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69)
#재능만렙 플레이어 369화
따뜻하고 좋은 말로 다독여줄 수도 있겠지만 김혁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처음에 직접 잡아 죽인 바이켄이 열다섯. 그동안 넌 뭘 했지?”
“…….”
대답할 수 없었다. 휴겔은 그때 김혁진이 일대일 전투를 치르는 것을 구경하기만 했었으니까.
“그 이후. 내 동료가 목숨을 걸고 패륜의 바이켄과 싸우는 동안, 넌 뭘 했어?”
“나, 나는…….”
“열심히 싸웠다고? 그래서 뭘 했는데?”
휴겔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휴겔도 휴겔 나름대로 열심히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열심히 했다는 것이 곧 잘했다라는 것은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휴겔은 바이켄을 단 한 명도 죽이지 못했다.
“이후. 내가 남은 바이켄들과 배들을 쓸어버리는 동안, 넌 뭘 했어? 고작 하려고 했던 것이 자폭이었냐?”
붉은 구슬을 사용해서 자폭하려고 했었다.
“그걸 사용했다면 바이켄 한두 마리 정도는 죽었을 수도 있겠지. 대신 다른 플레이어들도 죽일 수도 있었어. 내 말이 틀렸냐?”
“그, 그건…….”
형을 잃은 슬픔에 휴겔은 잠시 이성을 잃었었다. 김혁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휴겔은 말을 잇지 못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정말로 그 붉은 구슬을 사용했다면 자폭은 물론이거니와 주변의 플레이어들도 다치게 하거나 죽일 수도 있었다.
“그런 주제에 나한테 왜 안 살렸냐고?”
“…….”
“기껏 목숨을 구해놨더니, 연출이 뭐가 어쩌고 저째?”
“힘이 있었잖아…….”
“아니. 힘이 있었다면 이렇게 돌아오지도 않았겠지. 머리가 있으면 생각이라는 걸 해. 내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내가 그런 연출을 했을 것 같냐?”
“그, 그럼 왜 마지막에 그런 힘을 꺼내서 쓴 건데.”
“마지막에 그런 힘을 꺼낸 게 아니라, 마지막에 그 힘을 얻은 거다. 너도 똑똑히 들었을 텐데. 여름성의 화신이라는 알림을.”
김혁진이 싸늘한 표정으로 휴겔을 쳐다봤다.
“네가 아무것도 못 하고 빌빌거리는 동안, 나는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활용해서 길을 뚫어냈다. 결과적으로 나도 살았고 너도 살았지.”
김혁진이 길을 개척하지 못했다면 휴겔의 형뿐만 아니라 휴겔도 죽었을 거다.
“내가 너를 살리고 싶어서, 이곳의 플레이어들을 살리고 싶어서 발버둥 친 게 아니야.”
“…….”
“내가 살려고 발버둥 쳤고, 내가 내 길을 뚫은 거지.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얼떨결에 구해진 거고.”
김혁진의 말이 아주 진심은 아니었다. 사실 김혁진은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 했으니까.
그러나 그는 사람들 앞에서 영웅놀이를 할 생각은 없었다. 딱히 이렇다 할 명예욕도 없었다. 사람들을 지키고 싶었던 거지, 영웅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은 나한테 감사하다고 인사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손가락으로 휴겔을 가리켰다.
“근데 넌 아니잖아.”
“뭐, 뭐가요?”
“네 형을 죽인 게 누군데? 바이켄 아니야?”
휴겔의 형을 죽인 것은 ‘패륜의 바이켄’이었다.
“내가 죽였어?”
“그, 그게…….”
“내가 죽였냐니까?”
“아, 아뇨. 바이켄이 죽였어요.”
휴겔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김혁진의 기세에 완전히 눌려 버렸다. ‘패기’ 같은 능력을 쓰지 않았지만 김혁진의 말에 반박할 거리 자체가 없었다.
“그렇다면 네 원수는 패륜의 바이켄이고. 나는 그 패륜의 바이켄을 직접 죽여준 은인이잖아. 너는 나한테 따질 것이 아니라 감사하다고 말을 해야 하는 입장 아니냐?”
“…….”
“복수를 대신 해줬잖아.”
김혁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휴겔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넌 감사는커녕, 내게 왜 도와주지 않았냐고, 살리지 않았냐고 큰소리쳤지. 감사는 그렇다 치고. 너한테 과연 그럴 자격이나 있는 거냐?”
