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85)
#재능만렙 플레이어 385화
강남역에 도착했다. 한국 최고의 번화가 중 하나답게 사람이 북적거렸다.
시간은 저녁 7시.
수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 친구를 만나러, 애인을 만나러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발 디딜 틈조차 별로 없었다.
“와, 사람 진짜 많다.”
거신길드원들은 강남역 안으로 들어가서 뿔뿔이 흩어졌다. 김혁진은 혼자서 움직였다. 그리고 둘씩 짝을 지어 움직이기로 했다.
신연서 강상구.
곽태운 강솜이.
김선화 마상현.
김혁진을 포함하여 네 팀으로 나누었다. 강상구는 신연서의 뒤에 바짝 따라 붙었다.
“그렇게 센 놈은 아니랬지?”
“어.”
신연서는 김혁진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로 강상구를 대했다.
“나한테도 좀 따뜻하게 대해줘. 떵구는 마음이 여리단 말이야.”
“떵구 같은 소리하고 있네.”
신연서는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눈웃음도 종적을 감췄다.
“아무튼 인간이랑 똑같이 생겼다니까 눈에 힘 빡 주고 지켜봐. 그 마법 중에 탐색하는 마법 같은 것도 있지 않아?”
“난 그런 허접한 마법 못 써. 나는 파괴력이 대단한 불의 마법사라고.”
“그래. 너 잘났다. 에휴.”
그래도 강상구는 최선을 다해서 주변을 살폈다. 소매치기 혹은 사람들의 가방을 터는 도둑들이 분명히 있을 터였다.
“아니, 근데, 연서야. 이렇게 사람이 많은 시간에 굳이 해야 돼? 내 비대해진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들다구.”
강상구는 실제로 살이 많이 쪘다. 강상구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네가 90키로의 버거움을 알아?”
“…….”
신연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런 녀석이 같은 길드원이라는 것이 수치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또 밉지 않다는 것이 강상구의 매력이라면 매력이었다.
“혁진 대장의 반의반만큼이라도 닮아봐라, 상구야.”
“김혁진?”
강상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걔가 그렇게 되기까지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는지 알아?”
사실 애초부터 천재였다.
아마 플레이에 대한 재능으로 따졌을 때 거신길드 중 최고. 아니, 어쩌면 전 세계에서 최고일 수도 있었다.
그건 타고나는 거다. 그런데 김혁진은 거기에 노력까지 더했다. 뿐만 아니라 운까지 좋았다.
강상구가 진심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가늘게 길게 사는 게 목표라니까. 내 가치관이랑 안 맞는 녀석이야.”
“에휴. 남자가 그렇게 포부가 없어서 쓰겠어?”
“너 그거 되게 성차별적인 말이다? 남자가 포부 없으면 좀 어때?”
강상구는 배를 쓰다듬다가 이내 말했다.
“이따 야식으로 족발 먹을래?”
신연서는 하마터면 ‘그래!’ 하고 대답할 뻔했다. 신연서도 족발을 좋아한다. 사실 입맛 취향이 아주 비슷해서, 야식을 종종 함께 먹는다.
“어. 저 놈. 저거 수상한데.”
강상구가 한 남자를 쫓기 시작했다.
“잡았다, 요놈!”
뒷덜미를 잡았다. 그러자 연기가 파스슷! 새어 나오며 고블린 형상과 비슷한 보라색 몬스터로 변했다.
모르고 있을 때 알아차리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알아차리면 사냥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어? 몬스터?”
“몬스터다!”
사람들은 몬스터의 등장에 놀라기는 했지만 혼비백산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이 세계가 몬스터에 익숙해졌다는 뜻이었다. 몇몇은 도망치지도 않고 핸드폰으로 촬영했다.
강남역 일대에서 비슷한 일이 계속 벌어졌다.
워낙 사람과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보니 실수도 있었다. 강솜이가 사과했다.
“죄송해요, 몬스터인 줄 알았어요.”
“죄송? 죄송하면 다야? 사람 쳐놓고 죄송하면 다냐고!”
젊은 남자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명품 로고가 새겨진 청재킷을 가리키면서 성을 냈다.
“이게 얼마짜린 줄 알아! 찢어졌잖아! 어쩔 거야!”
그 뒤로 마상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쩌긴 뭘 어째, 도둑놈이 말도 많네. 몬스터였음 넌 뒤졌어. 사람이니까 살아 있는 거지.”
키가 2미터에 달하며 그 2미터가 온전히 근육으로만 채워져 있는 듯한 거구. 마상현이 모습을 드러내자 남자는 기가 죽었다.
“아, 아니…… 그게…… 아, 아니 당신은? 마상현?”
“내가 네 친구냐?”
마상현은 한 손으로 남자의 가슴팍을 잡고 들어 올렸다.
“이, 이거 놔! 래, 랭커면 다냐!”
마상현이 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들었다.
“자. 너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알겠지? 현행범으로 경찰에 넘긴다.”
