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87)
#재능만렙 플레이어 387화
칠상지나찰이 들고 있던 창 한 자루 강솜이의 심장을 찔렀다. 그러나 심장에 닿지는 않았다. 안서희의 붉은 실이 창을 옭아맸다.
칠상지나찰이 창을 흔들었다.
투둑! 투두둑!
창을 옭아맨 붉은 실이 힘없이 뜯어졌다.
“연약한 이가 방해를 하는구나.”
어쨌든 강솜이는 구했다. 수호력을 일부 소모했지만 안서희는 후회하지 않았다.
“오빠라면 이걸 원할 것 같아서요.”
“잘했어.”
강솜이를 희생시킬 생각은 없다. 동료를 희생시켜서 살아나가고 싶지 않다.
좀 더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칠상지나찰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죽이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게 현재로서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칠상지나찰이 물었다.
“무엇이 너희를 그렇게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이냐?”
칠상지나찰의 눈이 김혁진을 향했다.
“네가 이들을 이끄는 이겠지. 대답을 해보아라. 무엇이 너희를 움직이느냐?”
“…….”
새로운 국면이다. 칠상지나찰을 사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김다롱에게 수호력을 공유시켜 심장의 상을 떼어내려 했으나, 사실상 그것도 완벽한 방법은 아니었다. 그런데 칠상지나찰이 질문을 던졌다.
‘뭐라고 답을 해야 하지.’
칠상지나찰에대한 다른 정보가 없다. 정보가 있다면 대화를 유도해 나갈 텐데, 아무리 김혁진이라고해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김혁진이 물었다. 약간의 위험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미래 정보를 가지고 물었다.
“너야말로. 천사들에게 무슨 짓을 했지?”
칠상지나찰의 눈에서 황금빛 기운이 더욱 강하게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파리 대참사에서 ‘육익 천사‘는 칠상지나찰을 함께 사냥할 인간들을 찾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물이 될 인간을 찾은 것이었지만.
김혁진이 던진 떡밥을, 칠상지나찰이 물었다.
“천사를 본 적이 있나?”
“보았다. 내가 본 천사는 날개가 네 장이었다.”
세계의 법칙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세계의 법칙은 회귀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회귀자‘라는 것은 밝힐 수 없다.
어디까지나 진실에 의거해서, 그리고 경험에 의거해서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
“나는 천사들을 증오한다.”
“어째서?”
“여섯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가 내 아이를 죽였다.”
칠상지나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놈들을 모두 죽일 것이다.”
순간, 김혁진은 함소현의 카톡을 떠올렸다.
[피를 원하는 이가 있어 피의 강물이 흐를 것이요.] [제 아이를 잃은 주인이 슬피 울며 아이의 죽음을 애도하리라.]예언이라는 것이 바로 내일의 일을 예언하기도 하지만, 또 한참 미래의 일을 예언하기도 한다. 어쩌면 미래에 있을 ‘파리 대참사’가 ‘칠상지나찰’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 이곳을 가장 먼저 발견했던 이가 누군지는 알 수 없어.’
누군지는 모른다. 아마 죽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용하다.
“놈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나 역시. 네 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를 죽였다.”
김혁진이 죽였다기보다는, 소명을 다하고 죽은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거짓말은 아니었다. 칠상지나찰이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김혁진을 쳐다봤다.
강솜이를 죽이는 것은 잠시 뒤로 미뤄놓은 듯 했다. 살기가 조금 멎어들었다.
“도대체 왜 천사들을 찾지 않고, 이 곳에서 사람을 죽이려 하고 있었지?”
돌이켜보면 시스템은 칠상지나찰을 ‘왕’으로 표현했다. 보통은 ‘보스 몬스터’ 등으로 표현한다. 왕이라는 표현이 붙은 것은 처음 본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소리다.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클리어해야 한다는 것일 수도 있다.
희망이 생겼다. 칠상지나찰을 사냥하지 않고도, 이곳을 클리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런 높은 지능을 가진 존재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칠상지나찰이 말했다.
“이곳을 처음 발견한 이를 죽이면 내가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옭아매고 있는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너를 옭아매고있는 법칙?”
김혁진은 직감했다. 이것은 ‘밸런스 유지’를 위한 안배다. 사실 강남역 던전은 조금 더 미래에 밝혀져야 할 곳이다.
‘칠상지나찰’은 좀 더 나중. 플레이어들이 더 강해졌을 때 나타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제약이 걸려 있었던 것 같다.
