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09)
#재능만렙 플레이어 409화
파리로 이동하기 전.
미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네. 김혁진입니다.
-저도 한 가지. 사소한 부탁을 좀 해도 돼요?
-사소한 거라면요.
얘기를 들어보니 재미있었다.
그곳에 복귀명령 때문에 화가 난 요원이 하나 있는데, 그 요원을 만나 미국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억지로 만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오다가다 만나게 된다면 말이나 한 번 전해주세요. 전화상으로는 안 통하더라고요.
김혁진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레이첼?’
내가 알고 있는 그 레이첼인가.
마왕군 3급 간부. 파리에서 17명의 중국인 소년들을 살해했던 그 여자가 지금 시점에서는 블랙 크로우 소속이었다니.
인상착의를 받아서 확인해보니 김혁진이 아는 마왕군 3급 간부와 같았다.
‘맞네.’
그 레이첼이 이 레이첼이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서둘러서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레이첼의 인상착의와 레이첼이 묵고 있는 호텔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실력이 아까우니 블랙 크로우의 대주주로서 설득이나 한 번 해달라는 사소한 요청이었으나 김혁진에게는 꿀 같은 정보였다.
-미셸, 잠깐만요.
-네?
-저한테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 이유가 뭡니까?
-말했잖아요. 블랙 크로우의 대주주로서, 뛰어난 요원 설득이나 한 번 해달라고요.
-그게 다입니까?
미셸은 할 말을 잃었다. 명분도 나름 괜찮았고 지나가다 할 수 있는 부탁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말이나 한 번 전해주면 되는 거니까.
-사실 레이첼이 당신을 별로 안 좋아해요.
-저를요? 저는 레이첼과의 접점이 없는데.
-블랙 크로우의 대주주라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드는 듯해요. 사실 당신의 이름이 알려진지 얼마 안 됐잖아요.
-제 자격이 부족하다?
-네. 그런 것에 엄격한 사람이거든요.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셸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당신을 직접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레이첼이 생각하는 여름군주보다 김혁진 당신은 훨씬 더 뛰어난 인물이니까.
-그러면 블랙크로우의 진면모를 알게 될 것이고, 블랙크로우에 계속 몸담을 것 같아서요? 레이첼을 꽤 원하나 보네요.
-그녀의 은신능력과 은신간파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서요. 탐험가 계열도 아니고 도적 계열도 아닌데 그 정도 능력을 가진 사람은 드물어요.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요원이죠.
김혁진이 현관문을 나서려 할 때. 김선화가 현관문까지 뛰어왔다.
“오빠. 어디 가요?”
“프랑스. 파리.”
“엄마 있는 곳이요?”
“응. 그런데 엄마는 곧 돌아올 거야.”
김선화의 눈이 가늘어졌다.
“위험한 데 가는 거죠?”
“아마 그럴 것 같아.”
파리 대참사.
괜히 ‘대참사’라 이름 붙은 것이 아니다. 무려 3만 명이 죽었던 학살의 현장으로 간다. 결코 안전할 수는 없다.
“저도 같이 가요, 그럼.”
“흠.”
김혁진은 잠시 고민했다. 뛰어난 탱커인 김선화와 함께라면 조금 더 편할 것 같기는 하다.
“아니야. 한국에 있어. 엄마랑 잘 놀아줘.”
“왜요? 제가 오빠보다 더 단단한데.”
“그렇긴 한데. 이번에는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할 것 같아.”
아무래도 레이첼과의 일에 있어서도. 칠상지나찰과 육익천사와 관련된 일에 있어서도.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선화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알았어요. 너무 늦게 오지 마세요. 또 막 한 달씩이나 연락 안 되고 그러면 안 돼요.”
“알았어.”
김혁진은 걱정하는 김선화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은 뒤 문을 나섰다. 곧장 D타워로 향했다. 프랑스의 튜토리얼 빌딩 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으로 연결된 워프 게이트를 이용했다.
파리로 이동했다. 그래도 최근에는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는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워프 게이트를 이용했다는 것만으로 주목을 받지는 않았다. 그래도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은 있었다. 괜스레 이목을 끌어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김혁진은 인지부조화를 사용했다.
‘일단……. 레이첼을 먼저 만나볼까.’
레이첼에 대한 정보는 이미 모두 받았으니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걷네 받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다.
