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70)
#재능만렙 플레이어 370화
분명 방법이 있다. 30분 내에 찾을 수 있는 방법이. 김혁진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방법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사용해 봤다.
‘복기분석시.’
지금 김혁진의 어깨 위에는 김다롱이 없다. 언제부터 없었는지 알 수 없었다. 만검우에 집중하느라 신경쓰지 못했었다.
김다롱은 늘 있는 듯 없는 듯, 김혁진 자신조차 김다롱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았으니까.
복기분석시를 사용하여 과거를 돌이켜 보았다.
‘내가 한 거지만 엄청나네.’
만검우의 능력을 스스로 제3자가 되어 살펴보니 이건 말이 안 되는 능력이었다.
지금 당장 꺼내 쓸 수는 없는 능력이라지만, 아무튼 이 능력 자체는 분명히 밸런스를 붕괴하고도 남을 만큼의 능력.
문득 궁금해졌다.
‘이건 엄격하게 따지면 내 능력이 아니라 이사벨의 능력인데…….’
김혁진 자신이 했지만 이사벨의 능력에 가깝다. 김혁진 본인의 검술은 ‘만검우’가 아니라 ‘뇌황검’이다.
실질적으로 익히고 있는 검술은 뇌황검. 그것도 1초만 제대로 익혔다.
‘만검우에 뇌황검을 접목시킬 수 있을까?’
복기분석시로 천천히 살펴보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눈앞에 환상이 보였다. 뇌황검의 기운을 머금은 검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광경이 보였다.
-남편. 정신 차려.
순간, 김혁진은 정신을 차렸다.
-자기 스스로 펼친 복기분석시에 잡아먹히면 어쩌자는 거야?
-지금 목적 잊었어?
-아무튼 한눈 팔 수가 없다니까.
-방금 뭘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생각은 접도록 해. 너무 위험해, 남편의 지금 수준에서는.
김혁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고마워.’
방금 분명 보기는 봤다. 뇌황검을 머금은 만검우를. 황홀했다.
그 능력은 플레이어의 힘으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과거의 김혁진이 기억하는 최상위 랭커들도 뿜어내지 못하던 힘이었다.
그 힘을 목격하면서, 그 힘에 잡아먹히는 기분이었다.
‘이사벨이 없었다면…….’
소름이 끼쳤다.
‘복기분석시에서 영원히 깨어 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사벨이 도와줘서 겨우 살았다. 어쩌면 바이켄과 싸웠던 것보다, 지금이 더 위험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의 이 위험은 수호자 혹은 세계의 법칙이 관여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지만 마냥 두렵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극복한 위기는 기회니까.
‘언젠가는 분명히 가능한 힘.’
그 가능성을 봤다. 뇌황검과 만검우는 충분히 접목이 가능했다. 이사벨은 그것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일단은 지금 일에 집중하자.’
김혁진이 복기분석시를 사용한 이유는 지금 만검우를 관찰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김다롱.’
김다롱을 찾았다. 만검우를 사용할 때. 김다롱이 뛰기 시작했다. 저 멀리.
‘바이켄들의 배?’
배를 향해 열심히 달리는 김다롱이 보였다.
김다롱의 입가에는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고, 복기분석시로 본 김다롱의 두 눈은 ‘$’로 변해 있었다.
‘나 참.’
머리 위에 음표나 땀 표시를 띄우는 것으로 모자라서 이제는 눈동자가 달러로 변한다니. 복기분석시로 김다롱을 계속해서 추적했다. 김다롱은 바이켄들의 배에 들어갔다.
‘안 보인다.’
복기분석시로 보아도 김다롱을 볼 수 없었다.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너무 빨라서 보이지 않았다. 과연 ‘신의 괴도 잔디아‘의 화신다웠다.
‘김다롱이 저렇게 빠르게 움직인 이유.’
그것은 김다롱이 눈독 들이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있었다는 얘기다.
‘알겠다.’
복기분석시 사용을 끝냈다. 느끼지 못했었는데, 김혁진의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복기분석시에서 어마어마한 체력을 소모한 것 같았다. 김혁진은 중심을 잃고 털썩 쓰러졌다.
슈르트가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강솜이가 옆에 쪼그려 앉았다.
