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31)
#재능만렙 플레이어 431화
김혁진이 검제 이센에 얽힌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것과 비슷했다. 필드와 분리된 공간에서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푸른색 껍질을 가진 나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무의 형태를 하고 있는 마물이었다.
그것은 사람처럼 팔이 있었고 다리가 있었다. 나무 거인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저런 형태일 것 같았다.
이름을 살펴보니 ‘수중 포식수’였다. 수중 포식수는 거대한 나무 인간이었다.
“오래 찾았다. 먹이.”
수중 포식수는 물속에서 자유로이 움직였다. 그가 말한 ‘먹이’라는 것은 여왕 흑진주오공을 뜻하는 것 같았다.
여왕 흑진주오공의 푸른 껍질에서 독이 새어 나왔다.
키에에엑!
독이 뿜어졌다.
물이 순식간에 시꺼멓게 변할 정도의 극독. 그러나 그 극독은 김혁진과 강솜이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공간이 확실히 분리된 모양이었다.
“먹이. 반항하지 마라.”
여왕 흑진주오공과 수중 포식수의 전투가 벌어졌다.
흑진주오공는 상당히 길었다. 그 길이가 최소 10미터 이상은 되는 거대한 지네. 그 지네가 수중 포식수의 몸을 빙빙 감쌌다. 마치 뱀이 먹잇감을 옥죄는 것 같았다.
“큭!”
숨쉬기가 곤란한 듯, 수중 포식수는 잠시 큭! 소리를 내었다가 양팔로 흑진주오공의 몸통을 붙잡았다. 머리 쪽 가지들이 뿜어져 나와 흑진주오공의 몸 마디마디를 붙잡았다.
둘 사이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일대일 전력에 있어서 포식수가 흑진주오공보다 우위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흑진주오공은 혼자가 아니었다.
“일어나라, 군사들아.”
여왕이 명령하자 수많은 지네 떼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포에 질려 도망쳤던 진주오공들이, 여왕에 명령에 복종하여 수중 포식수의 몸을 둘러쌌다.
사각사각.
수많은 지네들이 수중 포식수의 몸을 갉아먹었다.
“이 잡것들이!”
지네군단과 수중 포식수의 전투가 이어졌다.
수중 포식수가 팔을 휘두르고 가지를 뿜어낼 때마다 물보라가 치고 작은 수중 소용돌이가 일었다. 수중 포식수가 움직일 때마다 수많은 진주오공들의 몸이 터졌다.
물이 혼탁해졌다. 각종 분비물과 사체들로 오염되었다. 죽어버린 강이 된 것 같았다. 전투는 3시간이 넘게 지속되었다.
3시간의 전투가 끝났을 때, 흑진주오공의 몸 전체가 너덜거렸다. 특히 몸통 중앙부근이 덜렁거리는 것이, 살짝만 건드려도 부러질 것 같았다.
여왕 흑진주오공이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포식수.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시끄럽다. 먹이.”
수중 포식수 역시 정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팔 하나가 부러졌고 온몸 여기저기가 상처투성이였다. 하나 남은 팔을 뻗어 흑진주오공의 몸을 낚아챘다. 여왕 흑진주오공은 더이상 반항할 수 없는 듯했다.
포식수가 무릎을 들어 올렸다.
빠각!
포식수의 무릎이 여왕 흑진주오공의 허리 부근을 강타했다. 흑진주오공의 몸이 두 동강 났다. 녹색 진물이 흘러나왔다.
여왕지네가 포효를 내질렀다.
“포식수!”
그것이 마지막 단말마였다. 포식수는 더욱더 폐허가 되어버린 유적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여왕 지네의 머리부터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덩치가 워낙 커서 먹는 데만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김혁진은 그 광경을 모두 지켜봤다.
수중 포식수가 꺼억-트림을 했다. 배라 짐작되는 부근을 문지르다가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오. 이건 또 뭐야?”
김혁진이 수중 포식수의 눈빛이 향한 곳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김혁진이 가져왔던 ‘흑진주오공의 사체’가 있었다.
‘어?’
아까까지는 저곳에 없었다. 전투 중에는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났다. 누군가가 일부러 숨겨뒀다가 다시 내보낸 것처럼.
“맛있겠군.”
수중 포식수는 손을 뻗어 또다시 지네의 시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김혁진은 이 ‘이상한 사실’에 집중했다.