김혁진은 레이첼이 머무는 호텔로 향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마침 레이첼은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혁진이 그 옆에 섰다. 레이첼은 김혁진에게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가 로비에 도착했다. 레이첼과 김혁진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마침 둘만 엘리베이터 안에 남게 됐다. 김혁진이 입을 열었다. 통역구슬을 사용했다.
“몇 명이나 찾았어?”
“…….”
레이첼은 순간 놀라기는 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넌 뭐야?”
“나를 몰라?”
김혁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레이첼을 쳐다봤다. 레이첼도 김혁진을 마주봤다.
2층. 3층. 4층.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너 설마…….”
레이첼은 김혁진이 누군지 깨달을 수 있었다.
“여름 군주?”
“역시 아네.”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몇 명 찾았냐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레이첼이 인상을 찡그렸다.
“헛소리를 하려면 집어치워.”
“대외적으로 나는 미셸의 부탁을 받아서 이곳을 찾았어. 그런데 과연 그게 끝일까?”
물론 그게 끝이다. 만약 김혁진이 회귀자가 아니었더라면.
“나를 회유하라고 했겠지. 나 같은 인재를 잃는 건 싫을 테니까.”
“반은 맞아. 네 마음을 돌려달라고 했지.”
“거품이 잔뜩 낀 여름군주 주제에 무슨.”
10층. 11층. 12층.
엘리베이터가 계속 올라갔다. 김혁진이 작게 말했다.
“이제부터 앞 쳐다봐. 중요한 얘기할 거니까.”
“…….”
“북경. 소년. 열일곱.”
레이첼의 몸이 움찔했다.
‘뭐야?’
지원군이 온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이 임무는 오로지 레이첼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여름군주가 나타나서, 그것도 블랙 크로우의 대주주가 나타나서 저 정보들을 읊고 있다. 그것도 매우 조심해 가면서.
김혁진이 말했다.
“아마추어처럼 그렇게 티 낼 거야?”
“…….”
김혁진이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레이첼이 정면을 쳐다봤다.
15층. 16층.
레이첼도 작게 말했다. CCTV를 등지고서.
“지원군이 온다는 말을 못 들었어.”
김혁진은 확신했다. ‘마왕군’은 이미 조직되어 있다.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어떤 세력이 있다는 얘기니까. 그리고 김혁진은 안다. ‘마왕군‘의 ‘마왕’은 강선일이 아니라 다른 존재다.
“이래도 날 못 믿겠어?”
김혁진이 CCTV를 등진 상태로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종이에는 ‘援軍’이라는 한문이 적혀져 있었다. 그제서야 레이첼은 의심을 풀었다.
“글씨 잘 쓰네?”
“글씨 잘 쓰는 분이 도와주셨어.”
“그렇겠지. 상서로운 힘이 느껴져.”
“그 것까지 느껴?”
“당연하지. 날 뭘로 보는 거야?”
김혁진도 의외였다. 상서로운 힘이라니. 레이첼은 ‘수호자의 힘’을 간파한 것 같았다.
글씨 잘 쓰는 분.
여기서의 그분은 수호자인 ‘촛불을 끈 명필가’였다.
과거 베니스의 상인에게 회신을 하고나서, 김혁진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던 ‘촛불을 끈 명필가’는 흔쾌히 자신의 능력을 빌려주었다.
촛불을 끈 명필가는 ‘글을 쓰는 행위’를 즐겨보는 수호자로서, 김혁진을 계속해서 지켜봐왔고 아주 작은 후원으로 ‘援軍’이라 적힌 종이 하나를 선물해 주었다.
‘나중에는 개나 소나 다 쓰게 되겠지만.’
援軍.
한글로 하면 원군이다. 아군에게 도움을 주는 군사. 마왕군의 암호 같은 것인데, 몇 년 후에는 암호라고 보기 애매한 글자가 된다. 어쨌든 이 시점에서는 비밀암호가 맞았다.
“나는 19층에 머물고 있어.”
“마침 나도 19층인데.”
“설마 바로 옆?”
“응. 앤드류가 나간 방을 잡았거든.”
“미셸이 정보를 흘린 거지?”
레이첼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드는 여자야. 남의 신상정보를 아무렇게나 까발리다니.”
“내가 블랙크로우의 대주주니까.”
레이첼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지원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어.”
레이첼이 김혁진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마치 연인처럼. CCTV를 의식하는 듯했다. 그리고 둘은 자연스럽게 호텔방 안으로 들어왔다.
