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68)
#재능만렙 플레이어 368화
강솜이가 전해준 아이템의 이름은 ‘율법의 성창 가노스’였다. 그 아이템을 받아들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 아이템에서 세 가지 기운이 함께 느껴졌다.
정순한 불꽃 아테네.
성창 가노스.
단천학의 혈루.
세 힘이 한 아티팩트에서 느껴졌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알 수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내 것이 아니다.’
뭐랄까. 2퍼센트가량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미묘하게 걸리는 감각. 가노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나의 주인이 맞느냐?]순간, 김혁진은 몸에 큰 충격을 느꼈다. 거대한 전류 덩어리가 심장을 꽝! 하고 때린 것 같았다.
김혁진은 뇌신지체의 특성을 획득했고 그라포스에서 이미 여러 번 뇌전을 경험했다.
[나의 주인이 맞느냐?]다시 한 번 커다란 충격이 온몸을 덮었다.
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만약 저번에 뇌신지체의 세부 특성인 ‘뇌기저항’을 획득하지 못했더라면 이 뇌기를 버티지 못하고 심장이 터져버렸을 것이다.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주인이 맞는가?]또다시 이어진 충격. 그라포스에서 17번의 번개를 막아내고 뇌기 저항력을 더욱 높여주는 히든피스를 개방시킨 덕에 김혁진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단은 나의 주인이 맞다고 인정하겠다.]김혁진은 ‘율법의 성창 가노스’의 말이 어딘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이사벨처럼 자유로이 사고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시스템상 정해져 있는 대본을 읽는 것처럼 느껴졌다.
세니아는 갑작스레 늘어난 수호자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이름을 밝힌 수호자가 무려 열넷이나 더 들어왔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규 수호자는 수백에 달했다.
만약 수호자가 갑작스레 늘어날 것에 대비하지 않았다면 아마 서버 과부하가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전에 서버 증설에 크게 투자해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지키는 율법]이 제대로 인정한 건가?
-그러게 말이야. 제대로 된 인정은 아닌 것 같은데.
세니아가 수호자만이 들을 수 있는 육성으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지키는 율법]은 김혁진을 완벽한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김혁진의 여러 자산과 능력들이 한데 모여 [지키는 율법]을 일시적으로 속였습니다.
다시 말해 억지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소리다.
-[율법의 성창 가노스]의 진실한 주인은 김혁진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그 능력을 끌어다 쓸 수 있고, 그 것이 ‘여름성의 화신’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사실 세니아도 이런 것이 가능할 줄은 몰랐다.
뇌신지체.
뇌기저항.
그라포스의 히든피스.
이 세 개가 조합되면서 이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첨언하겠습니다. 만약 가노스의 자아가 완전했다면 김혁진은 인정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가노스의 자아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름성의 재림을 허락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가노스가 김혁진의 ‘지키는 의지’를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수호자들은 저희들끼리 활발하게 떠들어댔다. ‘여름성의 화신’은 단연코 가장 큰 화제였다.
-한국 서버에 저런 괴물이 있다더니 진짜였네.
-나도 말로만 들었지, 중수구간에 저런 놈이 진짜로 있었어.
-가노스를 몸속에 완전히 받아들인 거 맞지?
-여름성을 재림시켰잖아. 몸속에 받아들였다는 뜻이지.
수호자들의 말이 맞았다. ‘율법의 성창 가노스’는 빛의 형태로 변했다가 김혁진의 몸속에 흡수되었다. 그의 몸에서 황금빛과 붉은빛이 교묘하게 섞여 있는 빛이 피어올랐다.
김혁진은 직감했다. ‘여름성‘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여름성’의 기운이 자신의 몸을 덮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알 수 있었다.
‘내가 곧 여름성이다.’
사람이 성이다? 당연히 이상한 말이다. 그러나 애초에 이곳은 플레이어가 있고 중간 관리자가 있으며 수호자도 존재하는 괴상한 세계가 된 지 오래다.
마왕도 존재하고 위대한 탐험가까지 있다. 사람이 성화(城化)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게 여름성의 화신.’
김혁진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성화가 완료되었습니다.] [10분간 움직일 수 없습니다.] [10분간 ‘여름성의 화신’으로서의 모든 권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김혁진은 눈앞의 비대해진 바이켄을 바라보았다. 김혁진의 발밑에서 상서로운 적황빛이 피어올랐다.
‘전혀…… 두렵지가 않네.’
