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74)
#재능만렙 플레이어 374화
휴겔은 두 눈을 꿈뻑거렸다.
“음?”
두 눈에 똑똑히 보였다.
[어디냐? 지금 간다.]성난 대장장이 뷰켈. 부른다고 올 위인이 아니다. 언제나 제멋대로이고 제 성미에 맞지 않으면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성미 고약한 드워프다.
휴겔은 세상의 그 누구보다 뷰켈이 가장 무서웠다. 그런데 갑자기 온다니.
휴겔이 말했다.
“위치를 알려줘도 될까요?”
“그래.”
“다, 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요.”
5시간 후.
검림 출신의 대장장이. 성난 드워프 뷰켈이 이곳에 찾아오기로 했다.
미셸이 가볍게 웃었다. 김혁진이 마음만 먹으면 휴겔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벗겨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김혁진의 말대로, 김혁진은 휴겔을 거신 길드에 영입하려는 시도는 안 하고 있다. 사실 그게 가장 신경 쓰여서 같이 왔다.
“김혁진 씨. 잠시 둘이 얘기 좀 가능해요?”
“그러죠.”
휴겔은 거실에 내버려둔 상태로, 김혁진과 미셸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미셸이 문을 닫았다. 미셸은 주변을 살펴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당신도 나보나 광장에 정창인이 왔다는 걸 알죠?”
“네. 압니다.”
알지만 대응은 하지 않았다. 정창인은 사실 김혁진 자신의 사람이니까. 안 그래도 정창인에게 귓속말을 보내 상황을 파악해 보려던 차였다.
“제가 보기에 정창인은 당신을 죽이지 못해요. 그게 능력차든, 뭐가 됐든.”
“그래요?”
“정창인을 관찰했어요. 정창인이 당신을 공격할 기회를 엿보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러나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어요. 죽이지 못한다기보다는 죽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뜻이 되겠죠.”
김혁진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는 있었다. ‘만검우’를 사용하고 탈력감에 지쳐 쓰러졌을 때. 그때는 휴겔과 대화하는 것도 힘들었었다.
사실 그때 급습했다면 김혁진도 온전치는 못했을지도 모른다.
“당신을 공격할 기회가 있었지만 공격하지 않고 돌아갔어요. 아마 송정희의 명령을 받았겠죠.”
해외니까 손쓰기 더 편했을 거고.
“제 판단에 따르면 특수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짐작해요. 철혈사자 길드는 기상천외한 아이템들을 자꾸 어디서 공수해 와서 사용하니까.”
“아마 탐험가 잭슨이 도와줄 겁니다.”
“아. 그 미남 탐험가 이름이 잭슨이군요. 대외적으로는 잘 활동을 이름을 안 밝혀서 이름은 몰랐네요.”
이름만 몰랐을 뿐, 미셸은 철혈사자에 대해 제법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태평양 건너 저 먼 땅에서, 송정희를 읽어냈다.
“송정희는 당신에게 깊은 앙심을 품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이유는 납득 안 되지만.”
“그런데요?”
“당신을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당신을 죽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송정희의 실력으로는.”
미셸이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저는 당신의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할 겁니다.”
“조심스러운 얘기요?”
“네. 당신을 직접 괴롭힐 수 없다면, 간접적으로 괴롭히려 들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송정희라면.”
이쯤 되자 김혁진도 미셸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깨달았다.
“제 가족들에 대해 말씀하시는 겁니까?”
김선화는 강력한 탱커니 그렇다 치고, 요즘 신연서의 어머니인 한명희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있는 김혁진 자신의 어머니나, 누나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가족을 건드릴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김혁진 자신의 파멸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혹시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너무 기본적인 거라서 놓치고 있었어요.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혁진은 반성했다. 플레이에만 너무 몰두하느라, 바로 옆을 보지 못했다. 송정희라면 충분히 헛짓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혹시 지원병력이 필요하면 말씀해주시고요.”
“블랙크로우. 아니 미셸사단에 적당한 인재가 있나요?”
블랙크로우는 음지에서, 미셸사단은 양지에서 활동하는 단체다.
“미셸사단이요?”
양지에서 활동하는 단체를 언급했다는 건, 김혁진이 미셸사단과의 관계를 대외적으로 인정하고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는 김혁진이 더 이상 숨지 않고, 직접 움직인다는 뜻이다.
