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91)
#재능만렙 플레이어 391화
이타치는 함소현의 휠체어를 밀었다. 성신병원으로 돌아가는 길. 이타치는 밤하늘의 별을-잘 보이지는 않았지만-한 번 쳐다본 뒤 입을 열었다.
“이런 건 어디서 구한 걸까?”
이타치의 인벤토리 안에는 ‘재생혈청’이라는 아이템이 있었다. 물론 김혁진이 전해준 아이템이었다. 희망을 사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4급 희귀종인 흑색트롤을 사냥하고서 획득한 ‘재생혈청’을 쳐다봤다. 이타치는 재생혈청에 담긴 설명을 읽어낼 수 있었다.
“내가 한국의 피바다를 봤던 건 거짓이 아니었어.”
김혁진이 재생혈청을 얻게 된 배경을 읽어냈다. 별의 도움을 받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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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개론]1) 한국서버 제 311 시나리오.
2) ‘그랑 서울 던전’ 오픈을 위한 목숨값 필요.
* 31,100명의 플레이어 사망.
3) 시나리오 진행 : [24시간 생존] 또는 인간 [31,100 명 이상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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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치가 말을 이었다.
“소현아. 그랑 서울 던전이 오픈되면서 3만명 이상의 사람이 죽은 적 없지?”
“그런 일은 없었어.”
“그럼 이걸 김혁진이 막았겠네.”
김혁진이 그걸 막아내면서 이 ‘재생혈청’을 얻어낸 것 같다. 이타치는 다시 한 번 재생혈청을 살펴봤다.
“이걸 마시면 정말로 몸이 회복될까?”
“그럴 거야.”
병원으로 돌아왔다. 병원 침대에서 함소현은 재생혈청을 슬롯에 넣었다.
포션을 사용하는 것처럼 사용하면 되었다. 병원 관계자들은 함소현을 말렸지만 함소현은 김혁진을 믿었다. 재생혈청을 사용했다.
그 상태로 잠에 빠져들었다. 함소현이 다시 일어나는 데까지는 무려 3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타치는 뜬눈으로 함소현 옆에서 밤을 지새웠다.
함소현이 누워 있던 침대는 시꺼멓게 물들어 있었다. 역한 냄새도 났다.
정신을 차린 함소현이 물었다.
“이게 다 뭐야?”
“네 몸에서 나온 독소 같아. 의사들이 성분을 채취하기는 했는데, 도대체 뭔지 모르겠대.”
“과학이나 의학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물질인가 보네.”
“그런 것 같아.”
함소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타치가 깜짝 놀랐다.
“……너?”
“움직일 수 있어. 걱정 마. 나 지금 함소현이야. 눈도 하얗게 물들지 않았고. 멀쩡해.”
이타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백안의 예언’에게 몸을 빼앗긴 것 같지 않았다. 재생혈청을 사용한 함소현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혈색도 정상을 찾았다.
그날 밤.
이타치는 별의 기운을 읽었다.
‘실제로…….’
함소현의 생명이 늘어난 것이 보였다. 이타치는 두 사람의 미래를 비교적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함소현.
김혁진.
이 둘의 미래는 비교적 정확하게 보인다. 함소현의 미래가 연장 되었다. 별이 밝아졌다. 김혁진의 말이 맞았다.
물론 함소현이 완벽하게 회복된 건 아니다. ‘백안의 예언’이 존재하는 한, 함소현은 늘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중이라면…….’
어쩌면 김혁진이라면 함소현을 정말로 완전하게 회복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그 희망이 생김과 동시에 이타치 자신을 상징하던 별이 조금 더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다만 이타치 본인은 함소현의 별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순간,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김혁진은 미래를 바꾸는 게 아니야.’
미래가 정해져 있고, 미래를 바꾸는 변수가 아니다.
‘김혁진은 미래를 개척하는 거다.’
김혁진과 관련된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다른 별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개척자다. 그리고 이타치의 클래스에서는 그 ‘개척자’를 일컬어 ‘왕’이라고 표현한다.
이타치는 ‘진언’ 하나를 떠올렸다. 이타치가 처음 점성술사로 전직하면서부터 갖고 있던, 무슨 짓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 예언서가 하나 존재했다. 이타치는 이 것을 ‘진언서’라고 불렀다.
