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95)
#재능만렙 플레이어 395화
김혁진은 ‘주안역 던전’을 빠져나왔다. 거신 길드 사무실이나 집까지 이동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가까운 호텔로 이동하기로 했다.
대기하고 있던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가깝고 조용한 호텔로 부탁합니다.”
“쉐라톤 그랜드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로 약 20여 분 정도가 걸렸다. 김혁진은 체크인한 뒤, 조용한 호텔방 안에 들어갔다.
이따금씩 인천공항의 비행기 소리가 들리기는 했으나 집중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답장을 해야겠어.’
답장하는 방식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김혁진 앞에 가상의 키보드자판 같은 것이 생겨났고 김혁진은 그것을 가지고 입력만 하면 되었다.
‘쓸데없이 최신식이란 말이야.’
다만 특이한 점은 Delete 키와 백 스페이스 키가 없었다.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였다.
[한 번 작성된 내용은 수정이 불가합니다.] [수호자에게 보내는 언사에 신중을 기하길 바랍니다.]위대한 업적을 두 번이나 달성하고 초월자가 된 이들을 향한 세계의 배려인 듯했다. 단 한 마디의 말실수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
김혁진이 손을 자판 위에 올려놓았다.
‘답은 정해져 있었어.’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 원래 수호자들을 대할 때에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실수로 플레이어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
‘양치기 소년’에서 봤듯, 한 번 찍히면 엄청난 괴롭힘을 당할 수 있으니까.
수호자의 괴롭힘은 수호자의 입장에서 괴롭힘이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죽음과 직결될 수도 있다.
‘두렵지는 않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김혁진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매번 해왔다.
[베니스의 상인께서는 두 가지 이유로 제게 비밀 메시지를 보내셨을 것입니다. 한 가지는 제게 어떠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 예측하셨을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베니스의 상인께서는 1차적으로 저를 보호해 주신 것이라 사료됩니다. 그러나 베니스의 상인께서는 거래의 거성(巨星)이시니, 아무런 대가도 없이 호의를 베푸시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호의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말보다는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라고 말하는 편이 베니스의 상인의 마음에 쏙 드는 말이다.
[베니스의 상인께서는 제가 한 수호자를 선택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제가 만약 과도한 욕심을 부려 베니스의 상인을 감히 제 차선 수호자로 선택하였다면, 그것은 오히려 베니스의 상인을 무시하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저는 이득과 손해를 제대로 저울질하지 못하는 머저리로 전락하게 되었을 것입니다.]수호자를 하나 선택하는 것. 그리고 둘 선택하는 것.
사실 무엇이 더 좋은지는 모른다. 그러나 김혁진은 안다. 가끔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베니스의 상인은 김혁진이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저는 베니스의 상인께서 내려주신 시험을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간파하였고, 그 시험에 통과하였다고 자부합니다.]베니스의 상인이 내린 시험이었다. 베니스의 상인은 ‘훌륭한 거래’에 집중하는 수호자다.
[베니스의 상인께서 저를 시험하셨으니, 저는 베니스의 상인께 무엇인가를 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비밀 메시지도 베니스의 상인이 원해서 보냈고, 시험도 베니스의 상인이 원해서 진행했다.
모두 베니스의 상인이 원했던 걸 진행했고, 김혁진이 그 진행을 완벽하게 수행했으니, 이제는 김혁진의 차례가 되었다.
‘이게 베니스의 상인을 상대하는 방법.’
베니스의 상인이 원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저는 검림으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하여 레벨 50을 빠르게 달성하였습니다. 아직 제가 많이 부족하여 여러 수호자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베니스의 상인께서 저를 어여삐 여겨주신다면, 제가 검림으로 안전하게 도착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김혁진은 단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글을 써내려 갔다. 뒤늦게 느꼈다.
‘나. 글에도 좀 재능 있는 거 같은데……?’
글쓰기에 재능이 좀 있는 것 같다.
‘지능이 높아져서 그런가?’
아무튼 전송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이제 ‘베니스의 상인’의 대답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과연.’
베니스의 상인은 어떻게 대답할까. 나름대로 자신은 있었으나 모든 상황이 자신의 뜻대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조금 기다려 봤다.