“그 법칙은 누가 걸었지?”
“알 수 없다.”
칠상지나찰이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군.”
칠상지나찰 혼자서 생각에 잠겼다. 칠상지나찰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부터, 왜, 이곳에서 이곳을 처음 발견하는 이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칠상지나찰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던 황금색 기운이 좌우로 흔들렸다. 어떤 동요가 생긴 것 같았다.
김혁진은 그 틈을 빌어 강솜이에게 귓말을 보냈다.
-내 능력. 공유하고 싶다고 했죠. 눈. 빌려드릴게요.
감각안 능력을 공유하기로 했다. 강솜이라면 어떻게든 길을 찾아낼 것이다.
-강솜이 씨. 당신만 빠져나갈 수 있는 빈틈을 만드세요.
-네?
-당신만 나가면 돼요. 그러면 칠상지나찰이 우릴 죽일 명분이 없어요.
-몬스터가 명분대로 움직이는 건 아니잖아요.
-몬스터가 아니니까. 얼른요.
어떤 숨겨진 설정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키포인트다. 키포인트를 찾아내서 잘 적용하더라도, 그래도 강솜이는 위험하다.
아마도 칠상지나찰은 강솜이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그 것이 애초에 적용되어 있던 설정값이니까.
섬김의 탐험가에게 ‘감각안’을 공유했다.
-혼자서만 빠져나가면 돼요.
-알았어요. 믿을게요.
강솜이는 이를 악물었다. 사실 따지려고 했다. 나만 희생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먼 길을 돌아가느냐고. 그러나 따지지 못했다. 김혁진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혁진은 강솜이 자신을 희생시킬 생각이 없었다.
솔직히 고맙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길드장으로서는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었지만, 인간 김혁진으로서는 고마운 판단이었다.
-찾을게요, 반드시.
-네. 저는 시간을 끌죠.
-수호탑으로부터 수호력을 공유할 겁니다.
-알았어요.
작전 변경이다. 김다롱이 아닌 강솜이에게 수호력을 공유하기로 했다.
수호력과 감각안을 공유받은 ‘섬김의 탐험가’라면, 적어도 혼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작은 길 정도는 만들 수 있으리라. 김혁진은 그렇게 판단했다.
칠상지나찰이 말했다.
“모르겠군. 알 수가 없어. 어쨌든 나는 이곳에 처음 들어온 인간을 죽여야 한다. 그래야 내가 이곳에서 나갈 수 있다.”
“이곳에서 나가면? 날개가 여섯 달린 천사를 찾을 생각인가?”
“물론이다. 나는 육익천사의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김혁진이 고개를 저었다.
“육익천사는 밖에 없다. 다시 말해, 지금 네가 밖으로 나가도 원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너는 육익천사의 거처를 알고 있나?”
“모른다. 그러나 육익천사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없다는 건 확신할 수 있다.”
육익천사는 파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2022년에 말이다. 최소 3년은 더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네가 인지하지 못하는 어떤 설정값으로 인해, 너는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너는 자연스레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알게 되었지. 그건 누가 알려줬지?”
“모른다.”
칠상지나찰은 조금 혼란스러운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누가 알려준 것이란 말인가.
“그 상황은 육익천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육익천사는 모종의 이유로 인해 밖으로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다.”
3년동안 세계의 많은 퀘스트들과 시나리오들이 진행되면서, 그제야 모습을 드러낸다.
“나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너는 그때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겠지. 그것이 너를 이곳에 가둔 존재의 뜻이었을 것이다.”
“나를 가둔 존재는 누구지?”
“나도 모른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이상하잖아. 너는 언제부터, 왜, 이곳에 있었는지 몰라. 그런데 이곳을 나가는 방법은 알아. 어떻게 생각해도 작위적이고 인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칠상지나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위적이군.”
“그렇다면 이것을 만들어낸 무엇인가가 있겠지.”
어쩌면 시스템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그때 강솜이는 길을 찾았다. 아주 조심스레 마상현에게 다가갔다.
“여기. 땅 밑 3미터 정도 뚫어줄 수 있어요?”
“할 수는 있는데…… 칠상지나찰이 반응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김혁진에게 정신이 팔려 있지만, 칠상지나찰의 순발력과 속도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곧바로 강솜이를 공격할 거다.
곽태운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한 번은 방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약 수호자인 ‘저울의 아낙네’가 도움을 줬다. 곽태운은 김혁진과 같은 생각이었다. 강솜이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한 생각에, 저울의 아낙네가 화답했다.