“미셸 씨가 기자들을 전부 멀리 물렸어요. 멀리서 관찰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랬습니까?”
강솜이는 손뼉을 한 번 짝! 쳤다.
“역시. 길드장님은 뭔가를 하고 있었나 보네요. 눈앞에서 벌어진 일들을 하나도 기억 못하는 거예요?”
김혁진을 떠봤다. 김혁진이 뭔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역시 역시 내 직감이 맞았어. 탐험가로서의 직감으로 말해보자면 음…….”
“…….”
“아직 안 끝났죠, 이 퀘스트?”
강솜이가 해맑게 웃었다.
“또 위험한 거 시킬 거 없어요? 심장이 막 벌렁거리는 모험이요. 근데 웬 성난 드워프가 한 명 걸어오는 거 같은데요?”
* * *
미셸이 스포트라이트를 모두 가져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플레이어들과 기자들은 김혁진에게 집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미셸이 도왔어도, 이 기적을 일으킨 사람은 김혁진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김혁진에게 누군가 가까이 다가갔다.
“네가 김혁진이냐?”
키가 매우 작았고 두터운 철갑옷을 입고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 붉은 수염. 그리고 한 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망치. 드워프였다.
김혁진은 복기분석시로 체력을 모두 써버린 상태. 자리에 앉은 상태로 되물었다.
“누구?”
“나는 드워프의 제21호법. 우버다. 드워프의 전사지.”
“우버라. 못 들어본 이름이군.”
우버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인간 주제에 건방지구나. 어차피 짧은 네 혓바닥을 잘라주면 어떻겠느냐?”
우버가 신경질적으로 망치를 들어 올리고서 김혁진에게 가까이 걸어왔다. 슈르트가 그 앞을 막아섰지만 김혁진이 괜찮다고 손을 들어 올렸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가 얘기해보죠.”
김혁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야말로 예를 갖출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무어라?”
“나는 부파파 장로의 귀인이다. 부파파 장로마저 나를 귀인으로 대접하였는데, 네가 뭐라고 나를 하대하지? 드워프의 전사가 일반 드워프들보다 성미가 더럽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우버의 눈썹이 부르르 떨렸다. 상당히 화가 난 것 같았다. 김혁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우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기세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지금 너희 드워프들은 무언가 도움을 요청할 것이 있기에 굳이 이곳을 찾았다.”
“흥! 착각도 정도껏 해라. 우리 위대한 대장장이의 일족이, 어떻게 한낱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온단 말이냐!”
“그렇다고 보기에 위대한 대장장이들이 지금 너무 바빠 보이는데.”
그래도 부파파의 귀인이다. 김혁진은 그 사실을 잘 안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대장장이들 중 한 명이 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겨울성의 복구에 수많은 대장장이들이 달라붙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잉여인력인 드워프 전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김혁진이 정곡을 찔렀다.
“겨울성의 복구를 도와달라고 할 참이 아니냐?”
“우리 대장장이 일족은 인간따위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그럼 왜 이곳에 왔지?”
“바이켄 놈들을 처리하기 위해서지.”
“혼자?”
“그렇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자존심을 넘어 허세를 부리고 있다.
“거짓말하지 마라. 지금 자존심 부릴 때가 아니야. 겨울성 복구의 타이밍을 놓칠 셈이냐? 그깟 자존심 때문에?”
“헹! 마치 겨울성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지껄이는군.”
“잘 알지.”
“너 따위가?”
김혁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인간과 드워프들 사이의 예의범절이 다르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여기까지의 무례는 눈감아주겠다. 하지만 더 이상 내게 무례를 범한다면, 나는 겨울성의 복구에 일절 손을 뗄 거야. 네 속은 시원하겠지만, 수많은 대장장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너를 원망하겠지.”
“…….”
강솜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상황을 지켜봤다. 강솜이의 눈으로 본 이 일촉즉발의 상황은 굉장히 흥미롭고 즐거운 상황이었다. 재미있는 건 저 자존심의 일족 드워프가 할 말을 잃었다는 것이다.
김혁진이 먼저 물었다.
“막대한 양의 황금이 필요하지 않나?”
“…….”
“자존심이 상한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 인간이 내가 너희들의 역작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한다면 말이야.”
