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15)
#재능만렙 플레이어 415화
육익천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육익천사가 처음 나타났을 때에 사람들은 육익천사가 신인 줄 알았다.
그만큼 육익천사의 모습은 성스러웠고 오묘한 기운을 내뿜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날개가 너덜너덜한데.’
여전히 신묘한 기운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영상에서 보았던 것 만큼의 신령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딘가 많이 지쳐있는 것처럼 보였다.
육익천사는 처음 나타났을 때, 이런 말을 했었다.
-나와 함께 칠상지나찰을 죽일 인간들을 찾는다.
-자진하여 칠상지나찰의 제물이 될 인간들은 없는가?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육익천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어딘가 몸을 숨길 곳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기억 속 육익천사와는 많이 달랐다.
김혁진이 인벤토리에서 칠상지나찰의 팔을 꺼냈다.
“저 놈이 네가 찾던 육익천사가 맞지?”
“그렇다.”
김혁진의 그림자 속에서 칠상지나찰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혁진에게 주기로 했던 나찰뇌창을 꺼내들었다. 육익천사를 죽이고 나면 준다고 했었던 나찰뇌창이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계약은 잊지 말고.”
“물론이다.”
하늘 위의 육익천사도 땅의 칠상지나찰을 발견한 것 같았다. 육익천사의 몸이 움찔했다. 육익천사의 입가에 미세하게나마 미소가 걸렸다.
“너도 팔이 하나 없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
육익천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칠상지나찰을 노려봤다.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칠상지나찰이 말했다.
“몸을 사려라, 계약자.”
김혁진은 칠상지나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칠상지나찰의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가 싶더니 빛처럼 사라졌다. 칠상지나찰과 육익천사가 맞붙었다.
육익천사는 알 수 없는 문양의 음각이 새겨진 커다란 황금색 봉을 들고서 싸웠고, 칠상지나찰은 여러개의 팔에 달린 각종 무기를 휘두르며 육익천사와 싸웠다.
쾅!
폭발음이 일었다.
때로는 병장기와 병장기가 부딪치는 쇳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김혁진은 그때마다 안전한 공간을 찾아다니며 운신을 해야만 했다.
‘위험한데.’
육익천사와 칠상지나찰. 둘의 전투는 단순히 둘만의 전투가 아니었다. 둘의 싸움에서 터져나오는 충격파와 기운의 파편이 마치 총알처럼 비산했다.
“으아악!”
한 남자가 눈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눈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다. 김혁진은 그를 구할 수 없었다. 강렬한 기운이 눈을 타고 들어가 머릿속을 불태워버렸다.
으아악! 비명을 질렀던 것도 잠시, 남자의 몸이 풀썩 쓰러졌다.
눈뿐만이 아니었다. 저 기운은 흉폭했다. 기운과 기운이 부딪쳐 흩어지는 파편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인간 한 명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너무나 쉬웠다.
‘젠장.’
김혁진은 파편들을 아주 어렵지 않게 피해냈지만, 남들을 구할 여력까지는 되지 않았다. 게다가 피해자들이 너무 많다. 김혁진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육익천사가 황금봉을 크게 휘둘러 거리를 벌렸다. 뜻을 알 수 없는 영창을 내뱉었고, 수천 개의 깃털이 하늘을 수놓으며 휘날렸다.
칠상지나찰이 검을 휘둘러 깃털폭풍을 잘라냈다. 전투는 잠시 소강 상태.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육익천사가 좀 더 지쳐보였다.
육익천사가 말했다.
“칠상지나찰. 나는 약화된 상태다. 이런 나를 죽인다고 해서, 네 분노가 풀릴 것 같으냐?”
“그건 내가 감당할 문제다. 나는 이 날을 기다려왔다. 내 팔을 내주고, 상지계약을 맺기 위해.”
“저 땅 아래의 인간을 뜻하는 것이냐?”
“그렇다.”
“저 인간이 내가 이곳에 나타날 것을 알았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그것이 중요한가?”
칠상지나찰이 손도끼를 들어 올렸다.
“중요한 건, 오늘 네 머리가 쪼개진다는 것이다.”
또다시 전투가 시작되었다. 전투의 승자는 결국 칠상지나찰이었다.