“네, 네가 경찰이냐!”
“아직도 시대에 이렇게 뒤처져서야. 일부 플레이어들이랑 정부, 경찰이랑 협약 맺은 거 몰라?”
곽태운과 마상현은 이미 정부와 협약을 맺었고, 몬스터가 나타났을 때에 한하여 경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지금 같은 상황이 그러한 상황이라 보기는 애매했으나, 사실 경찰도 플레이어들에게 크게 관여하지는 않았다.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남자를 경찰에 넘긴 마상현이 활짝 웃었다.
“저런 놈한테 죄송하다고 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도둑이라 잡은 건데요 뭐. 게다가 비굴하기까지.”
마상현은 저런 놈이 싫다. 만만해 보이는 강솜이에게는 막말하고, 자신에게는 찍소리도 못하는 비겁한 놈.
강솜이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고마워요.”
“고맙긴요 뭘. 강솜이 씨 탐색 능력 덕분에 벌써 이 키를 7개나 모았는데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강솜이/마상현 콤비가 키를 7개나 모았다. 김혁진을 포함하여 모든 콤비가 각각 1개씩. 도합 10개의 키를 모았다.
현재 시각 9시.
2시간 동안 이뤄낸 성과였다.
김선화가 감탄했다.
“솜이 언니가 진짜 대단하긴 하네요. 이럴 거였으면 그냥 솜이 언니랑 오빠 둘이서 찾아도 됐겠어요.”
“히히. 모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서 그만.”
어쨌든 10개의 키를 얻었다.
“2번 출구로 갈 거야.”
지체할 이유는 없었다. 2번 출구에서 이 ‘키’를 사용해서 입구를 열 거다. 키를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입구가 열리는 건 아니다.
운이 좋으면 단 한 번에 열릴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10개를 다 사용해도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통상적으로 7개 정도 사용하면 1번 정도는 열린다고 하니까.’
이건 운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통계적으로는 그랬다.
10개를 사용하면 한 번은 열리겠지. 퇴근시간이 지난 후라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2번 출구 계단 중간.
이곳이 확률적으로 입구가 열릴 확률이 가장 높은 곳.
“여기서 두 칸 위.”
김혁진이 두 칸 위로 올라갔다. 세상에 알려지기로 중간 즈음이라고 했는데, 가장 정확한 곳은 여기였다.
강솜이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왜요? 두칸 위가 성공확률이 더 높아요?”
“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역시 특별한 눈?”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솜이는 더욱 신기해했다.
“그 눈, 갖고 싶다. 저 주면 안 돼요?”
“음.”
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빌려줄 수는 있다.
“나중에 한 번 빌려드릴게요.”
“진짜요? 어떻게요?”
“섬김의 탐험가니까, 제 능력을 공유할 수 있잖아요.”
“아, 맞다 맞다.”
강솜이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
“꼭이요. 꼭 공유해 주셔야 해요. 그 눈으로 세상을 보면 얼마나 설렐까요? 히히히.”
김혁진이 키를 꺼내들었다.
[‘미지의 열쇠’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미지의 열쇠’가 성공적으로 사용되면 ‘강남역 던전’의 입구가 열립니다.] [‘미지의 열쇠’를 사용하여 연 입구로는 해당 플레이어의 파티원들만 입장이 가능합니다.]김혁진은 사용을 선택했다.
[‘미지의 열쇠’를 사용합니다.]한 번의 시도. 그와 동시에 알림이 이어졌다.
[‘강남역 던전’의 입구가 성공적으로 개방되었습니다.]* * *
강남역 던전에 입성했다.
기본적으로 ‘강남역’과 똑같이 생겼다. 다만 사람들이 없었다.
조용했다. 계단에는 거신길드원들만이 서 있는 상태. 원래의 강남역보다 조금 더 어두웠고, 저만치 아래 지하는 더 어두웠다.
강상구가 관자놀이를 긁으면서 말했다.
“근데 혁진아. 이거 원래 이렇게 한 번에 되는 거야? 내가 설명 보니까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던데.”
“그러게. 혁진 대장아. 이건 뭐야? 운이야?”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운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김혁진의 눈에는 보였다. 어느 타이밍에, 어느 순간에 열쇠를 사용하면 입구가 열릴지.
강화 때와 똑같았다. 김혁진은 강화의 조건이 그냥 눈에 보였다.
어떻게, 어떤 타이밍에, 어떤 식으로 강화하면 최고의 결과가 나올지 눈에 보였다. 그것과 똑같았다.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알았다.
“그냥 이때 사용하면 열리겠거니 했어.”
강상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쟤가 저래서 싫어. 그냥 하면 다 된대. 단도도 던지면 그냥 맞추고, 칼도 그냥 쓰면 검술가가 되고, 군주도 그냥 하면 완성된 수호탑이 딱딱 나오고. 진짜 미쳤냐?”
