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80)
#재능만렙 플레이어 380화
“10분이다. 10분 내에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네 수호탑이 폭주할 거야. 폭주하면 어떻게 될 지, 너도 느껴지지?”
그 말 이후로 뷰켈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뭐. 주인의 혈통이라면 한 명이면 될 것 같고.”
주인의 혈통. 김혁진의 가족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피로 이어진 가족인 누나 혹은 어머니. 누나나 어머니를 죽이면 한 명만 죽여도 된다는 뜻인 것 같았다.
김혁진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세니아. 중계 중이야?”
“그렇습니다.”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계약 플레이어로서 일시정지 좀 요청할 수 있어? 중간 관리자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래.”
“10분 제한이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시정지 권능을 사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며 아주 많은 코인이 필요합니다.”
세니아는 거절하겠다는 것처럼 말하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그러나 김혁진 플레이어의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인정하며, 아낌없는 투자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은 길었지만 일시정지권능을 사용해주겠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일시정지 권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말씀해주셔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콘텐츠 진행이 끊기는 것을 싫어하는 수호자들이-그들은 같은 수호자들끼리도 진행을 끊는 것을 싫어한다-항의할 수도 있다. 김혁진은 눈으로 인사했다.
‘고마워. 세니아.’
세니아도 중간 관리자로서 수호자들과 소통해야 한다.
콘텐츠를 중간에 끊고서 사건의 긴박감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혁진 자신을 믿고 진행해 주었다.
세상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시간을 좀 더 벌었다.
“3명을 죽이라는 것에 대해 매뉴얼적인 질문을 좀 할게.”
“말씀하십시오. 관리자로서 대답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대답하겠습니다.”
“뷰켈이 [사람이든, 중간 관리자든, 아무튼 인격을 가진 지성체]라고 말을 했는데, 사람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다는 얘기지?”
“그렇습니다. 저 역시 매뉴얼적으로 말씀드리면, 사람이 가장 유리하기는 합니다. 지성체라는 것에 누구도 이견을 내지 않으니까요.”
“한 가지만 더 묻자.”
“예.”
“죽인다는 게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 거야?”
세니아는 잠시 동안 김혁진을 쳐다봤다. 뭘 의미한다니. 김혁진이 무엇을 묻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중간 관리자의 매뉴얼대로 대답해 주었다.
“생명체의 생명이 사라지게 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럼 부활 권능이 적용된 곳에서 죽여 봐야 의미가 없겠네?”
“그렇습니다. 그것은 생명의 소멸을 뜻하지 않습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 해.”
“폭주하는 수호탑을 다스릴 자신이 있으십니까?”
“너나 뷰켈의 반응을 보면, 아마 다스릴 수 없겠지.”
일시정지 권능이 펼쳐진 덕분에 좀 더 수월하게 얘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폭주하지 않는다면?”
“폭주할 것입니다.”
“왜?”
“율법의 성창 가노스가 적안을 찔렀기 때문입니다. 혈루 내에 내재되어 있던 살성이 폭발하여 수호탑을 폭주시킵니다. 그 폭주를 막기 위하여 생명체의 소멸이 필요합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시정지 풀어줘.”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세니아는 김혁진을 말렸다. 그러나 김혁진은 듣지 않았다.
“뻔하게 진행하면 재미없잖아.”
나가서 누군가를 죽인다. 솔직히 말해서 어려운 일은 아니다. 어렵지는 않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내 필요에 의하여 사람을 세 명이나 죽인다? 그러면 과거의 마왕군과 다를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적어도 내 필요에 의해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세니아의 대답이 뻔했기 때문이다.
-적색귀를 폭주시키는 것이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갈 것입니다. 세 명을 죽여 삼천 명을 구하는 것입니다.
김혁진이 다시 말했다.
“일시정지. 풀어줘.”
수호자들에게 예고는 했다. 어떻게 진행할 지. 아마 그들은 흥미로울 것이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 어떻게 수호탑의 폭주를 막을 것인지.