‘잠자던 용(Dragon)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김혁진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태극방패의 송기열을 비롯한 한국의 유명 랭커들의 명성은 모두 태양 앞의 반딧불이처럼 사그라들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미셸사단과 김혁진의 관계를 세상에 공고히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엘리트들을 급파하기로 마음먹었다.
“헤일 형제와 수잔 자매가 있어요.”
그들이 벌써 미셸사단에 합류했나?
김혁진도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헤일 형제와 수잔 자매는 미셸사단의 대표적인 플레이어로서 활약하게 되며, 그 강력한 미국 내에서도 늘 각 계열 Top10 안에 들어가는 초일류 플레이어들이다. 그들이 경호를 맡아준다면 한시름은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도와준다고 합니까?”
미셸이 가볍게 웃었다.
“싫어도 도와주게 만들어야지요. 저 이래봬도 꽤 명망있는 군주거든요. 그리고 그들에게는 요인 경호도 경험치거든요.”
“알겠습니다.”
김혁진이 생각에 잠겼다. 경호. 물론 좋다. 그러나 그게 완전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지금 가장 위협적인 인물은 송정희다.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이 된다면 손에 피를 묻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김혁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미셸이 몸을 움찔 떨었다. 김혁진의 몸에서 살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 엄청 위험한 생각을 한 것 같은데?’
겉으로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부디 멍청이들이 당신의 가족을 건드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네요.”
“…….”
“그 멍청이들은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테니까.”
* * *
송정희가 정창인의 정강이를 찼다. 정창인은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정강이가 아파왔지만 신음성을 내지 않았다.
“죽이라고 했잖아. 내 말을 뭘로 들은 거야?”
“상황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여름 군주라 하여 이목이 집중되는 바람에…….”
“그딴 게 알 게 뭐야! 죽이라고 했으면 죽였어야지!”
정창인은 차분하게 응수했다. 죄송하다고 연거푸 말했다. 송정희도 더는 뭐라고 하지 못하겠는지, 한바탕 분풀이를 한 뒤 ‘꺼져!’라며 정창인을 쫓아냈다.
“아, 잠깐. 다시 와봐.”
“네.”
“김혁진의 약점이 뭐가 있어?”
정창인도 생각해봤다. 그런데 김혁진에게 약점이 딱히 없었다. 김혁진은 정창인이 생각하는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어였으니까.
송정희가 흐흐 웃었다.
“약점. 그게 안 보이는 괴물 같은 놈이지.”
“…….”
“근데 약점이 있잖아.”
“예?”
“가족. 그 놈이 가족에게 껌뻑 죽는다며.”
“길드장님. 그건 도가 지나치신 것 같습…….”
찰싹!
송정희가 정창인의 뺨을 때렸다.
“닥쳐. 난 그놈이 어떻게든 괴로운 꼴을 봐야겠으니.”
그나마 ‘철혈여제’에 가까웠던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약에 쩔은 눈동자를 하고 있는 재벌 3세만이 이 자리에 남아 있었다.
“재고해 주십…….”
짜악-!
또다시 뺨을 때렸다.
“그놈한테 누나가 있다지?”
“그 누나는 마이클과 연인관계입니다. 마이클은 미셸의 남동생이고요.”
“알 게 뭐야. 그 누나를 죽여. 끔찍하게.”
정창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송정희가 밉지만, 이렇게 망가진 것을 보니 씁쓸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한때 송기열을 능가하며 성신을 이어받을 재목으로 불렸던 여자인데 말이다.
‘어딘가 이상하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좀 생긴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왜 대답 안 해?”
“알겠습니다.”
정창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왔다.
‘선을 넘었어.’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김혁진이 미워도, 왜 아무 죄도 없는 김혁진의 누나를 죽인단 말인가. 정창인도 그 짓은 할 수 없었다.
그때 복도의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가 쑤욱- 모습을 드러냈다. 정창인이 찔끔 놀랐다.
“정창인 씨.”
“네.”
“품 안에 녹음기. 어디다 쓰시려고요?”
“…….”
정창인은 발뺌하지 못했다. 몸이 떨려왔다. 잭슨의 눈동자를 보고 있는데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잭슨이 말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으나 그 미소는 어딘가 모르게 소름끼쳤다.