“일회용 방어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안심은 할 수 없다. 강솜이가 귓말로 상황을 전했고, 김혁진이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상현이 숨을 들이마셨다. 눈짓으로 강솜이에게 신호를 줬다.
‘하나. 둘. 셋.’
쾅!
주먹을 내리쳤다.
바닥이 부서졌다. 깊이 3미터. 강솜이가 말한 딱 그 깊이였다. 강솜이가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칠상지나찰의 화살이 강솜이에게 날아들었으나 곽태운의 ‘바람 성벽’이 화살의 궤도를 조금 비틀었다.
“억!”
안타깝게도 궤도가 바뀐 그 화살은 강상구의 배를 찔렀다. 치명상은 아니었으나 강상구는 바닥을 뒹굴었다.
그사이, 강솜이의 몸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김혁진이 말했다.
“네가 반드시 죽여야 할 자가 이곳에서 빠져나갔다.”
“……그렇게 되어 버렸군.”
김혁진은 긴장했다. 강대한 힘을 가진 칠상지나찰이다.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인간을 죽여야 하는데. 어쩌지?”
“혹시 나와 거래를 할 생각이 있나?”
“거래?”
순간, 메시지가 전해졌다.
[‘베니스의 상인’이 즐거워합니다.]일반적인 레이드가 아니라 거래를 통해 상황을 풀어가려는 것이, ‘베니스의 상인‘의 마음에 쏙 들은 것 같다.
“나는 육익천사가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다. 사익천사를 죽인 뒤 육익천사와 관련된 예지몽을 꿨거든. 육익천사가 인간계에 나타나 인간을 학살할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네가 정말 죽이고 싶은 것은 아까 그 인간이 아니라, 육익천사 아닌가?”
“그렇지. 그러나 그 인간을 죽여야만 육익천사를 죽이러 갈 수 있다.”
“인간을 죽이지 않고도 육익천사를 죽이러 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거래를 받아들일 거냐?”
“물론이지.”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서희에게 귓말을 해서 알아보니 수호력은 이제 1/4 수준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마지막 남은 수호력은 내가 쓸게.
또 그만큼의 수호력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방법이 없다. 부디 베니스의 상인이 소모한 수호력보다 더 좋은 것을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어떻게 하시려고요?
-쟤를 세상 밖으로 꺼내야지.
-저 위험한 걸요?
-언젠가는 밖으로 나올 거야. 차라리 지금 꺼내는 게 나아. 은혜를 입혀놓고.
그렇게 되면, 어쩌면 ‘파리 대참사’를 막을 수도 있다. 그 위험한 육익천사를, 칠상지나찰이 사냥할 테니까.
김혁진이 또 말했다.
“너를 이곳에서 꺼내준다면, 육익천사만을 죽일 것이냐? 내 말은, 인간을 죽일 것이냐 묻는 거다.”
“인간의 생명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내 아이를 죽인 천사들의 씨를 말려 버리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칠상지나찰의 눈에서 붉은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이를 잃은 슬픔이 굉장히 큰 것 같았다.
“나는 너에 비해 너무나 약하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증표를 주면 좋겠는데.”
“증표?”
“우리 식으로 말하면 퀘스트같은 것을 부여해 달라는 뜻이다.”
“그런 뜻이군.”
칠상지나찰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다.”
혹시나 했는데 실제로 가능했다. 역시 ‘왕’이라고 표현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내가 팔 하나를 베어 [상지계약]을 맺을 것이다.”
상지계약.
칠상지나찰이 팔을 하나 베어 그것을 증표삼아 계약을 맺는 것이란다.
“나는 반드시 너와의 계약을 이행해야 하며, 너 역시 나와의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계약을 지키지 않는 자는, 나의 팔이 목을 벨 것이다.”
“계약에 대한 상세 내용은 내가 말해도 되겠지? 어차피 나는 약하고, 너와의 계약에서 술수를 부릴 수는 없을 테니까.”
“좋을 대로.”
김선화는 봤다. 김혁진의 얼굴에 걸린 아주 희미한 미소를.
오빠한테 제대로 걸린 것 같다. 저 강대한 칠상지나찰이 처음으로 불쌍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어떻게 저 칠상지나찰에 걸려 있는 제약을 풀어주겠다는 건지 말이다.
김혁진이 말했다.
“먼저. 아까 나간 강솜이를 내가 대신해서 죽여주겠다. 네 계약자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