“결과에 대한 기대감은 충족시킬 거야.”
수호자들이 원하는 그림. 플레이를 완벽하게 해내는 그 모습은 충분히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뻔하지 않게.”
그 것이 콘텐츠로서의 가치다. 김혁진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그랬다.
“보여줄게. 늘 그랬듯.”
* * *
뷰켈은 성난 눈으로 김혁진을 바라보았다. 발을 한 번 쿵! 굴렀다.
“뭐해? 빨리 안 움직이고?”
“안 움직여도 될 것 같다.”
뷰켈이 눈썹을 찡그렸다.
“뭔 개소리야? 빨리 움직여! 내 인생의 역작을 말아먹을 셈이야?”
“뷰켈. 혈루와 율법의 성창 가노스는 이미 두 명의 목숨을 잡아먹었어.”
김혁진은 단천우의 유언을 떠올렸다. 단천우가 준 선물. 홀로그램 속 단천우는 이렇게 말했었다.
-세계는 더 이상 나를 감시하지 못할 것이다. 너도 감시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엔 너무 많은 법칙을 소모해야 하거든.”
-그러니까 내가 죽어야만 네게 해줄 수 있는 말들이 있다 이거지.
-혈루를 찾거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찾아야 네가 산다.
이 말을 토대로 혈루를 찾았었다. 여기서 단천우는 확실하게 죽음을 언급했다. ‘내가 죽어야만’이라고. 그리고 단천학에게 혈루에 대한 설명을 들었었다.
-학살자의 운명을 타고나, 피붙이를 잃은 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괴한 눈물이지.
결국 ‘혈루’라는 것은 누군가 죽어야만 만들어진다는 소리이고, 이미 한 명의 목숨을 먹어 치웠다. 검황 단천우의 목숨을 말이다.
“혈루가 이미 한 명을 잡아먹었고.”
단천우가 죽은 이유는 마그나 게이트에 대하여 언급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또 혈루를 말해주기 위함이기도 했다.
“율법의 성창 가노스는 내 친우였던 부파파 장로를 승천시켰다.”
드워프들은 그것을 기뻐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부파파가 죽었다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성창 가노스를 율법의 성창 가노스로 만들기 위해서.
“이미 두 명의 죽음이 이 안에 담겨 있어.”
김혁진은 뷰켈을 바라보았다. 뷰켈의 표정이 어느새 진지해져 있었다.
“그래서. 나가서 안 죽인다고?”
“내가 나가서 사람들을 죽이면, 과연 수호탑 안서희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까?”
김혁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 적안은 살성을 증폭시키는, 수호자마저도 탐을 내는 괴이한 능력이야. 여기서 생명체를 피를 묻힌다면, 과연 그 살성이 잠잠해질까, 더 폭주할까?”
“…….”
“게다가 나는 부파파 장로의 유일한 인간 제자에게 전해들었다.”
“무엇을?”
부파파 장로가 죽어갈 때. 정화의 불꽃 아테네 속에서 망치질을 하면서, 목이 터져라 외쳤었다.
-세계의 법칙이 움직였다.
-보아라. 세계의 법칙을 머금은 눈물과 율법의 창이 내 손에 있다.
-이 둘은 다르지만 근본은 같다. 하나의 법칙을 머금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법칙.
-그것은 [지키는]이다.
세계의 법칙이 움직였고, 하나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했다. ‘율법의 성창 가노스’가 내포하고 있는 법칙은 바로 ‘지키는‘이었다.
“성창 가노스에 적용된 법칙은 [지키는]이었다.”
아마 뷰켈도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부파파의 친구이기도 했고, 부파파의 뒤를 이어 성창 가노스를 제련하기까지 했으니까.
“그러한 법칙이 적용된 성창으로 사람을 죽인다? 그건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잖아.”
“…….”
“그렇다면 이게 왜 이상할까?”
김혁진이 답을 내렸다.