[‘베니스의 상인’이 당신의 쪽지에 크게 기뻐합니다.] [‘베니스의 상인’이 당신을 후원합니다.] [‘베니스의 상인’이 ‘기억의 조각’을 선물합니다.]그리고 알림이 하나 더 들려왔다.
[‘촛불을 켠 명필가(名筆家)’가 당신을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 *
촛불을 켠 명필가.
이름을 들어보기는 했으나 크게 기억에 남는 이름은 아니었다. ‘촛불을 켠 명필가’에 대해서는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은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기억의 조각’을 확인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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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조각]‘베니스의 상인’의 기억이 담겨 있는 조각입니다. 수호자의 권능이 일부 허용되는 필드. 율법의 적용이 다소 약화되는 특별한 필드에서 발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억의 조각 발화 시, ‘베니스의 상인’의 특별한 권능이 깨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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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어떤 용도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베니스의 상인’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었다면 아마 ‘검림’과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2시간이 지났다.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좋아.”
김혁진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감각안과 관찰자의 눈이 상향조정되었다. 그리고 개척의 관찰자로 전직했다. 그와 관련된 변화에 집중했다.
감각안에 대한 상세설명을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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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안(感覺眼)]1. 분류 : 고유 능력.
2. 획득 기본 조건 :
1) 초감각(超感覺)
2) 냉정한 관찰자의 눈
3. 획득 추가 조건 :
1) ‘초감각(超感覺)’의 사망선고 극복.
2) 고통 극복.
4. 상세 설명:
감각안은 ‘직관(直觀)’의 눈입니다. 직관이란 감관의 작용으로 직접 외계의 사물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해당 능력은 직관적으로 상대의 정보를 파헤치고 받아들이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5. 숙련도: [4]
6. 속성:
1) 각성자/비각성자 구분
2) 상태창 파악
3) 위험감지
4) 환상진(幻想(陣) 혹은 환영(幻影)마법에 대한 저항
5) ‘인지부조화(認知的不協和)’의 의지 발동 및 인지부조화(認知的不協和) 파훼.
7. 추가 권능 :
1) 미래시(未來示)
2) 반사시(反射示)
3) 복기분석시(復棋分析示)
4) 개척안(開拓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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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능력이 생성되었다. ‘개척안’이었다.
‘어?’
김혁진은 감각안의 최종 진화 형태라고 짐작되는 ‘무명안’을 경험했었다.
무명안으로 본 세계는 신비로웠다. 세계 곳곳에 히든피스가 숨어 있었고 수많은 시나리오가 숨겨져 있었다. 무명안을 가지고 본 세상과 그냥 눈으로 본 세상은 완전히 달랐다.
그만큼 무명안은 사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던 눈이었다.
‘그런데…… 이런 기능은 없었는데.’
무명안은 ‘원래 있는 길’ 혹은 ‘이미 존재하는 히든 피스’ 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힘을 가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힘. 그런데 개척안은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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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안(開拓眼)]개척안은 ‘개척의 관찰자’가 ‘숙련도 [4] 이상의 감각안’을 가졌을 때 활성화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개척안은 특정 조건 만족시 새로운 길이나 히든피스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길을 개척해 낼 수 있습니다.
* 한 번 사용시, 5분간 개척안이 활성화 되며 5레벨을 소모합니다.
* 전직 특전으로 개척안 획득 후 5분 동안 개척안이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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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없던 히든피스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원래 없는 길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눈이다. 전직 특전으로 인하여 개척안이 열린 상태다.
‘무명안보다 등급 자체는 낮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개척의 관찰자]로 전직하면서, 또 다른 힘을 허락받은 거야.’
일반 관찰자는 ‘무명안’을 가졌어도 그 능력에 한계가 존재했던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는 ‘개척의 관찰자’다.
만약 또 기회가 있어 무명안을 얻을 수 있다면, 또 다른 세계가 눈에 보일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 개척안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거지.’
일단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시험해보고 싶었다. 전직 특전이 주어졌는데 활용하지 못하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이거다.’
김혁진은 ‘베니스의 상인’이 보냈던 비밀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무엇인가 더 많은 것이 보일까? 개척안은 과연 새로운 것을 읽어낼 수 있을까?
[‘개척안’이 숨겨진 노란 빛을 개척해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의외로 특별한 조건은 필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베니스의 상인’은 여기까지 그림을 그렸을지도 모른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노란 빛이었다. 노란 빛을 눈으로 클릭할 수 있었다.
