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83)
#재능만렙 플레이어 383화
“언제부터 우리 오빠입니까?”
김혁진은 순간 인상을 찡그릴 뻔했다.
“갑자기?”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건데, 중계를 하다말고 갑자기 진행을 끊었다. 이건 수호자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진행이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왜 저러나 모르겠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님을 비롯하여 당신의 여자관계에 집중하는 여러 수호자분들이 계십니다.”
“…….”
김혁진은 눈치챘다. 변명이다. 나름 그럴듯한 변명이기는 했지만 김혁진은 납득해 주지 않았다.
“그러한 내용이 어떤 분들께 흥미가 되는 건 맞아. 그러나 지금의 메인은 그게 아닐 텐데.”
모든 성향의 수호자를 전부 만족시킬 수는 없다.
아무리 플레이를 잘해도 그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다수’의 수호자들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최대한 불호 없이 진행하는 것이 좋다.
지금의 경우는 ‘정체모를 붉은 보석’과 관련된 시나리오가 바로 가장 중요한 메인 흐름이다. 저런 곁가지에는 집중하는 것은 좋지 않다.
김혁진이 날카롭게 말했다.
“메인에 집중해.”
“……알겠습니다.”
세니아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보기에 세니아는 굉장히 침착했지만 사실 그녀는 평온하지 못했다.
김혁진의 말이 다 맞다. 논리적으로는 다 맞는 말인데, 이상하게 반박하고 싶고 억울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즈니스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김혁진이 이상하게 싫어졌다.
‘사적인 감정은 얼른 털어내야 합니다. 저는 감정이 없는 천족입니다.’
수호탑 안서희와 김혁진에 집중했다. 집중이 안 되지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 것이 프로다.
‘그래도 말을 좀 더 따뜻하게 해줄 수 있지 않습니까?’
이 메인 시나리오가 끝나면 따지기로 했다. 김혁진에게 안서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떡해요? 죽이지는 말라고 하셨죠?
-죽일 수 있겠어?
-모르겠어요. 변수가 너무 많아서.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서희의 눈을 통해 보는 노아에게서 빈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아가 ‘검’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김혁진에게는 무신지체가 있고, 무신지체를 가진 김혁진이 안서희와 연결되어 노아를 보고 있다.
따라서 무기를 사용하는 한 김혁진에게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어차피 죽이는 게 목적은 아니었으니까.
죽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지금은 ‘정체모를 붉은 보석’을 완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제 몸에 대한 통제권을 오빠한테 넘길게요.
이 상황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안서희도 그래서 노아의 일격을 비교적 쉽게 피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안서희가 몸의 통제권을 주인인 김혁진에게 넘겼다.
김혁진은 묘한 감각을 느꼈다. 몸은 분명히 집 안에 있는데, 안서희가 된 것 같았다. 몸이 두 개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눈앞에 노아가 보였다. 노아가 궁금한 듯했다.
“내가 공격할 것을 어떻게 알았지?”
“내가 어제 이곳에 왔던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모른 척했으니까.”
노아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였다는 듯 안서희(김혁진)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왜?”
“어제 내 손에 이게 들려 있었거든.”
정체모를 붉은 보석 1/2을 들어 올렸다.
“너라면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아예 접근조차 하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분명 이쪽을 신경 쓰고는 있는데 모른 척하니까 이상하지. 그런데 오늘 네게 다가갔을 때, 너는 마치 나를 처음 보는 것처럼 행동하더군.”
무엇인가 꿍꿍이를 감추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을 통해 노아가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측했고, 안서희는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다.
“똑똑한 계집이구나.”
노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런데 말이야. 왜 익숙한 냄새가 나지?”
“글쎄. 나는 너를 처음 보는데.”
“너 말고 네놈의 주인이 따로 있으렷다?”
김혁진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노아는 안서희가 수호탑이라는 사실을 알아 차렸고, 그 주인인 김혁진 자신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파악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주인과 연결되어 있는 수호탑이라. 지금 구간에서는 이례적이군. 어떤 놈이지? 내가 들어본 플레이어인가?”
“글쎄. [여름 군주]라고 들어는 봤을지 모르겠네.”
“여름 군주?”
노아는 모르겠다는 듯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한국 내에서 유명해진 것은 맞지만 유플렉스 던전 4층의 NPC에게까지 소식이 전해진 것 같지는 않았다.
“군주라. 하기야. 수호탑의 주인이 되려면 군주여야 하는 것이 맞겠지.”
노아가 표정을 풀었다.
“이사벨과 관련이 있는 놈인가 해서 일단 팔다리를 잘라보려 했는데, 아닌 것 같구나.”
“…….”
“이사벨이 뭐지?”
“그런 게 있다.”
노아가 한 마디를 더했다.
“혹시 네놈의 주인, 군주이면서 검을 잘 쓰나?”
“검을 잘 쓰는 군주도 있나? 금시초문이군.”
김혁진은 얼굴에 철판을 덮었다.
