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38)
#재능만렙 플레이어 438화
호텔방 문을 열고 누군가 찾아왔다.
“형님! 손님 왔는데요!”
마상현은 상의를 탈의한 상태였다. 젖은 머리카락을 흰색 수건으로 사정없이 털어내며 문을 열어주었다.
“어, 형은?”
마상현은 나이에 상관없이 보통 남자 사람을 형이라고 표현한다.
“라오위입니다.”
“아. 기억난다. 그 그랑서울 던전 입구를 지키던 중국 플레이어네요.”
그 사건 때문에 라오위는 한국에 상당히 적대적인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으나, 마상현은 라오위에게 딱히 악연이 없었다.
“형님이랑 많은 부분에서 협력했다고 들었어요.”
라오위는 크흠, 헛기침을 했다. 수많은 몬스터를 테이밍해 왔던 라오위다. 그래서 어지간한 피지컬에는 놀라지 않는다.
‘저게 괴물이지.’
튜토리얼 종결자라는 이명보다는 권사라는 이명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마상현을 직접 보니 가히 충격적인 덩치와 위압감이었다. 전차가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김혁진이 걸어나왔다.
“라오위 씨?”
“오랜만입니다.”
“안 그래도 전해주려던 것이 있었는데요.”
김혁진은 라오위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서로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나, 라오위는 자신과 관련된 일 때문에 테이머 클래스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일단, 왜 여길 찾아왔는지 한 번 물어볼까요? 밖에 기자들이 쫙 깔렸을 텐데. 괜스레 저를 찾아왔다가는 찍힐 수도 있어요.”
“…….”
라오위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염치없이, 부탁 하나 드리러 왔습니다.”
“흠. 부탁이라.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김혁진이 묵는 방은 스위트룸으로서, 방과 거실, 서재가 분리되어 있는 형태였다.
거실로 안내했다. 마상현이 거대한 근육을 꿈틀거리며 음료수를 서빙했다.
“형은 뭘 마실래요? 콜라, 사이다, 차, 기타 등등.”
“음료는 됐습니다.”
“그래요?”
쟁반을 들어 올리는 마상현의 우람한 팔뚝과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가슴근육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근육이 생명체 같았다.
“형님은?”
“나는 그냥 물.”
“여기 있습니다, 형님. 얼음도 준비할까요?”
“됐어. 라오위 씨와 단 둘이 얘기를 좀 할 테니까 태운이 방에 좀 가 있어.”
“옛썰!”
마상현은 호텔에 비치되어 있는 목욕가운을 입으려다가,
“팔이 뭐 이렇게 작어! 이딴 걸 입으라고 만든 건가?”
라고 투덜거리며 한국에서 가져온 빅사이즈 티셔츠를 입었다. 목욕 가운의 품이 꽤 넉넉했지만 마상현의 근육의 담기에는 작았다.
이제 호텔방에는 김혁진과 라오위. 둘만 남았다.
“제 부탁은…….”
라오위는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군주 사냥꾼’에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가 한 명 있는데,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었을 때, 그를 살려주면 안 되겠느냐는 부탁이었다. 김혁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치 제가 군주 사냥꾼 길드원들을 죽일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이 전쟁은 군주가 펼치는 것으로 맵까지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의 일환입니다. PVP와 같은 GVG. 죽어도 되살아납니다.”
“…….”
라오위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래서 김혁진이 다시 말했다.
“제가 그들을 죽일 만한 일이라도 생길 것 같네요.”
“…….”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저도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예?”
김혁진은 한국에서부터 그려왔던 시나리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 군주 사냥꾼은 허튼 짓은 하지 못할 거다.
“다만, 이곳에 이목이 쏠린 만큼 다른 곳에는 감시가 덜하겠죠.”
그곳은 바로 DMC리버뷰자이. 수호탑 안서희가 있는 곳이다.
“제가 만약 군주 사냥꾼이었다면, 분명 몇몇 플레이어들을 파견해서 뒤통수를 칠 겁니다.”
“…….”
“뭐 괜찮아요. 계략도 전쟁의 일환이니까. 거신 길드가 정정당당하게 전면전을 펼치자고 했다고 해서, 군주 사냥꾼이 우회하는 전략을 써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부활 권능이 걸려있다지만 그래도 전쟁은 전쟁이다.
