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18)
#재능만렙 플레이어 418화
2019년 10월 초.
태풍이 여러 차례 한반도에 불어 닥쳤고 제주도와 남부지방의 피해가 상당히 컸으며,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로 강원도에서는 얼음까지 관측되었다.
이런저런 이슈 가운데 가장 파급력이 컸던 것은 창릉에서 일어났던 학살사건이었다.
3기 신도시의 예정부지로 선정된 그곳은 서울에서 상당히 가깝지만 시골 같은 곳이었다.
창릉천을 기점으로 하여 양옆으로 대부분 농지와 공장부지로 이루어진 이곳에서 원인미상의 살인사건이 일어났었다.
‘당시 경찰은 몬스터의 소행이라고 결론지었어.’
그러나 그로부터 몇년이 흐른 뒤, 시체술사 바르테리가 유서에 남겼다. 한국 창릉에서 벌인 짓은 자신이 했던 일이라고. 때문에 몬스터의 소행이라고 결론짓고 수사를 마무리했던 경찰은 곤욕을 치러야만 했었다.
‘슬슬 바르테리가 활동할 때가 됐지.’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지기는 했다. 김혁진이 경험했던 과거에서 태극방패는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김혁진이라는 견인차가 있고 눈에 보이는 목표가 있어서인지 태극방패는 훨씬 더 많이 성장했다. 게다가 김혁진으로부터 정보를 전해받은 송기영이 아직 건재하며, 태극방패를 향한 지원도 멈추지 않았다.
‘과거에도 태극방패가 파견되었을까?’
김혁진이 물었다.
“역한 피 냄새가 나는 것은 사실인데, 어째서 [태극방패]가 먼저 파견되는 겁니까? 경찰들은요?”
“경찰들은 아직 몰라. 아직 그곳에는 어떠한 사건도 벌어지지 않았어.”
“그럼 왜 그 곳에 중요한 임무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리가 전부터 예의주시하던 놈이 하나 있는데, 그 놈이 그 쪽에 똬리를 틀었거든.”
“전부터 예의주시했다고요?”
“그래. 아주 위험한 능력을 가진 녀석이지.”
송기영은 시체술사 바르테리에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 저와 안면이 있습니까?”
“있을 것 같기도 하군. 기열이와 함께 경매장에서 봤다고는 하는데 기억하려나?”
“그 중 위험한 피냄새를 풍기던 사람이 한 명 있기는 했습니다.”
송기영은 김혁진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경매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김혁진은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생김새를 알고 있나?”
“예. 왜소한 체격이 짧은 스포츠형 머리. 그리고 광대가 튀어나와 있으며 다크써클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아. 상당한 거북목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풍기는 기운 자체가 음습하고 역해서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혹시 이름도 알고 있나?”
“이름은 모릅니다.”
송기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자네는 보면 볼수록 신기한 사람이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딱 그놈을 짚어 기억하고 있다니. 어쨌든 자네 말이 맞네. 이름은 바르테리. 시체를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놈이지.”
“…….”
“주 활동무대는 독일과 프랑스였네. 처음에는 공동묘지 같은 곳에서 시체를 훔쳤던 것 같은데 이제는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이야.”
김혁진은 궁금해졌다. 과연 과거의 송기영은 어느 정도까지 알았던 것일까. 이 정도면 정말 자세히 알고 있는 거다.
“이런 정보들은 어떻게 구하신 겁니까?”
“해왕 길드의 길드장이자 거신길드의 길드원인 슈르트가 한국에 있지 않나?”
“…….”
“슈르트를 통해 독일 유수의 랭커들과 인연이 닿았네. 그들과 태극방패는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해나가고 있지. 그들 역시 태극방패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고, 우리 역시 그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어.”
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이 것 역시 김혁진이 만들어낸 비틀림의 결과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게 하실 부탁이 무엇입니까?”
“밝혀진 전력상, 태극방패가 놈을 잡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기는 하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위험하다고요?”