“함정. 혹은 시험이기 때문이지.”
뷰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사람을 죽이라고 말해줬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뷰켈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
“…….”
“네 말이 맞다.”
늘 화가 나있던 뷰켈의 기세가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네가 사람을 죽였다면, 아마 수호탑은 더욱 폭주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적안에 담겨있던 살성이 모두 소실될 때 까지, 수호탑은 인간을 모조리 학살했겠지.”
“모조리?”
“너희가 사는 국가의 이름이 대한민국이더냐?”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의 인구 절반은 사라졌을 것이다.”
“…….”
김혁진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인구 절반이라면 약 2,500만 명이다. 250만 명도 아니고 2,500만 명이라니. 그 참혹했던 ‘파리 대참사’에서도 3만 명의 사람이 죽었다. 수호탑의 폭주란 그만큼 끔찍한 것이었다.
“네 말이 맞다. 이미 이 것은 두 생명을 먹어치웠다.”
김혁진도 여기까지는 알았다. 생명을 죽이면 안 된다. 이미 두 명의 생명을 흡수했다. 그 다음 진행까지는 몰랐다.
“그러나 세 명의 목숨이 필요한 것 역시 사실이다.”
뷰켈의 수염이 높이 치솟았다. 다시 화가 났다.
“제기랄!”
쿵!
발로 땅을 쳤다.
“나는 네놈이 덜 똑똑하기를 바랐다.”
신경질적으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훌렁, 훌렁, 옷을 벗어서 아무렇게나 집어던졌다. 몸에 걸치고 있던 모든 것을 벗어버렸다.
“왜냐하면 인세를 살아가는 것도 꽤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향이 그립기도 하고.”
“검림?”
“약속해라. 네 수호탑과 함께 반드시 검림에 들어가라.”
마치 유언을 말하는 것 같았다.
“세 명이 목숨이 필요하다는 건…… 설마.”
“그 설마가 맞다. 제기랄. 말년에 똥 밟았군.”
뷰켈은 투덜거리며 땅에 떨어진 성창 가노스를 집어 들었다. 김혁진은 그 순간, 놓치지 않았다. 뷰켈의 입가에 아주 미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찰나였지만 분명히 그랬다.
“약속해라, 빨리. 너는 반드시 검림에 들어가야만 한다.”
“…….”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또 한 명의 목숨이라는 것은, 뷰켈인 것 같았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수염 속에서 쪽지 하나를 꺼냈다.
“이건 내 모자란 제자놈에게 전해줘라. 아직 가르칠 것이 태산인데. 뭐. 네놈 기회가 된다면, 내 제자놈을 좀 도와주면 좋고.”
김혁진은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시나리오 진행을 위해서라지만, 죽음을 결심한 뷰켈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약간 혼란스러웠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도와주면 좋지?”
“그 쪽지에는 내 대신 그 녀석을 잘 가르쳐줄 녀석의 은거지가 밝혀져 있다. 제자놈을 좀 도와주고, 그 녀석 설득을 도와줘. 그 녀석은 나보다 더 화가 가득하거든.”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자를 책임지고 도와주겠다. 네가 말하는 ‘그 녀석’을 설득하는 것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진심이라 마음에 드는군.”
진심이었다. 뷰켈도 진심으로 말했다.
“내게 마스터피스를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고맙게 생각한다.”
뷰켈이 성창 가노스를 들어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뷰켈이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그것은 하나의 영창 같기도 했다.
“검림의 대장장이 뷰켈. 고향을 그리워하다, 걸작에 잠들다.”
뷰켈의 모습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단천우가 소멸되었던 것처럼 뷰켈도 조금씩 소멸되기 시작했다. 뷰켈이 처음으로 제대로 웃었다.
“후련하구나! 으하하하핫!”
그 웃음소리와 함께 뷰켈은 완전히 소멸하였고, 뷰켈의 생명을 먹어치운 성창 가노스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히든 시나리오가 업데이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