강상구는 칭찬인지 칭찬이 아닌지 헷갈리는 어투로 퉁명스레 말한 뒤 신연서 뒤에 딱 붙어 섰다.
“아무튼 저 아래는 불길한 기운이 나니까 선화랑 연서가 날 지켜줘. 나 강한 파괴력의 마법사인거 알지? 내가 아주 강력한 한 방을 먹여줄라니까.”
강솜이가 앞장섰다. 계단을 내려가는 와중에는 이렇다 할 트랩이 없었다.
김혁진이 그 바로 뒤를 따라 걸었다.
‘강남역과 같은 모양.’
현실의 강남역을 본뜬 곳이다. 계단을 내려가자 조금 음습하기는 하지만 강남역과 똑같은 지하상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상가 천장.
그 곳에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왼쪽 방향. 7,8번 출구 방향. 신분당선, 미디어포레.
직진 방향. 10, 11번 출구 방향. 지하철 2호선 환승 및 한남대교 방면.
그리고 양 옆으로 펼쳐져있는 각종 휴대폰 업체와 옷 상가들. 물론 아무도 없었다.
파짓!
몇몇 전등의 빛이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어두워졌다.
강솜이는 잠시 고민했다.
“어디로 가야 할까요?”
김혁진은 공략을 알고 있다. 저 표지판대로 따라가면 안 된다. 저 표지판은 다른 출구를 가리키고 있다.
이곳은 강남역 던전 안에서도 ‘2번 출구 던전’으로 입장했다. 다른 출구로 나가게 되면 영영 돌아올 수 없다.
강솜이는 과연 섬김의 탐험가다웠다.
“아무래도 저 표지판은 눈속임인 것 같은데.”
김혁진은 잠시 강솜이에게 모든 판단을 맡겼다.
“저 앞에. 저기 휴대폰업체가 조금 수상하거든요.”
“뭐가요?”
“최신폰이 아일폰6와 갤럭스6로 붙어있네요.”
다른 매장들은 아일폰X 와 갤럭스10이 최신폰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이 매장을 좀 뒤져볼게요. 아참. 강상구 씨가 파괴력이 제일 세니까 마법은 미리 준비해 주세요.”
“으으, 네.”
강상구는 바짝 긴장한 채 왼쪽 통로와 앞쪽 통로를 주시했다.
“아. 몬스터도 없고 이거 불안한데. 뭔가 수상해.”
그러면서도 언제든 싸울 수 있는 심적 준비는 다 해놨다. 무섭기는 해도 거신길드원으로서 1인분 이상은 무조건 해야 했으니까.
강솜이는 휴대폰업체 안을 샅샅이 뒤졌다.
“이상하네. 왜 여기만 이렇게 되어 있을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강솜이 씨.”
“네?”
“강솜이 씨의 능력과 공로는 인정합니다만.”
김혁진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저를 시험하지 마세요. 적어도 던전 안에서는.”
“……헤헤. 티 났어요?”
강솜이의 시선은 계속해서 저 ‘아일폰X’와 ‘갤럭스10’이라고 적혀 있는 종이로 향했었다.
김혁진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이곳의 공략도 알고 있다. 저 종이를 떼어낸 뒤 불태우면 새로운 입구가 열린다. 그래서 강솜이가 강상구를 콕 짚어 마법을 미리 준비해 달라고 얘기한 것일 터.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길드장에 대한 시험은 당신과 저. 둘만 있을 때 하는 걸로 하세요.”
“죄송해요.”
강솜이도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저 말이 맞기는 했다.
그녀가 파악하기에 지금 별다른 위험이 없어서, 김혁진이 알아차리나 알아차리지 못하나 살펴봤는데 혼만 났다. 강솜이는 그래서 김혁진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공은 공, 사는 사.
“제 생각에는 이걸 뜯어서 불태우면 뭔가 될 것 같거든요. 희미하게 불꽃 마나를 탐하는 흐름 같은 게 있어요.”
강상구가 팔뚝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종이 태우는 건 하나도 위험하지 않을 것 같다.
“제가 하죠.”
강상구가 종이를 불태웠다. 새로운 입구가 열렸다. 검은색 원 형태의 입구였다. 김혁진과 강솜이가 먼저 그 입구로 들어갔다.
거신길드원들도 그 뒤를 따랐다.
김혁진의 귀에 알림이 들려왔다.
순간, 어디선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을 처음 발견한 자는 반드시 죽으리라.”
김혁진의 기억에 없는 내용이었다. 과거와 달랐다.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이곳은 상당히 넓고 어두운 공간.
사람의 형체만 희미하게 보이는 이 공간 저 너머에 사람의 형상 비슷한 무언가가 보였다.
‘제기랄.’
사람의 형상. 그러나 팔이 일곱 개가 달렸다. 왼쪽에 4개의 팔. 오른쪽에 3개의 팔. 각각 다른 무기를 들고 있었다.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놈이었다.
칠상지나찰(七上肢羅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