[왕의 별이 빛날 때, 모든 구속이 풀어지리라.]이타치는 희망을 읽었다.
* * *
김혁진이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던 그때, 이사벨이 잠에서 깨어났다. 마침 좋은 기회다 싶어 김혁진이 물었다.
-이사벨. 너를 완전히 회복시키기 위해선 마법사의 붉은 보석, 대장장이의 붉은 보석, 그리고 검림 출신의 드워프가 있으면 되는 거지?
-맞아. 솔직히 나도 정확하게는 몰라. 부파파 그 늙은이가 그렇게 말한 거지.
대장장이의 붉은 보석은 마왕으로부터 받았다.
이제 필요한 건 마법사의 붉은 보석인데, 김혁진은 이것을 ‘정체모를 붉은 보석’과 ‘하늘사자의 심장’. 그리고 ‘달의 조각’을 합성하여 만들어내는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그 과정에 노아가 필요하고.
-남편. 그런데 검림에 왜 그렇게 집착해?
뭐랄까. 이사벨이 듣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 말해봤다.
-그야. 너랑 관련이 있는 곳이니까.
-나랑 관련이 있는데 왜 집착하는데?
뭐랄까. 이사벨의 기분이 조금 좋아진 것 같았다.
-그야. 내가 [검의 신부]니까?
-그게 끝이야?
-너랑 관련된 걸 더 알고 싶으니까.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사벨에 대해서도 궁금하고 검림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궁금한 것투성이다. ‘검림’은 아주 오래전부터 김혁진을 자극하는 키워드였다.
-나에 대해서 궁금한 거야?
뭐랄까. 답은 정해져 있고 나는 대답만 하면 되는 것 같은데. 김혁진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물론이지.
-네가 내 남편이니까?
뭐랄까. 이사벨의 기분이 더 좋아진 것 같았다. 그랬는데 이사벨이 갑자기 코웃음 쳤다.
-흥. 네가 그런다고 난 하나도 기쁘지 않아.
뭐랄까. 이사벨의 검신이 살짝 떨리고 있는데, 상당히 기쁜 것처럼 보였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검신이 떨리는 느낌이랄까.
-근데 현실적으로 물을게. 노아한테는 어떻게 접근할 거야?
-내가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대역을 써야 하는데.
-적당한 사람이 있어? 그 수호탑 아이도 어려울 텐데.
-있어.
-누구?
-페드로.
명인 페드로.
그 역시 ‘검림’의 발자취를 찾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어떤 식으로든 분명 연관이 있다. 라오위의 퀘스트가 살아 있었다면 라오위에게 부탁하는 것이 가장 좋았겠지만, 라오위는 레벨이 초기화되었고 붉은 보석과 관련된 퀘스트를 잃었다.
-페드로? 그 남장여자?
김혁진은 상남자 성애자라고 표현하지만 이사벨의 표현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걔가 가면 그냥 홀라당 다 털릴걸?
-그러니까 방법을 찾아야지.
적임자는 찾았다. 그러면 방법을 만들면 된다.
-너 설마.
이사벨에게서 걱정이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는 거 아니지?
-네가 생각하는 게 뭔데?
-페드로. 그 남장여자를 총애하는 수호자를 움직일 생각 아니야?
김혁진은 속으로 움찔했다. 눈치가 귀신같이 빨랐다.
-수호자를 움직이는 것에는 큰 위험부담이 따라. 남편도 알지?
-알아. 신중하게 할 거야.
이사벨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반대하지는 않을게. 사실 나도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거든. 그러나 이런 방법은 추천하지 않아. 조심해.
-알았어.
이사벨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사벨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저 진심이 느껴지는 게……. 나쁘지 않네.’
솔직히 말해서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기분이 좋았다. 문득 이사벨이 현신하여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사벨이 물었다.
-남편. 지금…… 무슨 생각 했어?
-아냐, 아무것도.
-지금 분명히 무슨 생각 했는데? 심장이 쿵, 떨렸는데?
-위험한 상상했어.
검이 사람이 되어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니. 이사벨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위험한 상상임에는 틀림 없었다.