호텔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레이첼은 일부러 김혁진의 품에 쏙 안기는 듯한 제스쳐를 보였다. CCTV로 보기에는 사랑을 속삭이는 남녀처럼 보였을 것이다.
방 안으로 완전히 들어온 후, 레이첼이 채찍을 꺼내들었다.
김혁진이 물었다.
“뭐하게?”
“한창의 남녀가 한 방에 들어왔으니, 할 일을 해야지. 대외적으로.”
“대외적으로 좋지. 당신과 내가 이곳에서 대외적으로 할 일을 한다 치고. 실제로 당신은 뭘 할 건데?”
“사명을 완수할 거야.”
“사명을 완수하면 뭐가 튀어나오는지 알고 있는 거지?”
순간 레이첼의 눈이 가늘어졌다. 끝까지 의심을 풀지 않았다.
“글쎄. 뭐가 나오지?”
하지만 김혁진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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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합리적 의심
요약 : 답을 알고 있는 예비 학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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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답했다.
“날개가 여섯 장 달린 천사.”
“……맞아.”
“이래도 의심할 거야?”
“아니. 확실히 원군이 맞는 거 같네.”
이쯤 되니 레이첼도 더 이상 의심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더 이상 시험하려 들지 마. 나도 인내심이 많은 편은 아니거든.”
“인내심이 많지 않으면 어쩔 건데?”
김혁진이 단도를 꺼내들었다.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혔다. 이형환위로 뒤를 점했다.
레이첼은 김혁진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 검림같은 곳에서 워낙 괴물들만 봐왔다보니, 레이첼은 어린아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김혁진이 단도를 레이첼의 목에 댔다. 레이첼의 목에서 피가 살짝 흘러 나왔다.
레이첼이 양손을 들어 올렸다.
“……오케이. 내가 졌어.”
방금 깜짝 놀랐다. 솔직히 여름군주가 이 정도 움직임을 보일 줄은 몰랐다. 군주 클래스라고 했는데. 방금의 움직임은 암살자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일은 나 혼자 할 거야. 할 수 있으니까. 너는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고, 여기서 기다려.”
“그러지 뭐.”
김혁진이 의도한 대로 됐다.
레이첼은 몇몇 아이템을 착용했다. 그리고 몸이 투명화되자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아. 호텔방에 있는 것처럼 꾸며놓고, 저렇게 나가는구나.’
김혁진이 말했다.
“뒤쫓아 가야겠네.”
“이유가 무엇입니까?”
“예비학살자를 그냥 둘 수는 없잖아.”
육익천사가 대속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대속을 하게 되면, 칠상지나찰이 육익천사를 사냥할 수 없게 된다.
‘그게 아니더라도.’
죄 없는 17명의 소년. 그리고 3만 명의 값진 목숨을 살릴 수도 있는 좋은 기회다.
“어떻게 쫓아가실 생각입니까?”
“그냥 가보지 뭐.”
레이첼은 은신과 잠행에 뛰어난 플레이어다. 스스로 은신에 뛰어난 만큼 기감도 밝을 것이다. 그러나 김혁진은 확신했다.
“쟤 허접이야.”
인지부조화조차도 뚫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감이 온다. 레이첼이 뛰어난 플레이어라 할지라도 김혁진 자신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뛰어나다, 뛰어나지 않다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이템 상점 열어줘.”
중수 구간의 아이템 상점을 열어 ‘1회용 투명 망토’를 여러 벌 샀다. 일시적으로 몸을 투명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인데, 완벽한 투명인간까지는 아니었다. 조금 흐려지게 하는 정도였다.
“뒤를 따라가실 겁니까?”
“응.”
“이렇게 대놓고 말입니까?”
“응.”
세니아는 은신상태로 뒤따라 걸었다.
으슥한 밤거리. 레이첼이 주변을 살피더니 한 허름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김혁진도 대놓고 따라 걸어갔다. 레이첼은 김혁진이 따라오는 것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메시지가 들려왔다.
[‘발소리를 죽인 흑표범’이 당신의 잠행술에 놀라워합니다.]거기까지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새로운 수호자 하나가 등장했을 뿐이니까.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은하수 성자’가 ‘발소리를 죽인 흑표범’을 비웃습니다.]수호자가 수호자를 대놓고 저격했다.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