마치 작은 나비가 한 마리 날아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의 나는 여름성이다.’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여름성’은 무엇인가를 반드시 지키려는 의지를 가득 품고 있는 ‘성’이다. ‘율법의 성창 가노스’의 속성을 단 한 단어로 압축하면 ‘지키는’이었다.
한편, 패륜의 바이켄은 슈르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슈르트를 잡아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슈르트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자신을 향해 쭉 뻗어오는 저 우락부락하고 징그러운 팔을 힘없이 쳐다보았다. 저 팔을 막을 힘이 없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했고 이제 결과는 하늘에 맡기면 된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으니 후회는 없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슈르트. 수고했어요.”
그리고 손가락으로 패륜의 바이켄을 가리켰다.
“이제 그만 쉬자.”
김혁진의 손끝에서 검은색 화살이 생성되었다. 슈르트가 그 기운을 느꼈다. 이전에 보고서 기겁했던 그 기운이 훨씬 더 증폭되고 응축된 상태로 김혁진의 손 끝에 모여 들었다.
김혁진 스스로도 놀랐다.
‘이게 이렇게 자연스러워?’
아테네의 불꽃을 베이스로 하여 암염궁이 머금었던 암염을 덧씌웠다. 빛으로 이루어진 화살에 생성되었는데, 그 것이 순식간에 쏘아졌다.
“크아아아악!”
패륜의 바이켄의 가슴이 뚫렸다. 가슴을 뚫어버린 화살은 멈추지 않았다.
“크에에엑!”
“크아악!”
하나의 화살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무려 일곱에 달하는 바이켄들의 가슴에 커다란 바람구멍을 내버렸다.
엄청난 힘을 내뿜던 패륜의 바이켄 역시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김혁진 스스로도 떨떠름했다.
‘이게…… 여름성의 힘?’
세니아의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최상위 시나리오와 관련이 있는 ‘여름성의 화신’이라지만, 지금 저 힘은 중수구간의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무력 수준이 아니었다.
김혁진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플레이어들의 발밑에서 상서로운 적황빛 기운이 새어나왔다. 기절해있는 휴겔의 몸도 덮었다.
휴겔이 번쩍 정신을 차렸다.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 사이, 한 바이켄이 휴겔을 향해 활을 쐈다.
“아악!”
휴겔이 손을 들어 올려 그 것을 막으려했다. 진짜로 막으려고 했다기보다는,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어?’
그런데 아프지 않았다.
‘막혔어?’
상서로운 기운이 석궁을 막았다. 바이켄들의 그 어떤 공격도 플레이어들에게는 닿지 않았다.
이사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도와줄까? 지금의 너라면 저 놈들 한 번에 쓸어버릴 수 있는데.]이사벨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내 남편을 이렇게 힘들게 한 놈들의 미간을 모조리 뚫어버리고 싶단 말이야.]김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어진 시간은 10분이다. 10분 후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어차피 여기서 모습을 드러냈고, 힘을 모두 선보였다. 인지부조화를 사용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왕에 보여줄 거면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오케이. 좋았어.]이사벨은 현신하지 않았다. 예전과 마찬가지. 이사벨은 김혁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영창을 하나 외웠다.
“——-.”
그 영창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김혁진은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을 수 있었다. 이사벨의 능력과 자신의 몸이 반응했다.
‘무신지체.’
따지고보면 아까 발사했던 화살 역시 무신지체와 관련이 있었다. ‘여름성의 화신’이 되어보니 알겠다.
‘여름성’은 공격용이라기보다는 방어용에 가까웠다.
당연히 여름성의 화신 역시, 공격보다는 방어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지금 플레이어들을 보호하고 있는 저 상서로운 적황빛 기운처럼 말이다.
세니아가 계속해서 중계했다. 세니아에게도 이것은 큰 기회였다. 최상위 시나리오와 관련이 있는 이 콘텐츠는 누가 뭐래도 최고의 콘텐츠였으니까.
-아시는 수호자님들도 있으시겠지만, 김혁진 플레이어는 무신지체 특성을 획득한 상태입니다. 무신지체 특성과 여름성의 화신 속성이 결합하여 방금 같은 공격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오늘 세니아의 채널에 처음 들어온 수호자들은 난리가 났다.
-무신지체?
-아까는 뇌신지체라며?
그들도 이해했다.
-무신지체랑 뇌신지체를 같이 가지고 있다고?