사실 몰랐다. 진명 퀘스트 때문에 알게 되었을 뿐이다. 그래도 이용할 건 철저하게 이용해 먹어야 한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광산의 주인이다.”
“오! 그렇다면 네게 황금을 캐올 수 있는 특혜를 주겠다. 특별히 우릴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지.”
태도가 많이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자존심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김혁진도 우버를 더 자극할 생각은 없었다. 중요한 건 우버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수호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광산에서 캐오는 것으로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겠지.”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너희들이 지켜보고 있는 나는 이미 이 퀘스트 진행에 대해 알고 있고, 그에대한 대비책을 세워놓았다. 이 것을 보여주며 은근슬쩍 기대감을 자극했다. 실제로 시간이 많이 부족한 것도 맞다. 30분내에 1톤. 캐오는 건 불가능이다.
우버가 물었다.
“그럼 뭘 어떻게 할 생각이지?”
페드로는 잠자코 김혁진을 지켜보았다. 솔직히 놀랐다. 드워프 전사를 이토록 수월하게 다루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드워프 전사들은 워낙에 성격이 괴팍하고 자존심이 강해서 대장장이 드워프들조차 기피하는 대상인데.
‘그런데 정말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저 정도로 드워프 전사를 자극하는 것을 보면, 김혁진에게 겨울성을 복구할 방법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바이켄의 배에 황금이 가득하더군. 마치 누군가를 위해 준비한 것처럼 말이야.”
김다롱이 어깨를 쭉 펴고 배를 내밀었다. 배가 통통해져 있었다. 황금 부스러기를 좀 주워먹은 모양이었다.
[‘김다롱’이 황금은 맛이 없다고 어필합니다.] [‘김다롱’이 닭다리 3개를 요구합니다.] [‘김다롱’이 양념치킨의 양념 묻은 껍질만 뜯어 먹겠다고 당당하게 선포합니다.]김다롱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김다롱의 인벤토리에는 황금이 가득했다.
김혁진이 김다롱의 턱을 살살 만졌다.
‘누나는 내가 커버해 줄게.’
김다롱이 양념치킨의 양념 묻은 껍질만 먹겠다고 선포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그렇게 먹으면 누나에게 혼이 나기 때문이다.
지금 김다롱은 황금을 가져온 대신 누나를 막아달라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김다롱은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겨울성의 복구를 원한다면 안내해라. 우버.”
“…….”
“공손하게.”
* * *
김혁진은 페드로와 함께 드워프의 숲으로 이동했다. 겨울성이 반쯤 복구된 것이 보였다.
“인간이다!”
“인간이 왔다!”
쌍둥이 문지기가 김혁진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김혁진이 물었다.
“부파파 장로님은?”
“그분은 돌아가셨다.”
“그분은 돌아가셨어.”
처음 듣는 말이다. 움찔했다. 김혁진에게는 검림 출신의 드워프가 필요하다.
김혁진이 아는 검림출신의 드워프는 부파파가 유일하다. 그런데 죽었다니? 그런데 죽었다는 말을 왜 저렇게 해맑게 하는 거지?
페드로를 쳐다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율법의 성창 가노스를 만드시고 승천하셨다고 합니다. 저들은 기뻐하고 있고요.”
“슬프면 슬퍼해도 됩니다. 저들이 슬프지 않다고 해서, 페드로 씨마저 슬프지 않은 건 아니니까.”
페드로의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상남자는 슬픔이란 감정을 모릅니다. 표현은 더더욱 할 줄 모르죠.”
김혁진은 문지기들의 안내를 받아 아테네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정순한 불꽃 ‘아테네’에 1톤의 황금을 투입하십시오.] [1톤의 황금을 투입하면 ‘겨울성의 복구’가 완료 됩니다.]김혁진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은 황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인벤토리 내의 모든 황금을 아테네에 투입합니다.]부르르-
진동이 일었다. 아테네의 불꽃이 잠시동안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진명 퀘스트. ‘겨울성의 복구’가 완.]세계가 회색으로 물들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알림이 들려오는 와중에 세상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알림을 의도적으로 끊어버렸다는 뜻이다. 뭔가 있는 것 같았다.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녀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지금 모습을 드러낸 세니아는 세니아가 아니었다.
‘알 것 같다.’
저 세니아의 정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