“그분은 강력한 리더십과 탁월한 포용력, 뛰어난 신망으로 훌륭한 플레이어들을 여럿 포섭하여 한국 서버는 물론이고 해외 서버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계신 군주이시다. 만약 검을 잘 쓰는 군주였다면 [검의 군주] 같은 이명이 붙었겠지.”
“네놈의 주인을 높이 평가하는군.”
노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크게 웃었다. 김혁진은 민망했다.
그때 안서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김혁진은 더욱 민망해졌다. 사실 안서희가 말한 게 아니라 김혁진 스스로 자화자찬한 것이 아닌가. 민망해져서 안서희의 이어지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서희야. 이건 그냥…….
-제가 생각한 딱 그대로예요! 어떻게 제 맘을 그렇게 쏙쏙 알고 계세요?
김혁진은 할 말을 잃었다.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노아가 지금 당장 공격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한 번 떠볼까?’
김혁진이 물었다.
“나. 정확히 말하자면 내 주인님께는 정체모를 붉은 보석이 있다. 주인님께서 취합한 정보에 따르면 네가 이것을 조합해서 특별한 아티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던데?”
“그렇지. 그 정보를 얻기 꽤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알았지?”
노아의 눈빛은 안서희(김혁진)를 시험하고 있었다.
만족할 만한 대답이 없다면, 노아는 솔직하게 대답해주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김혁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
“중국 서버의 테이머 클래스 플레이어에게 들었다.”
“호오?”
유플렉스 던전은 이상한 던전이다.
1층에 무려 태흑견이 나타난다. 그리고 중국의 라오위가 태흑견을 테이밍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 라오위에게 ‘정체모를 붉은 보석’과 관련된 퀘스트가 주어졌고, 그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4층의 노아에게 가야 한다.
테이머 라오위.
태흑견. 태흑견에게 이름을 붙이고 키우는 미지의 존재.
유플렉스 던전.
4층의 노아.
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라오위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김혁진은 이렇게 물었었다.
-중국의 유명 테이머인 당신이 어째서 한국의 유플렉스 던전까지 찾아왔죠? 중국에는 태흑견 말고도 테이밍해야 할 몬스터들이 넘치고 넘칠 텐데.
그러니까 ‘키’는 바로 라오위다. 라오위를 키로 삼아 풀어가면 된다고 판단했다.
“중국 서버의 테이머 클래스라. 그 플레이어는 어떻게 만났는데?”
“내가 아까 설명하지 않았어?”
안서희(김혁진)는 답답한 듯, 아주 뻔뻔하게 말했다.
“해외에서도 아주 큰 선망을 얻고 계신 군주가 바로 내 주인님이시니까.”
“흐음.”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중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주 큰 비밀스러운 일에 참여하여 혁혁한 공을 세우셨고 많은 사람을 구하셨다. 그때 계기가 되어 그 테이머와 인연이 닿으셨지.”
거짓은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지금 인간을 ‘실험체’로 삼는 끔찍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지금은 죽었지만 원래는 마왕군의 3급 간부로 성장하게 될 인간 사냥꾼 허이촨이 직접 말해줬었다.
-너는 우리의 82번째 실험체가 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뭐긴 뭐야, 대국의 군사를 양성하기 위한 위대한 실험이지.
어쨌든 김혁진이 하는 말은 거의 대부분이 진실이었다. 진실에 생동감을 더하기 위해 몇 가지 단서를 더 던졌다.
“놈들은 인간을 제물로 삼아 실험체를 만들고 있었다. 중국의 군대를 양성할 계획인 것 같았으나, 더이상은 깊게 알아낼 수 없었다.”
그 말에 노아가 피식 웃었다.
“결국 그놈이 사고를 치고 있군.”
“그놈?”
“알려줄까?”
김혁진은 노아에게 집중했다. ‘정체모를 붉은 보석’과 관련된 정보만 얻으려고 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정보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좋아. 알려주지. 그놈의 이름은 데몬이다. 캐스퍼지.”
악령 캐스퍼.
선화의 몸에 기생해 있었고 율법 집행자 반기명의 몸을 빼앗고자 했었던 악마형 중간 관리자. 김혁진은 캐스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직접 베어본 적도 있으니까.
‘캐스퍼가 중국에 관여하고 있다?’
그들은 ‘직접적인 플레이’를 허가받은 중간 관리자들이다. 김혁진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실험체를 이용한다. 그리고 캐스퍼가 관련되어 있다.’
캐스퍼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아주 대표적인 랭커가 한 명 있다. 일전에도 만난 적 있는 인물.
“설마 바르테리?”
일전 경매장에서 봤었던 시체술사 바르테리. 바르테리는 반기명과 함께 ‘캐스퍼에게 죽임당한’ 대표적인 랭커다.
“오! 맞아. 그 재능 충만한 얼간이 욕심쟁이의 이름이 바르테리였던 것 같군. 들어본 것 같아. 네놈의 주인이 확실히 꽤 능력 있는 녀석인가 봐. 그것도 파악하고 있고?”