“나이를 먹으면 걱정이 많아지는 법이지.”
“단순한 감입니까?”
“감이네. 그래서 내 판단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보험을 들고자 하는 거야.”
그 보험의 이름이 김혁진이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창릉으로 가려고 했었다. 시체술사 바르테리. 그가 저지를 학살을 막고, 바르테리가 유서에서 밝혔던 ‘망령들의 요람’ 던전을 클리어할 생각이었다.
바르테리의 유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망령들의 요람. 그 곳에서 나는 ‘망자의 기억’을 획득할 수 있었다.]‘망자의 기억‘은 아이템을 통해 흡수하는 스킬이었는데, 이 스킬은 ‘죽은 사람’의 기억을 일정부분 훔쳐볼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바르테리는 이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수많은 정보를 획득했고 세계의 추적을 유유히 따돌리기도 했었다.
김혁진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부탁을 받아들이죠. 대신 몇 가지 준비해 주실 것이 있습니다.”
* * *
강솜이가 흐흐흐 웃었다.
“최근에 흰나비 길드랑 같이 좀 움직여봤거든요?”
흰나비 길드.
원래는 신연서가 길드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했어야 하는 길드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사실상 신연서는 거의 명예 길드장에 가깝다. 신연서는 흰나비 길드원들보다는 거신길드원들과 함께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근데 역시 거신길드랑 움직여야 해요. 부담하는 위험의 수준이 완전 달라요.”
강솜이는 변태처럼 자신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혁진 길드장님이랑 플레이하는 게 절 황홀하게 만든다고나 할까요? 혁진 길드장님이랑 같이 하면 늘 위험한 도박을 무릅써야 하고, 절정에 이른 흥분감과 긴장감을…….”
“네네. 알았어요.”
뭘 생각하는 건지 반쯤 정신이 나간 것 같은 강솜이의 말을 끊어 버렸다. 페드로가 상남자 성애자라면 강솜이는 상위험 성애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강솜이 씨는 저와 함께 창릉으로 갈 겁니다.”
“거기가 어딘데요?”
“경기도 고양시. 상암에서 경기도 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있어요.”
“어. 거기 태극방패가 파견나간다고 했던 곳 같은데요.”
“맞습니다.”
“왠지 위험한 냄새가 나는데요?”
강솜이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위험의 냄새를 맡았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시체술사 바르테리. 현재 그의 능력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없었다. 강솜이가 물었다.
“거신길드 전원이 움직여요?”
“아뇨. 저랑 강솜이 씨. 그리고 특별히 한 명 더. 셋이서 움직입니다.”
“또 한 명은 누군데요?”
“반기명입니다.”
율법집행자 반기명.
루디판느 제과점에서 캐스퍼에게 당할 뻔한 것을 김혁진이 구해줬던 적이 있다. 이후 학사 단천학의 제자가 되어 열심히 수련중인 그와 연락했다.
“왜 다른 거신길드원들은 안 움직여요?”
“이름과 얼굴이 너무 알려졌어요.”
시체술사 바르테리는 술수에 능하다. 가진바 능력도 뛰어나지만 도망도 잘 친다.
전 세계가 합심해서 추적했는데도 추적에 실패했다. 결국 그는 사람에게 체포되는 것이 아니라, 악령 캐스퍼에 의해 사망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바르테리의 유서와 일기장에 남아 있었다.
“은밀하게 움직일 겁니다. 그래서 태극방패에서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파견될 거예요.”
* * *
3시간 뒤.
김혁진과 강솜이는 차에 올라탔다. 창릉으로 이동했다. DMC리버뷰자이로부터 30분도 떨어지지 않았다. 차에서 내렸다.
강솜이가 주위를 둘러봤다.
“30분정도 밖에 안 왔는데 완전히 시골이네요.”
“그러게요.”
김혁진도 이쪽으로는 처음 와봤다.
‘처음으로 사람들이 실종되었던 곳은 언주 레미콘 사업장이었지.’
