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89)
#재능만렙 플레이어 389화
강솜이는 강남역 던전에서 빠져나오고 나서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강남역은 한산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오가는 사람들은 꽤 있었다.
사람들이 있다.
‘살았다.’
그것은 곧 살았다는 얘기다. 강남역 던전과 똑같이 생긴 이곳은 실제 강남역이다. 강남역에 모습을 드러낸 강솜이를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다들 그렇게 느끼는 듯했다.
‘살기는 했는데…….’
정말 어려운 길 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길드장이다.
‘그냥 내가 희생하면 편했는데.’
그게 가장 편하고 좋은 길이다. 칠상지나찰은 강솜이 자신을 죽이고 싶어했으니까.
2번 출구에서 걸어나왔다. 빌딩숲이 보였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하늘의 별들은 보이지 않았다. 강남역 거리가 너무 밝았다.
‘고맙긴…… 하네.’
고마웠다. 길드장으로서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사람으로서는 좋은 선택이었다.
‘부디 잘 나와야 할 텐데.’
과연 어떻게 그 곳에서 빠져나올 것인지.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됐다. 최악의 경우, 거신 길드원들이 그 곳에서 모두 죽고 자신만 산다면?
그건 살아도 산 것이 아닐 것이다. 그녀는 강남역 2번출구 바깥에서 하염없이 거신길드원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김혁진에게 연락이 왔다. 함께 그랑서울 던전으로 이동했다.
“죽어주셔야겠습니다.”
“……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기껏 살려주고 나서 갑자기 또 죽인다니.
“뭐. 좋아요. 저는 원래 칠상지나찰에게 죽었어야 할 몸이니까요.”
“…….”
“그래도 혁진 길드장을 미워하지 않을게요.”
강솜이는 판단을 내렸다.
“당신이 날 죽이지 않으면, 칠상지나찰이 나를 죽이겠죠?”
“…….”
“길드장님은 나를 고통없이 죽여줄 수 있지만, 칠상지나찰은 저를 찢어죽일 거예요.”
강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죽느니 길드장님한테 편하게 죽는 게 좋겠네요. 가능하면 아프지 않게 죽여주시면 좋겠는데. 저 마지막으로 유언 하나만 남겨도 돼요?”
“어떤 유언인데요?”
“그래도 거신길드 만나서 재미있었어요. 인생 중에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어요.”
강솜이는 꽤 밝게 웃었고, 김혁진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도대체 절 뭘로 보시는 겁니까?”
설명을 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여주는 게 나았다. 즉각적으로 칭호를 공유했다.
강솜이가 능력을 공유 받았다.
“그랑서울 던전의 진정한 지배자……?”
진정한 지배자. 강솜이도 처음 보는 칭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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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서울 던전의 진정한 지배자]그랑서울 던전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다스리는 권한을 가집니다. 그랑서울 던전의 진정한 지배자는 그랑서울 던전의 모든 필드에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합니다.
* 그랑서울 던전 내 무한 부활 권능 적용.
* 그랑서울 던전 내 ‘사형 선고’ 가능.
* 그랑서울 던전 입장가능 여부 설정 가능.
* 그랑서울 던전 난이도 조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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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솜이가 눈을 깜빡였다.
“이런 게 있었어요?”
칭호 하나하나가 모두 사기급이다.
“지금 여기서 몬스터가 단 한 마리도 출몰하지 않는 게, 길드장님께서 조절하고 계신 거였어요?”
강솜이는 흥분했다.
“이런 게 진짜 된다고요? 헐?”
“됩니다.”
“와. 대박. 대박이다. 이런 칭호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얻은 거예요?”
강솜이는 자신의 죽음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듯했다.
“와. 여기서 죽으면 그럼 부활해요? 저 다시 살아나요?”
“…….”
“갑자기 신나신 거 같은데요.”
“신나죠. 이런 세계의 비밀을 하나 더 알게 됐는데. 와. 이런 칭호 처음 봐요. 진짜 사기인데, 이 정도면!”
강솜이는 한동안 조잘조잘 떠들면서 감탄하다가 이내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그런데 여기서의 죽음을, 과연 칠상지나찰이 죽음이라고 인정해 줄까요?”
“인정하게 만들어야지요.”
