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78)
#재능만렙 플레이어 378화
‘세뇌 거미’라는 직관적인 이름이 붙은 이것은 한국 출신 마왕군 3급 간부인 ‘강우환’이 많이 사용했던 악질적인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마왕군 3급 간부 ‘강우환’은 원래 한국의 유명 길드인 ‘태풍 길드’ 소속이었다가 퇴출당하고, 척살령까지 받은 인물이기도 했다.
‘태풍 길드라.’
태풍 길드가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뜨려서 김혁진 자신을 음해하고, 인성이 파탄 난 몹쓸 플레이어로 선동하고 있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열심히 파보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런데 이 때, 하필이면 마왕군 간부인 강우환이 사용하던 세뇌 아이템을 잭슨이 사용했다?
‘우연일까?’
아니. 아닐 것이다.
‘잭슨과 관련이 있네. 애초에 강우환이 사용했던 [세뇌 거미]를 잭슨이 준 것일 수도 있고.’
그럴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한 태풍길드의 길드장인 한상철도 김혁진을 음해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 뒤에 잭슨이 있는 것 같다.
정창인의 습격.
강우환의 세뇌 거미.
한상철의 여론전.
세 개의 다른 퍼즐조각들이 ‘잭슨’이라는 인물로 연결되어 있다. 이건 잭슨의 초대인 것 같았다. 별로 유쾌한 방식의 초대는 아니었다.
“3일 정도 시간이 있기는 한데.”
송기열의 말에 따르면 한상철은 여전히 여론을 호도하고 ‘여름 군주’가 나쁜 놈이라는 사실을 열심히 전파하고 있었다.
김혁진은 ‘태극 방패’에 가입하겠다는 뜻조차 내비친 적이 없고, 실제로 몸을 담은 적이 없었지만, 이미 일부 사람들에게 있어서 김혁진은 태극방패에 몸 담았다가 큰 잘못으로 퇴출된 인성 파탄 플레이어였다.
저녁 시간.
김선화가 입술을 삐죽이며 묵은지 김치를 주욱 찢어 먹었다. 화가 난 건 화가 난 거고, 묵은지가 맛있는 건 맛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웃겨. 사실관계 확인도 안하고 어떻게 그렇게 다 믿지?”
김선화는 인터넷 댓글을 모두 확인하는 듯 했다.
“오빠가 언제 태극방패에 들어갔어요? 무슨 철혈사자야, 퉤퉤퉤!”
태극방패까지는 어찌어찌 이해해줘도. 철혈사자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김선화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밥풀을 튀겨가며 분을 냈다.
“철혈사자의 철자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데 무슨. 오빠는 무슨 입장문 같은 거 내야하는 거 아니에요?”
김혁진이 빙그레 웃었다.
“밥풀 튄다.”
“아, 아! 죄송!”
“어차피 스스로 결론을 내린 이들은 내가 어떻게 말해도 믿지 않아.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보고 싶은 대로 보거든.”
“여름 군주의 힘도 사기이고 눈속임이래요. 미셸의 힘을 훔쳤다나 뭐라나. 미셸 언니는 아무것도 안 했잖아요. 아니. 그런 말을 어떻게 믿는 거야? 그게 말이야, 똥이야? 어우, 승질 나! 오빤 화도 안 나요?”
“화내야 할 대상이 조금 틀렸어.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고, 개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건 자유야. 진짜 나쁜놈은 선동한 쪽이지.”
“아이, 그래도!”
김혁진은 혼자서 열을 내는 김선화를 보는데,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귀여웠다. 화제를 돌렸다.
“오늘 설거지 당번은 나인가?”
“맞아요. 오빠예요.”
“설거지 끝나면 같이 친구 좀 만나러 갈래?”
“친구요?”
“응. 상철이.”
“상철이?”
“그래. 한상철. 요즘 내 이름 팔아서 열심히 활동하던데.”
“태풍 길드장이요? 오빠 친구였어요?”
“친구 해볼까 해서. 원래 남자 사람 친구끼리는 주먹다툼도 하고 그렇거든.”
혼자서 여론전을 열심히 펼치는 것이라면 상대 안 해도 됐지만, 그 이면에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그 이면에 잭슨까지 엮여 있다면 조금은 신경을 써야할 것 같았다. 마침 3일의 시간도 주어졌으니, 한 번 만나보기로 했다.
태풍 길드의 사무실은 용산에 위치하고 있었고 이동하는데 40분 정도 걸렸다. 태풍 길드의 길드 사무실은 커다란 빌딩 30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곳에 도착했는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기습방문을 했을 뿐인데, 한상철과 강우환. 그리고 마왕군 행동대장 중 한 명이었던 김준식까지 있었다. 이들은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철저히 준비를 끝냈다.