의심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의 떨림이 여자 생각했을 때,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런 거 아냐.
검후앓이의 신연서도, 독마녀 천수지도, 김혁진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사벨 때문이다. 다른 여자를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솔직히 말해. 여자 생각했지?
김혁진은 피식 웃었다.
-그래. 여자 생각했다.
이사벨의 검신이 부르르 떨렸다.
-누구?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이사벨의 검신이 더더욱 떨렸다.
-누구? 그 어리숙한 검쟁이? 아니면 독쓰는 계집애? 아니면 널 섬기는 탐험가? 누구? 누군데? 아니면 수호탑 꼬맹이?
김혁진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사벨은 잠든 척 했지만 김혁진은 알고 있었다. 이사벨은 잠들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검신이 쿵! 쿵! 하고 뛰었다. 마치 심장이 있는 것처럼.
* * *
거신길드의 사무실.
명인 페드로가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무실로 초대해 줘서 고맙습니다.”
그는 마치 이것이 상남자의 태도라는 듯 김혁진과 악수를 하고서 어깨를 한 번 부딪친 뒤, 소파에 앉았다. 어깨를 쭉 펴고서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무슨 일이죠?”
김혁진은 잠시 숨을 골랐다.
‘수호자를 움직여야 한다.’
페드로를 가장 아끼는 수호자는 다름 아닌 ‘풀무불의 요정‘이다.
‘최애가 페드로. 차애가 나 정도겠지.’
최애와 차애가 한 자리에 모였다. 분명히 풀무불의 요정도 보고 있을 것이다.
“검림과 관련된 단서를 거의 다 찾았습니다. 부파파 장로님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 것 같아요.”
페드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방법이 뭡니까?”
김혁진이 간략하게 설명했다. 페드로는 그 설명을 이해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제가 노아라는 NPC와 담판을 지으면 되겠군요. 무자비하게 대화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노아라는 NPC는 매우 강합니다. 지금의 저도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주된 능력은 알 수 없으나 제작과 관련된 힘도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김혁진이 물었다.
“검림. 궁금하지 않습니까?”
“숭악할 만큼 궁금합니다.”
김혁진은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풀무불의 요정’이 혹할 만큼. 스스로 나설 수 있을 만큼의 흥미를 부여해야만 한다. 만약 어설프게 시도했다가는 수호자들의 뭇매를 맞을 지도 모른다.
‘수호자를 상대할 때는 조심해야 해.’
그것도 이렇게 대놓고 작업질을 하는 경우에는 말이다. ‘베니스의 상인’처럼 애초에 상황을 먼저 던져준 상황이 아니다.
이건 김혁진이 먼저 제안하는 거다. 세니아도 긴장했다. 김혁진의 속셈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게는 초월급 아이템이 존재합니다.”
“초월급…… 요?”
제작계열 플레이어에게는 진정한 보물이다.
“이 아이템이죠. 저와는 계약으로 묶여 있습니다.”
이사벨을 보여주었다.
“김혁진씨가 사용하던 이 검이 초월급 아이템이었군요.”
“이름은 이사벨. 검림의 여제 역시 이름이 이사벨이었습니다.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검림의 여제!”
페드로가 눈을 크게 떴다.
“아주 무자비한 상황이로군요. 스승님께서 승천하시던 그때, 제게 마지막으로 남겨준 퀘스트가 바로 [검림의 여제]입니다.”
“…….”
검림과 관련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퀘스트의 이름 자체가 ‘검림의 여제’일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때 김혁진에게 메시지가 전해졌다.
[‘검의 숲을 향한 망자’가 당신과의 은밀한 대화를 신청합니다.]김혁진은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수호자?’
수호자가 메시지를 보낸 것 같기는 한데, 오묘한 느낌이었다.
수호자 특유의 그 느낌이 없었다. 정확하게 무엇이 다르다, 라고 표현할 길은 없지만 일반적인 수호자들의 메시지와는 달랐다.
[‘검의 숲을 향한 망자’가 당신에게 진명을 밝히기 원합니다.]수호자의 진명.
진명이라는 키워드를 수호자가 직접 언급했다.
[‘검의 숲을 향한 망자’의 진명은 ‘부파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