어쨌든 죽는 사람은 강솜이다. 강솜이를 안심시켜주는 것이 중요했다. 김혁진이 ‘상인의 공증서’를 보여주었다.
“베니스의 상인? 저도 들어봤어요. 이탈리아에서 주로 활동하시는 수호자라고 들었는데.”
강솜이는 지치지도 않는지 연달아 감탄했다.
“이탈리아 서버 기반의 수호자마저도 사로잡으셨구나.”
“…….”
“하긴. 그래야 이 강솜이의 길드장이라고 할 수 있죠. 헤헤헤. 거신길드 하길 진짜 잘했다.”
강솜이가 목을 쭉 내밀었다.
“어서 죽여줘요.”
“예?”
“죽었다가 살아나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잖아요. 저는 PVP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
“어떤 변태들은 되게 황홀한 기분이라고 하던데. 그래서 PVP존에서 일부러 죽었다가 살아나는 애들도 있다던데요?”
강솜이가 눈을 빛내며 흐흐흐- 하고 웃는데, 그 모습이 약간 변태 같기도 했다. 김혁진은 괜스레 찝찝해졌다. 약간 떨떠름해진 상태로 말했다.
“일단 아프지 않게, 한 번에 보내드리긴 할게요.”
“좋아요. 한 번에 보내주세요!”
굉장히 신이 난 것 같은 강솜이를 일격에 죽였다. 통찰지검을 사용하여 심장을 찔렀고 강솜이는 즉사했다.
얼마후 빛무리가 모여들었다. 칭호를 공유받은 강솜이가 부활했다.
“이야. 신기하다. 이런 기분이구나. 영혼이 둥둥 떴다가 다시 흡수되는 기분이네요!”
강솜이가 흐흐 웃었다.
“가끔…….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요? 흐흐흐.”
* * *
상지계약이 절반정도 이루어졌다. 강솜이의 죽음을 인정한다는 알림이 들려왔고, 덕분에 칠상지나찰이 바깥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거신길드 사무실.
곽태운이 조심스레 물었다.
“칠상지나찰이 난동을 피우면 어떡하죠?”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상지계약을 중시하는 녀석이니까. 그리고 아마 놈은 프랑스서버. 파리로 가있을 거야.”
시간의 흐름이 뒤틀리고 있다. 육익천사가 언제 나타날지는 사실 김혁진도 모른다. 그러나 파리에서 나타나는 것은 맞을 것이다.
시간 흐름은 엉키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요 사건들은 그대로 일어나고 있으니까.
곽태운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칠상지나찰이 마음먹고 난동을 피우면 인류는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지 않은가.
“그럼 형은 이제 뭐 하실 거예요?”
“정산해야지. 이번 던전 공략에서 거신길드원들이 아무것도 못 얻었으니까.”
김혁진은 현금 부자다. 거신길드원들과의 공략은 김혁진에게도 꽤 따뜻한 일이었다. 강솜이만 죽이면 모두가 살 수 있는데, 모두가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강솜이를 희생시켜서 자신들이 살려고 하지 않았다. 김혁진은 그 사실이 못내 고마웠다.
“특별 보너스. 사실 너나 우리 길드원들에게 있어서 돈이 별로 중요한 건 아닌 거 알아.”
모두가 상위급 랭커들이다. 돈이 부족하지는 않다. 돈 욕심이 가장 없는 선화만 하더라도-모든 돈을 김혁진이 관리하고 있다-연봉으로 치면 대략 3억 정도는 벌고 있다.
“보너스로 모두에게 5억 원씩 지급할게.”
거신길드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 돈이 고마워서가 아니라, 김혁진의 마음이 고마워서 그냥 받기로 했다.
신연서가 흐흐 웃었다.
“스포츠카나 한 대 뽑아야겠다.”
말은 저렇게 해도, 신연서는 면허도 없다. 신연서는 옷을 사는 데에 돈을 아끼지 않지만, 또 대부분의 수익을 사회의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는데 쓰기도 했다.
김선화는 3억이라는 돈이 그다지 와닿지 않는 듯했다. 어차피 김선화의 통장은 김혁진이 관리하니까. 김선화에게는 그저 디지털 숫자였다.
“저는 치킨 세 마리! 다롱이도 한 마리 사줘야겠다. 돈가스도 왕창 먹을 거예요.”