칠상지나찰도 온전하지는 않았다. 남은 팔 6개 중 두 개가 부러져 너덜거렸고, 몸에는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칠상지나찰’이 ‘육익천사’를 사살하였습니다.] [‘상지계약’으로 인하여 ‘육익천사 사냥’에 대한 모든 공로가 김혁진 플레이어에게 전이됩니다.]칠상지나찰과 맺은 상지계약 덕분에, 김혁진이 육익천사를 사냥한 것처럼 되었다. 알림이 밀려들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김혁진은 귀를 의심했다.
‘미친.’
무려 10레벨이 한꺼번에 올랐다. 저번에 레벨이 다운되어 45가 되었었는데, 한순간에 50을 돌파해 55가 되었다.
‘10레벨이 한꺼번에 올라? 그 것도 중수 구간에?’
그 어떤 몰이사냥을 해도 이 정도의 폭업은 하지 않는다. 10레벨이 한꺼번에 올랐다는 건, 육익천사가 그만큼 강한 몬스터였다는 소리다. 칠상지나찰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이것은 전리품이다.”
아이템 하나를 내밀었다. 아이템의 이름은 ‘천사의 날개‘였다. 육익천사가 드랍한 아이템인 것 같았다.
‘천사의 날개?’
김혁진이 알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마왕군 특급 간부. 마왕군 내에서도 엄청난 입지를 자랑했으며 전 세계의 수배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굵직한 사건에 모습을 드러냈었던 강력한 플레이어였던 ‘레비아나’가 가끔 사용했었던 아이템으로 알려져 있었다.
1급 간부도 아니고, 사실상 마왕군 간부들 중 최강의 간부들만 모여 있다는 특급 간부가 사용했던 아이템이 손에 들어왔다. 그 아이템에 관한 설명을 읽을 수는 없었다.
──────────
[천사의 날개]-?
──────────
‘역시 육익천사는 마왕과 관련이 있었어.’
김혁진은 ‘천사의 날개’를 받아들고서 주변을 살펴봤다. 피해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최소 수천. 혹은 수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말대로 육익천사가 모습을 드러냈군.”
칠상지나찰의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그 안에서 강선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선일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듯 했다. 강선일이 손을 뻗었다. 칠상지나찰의 팔 하나를 주욱-잡아 뜯었다.
김혁진도, 칠상지나찰도 반응하지 못했다.
‘헉.’
갑자기 마왕이 왜 저러는지 알 수 없었다. 강선일이 씨익 웃었다.
“이봐. 네 이름이 칠상지나찰인가?”
“……그렇다.”
“아. 이제는 오상지나찰이겠군.”
칠상지나찰도 긴장했다. 그에반해 강선일은 여유로웠다.
“이제 네놈이 죽을 차례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겠지.”
“…….”
칠상지나찰은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강선일이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와 동시에 칠상지나찰의 모든 팔이 잘려나가 바닥에 뒹굴었고, 목에도 붉은 실선이 생겼다.
육익천사보다 강했고, 전투의 파편만으로 수천수만의 목숨을 앗아갔던 칠상지나찰은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특별히 고통은 없이 보내주었다. 감사히 생각하도록.”
“……왜 죽였지?”
“그걸 왜 묻지? 인간 기준으로, 놈은 마물이다. 네 놈은 몬스터를 잡을 때에 왜 잡는지 생각하고 잡나?”
김혁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기는 했다.
강선일은 피식 웃고서 김혁진의 턱을 잡고 들어올렸다. 마치 무엇인가를 품평하는 듯한 눈빛으로 김혁진의 얼굴 이모저모를 뜯어보았다.
“나쁘지 않군.”
“뭐가?”
“네놈이 피해를 많이 줄였다.”
원래 ‘파리 대참사’에서는 약 3만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었다. 그것을 말하는 듯했다.
“네놈이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대략 2만 명의 목숨을 구했어. 원래 이곳에서는 3만 명이 죽었어야 했지.”
“…….”
“그 목숨값이 성흔이 되어 네놈 얼굴에 새겨졌다.”
강선일은 김혁진의 얼굴에서 손을 뗐다. 칠상지나찰의 시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왜 죽였냐고 물었나?”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따라 강선일이 굉장히 친절하다고 느꼈다. 본래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타입이 아닌데 말이다.