중국의 비밀 프로젝트에 시체술사 바르테리가 함께하고 있다. 나름대로 큰 정보를 획득했다.
어쨌든 노아는 안서희(김혁진)를 어느 정도는 믿는 것 같았다.
“아무튼. [정체모를 붉은 보석]을 내게 넘길 테냐?”
“그럴 리가. 네가 날 완전히 믿지 못하듯, 나도 널 믿지 못해.”
“내가 그것을 꿀꺽하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노아는 대놓고 불쾌해했다. 그러나 노아는 원래 플레이어를 등쳐먹는 NPC다. 애초에 그런 놈이다. 믿으면 안 된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노아가 제안했다.
“정체모를 붉은 보석을 제련하기 위해서는 [하늘사자의 심장]과 [달의 조각]이 필요하다.”
“그걸 내게 알려주는 이유는, 내가 그 것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겠지?”
“그래. 너는 구할 수 없지.”
그래서 정보를 순순히 알려준 것이다. 노아가 히죽 웃었다.
“어차피 못 구하는 거. 속는 셈 치고 내게 넘기는 게 좋지 않겠나?”
“글쎄.”
안서희(김혁진)가 잠시 생각하는 척했다. 빈틈을 일부러 보여주었다.
노아가 선심 쓰듯 말했다.
“구하는 방법을 알려줄까?”
그와 동시에 노아의 품에서 단도가 쏘아졌다.
순간, 안서희의 몸에서 붉은 실이 뿜어져 나왔다.
-제가 통제권 다시 받을게요.
안서희의 몸은 안서희가 다루는 게 좋다. 그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김혁진은 정신적인 연결과 시야만을 공유한 채 통제권을 넘겼다.
붉은 실이 단도를 막아냈다.
안서희가 붉은 실에 감긴 단도를 거머쥐며 핥았다.
“헤헤.”
안서희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이제야 진짜 수호탑이로구나.”
“우리 오빠를 죽이려고 했겠다?”
“흥. 수호탑의 몸이 기생해서 나를 살펴보는 꼬라지에서 아주 더러운 냄새가 나서 치우고 싶었을 뿐이다.”
안서희의 손에 ‘율법의 성창 가노스’가 생성되었다.
“오빠에게 해코지를 하려고 한 것들은 모두 죽일 거야.”
“그놈은 도둑놈이다!”
태도를 보아하니 노아는 ‘김혁진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김혁진도 노아가 눈치 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정체모를 붉은 보석을 제련하기 위해서는 [하늘사자의 심장]과 [달의 조각]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정보를 아무 대가 없이 주었기 때문이다.
주의집중을 흔들고 빈틈을 만들려는 수작으로 파악했다.
-그걸 내게 알려주는 이유는, 내가 그것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겠지?
노아가 대화하고 있는 상대는 ‘수호탑 안서희’다.
그런데 김혁진은 여기서 ‘내가’라고 표현했다. 수호탑이 아닌 주인이 직접 대화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주인님’으로 칭했는데, 이때는 일부러 ‘내가’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노아는 그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대답했다.
-그래. 너는 구할 수 없지.
그래서 김혁진은 대비했다. 정보를 주고 빈틈을 만든 뒤, 기습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구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또 빈틈을 만든 뒤 공격했다.
김혁진이 말했다.
-서희야.
-네?
-수호력 소모를 최소화해서 어떻게든 도망쳐.
-……네? 안 죽여도 돼요?
-죽이기 어려울 거야.
-이 놈이 살아서 오빠를 위협하면 어떡해요? 그럼 안 되잖아요.
수호탑과 연결되어 있는 김혁진 자신을, 공간을 격해 죽이려 시도한 NPC다. 아마 또 숨기고 있는 능력들이 있을 거다.
상대를 잘 모르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놈은 유플렉스 던전을 벗어나지 못해.
벗어날 수 있었다면 ‘이사벨’을 빼앗긴 시점에서 이미 빠져나와 김혁진 자신을 추적했을 것이다.
-던전에서 빠져나오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지?
-네. 방어에만 집중하면서 도망치면 되니까요.
어쩐지 안서희는 조금 아쉬워했다.
-오빠를 위협하는 것들은 모두 죽여야 하는데. 그래야 오빠가 안전한데…….
그렇게 말은 했지만 안서희는 김혁진의 말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냥 도망치는 게 더 약오를걸?
아니나 다를까. 노아가 발악했다. 한바탕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김이 새버린 모양이었다.
“어딜 도망치느냐!”
“이런 개 같은!”
“이런 버러지 같은 자식들아!”
“으아아아아아아! 나를 속여어어어어!”
노아가 괴성을 질렀다. 그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안서희는 무사히 던전을 빠져나와 복귀했다.
“근데요. 그 아이템들은 어떻게 구해요?”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나 예지몽 능력자잖아.”
나 회귀자잖아. 그 말은 하지 않았다.
하늘사자의 심장과 달의 조각. 김혁진의 ‘요약집’에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는 물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