김혁진에게 여지껏 많은 힌트를 줬었던 노란빛. 그것을 해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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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빛]‘베니스의 상인’은 ‘양치기 소년’과 당신이 접촉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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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양치기 소년?’
수호력을 모두 소모하고 소멸한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가만.’
저쪽의 시간흐름과 이쪽의 시간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만약 저쪽에서 충분히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 ‘양치기 소년’은 수호력을 모두 회복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그건 아니야.’
베니스의 상인이 이렇게 대놓고 방해할 정도라면, 베니스의 상인이 양치기 소년을 얕잡아 보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양치기 소년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회복하고 있는 것 같기는 했다.
‘젠장. 그놈이 소멸하지 않았을 줄이야.’
저번에 완전히 소멸시켰어야 했는데. 그래도 다행이었다. 베니스의 상인 덕택에 ‘양치기 소년’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모르고 맞는 것과 알고 맞는 것은 차이가 크다.
‘앞으로는 양치기 소년을 염두에 둬야겠어.’
김혁진이 말했다.
“개척의 관찰자로 전직하였습니다. 많은 능력의 향상이 있었습니다. 저를 도와주시고 지켜봐주시는 수많은 수호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저는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검림을 찾으려 합니다.”
* * *
예고편을 내보내고 하루 뒤.
김혁진은 페드로를 상암 월드컵 경기장으로 초대했다.
넓은 축구장 안. 김혁진은 송기열을 통해 이곳을 통째로 대여했고, 페드로와 둘이 축구장 가운데 섰다.
“검림으로 가는 길을 열겁니다.”
“좋습니다. 저는 이미 무자비한 준비를 끝마친 상태입니다. 검림. 제가 손수 징벌하러 갑니다.”
메시지가 전해졌다.
[‘푸른빛의 결계’가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보호합니다.] [다수의 수호자가 미량의 수호력을 더하여 ‘푸른빛의 결계’를 돕습니다.]단뢰를 펼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수호자들이 직접 나서서 행동할 만큼, 이 콘텐츠는 매력적이다.
‘검림으로 간다.’
힘을 끌어 올렸다. 검황 단천우가 남겨진 뇌황검법. 그것을 펼쳤다. 이사벨은 두 개의 ‘붉은 보석’을 소모했다. 세계를 찢어 ‘검림’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천마산의 진주’가 당신의 성장에 감탄합니다.]어제 하루 동안 복기분석시로 다시 한 번 ‘단뢰’를 파헤쳐보았다. 높아진 등급 덕분에 더 많은 것이 보였다.
단천우의 호흡 하나, 움직임 하나. 그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마나의 흐름이 훨씬 용이해.’
왼발의 각도를 조금 틀고 호흡을 순서를 조금 바꿨을 뿐인데, 드라마틱한 결과가 펼쳐졌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단천우가 펼친 ‘단뢰’와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실제로 세니아는 이렇게 중계했다.
“붉은 보석 두 개의 힘과 이사벨이라는 초월급 아티팩트의 도움을 얻었다고는 해도, 레벨 50대 플레이어가 보일 수 있는 수준은 결코 아닙니다. 수호자분들께서도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세니아는 담담하게 말을 전했지만, 내용 자체는 결코 담담하지 않았다. 자칭 고금제일 천재라고 자부하는 ‘천마산의 진주’부터가 김혁진의 플레이에 열광하고 있지 않은가.
김혁진이 찢어진 틈을 향해 걸었다.
“가죠.”
“그……. 많이 무자비한 검술이군요.”
김혁진을 뒤따라 걷는 페드로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방금 그(그녀)는 느꼈다. 세계를 잘라내는 것만 같은 그 강대하고 위험한 기운을. 본능적인 두려움과 경외심이 들었다. 생물이라면 당연히 느낄 수밖에 없는 경외감. 그것이 느껴졌다.
‘저 인간한테 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안 그래도 거대했던 김혁진의 등이 더욱 넓어진 것 같았다. 뒤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페드로도 찢어진 틈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의미 있는 알림은 들려오지 않았다. 보통 이런 경우, ‘검림에 입장 하였습니다’와 같은 알림이 들려오기 마련인데 말이다.
페드로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음. 여기가…… 검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