“이 놈의 일생일대의 목표는 육익천사를 죽이는 것이었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이제는 그 목표를 달성했지. 목표를 이루었다는 건, 그 목표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인간이라면 다른 목표를 세우고 또 찾아냈겠지. 그게 인간 발전의 원동력이니까. 그런데 이놈은 다르다.”
“…….”
“이제는 이놈이 살아갈 이유가 없다.”
강선일이 피식 웃었다.
“삶의 목표를 완전히 잃어버린 경우. 두 가지로 나뉜다. 스스로를 파멸시키거나,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을 파멸시키거나.”
“괴물이 된다는 뜻인가?”
“그렇지. 허나 놈은 남을 파괴하는 괴물이 될 것 같지는 않더군.”
김혁진은 아까의 상황을 떠올려봤다.
‘그러고 보니…….’
칠상지나찰은 강선일에게 아예 반항하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은 반항은 할 수 있었을 텐데. 칠상지나찰이 너무 무력하게 당하기는 했었다. 다시 말해 칠상지나찰은 일부러 반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었으니 죽음을 택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대신 죽여줬을 뿐이다. 고통스럽지 않게.”
강선일은 칠상지나찰의 시체에 손을 댔다. 푸른빛이 모여드는가 싶더니, 한 가지 아이템으로 변했다. 나찰뇌창이었다.
“이것은 네놈의 것이군.”
강선일이 나찰뇌창을 휙 집어던졌다.
“내가 선물을 줬으니, 너도 나한테 선물을 줘야겠어. 그렇지?”
“나찰뇌창은 원래 내 것이었는데.”
“그거야 놈이 살아있을 때 얘기고. 저 놈이 네게 선물을 주기 전, 내가 죽여 버렸다. 네 능력으로는 나찰뇌창을 획득할 수 없었을 거야.”
김혁진이 나찰뇌창을 받아들었다.
“뭘 원하지?”
“날개.”
“왜?”
마왕군 특급 간부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김혁진은 사실 혼란스러웠다. 과거의 마왕과 강선일이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상하게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강선일이 히죽 웃었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
“나는 너와 정당한 거래를 하는 게 아니야. 너를 살려주기 위해 발악하는 거지. 묻겠다. [천사의 날개] 와 [나찰뇌창]을 거래할 거냐, 아니면 그냥 여기서 깔끔하게 죽고 모든 것을 빼앗길래?”
김혁진이 강선일을 마주보았다. 강선일의 말은 진심인 것 같았다. 그만큼 강선일에게 ‘천사의 날개‘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마왕은 비굴한 것을 싫어한다. 이 정도로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서도 가만히 있는 것.
그것을 비겁하고 추악하게 여긴다.
‘그러나 [천사의 날개]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기도 해.’
두 개의 마음이 모두 진심일 것이다. 그 둘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중심을 잃는 순간 죽을 수도 있다.
“원래 나도 거래를 하려고 했다.”
마왕이 원하는 것 자체는 확실하게 짚어 주었다.
“그러나 네 다음 말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군.”
“넌 약하잖아.”
“약하다는 것이 모욕을 참아야하는 이유가 되지 않아.”
“약한 주제에. 모욕을 못 참으면 어쩔 건데?”
마왕의 머리 위에 붉은 입이 생겨났다. 히죽-웃었다. 끔찍한 살기가 느껴졌다. 김혁진이 이센을 꺼내들었다. 김혁진은 물러서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마왕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면 진작 죽였을 것이다. 마왕은 그런 존재다. 그 것에 베팅했다.
“한 번 볼까, 네가 과연 날 죽일 수 있는지.”
죽이려고 했다면 오늘같은 친절은 베풀지 않았을 것이다. 마왕의 속셈은 따로 있을 것이다. 김혁진은 그 것을 눈치챘다. 마왕이 어깨를 으쓱했다. 품 안에서 장난감 같은 나무칼 하나를 꺼내들었다. 크기가 손바닥만 했다. 아주 작았다.
마왕이 다시 히죽 웃었다.
“내기를 한 번 해볼 테냐?”
그의 시선은 김혁진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김혁진 너머의 다른 누군가를 향하고 있었다. 마왕이 말을 이었다.
“나는 내가 저놈을 죽인다에 베팅하겠다. 목동. 네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