근처에서 반기명과 만나기로 했다. 저만치 앞. 반기명이 서있었다. 키는 그대로였는데 존재감이 많이 커졌다.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김혁진은 반기명에 대한 정보를 읽어봤다.
‘레벨은 50.’
레벨업 속도는 상당히 준수했다. 김혁진과 함께 몰이사냥을 하며 레벨을 빠르게 올렸던 거신길드원들이 50대 초반이다.
솔로잉 플레이를 하고 있는 반기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였다. 아마도 학사 단천학의 도움이 있는 것 같았다.
‘두 번째 계약 수호자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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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 : [노래하는 마술사]
──────────
김혁진은 두 눈을 비벼봤다.
‘노래하는 마술사?’
노래하는 마술사는 2세대 수호자다. 플레이어들이 표현하는 ‘졸부‘에 가까운 수호자. 그들은 플레이어를 향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유성이 떨어지는 밤’이 궁수관련 클래스에게 재화와 능력을 퍼부어주었다면 ‘노래하는 마술사’는 언령관련 클래스의 플레이어들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던 수호자이기도 했다.
사실 노래하는 마술사는 2세대 수호자임과 동시에 플레이 3년차에는 접어들어야 모습을 드러내는 수호자이기도 했다.
‘벌써 활동을 시작했네.’
어찌됐든 노래하는 마술사는 엄청나게 유명했던 수호자였고, 반기명의 선택은 상당히 좋은 선택인 것 같았다.
김혁진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많이 성장하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반기명의 눈빛이 많이 깊어졌다.
“눈앞에 롤모델이 있으니까, 좀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롤모델이요?”
“네.”
“누군데요?”
“형이요.”
“저요?”
“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보다 형이시잖아요.”
반기명의 눈에는 약간의 동경과 흠모가 담겨 있었다. 루디판느 제과점에서부터 단천학과의 사건에 이르기까지. 반기명은 김혁진을 롤모델로 삼아 열심히 노력했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스승님께서도 형에게 많은 것을 배우라고 말씀하셨어요.”
“…….”
김혁진은 저게 아부나 가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완전히 진심이었다. 그래서 조금 부담스러웠다.
“뭐. 좋게 봐주니 고맙네요. 아니. 고마워. 전화상으로 얘기는 거의 끝난 것 같고. 그러면 이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네크로맨서 계열의 플레이어를 찾아주겠어? 아마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야. 보통 낮에는 숨어 있고 밤에 활동하니까.”
반기명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물었다.
“태극방패 길드원들도 합류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 하루 뒤에 합류할 거야. 우리는 선발대 개념이고.”
“음. 네, 알겠어요.”
반기명은 그의 고유능력인 언령집행을 사용했다.
탐색(探索).
허공에 새겨진 노란색 글씨가 빛났다. 그 글씨가 수만 갈래로 갈라졌다. 갈라진 글씨가 주변으로 흩어졌다. 반기명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그런데 반기명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반기명의 눈동자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언령집행 사용을 중지했다.
김혁진이 물었다.
“왜 그래?”
“그게…….”
강솜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강솜이도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혁진 길드장님. 지금 그 바르테리인가 뭔가 하는 놈을 찾는 게 우선이 아닌 것 같은데요.”
“예?”
반기명과 강솜이가 눈을 마주쳤다. 둘은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서 둘은 모두 발밑을 쳐다봤다. 발밑에 무엇인가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뭐지?’
김혁진도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관찰자의 눈을 사용해서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특히 땅 밑에 집중해봤다.
‘뭐야 이거?’
김혁진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김혁진의 어깨 위에서 졸고 있던 김다롱도 정신을 차렸다. 김다롱의 털이 바짝 섰다.
‘발밑에…….’
셀 수도 없이 많은 시체들이 잠들어 있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천 이상의 시체들이.
강솜이와 반기명이 동시에 말했다.
“시체들이 이상해요.”
“시체들이 이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