이쯤되자 이름을 밝힌 수호자 중 한 명인 ‘대낮의 귀곡성‘이 무려 7,000코인을 한 번에 후원했다.
그만큼 무신지체와 뇌신지체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수호자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순간. 하늘에서 ‘검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만검우.”
붉은 악마를 모조리 죽여 버렸던 이사벨의 만검우가 다시 한 번 펼쳐졌다.
하나하나가 강맹한 파괴력을 가진 검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쳤고 모든 바이켄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바이켄들이 타고 왔던 배들 역시 완전히 박살나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다.
이곳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가 이 괴현상을 지켜보았다.
하늘에서 검으로 이루어진 비가 쏟아져 내렸고, 그 비는 신기하게도 괴물들만을 골라 죽였다. 이 필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이 ‘만검우’는 주변의 수많은 필드에 적용되었다. 바이켄들뿐만 아니라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살상반경이 무려 3천 미터에 달했다.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동시에 알림이 들려왔다.
[퀘스트. ‘겨울성의 위기’가 클리어되었습니다.]* * *
10분이 지나자, ‘율법의 성창 가노스’는 한마디를 남긴 채 인벤토리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너는 내 진정한 주인이 아니다.]인벤토리에 잠들어 버린 가노스를 다시 꺼내보려 했지만 가노스가 거부했다.
심지어 색깔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인벤토리 한 칸을 잡아먹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김혁진은 바닥에 드러누웠다.
‘탈력감이 심하네.’
여름성의 화신으로서 말도 안 되는 무력을 선보인 만큼, 김혁진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큰 부상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체력을 회복한 슈르트. 그리고 강솜이가 김혁진 옆에 섰다. 그사이 5명의 수호자들이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김혁진은 그것을 확인할 기력도 없었다.
‘대부분 코인 후원이네.’
이 정도를 클리어했고 이 정도를 보여줬으면 뭔가가 더 있을 거라 기대했건만, 특별한 건 없었다.
‘진명 시나리오 때문이겠지.’
아마 진명 시나리오가 업데이트 되면서 완전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그때까지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고.
‘아 모르겠다. 쉬자.’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쉬고 싶었다. 플레이어들은 힐끔힐끔 김혁진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지금 김혁진의 상태를 보니, 가까이 다가갈 때가 아닌 것은 물론이거니와 경이로운 능력을 선보인 김혁진이 마치 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범접할 수 없고, 다가갈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 사람은 울고 있었다. 나이는 17살. 이름은 휴겔. 미래의 마왕군 3급 간부로 활동하는 폭탄마였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
“왜 그랬어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세니아가 통역구슬을 사용했다.
휴겔은 무엇인가가 불만인 듯했다. 김혁진이 드러누운 상태로 말했다.
“뭐가?”
“이렇게 큰 힘이 있었잖아요. 진작 힘을 꺼내서 썼으면 우리 형 안 죽어도 됐잖아요.”
휴겔이 팔뚝으로 눈물을 훔쳤다.
“우리 형. 어제 취업했단 말이에요.”
김혁진이 슈르트의 부축을 받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김혁진이 물었다.
“네 형이 죽은 건 내가 도와주지 않아서가 아니지.”
휴겔의 슬픈 마음은 이해한다. 감각안을 통해 느껴진다.
저 아이가 얼마나 자신의 형을 사랑했는지. 형을 부모만큼이나 의지하고 따랐다. 형을 정말로 아꼈던 걸 알겠다. 그러나 슬픈 마음을 풀어내는 방식이 잘못됐다.
“네 형이 약했고. 그리고 네가 약했기 때문이다.”
“…….”
휴겔이 이를 악물었다. 맞는 말이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인정해버리면, 형을 죽인 사람이 자신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내가 무능력해서 형이 죽었다.
그걸 인정하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당신이 힘을 꽁꽁 숨겨두고 있었기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까지 죽었잖아! 이런 힘이 있었다면! 진작 사용했어야지! 그깟 시청률이 뭔데! 그깟 연출이 뭔데! 왜 상황을 이렇게 극적으로 만들어서 진행하는 건데!”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지금 휴겔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위로나 배려가 아니다. 편협하고 좁은 생각에서 빠져나와, 조금 더 객관적인 자세가 필요했다.
“내가 왜 사람들을 살려야 하지?”
세니아는 또다시 퇴근시간이 늦어졌음을 직감했다.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특히 너같이 은혜도 모르는 철부지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