“…….”
“넌 나한테 무슨 도움을 줬는데?”
“…….”
“왜 힘이 있으면 널 도와야 하지?”
“그, 그야…… 그게 정의로운 거니까.”
그게 정의로운 것은 맞다. 김혁진도 그렇게 생각한다. 힘이 있으면 힘이 없는 약자를 지켜주고 보호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아름답고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은 한다.
“내가 왜 정의로워야 하는데?”
“…….”
휴겔은 할 말을 잃었다. 정의로우면 멋있는 것이지만, 정의를 강요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정의로울 수 없고, 또 모든 사람이 정의로울 필요도 없다. 김혁진은 그렇게 생각한다.
“네가 약한 것이, 내 탓이냐?”
강솜이가 은근슬쩍 김혁진 뒤에 섰다. 김혁진의 옷자락을 티 안 나게 살짝 잡아당겼다. 귓말을 보냈다.
-그래도 아직 애기고, 피붙이를 잃었는데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
강솜이가 보는 김혁진은 저렇게 냉혈한은 아니었다. 강솜이가 보는 김혁진은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고, 약자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보고 있어요. 조금…… 다독여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김혁진의 말은 논리적으로 단 하나도 틀린 구석이 없었지만, 강솜이는 김혁진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해놓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강자라고 소문 나는 꼴은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김혁진이 귓말로 대답했다.
-그걸 노리는 겁니다.
강솜이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김혁진의 진의를 대충은 깨달았다.
‘그리고 휴겔은 키울 것 같은데…….’
김혁진 본인이 키우려나? 그건 아닌 것 같다. 김혁진도 지금 굉장히 바쁘다. 연고도 없는, 그것도 자신에게 생떼를 쓴 소년을 키워줄 만큼 김혁진은 선인이 아니다.
그런데 또 보면 휴겔을 그냥 버려두지는 않을 생각인 것 같았다. 버려둘 거였으면 이렇게 오래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겠지.
‘도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얼마 후. 강솜이는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그녀가 보기에 김혁진은 사기꾼에 가까운 탁월한 장사꾼이었다.
* * *
김혁진의 탁월한 장사수완(?)의 희생양은 미셸이었다.
미셸은 이탈리아에 붉은 필드가 생성되고, 그곳에 김혁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자마자 이동관문을 타고 이쪽으로 이동했다.
미셸의 감이 말해주었다. 오늘 김혁진이 큰 사고를 하나 치겠구나. 실제로 김혁진은 큰일을 이루어냈다. 붉은 필드를 없애 버리고 바이켄과 바이켄의 배들을 모조리 부숴 버렸다.
‘더 성장했구나.’
도대체 성장의 끝이 어디란 말인가. 미셸은 침을 꿀꺽 삼키고 김혁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군주로서, 또 배울 것이 있으면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방금 어렴풋이 느꼈다. 김혁진의 힘은 ‘성’과 관련된 힘이었다. 그래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김혁진의 귓말이 먼저 들려왔다.
-미셸. 제안을 하나 하죠.
-예?
-제 앞에 있는 이놈 보여요?
-네. 나이가 어려 보이네요.
-이놈 데려다가 키울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선심 씁니다.
-예?
-자질이 아주 괜찮습니다. 재능도 출중하고요. 엄청난 전력이 될 겁니다.
-그걸 어떻게 파악해요?
-저한테 특별한 눈이 있다는 거 잊었어요?
미셸은 순간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 귀찮은 짐짝을 던져주는 그런 느낌이랄까.
-폭탄제조에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질풍노도의 시기이기는 한데,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용병회사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방금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슈르트의 공격력을 일시적으로 300퍼센트가량 증폭시켰어요.
여기서의 300퍼센트는 거짓이다. 사실 김혁진도 얼마나 증폭됐는지는 모른다. 그냥 대충 숫자를 둘러댔고, 미셸은 그 사실을 몰랐다.
-3, 300프로라고요?
미셸이 침을 꿀꺽 삼켰다.
-원거리 딜러들에게 적용 가능할 겁니다. 잘 다독여서 키워보세요. 미셸사단에 훌륭한 스승들 많잖아요.
-왠지 저한테 짐짝 떠맡기는 거 같은데요.
-착각입니다.
-왜 직접 안 데려가시고?
-제가 얘한테 말하는 거 못 들으셨어요? 이렇게 말한 인간 말을 듣겠습니까?
-아.