한상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서 오세요.”
길드장 한상철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상철이 말을 이었다.
“맛 좋은 먹잇감을 환영합니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뭘까요, 이 생뚱맞게 급박한 전개는?”
* * *
한상철은 김혁진 자신이 올 것을 이미 예측하기로 한 듯 대비를 하고 있었다. 김혁진은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않은 채 뚜벅뚜벅 걸어가 손님용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김혁진은 여유를 잃지 않고 말했다.
“나를 상대로 의미없는 여론전을 벌인 것으로 보아 두뇌회전이 빠른 스타일은 아닌 거 같은데.”
주변을 훑어봤다.
한상철은 마법사답게 바람 냄새가 물씬 나는 마나를 온몸에 두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끝내놓은 상태였다.
‘강우환은 세뇌거미를 사용할 태세를 갖추고 있고.’
저 거머쥔 오른 손 안에는 ‘세뇌거미’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김혁진 자신에게 붙여서 세뇌를 하려고 시도할 거다. 저들의 생각이 훤히 보였다. 김혁진에 비하면 지나치게 하수들이었다.
‘그나마 위험한 인물이 김준식인데.’
김준식은 한 자루의 커다란 낫을 사용하는 근접전 타입의 플레이어다. 현재 레벨은 35. 공간이 협소하여 피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이런 공간에서 저런 날붙이는 큰 위험이 된다. 그러나 김혁진은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저 이름 모를 낫이 위험한 날붙이라면, 김혁진이 가지고 있는 이사벨은 위험천만한 날붙이니까.
‘뭐. 위험요소는 없네.’
그래서 편안하게 말을 이었다.
“똑똑하지 않은데, 내가 올 것을 이렇게 대비하고 있었다는 건, 참모의 역할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얘기인데 말이야.”
한상철을 쳐다보았다.
‘제법 정의로운 플레이어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그래도 철혈사자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던 길드의 길드장 아닌가.
역시 언론의 이미지는 믿을 것이 못되는 것 같다. 하기야. 한국 최고의 길드였던 철혈사자를 이끌던 송정희도 사실 알고 보니 뛰어난 인물은 아니었다. 송정희가 그 모양인데, 한상철이 그보다 뛰어날 리는 없었다.
‘송정희. 한상철. 둘 다 잭슨의 입김에 닿아 있었고.’
덕분에 과거 둘은 최정상급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상철은 배짱좋게 김혁진 앞에 앉았다.
“그 분이 말씀하신 그대로군.”
언제든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한 상태지만, 육안으로 보면 그 것이 보이지는 않았다. 김혁진의 감각안에만 잡혔다. 손에서 요동치는 마나의 흐름이.
“그 분? 잭슨?”
“이름은 나도 모른다.”
“뭐 아무래도 좋아. 그 분이 뭐라고 하셨길래?”
“우리를 앞에 두고도 전혀 긴장하지 않을 거라 하셨다.”
“꽤 똑똑한 분이네. 날파리 몇 마리 날아다닌다고 긴장하는 머저리가 어디 있겠어?”
김혁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한상철을 도발했다. 한상철은 그 도발에 쉽게 넘어오지는 않았다.
“그 날파리한테 맞으면 많이 아플 텐데.”
“한 번 묻자. 왜 별 이유도 없이 나를 인성파탄자나 길드에서 쫓겨난 인물로 언론 플레이를 한 거냐?”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도대체 뭘 얻을 수 있길래?
“이유라.”
한상철이 피식 웃었다.
“연습이 되니까?”
“연습?”
김혁진은 감각안으로 한상철을 살펴보았다. 느껴지는 기세가 너무 약해서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는데, 살펴보니 재미있는 능력이 하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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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능력 : [여론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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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은 다소 황당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네 고유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습작업이었나?”
“그렇지.”
“재미있는 능력이네. 거꾸로 네 신망을 높일 수도 있나, 그 능력은?”
“나쁜 쪽으로 선동이 더 쉽기는 하지만, 좋은 쪽으로도 선동은 가능하다.”
김혁진은 순수하게 궁금했다. 저런 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좋은 쪽으로?”
“공공의 적을 만들면 되지. 그럴듯한 명분을 씌워서.”
“나쁜 놈을 만들고, 그 나쁜놈이랑 싸우면 착한 놈이 된다는 논리냐? 그게 먹혀?”
“그게 먹히도록 만드는 게 내 능력이다.”
“갈고닦으면 아주 위험한 무기가 되겠네. 사람 몇 정도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겠어.”
“후후후.”