돈가스를 먹다가 욕 먹었던 옛날이 생각났다. 가난한 애들이 무슨 돈가스냐며 손가락질 당했었다. 돈가스. 왕창 먹기로 했다.
마상현이 물었다.
“형님. 근데 강남역 던전 말고도 또 해야 할 거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있었지. 일단 강남역 던전을 다시 클리어 해야 돼.”
이제 그 곳은 원래 김혁진이 알던 강남역 던전으로 변해 있을 거다.
“거기서 하늘사자의 심장을 얻어야하거든.”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형님. 이 두 주먹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하늘사자의 심장을 획득해보이죠.”
마상현은 후후후- 하고 웃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것이,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칠상지나찰이라는 강대한 적을 마주한 게 바로 어제 인데, 무섭지도 않은 듯했다. 마상현은 오히려 즐거워보였다.
“하늘사자라는 놈 셉니까?”
“글쎄. 나도 직접 마주친 적은 없어서. 그렇지만 우리 길드 전력이라면 어렵지 않을 것 같기는 해.”
실제로 어렵지 않았다. 김혁진이 다시 한 번 ‘키’를 사용했고, 어이없게도 키는 또다시 한 번에 작동했다.
[강남역 2번 출구 던전에 입장합니다.]2번출구에 입장하여 같은 방식으로 숨겨진 통로를 찾아냈다. 보스 몬스터인 하늘사자를 사냥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강상구가 목소리 높여 외쳤다.
“내가 바로!”
오늘따라 강상구는 자신감이 넘쳤다.
“자양동 방화마스타다!”
하늘사자를 사냥했다. 세 번의 클리어를 진행했을 때, 김혁진은 ‘하늘사자의 심장’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달의 조각’이었다. 달의 조각은 원래 하남 스타필드의 ‘달빛 조각상 게이트’에 들어가서 얻을 수 있는 재료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너무 위험해.’
칠상지나찰을 경험하면서 배웠다. 조금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여태까지 탄탄대로를 걸어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탄탄대로일 수는 없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노아가 ‘절대 얻을 수 없다’라고 자신했던 만큼, ‘달빛 조각상 게이트’에도 무엇인가가 분명 숨겨져 있을 것이다.
김혁진과 김선화는 집으로 돌아왔다.
일단 하루 정도 쉬기로 했다. 김선화는 보너스를 받은 기념으로 치킨을 무려 세 마리나 시키고, 돈가스 3인분을 시켰다. 그러면서 아영의 눈치를 살폈다.
“어, 언니. 그게. 이게 그러니까…….”
아영은 음식을 남기는 걸 싫어한다. 그러나 아영은 선화에게 잔소리 하지 않았다. 돈가스 3인분을 물끄러미 봤다가 별말 없이 돈가스를 집어 먹었다.
돈가스를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많이 먹어. 돈가스 먹는다고 너한테 뭐라 그럴 사람 없어.”
오늘은 선화가 음식을 좀 남겨도 잔소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말했다.
“기분 좋아보여서 좋네.”
선화가 한풀이하는 것이, 아영에게도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선화는 히히- 웃다가 치킨과 돈가스를 원 없이 먹었다.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그 강대한 육신을 가진 김선화의 배가 볼록 튀어나왔을 정도였다.
김선화는 배를 문지르며 소파에 드러누웠다. 세상 다가진 것 같은 행복감과 포만감을 만끽하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물었다.
“오빠. 그런데 달의 조각은 어떻게 해요?”
“내가 찾기에는 너무 위험해. 칠상지나찰 같은 변수가 또 존재할 거야.”
“그렇지만 필요하잖아요.”
하늘 사자의 심장.
달의 조각.
검림으로 가는 아주 유력한 두 단서다. 김혁진에게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
“지금 시점에서, 어쩌면 달의 조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네? 그게 누군데요?”
김혁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점성술사 이타치. 그의 유품 중 하나가 ‘달의 조각’이었다. 그리고 그 시점은 ‘달빛 조각상 게이트’가 오픈되기 전이었다. 이타치는 어쩌면 지금 ‘달의 조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혁진이 이타치에게 연락을 해보려던 그 때.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소파에 누워 있던 김선화가 총총걸음으로 달려 나갔다.
“누구세요?”
예상치 못했던 두 손님이 김혁진의 집을 찾아왔다. 이타치와 함소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