미셸은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미셸은 김혁진의 의도를 읽었다. 김혁진의 사납고 날카로운 말들은 저 소년을 향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김혁진에 집중하고 있는 많은 플레이어들과 기자들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영웅이 되기는 싫으신가 보네요.
-그러면 행동에 제약이 너무 많이 생겨서요.
-김혁진 씨답네요.
김혁진은 영웅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착한 영웅은 흠이 없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물어뜯는다.
그러나 영웅이 아닌, 원래부터 이기적인 사람이라면? 흠이 있어도 된다.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김혁진은 이 사회의 생리를 진작에 잘 알았다.
미셸이 말을 이었다.
-대중은 영웅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도움을 요청하죠. 응당 그래도 되는 것처럼. 하지만 악인에게는 하지 않아요. 아이러니하게도 말이에요. 아 참. 김혁진 씨가 악인이라는 의미는 아니었어요.
그러고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저한테 요구할 건 뭔데요?
-제가 일으킨 이 기적을, 미셸 당신이 도왔다고 하세요. 당신이 군주로서의 힘을 엄청나게 끌어다 쓴 거죠. 지친 척도 좀 하시고.
-저를 방패막이로 쓰시려고요?
-싫습니까?
-아뇨. 좋아요. 좋기는 한데. 숟가락만 얹는 느낌이잖아요. 수상해요. 저한테 자질이 뛰어난 폭탄 제조 플레이어까지 양보하고. 공로도 저한테 넘기고. 노리는 게 뭐죠?
이번에는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건 이거대로 좋다. 미셸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지금 마음의 빚을 느끼고 있다. 김혁진이 노리던 바였다.
-송기열 길드장님 한 명으로는 부족해서요.
송기열 한 명으로 가리기에, 김혁진 자신의 능력이 너무 높아져 버렸다. 미셸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나는 유명세를 얻고, 실리는 당신이 취하겠다. 이거네요. 그래도 당신도 유명세를 피하지는 못할 거예요.
미셸이 가볍게 웃었다.
-이미 여름성의 군주라고 사람들이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요? 역시 코리안이라네요.
-예, 뭐. 그렇게 됐습니다. 어쨌든 서로에게 손해 볼 것이 없는 거래죠. 당신이 유명해지면 우리의 용병회사에 큰 이득이 되어 돌아올 테니까.
사실 김혁진에게는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었다. 휴겔이라는 미래의 마왕군 3급 간부를 미셸에게 넘겨 감시할 수 있었고, 어쩌면 바른길로 키워낼 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귀찮은 일을 대량으로 피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용병회사를 더욱 키울 수 있다.
손해 보는 것이 단 하나도 없는 장사였다. 강솜이의 눈이 반짝거렸다. 속으로만 생각했다.
‘저 대단한 미셸을 어떻게 등쳐먹었을까?’
나중에 시간 나면 꼭 물어봐야지. 강솜이가 눈을 반짝거리고 있을 무렵. 김혁진에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알림이 들려왔다.
[진명 시나리오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히든 시나리오]1. 시나리오 생성자 : 진명의 수호자 ‘소음의 지휘자’
2. 시나리오 진행 :
1) 성창 가노스의 획득
2) 겨울성 사수(死守)
3) 겨울성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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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성 복구’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열람할 수 있었는데 그 설명이 약간 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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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성 복구]드워프들의 역작인 겨울성을 복구하기 위하여 대량의 황금이 필요합니다. 1톤에 달하는 황금이 있어야만 겨울성을 제대로 복구할 수 있습니다. 겨울성을 복구하는 것을 도와주십시오. 겨울성의 복구 기한은 앞으로 30분이며, 30분 안에 1톤의 황금을 ‘아테네의 불꽃’에 투입하여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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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리 광산의 주인이어도 불가능.’
30분 안에 어떻게 1톤의 황금을 공수한단 말인가.
‘이걸 클리어하라고 만든 거야?’
아무리 난이도가 제멋대로라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퀘스트다. 그런데 이 ‘진명 퀘스트’는 수호자들이 열광하는 퀘스트이고, 이 퀘스트를 내린 ‘소음의 지휘자’는 속삭이는 악마같은 타입이 아니다. 결코 실없는 짓을 하지 않는다.
‘이 귀중한 진명 퀘스트를 그냥 날려 버릴 리 없어.’
그렇다면 분명 방법이 있는 건데.
‘설마?’
아무래도 그 방법이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