김혁진의 말을 칭찬으로 알아들었는지, 한상철은 기분 좋게 웃었다. 사실 한상철은 자신의 능력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여론을 선동하고 대중을 자신의 입맛대로 주무르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 행위 자체가 한상철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었다.
마치 세상의 조물주 혹은 신이 되어 우매한 대중들은 제 맘대로 조종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칭찬 아닌데 좋아하네, 등신이. 찌질한 능력 가지고 좋단다.”
“뭐?”
“네 능력에 대해 이리도 순순히 말하는 이유는.”
김혁진이 손가락으로 강우환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강우환의 거머쥔 오른손을 가리켰다.
“저 오른손에 있는 [세뇌 거미]를 믿고 있어서?”
순간, 세 플레이어가 움찔했다. 마치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김혁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재능이 충만하고 충분히 노력한 플레이어들이라면, 겨우 이 정도에 동요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겉으로는 티내지 않는다. 이걸로 확신을 갖게 됐다. 이 셋은 ‘천재’라고 보기 어렵다. 적어도 한국 내에서 Top 10 안에 드는 상위 길드가 될 수 없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뭐. 아무렴 좋아.”
저들의 참모는 잭슨이다.
“잭슨이 너희에게 내가 올 것을 알려줬지만, 내가 너희를 어떻게 할지는 가르쳐주지 않은 것 같네.”
잭슨은 이들에게 제한된 정보만을 전해주었다. 잭슨이라면, 김혁진 자신에게 ‘세뇌 거미’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김혁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한상철은 기다리지 않았다.
“바람의 혈흔.”
세 가닥 붉은색 바람이 불어 닥쳤다. 김혁진은 그 것을 피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불어닥치는 붉은 바람을 똑바로 쳐다봤다. 오른손에 아테네의 기운을 모았다. 마나는 마나로 짓누르면 된다.
“함정에 빠진 건 너희들이다.”
잭슨의 함정이 이렇게 허술할 리는 없다. 잭슨은 김혁진을 잡기 위한 덫을 놓은 것이 아니라, 저들을 잡기 위한 함정을 놓았다.
저희끼리는 저희가 함정을 만든 줄 알고 안심하고 있었겠지만 완전히 반대였다.
한상철이 입술을 깨물었다.
“미친!”
자신이 준비한 마법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 것을 봤다. 바람의 마나가 불의 마나가 짓눌려 사라져 버렸다. 마법이 잡아먹히는 기분이 들었다.
“마법도 태운이보다 못하고.”
김혁진이 단도를 꺼내 휙! 던졌다. 그 안에는 무신지체의 놀라운 재능과 ‘통찰지검’의 묘리가 섞여 있었다. 단도는 정확하게 날아가 강우환의 오른손을 관통했다.
그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강우환을 아예 넘어뜨렸다.
크아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꼬치구이처럼 단도가 관통한 손의 손목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극도의 고통이 그의 정신을 좀 먹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김혁진은 자신의 등 뒤로 날아드는 낫의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던졌어?’
김준식은 근접전 계열의 플레이어다. 낫을 던질 줄은 몰랐다.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피하기는 어렵겠는데.’
김준식이 여벌 목숨이나 다름없는 낫을 이렇게 허무하게 던져 버릴 줄은 몰랐다.
근접전 플레이어라고만 생각했다. 사실 조금 방심한 것도 있었다. 피하기에는 늦었다. 김혁진이 몸을 뒤틀었다.
‘보인다.’
무신지체를 얻고 나서 더욱 확실히 보였다. 낫의 경로가. 피할 수는 없었지만, 잡을 수는 있었다.
탁!
김혁진이 빙글빙글 돌며 날아오는 낫의 손잡이를 잡아냈다.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김준식은 방금의 그 한 수로 격의 차이를 깨달았다.
“이런 X발…….”
빙글빙글 돌며 날아오는 낫을, 무슨 수로 잡아낸단 말인가. 그것도 뒤돌아 있던 상태에서 말이다. 이건 현격한 실력 차이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혁진은 상점표 철검을 꺼냈다. 함정? 그런 건 의미 없다. 저들은 세뇌당한 상태가 아니다. 자의로 자신을 공격했다. 대가는 치러야 한다.
휙!
김혁진이 철검을 휘둘렀다.
김준식은 오른팔을 잃었고 한상철은 왼팔을 잃었다.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김혁진은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럼 최종보스를 맞이해 보실까.”
왜 이런 자질구레한 짓을 저지르면서 잭슨이 자신을 불렀을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잭슨. 보고 있는 거 다 알아. 들어와.”
문이 열리고 금발의 미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잭슨이었다. 그는 활짝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