“쓸데없는 짓을 하려고 하시는군요.”
여러 사람이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목소리가 하나가 아니었다.
“왕은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다른 왕을 짓밟아야 합니다.”
“무슨 뜻이죠?”
“짓밟아버린 왕이 강하면 강할수록, 짓밟은 왕은 더욱 큰 위명을 갖게 되죠.”
정창인의 몸이 풀썩 쓰러졌다. 정신은 또렷했지만 몸이 마비되었다.
“이건 제가 가져갑니다.”
정창인의 품속에 있던 녹음기를 빼앗았다. 그리고 발로 밟아 으깨버렸다.
“내가 당신을 살려두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잭슨이 쪼그려 앉았다.
“나의 왕을 위해서.”
한마디 더 속삭였다.
“내 왕의 충실한 개이기 때문에 살려두는 겁니다. 허튼 짓 하지 마시고, 김아영을 죽여 보세요.”
정창인은 혼란스러웠다. 문맥상 보면 잭슨은 김혁진을 ‘나의 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김혁진의 누나를 죽이란다.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어도 해야 하는 일은 존재합니다. 왕의 각성을 위해, 반드시 쌓아올려야 할 피의 제단이 존재합니다.”
“……당신 도대체 뭐야?”
“세례자. 왕의 머리에 기름을 부을 자입니다.”
잭슨의 모습이 사라졌다. 정창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머리가 띵했다. 눈동자의 초점이 흐릿해졌다.
“김아영을…… 죽인다.”
“김아영…… 죽인다.”
“죽…… 인…… 다.”
“타겟은…… 김아영.”
정창인의 몸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수잔 앤서니. 그리고 수잔 레나.
둘은 연년생으로 20대 초반의 플레이어다. 앤서니가 언니. 그리고 레나가 동생이며, 둘은 튜토리얼 필드에서 나란히 플레이어로서 각성했다.
앤서니는 자기 몸집보다 더 거대한 대검을 다룬다 하여 ‘대검의 수잔’이라는 이명이 붙어 있었고, 레나는 그림자처럼 빠르고 은밀하게 움직인다하여 ‘그림자의 수잔’라고 불렸다.
그러나 그녀들을 따로따로 부르는 것보다는 미셸사단의 ‘수잔 자매’라고 부르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둘은 늘 함께 움직였으며, 강상구&곽태운 콤비만큼 유명한 콤비로서 미국에서 큰 활약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사실상 전 세계적으로 살펴봤을 때 강상구, 곽태운보다 더 유명한 콤비가 바로 수잔 자매였다.
신난 사람은 김선화였다.
“수잔 자매가 진짜 온대요?”
“응.”
“와. 대박!”
몰랐는데, 김선화는 수잔 자매의 팬이었단다.
“그 언니들 진짜 보고 싶었는데. 저번에 영상 봤는데 장난 아니에요. 대검이 막 붕붕 날아다니고, 그림자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듀페논(*미국 서부에서 출몰하는 반인반마형 몬스터) 사냥하는데 진짜 완전 멋있었어요.”
“네가 보기에 연서보다 검을 잘 쓰는 것 같았어?”
“음.”
김선화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마 일대일로 싸우면 연서언니가 이길 거 같기는 해요. 연서언니는 PVP에 엄청 특화되어 있으니까. 근데 만약에 저를 포함해서 2:2로 싸우면 우리가 질 거 같아요.”
아무튼 김선화는 굉장히 기뻐했고, 수잔 자매는 곧 도착한단다. 도착하자마자 경호임무를 시작하겠다고 했고, 헤일 형제는 어머니 경호를 위해 지리산으로 향했다.
수잔 자매가 D타워에 도착했다. 당연히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최근 영입된 미셸사단의 에이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콤비라고 평가받는 미국의 자매 플레이어가 한국 땅을 밟았다.
곧바로 밝혀졌다.
수잔 자매가 한국에 온 것은 VIP 경호를 위해서이며, 그 VIP란 ‘여름 군주’의 가족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여름 군주가 그 정도였어?”
“그냥 떠오르는 신예인 줄 알았는데?”
신예 정도가 아닌 모양이었다.
신예였다면 수잔 자매를 움직일 수 없었을 테니까. 그것도 던전 레이드도 아니고 경호로 쓰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