‘왜? 누가? 무엇을 위해서?’
시스템이 정해놓은 시나리오인가? 숨겨놓은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는 건가?
김혁진은 잠자코 지켜보았다. 배가 많이 불렀는지, 이번에는 두 시간가량 걸렸다.
꺼어어억-!
크게 트림했다.
“배가 너무 부르군.”
포식수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몸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해 쓰러지듯 누웠다.
쿵!
소리와 함께 강바닥의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진주오공의 사체들이 둥둥 떠다녔다.
“이상하게 졸리네.”
김혁진은 포식수의 피부가 검푸른색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지금 포식수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독에…… 중독됐다.’
수중 포식수도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것 같았다. 어떻게든 일어나 보려고 했지만 일으키지 못했다. 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여왕 흑진주오공과의 전투에서 이미 많이 지치고 다친 상태에서 폭식으로 인해 컨디션이 저하되었다. 그리고 ‘흑진주오공의 사체’를 씹어 먹었다.
흑진주오공의 사체에는 많은 시독(屍毒)이 있었던 것 같다. 수중 포식수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시독이.
“몸이…… 안 움직…….”
수중 포식수의 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때, 강솜이가 입을 열었다.
“길드장님. 저희도 움직일 수 있는 모양인데요.”
“그러게요.”
“지금이 기회 아니에요?”
“기회가 맞기는 해요.”
독에 중독되었다. 지금 저 수중 포식수를 사냥한다면 큰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게 과연 다일까?
“그렇지만 찜찜하네요.”
“뭐가요?”
“흑진주오공의 사체. 그게 아까 자연스레 사라졌다가, 또 자연스레 나타났어요. 우리 중 그 누구도 인지하지 못했던 타이밍에.”
“…….”
강솜이도 문득 그 사실을 떠올렸다.
“그렇네요. 이상해요. 마치…….”
“누군가가 포식수를 사냥하기 위해 함정을 판 것 같죠?”
“네.”
“그럼 그 누군가가 이곳에 있을 확률이 높겠죠.”
그래서 움직이지 않았다.
“길드장님. 저기 보세요.”
감각안이나 관찰자의 눈으로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물의 흐름이 이상했다. 물속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물보라가 여기저기서 피어올랐다.
‘뭐가 있는데?’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존재감이 없는데 무엇인가가 있기는 있다. 투명한 어떤 존재였다.
그 존재가 쓰러진 포식수에게 다가갔다. 느낌은 없지만 육안으로는 보였다.
‘물?’
물이었다.
‘이 물이…… 설마.’
이 물 자체가 의지가 있는 것 같았다. 거기까지 깨닫고 나자 흐릿한 형체가 보였다. 이곳의 ‘물’이 하나의 형체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 전체가 물에 덮여 있다 보니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거대한 인간의 형태를 한 물의 흐름이 관측되었다.
굳어버린 포식수를 들어 올렸다. 갑자기 강한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혀까지 거의 마비된 것 같은 포식수가 몸을 움직이려 안간힘을 썼다.
“뭐…… 냐!”
포식수는 반항하지 못했다. 소용돌이가 포식수를 집어삼켰다. 소용돌이가 이곳의 물을 빨아들였다. 거대한 회오리가 되어 요동쳤다.
김혁진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내가 포식수를 탐냈다면…… 우린 죽었을 것이다.’
이곳의 물 전체가 김혁진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거인’의 형태를 하고 있는 저 물의 시선이 느껴졌다.
사람의 형태. 김혁진은 이 시선의 느낌을 알고 있다. 불거인을 만났을 때와 매우 흡사한 기분이었다. 매우 흡사하지만, 한 차원 이상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느껴졌다.
‘이건…… 거인족의 기운이다.’
-진짜 불거인들이 들으면 우습다 못해 혈압이 올라 쓰러지겠군.
강선일의 표현에 따르자면 진짜 불거인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김혁진은 존재감조차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저 미지의 존재를 ‘물거인’으로 인식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육성도 아니었고 시스템 메시지도 아니었다. 허공에서 들려오는 기이한 목소리였는데, 그 목소리는 김혁진의 귓가에 직접 전달되었다.
-네 덕택에 소중한 포식수 샘플을 구할 수 있었다.
-네 목숨은 살려주마, 인간.
