봉쇄되었죠?”
“네.”
그래서 먼저 떠났던 페드로가 김혁진과 만날 수 있었던 거다.
“드워프들이 일부러 봉쇄한 것이리라 짐작됩니다.”
“왜요?”
“겨울성을 보수하기 위해서? 겨울성이 모종의 이유로 약화되어서?”
김혁진도 모른다. 그런 것이 아닐까 짐작만 했다. 겨울성이 아주 약화되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 그 상태를 노려 바이켄들이 쳐들어온 거라 짐작했다.
“어찌 됐든, 저들은 이때를 노려 겨울성을 침략하러 온 것이고, 우리는 저들이 겨울성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진명 시나리오의 진행 자체가 ‘사수(死守)’다. 죽을 힘을 다해 지키라는 뜻이다.
겨울성이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그 때가 되면 저들은 자연히 물러날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서도, 결국 바이켄들을 무찌른 존재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드워프의 전사들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겨울성이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
김혁진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페드로가 뒤따라 걸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막아야죠. 저들을.”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 방법은……. 머릿속에 있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일천의 바이켄들을 상대로. 지금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산 채로 잡아 뜯어먹고 있는 저 괴물 같은 종족을 상대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 말을 마음속에 새겼다. 청색 불거인과도 대치했던 김혁진이다. 바이켄 전사들이 비록 강하다 할지라도, 청색 불거인에 비할 바는 아니다.
‘과거 벨라도 해냈으니까.’
공략만 정확히 알고 있고, 그 공략을 담대히 실천할 담력만 있다면 말이다. 김혁진이 크게 외쳤다.
“선장이 누구냐!”
순식간에 바이켄들의 시선이 김혁진에게 집중되었다. 어그로가 확실히 잡혔다. 수많은 바이켄들이 ‘낄낄낄!’ 웃으며 김혁진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뭐야, 저 목소리 큰 먹잇감은?”
“육질이 꽤 질겨 보이는데.”
“잡아 먹힐 준비는 됐나, 인간?”
그들의 눈에는 흉흉한 살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순간.
쐐액!
날카로운 화살 하나가 김혁진의 심장에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