물로 이루어진 회오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하늘 끝까지 치솟던 그것이 없어졌고, 이곳의 물은 깨끗하게 정화되었다. 저 밑. 폐허가 되어버린 유적지가 보였다.
‘물거인은 없어졌다.’
김혁진은 긴장을 풀었다. 독에 당해 꼼짝 못하던 수중 포식수는 사라졌고, 이제 이 곳에는 강솜이와 김혁진 둘만 남았다.
김혁진이 말했다.
“용의 숨결을 하나 더 사용하죠.”
“네.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강솜이는 탐험가로서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먼저 내려주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 미안한 듯했다.
김혁진과 강솜이는 ‘용의 숨결’을 다시 사용했다. 강솜이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발이 땅에 닿았다.
“이제 흑진주오공도 없고 포식수도 없네요. 평안해졌어요.”
“그러게요.”
“흑진주오공 사체는 미리 준비하신 거예요? 여기에 여왕이 있을 줄 알고?”
“그럴 리가요.”
솔직히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미리 판을 짜고, 미래를 능동적으로 개척하는데 익숙한 김혁진이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강솜이가 말했다.
“단순히 운은 아닌 것 같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공굴에서 흑진주오공 사체를 구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조건들을 여럿이나 만족해 가면서. 그곳에서 구했던 아이템이 여기서 쓰였다.
이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연결되어 있는 시나리오다.
김혁진이 물었다.
“게이트 클리어 조건이 따로 있을까요?”
“그걸 찾아보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씨앗이 떨어져 내리는데요.”
김혁진이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수많은 씨앗들이 비처럼 내리고 있었다. 하나하나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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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포식수의 씨앗 -LV 20]──────────
강솜이가 눈을 비볐다.
“씨앗이 레벨 20이에요?”
손을 뻗었다. 씨앗 몇 개가 강솜이의 손에 닿았다.
“아까 포식수가 마지막 순간에 포자(*식물이 무성 생식을 하기 위해 형성하는 생식 세포)를 터뜨린 것 같아요.”
강솜이는 힘을 주어 씨앗 하나를 뭉갰다.
[수중 포식수의 씨앗을 사냥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13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강솜이는 황당했다. 이렇게 약한 레벨 20짜리 몬스터는 처음 본다.
씨앗이 레벨 20이라니. 김혁진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길드장님. 이거 완전 꿀인데요?”
“그러게요.”
지금이 꿀인 것은 맞다. 이렇게 사냥하기 쉬운 레벨 20짜리 몬스터를 어디 가서 구하겠는가.
“강솜이 씨. 그런데 레벨 20짜리 몬스터는 원래 잡기 쉽습니다.”
“그건 그래요.”
레벨 20짜리 몬스터는 원래 잡기 쉽다. 좀 더 쉽다고 해서 그 쉬운 난이도가 더 체감되는 것은 아니었다.
레벨 20짜리 몬스터를 잡아서 레벨업을 하기에는 이미 두 사람이 너무 고레벨이다. 굳이 잡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포식수의 씨앗이라. 오랜만이네.’
김혁진도 ‘씨앗’들을 손으로 잡아 보았다. 확실히 쉬운 몬스터였다. 공격력도 없고 방어력도 없다. 그냥 씨앗이었다.
몇 개를 시험 삼아 인벤토리에 넣어놓았다.
김혁진이 땅을 살폈다.
“씨앗이 빠르게 자라네요.”
관찰자의 눈으로 살펴보니, 씨앗은 땅에 닿자마자 성장하기 시작했다. 약 3분 뒤. 새싹들이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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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포식수의 발아된 씨앗 -LV 25]──────────
레벨 25가 되었다. 수중 포식수들은 엄청나게 빠르게 자랐다.
크기가 약 1미터 정도의 작은 나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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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포식수의 작은 묘목 -LV 35]──────────
순식간에 레벨 35가 되었다. 강솜이가 뒷걸음질 쳤다. 김혁진의 등에 강솜이의 등이 맞닿았다.
“길드장님. 이거 꿀이 아닌 거 같은데요?”
“…….”
나무들이 빠르게 자랐다.
이 유적지 전체가 아주 작은 포식수들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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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포식수의 묘목 -LV 45]──────────
약 3미터 정도의 나무가 되었다.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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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수중 포식수 -LV 50]──────────
포식수들이 드디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꿈틀꿈틀. 수많은 포식수들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포식수들은 아직 인간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그때. 새로운 알림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