“결국 이기는 놈이 장땡이죠.”
“…….”
“그렇다면 그들은 수호탑을 빼앗을 수 있는 정예들을 추려서 한국으로 보낼 겁니다. 제 수호탑을 빼앗기 위해서. 혹시 라오위 씨. 당신의 친구가 수호탑 공략에 특화된 플레이어입니까?”
“……예.”
“이름은?”
“왕추이신입니다.”
“참작은 하겠습니다.”
왕추이신.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플레이어다.
“혹시 사진 같은 거 있으면 보여주세요.”
사진도 확인했다. 안서희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안서희도 이 사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참작은 하겠으나 판단은 제 수호탑이 할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김혁진이 다리를 꼬고 앉았다.
“단순히 친해서 이런 부탁을 하러 온 겁니까? 제가 왜 그들을 죽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지, 자세히 얘기해보세요.”
과연 라오위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김혁진의 예상대로라면, 수호탑 안에는 사람들의 시체가 쌓여 있을 것이다.
그 사기(死氣)를 바탕으로 더욱 막강한 힘을 내는 것이 ‘군주 사냥꾼’들의 수호탑이다. 원래대로면 이 ‘군주 사냥꾼’은 결국 뇌제 등평과 미셸사단의 합공아래 무너지게 된다. 그게 원래 약 6년 후다.
‘과연 이 시점에서 라오위도 알고 있을까?’
라오위가 착잡한 얼굴로 말했다.
“제 친구는 원래 순박하고 착한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변했습니다. 폭력적으로 변해갔고…….”
한 가지 말을 더했다.
“약한 인간은 강한 인간을 위한 제물이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라오위 씨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고요?”
“때문에 다툼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국 왕추이신과 저는 그 일로 인해 틀어졌고, 현재는 서먹서먹한 사이입니다.”
“그런데 왜 제게 이런 부탁을 하고 있죠?”
“제가 아는 왕추이신이라면 절대 이렇게 변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왕추이신이 군주 사냥꾼에 들어간 이후부터, 변했습니다.”
왕추이신이 군주 사냥꾼에 들어갈 때의 레벨이 30이라고 했다. 그게 2달 전이었다. 그런데 지금 레벨이 55란다.
“마의 구간 30-40레벨을 넘어 55까지. 두 달 만에 돌파했어요?”
“네.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사실 상식적이지 않기로 치면 김혁진을 능가할 사람은 없었으나, 아니러니하게도 김혁진조차 그 속도를 비상식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그렇게까지 강해질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건…… 그렇죠.”
이쯤 되자 레벨 69를 달성한 김혁진은 조금 민망해졌다. 강해질 수도 있기는 있다. 가능성이 매우 낮아서 그렇지.
“정말 많이 양보해서, 그 친구의 재능이 출중해서 그렇다 치더라도…… 군주 사냥꾼 플레이어들의 평균 레벨이 50대 후반에 달합니다.”
“최고 레벨이 아니라 평균 레벨이요?”
“예.”
“그들은 비교적 신생 길드이며, 튜토리얼 때부터 참여한 플레이어는 단 한 명에 불과합니다.”
후발주자인데 레벨이 50대 후반이라. 못해도 55는 넘는다는 소리다.
“구린내가 진동한다. 이런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라오위가 하도 확신에 찬 눈동자로 고개를 끄덕이자 김혁진은 다시 한 번 민망해졌다. 사실 구린내가 진동하지 않아도 레벨 69까지 달성할 수 있기는 있는데. 그 말은 하지 않았다.
“가장 높은 사람이 길드장 판젠동으로 레벨이 무려 59라고 합니다. 레벨 59를 달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입니까? 제가 중국인이라서가 아니라, 중국인들 외에 레벨 59를 달성한 플레이어는 한 손에 꼽을…… 아니, 없을 것입니다.”
“……그래요?”
“예. 단언컨대 없습니다. 세계적인 랭커들도 자신들의 레벨을 50대 중후반으로 밝히고 있는 판국이니까요.”
“그렇군요.”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뭔가 구린 짓을 해서 레벨을 많이 올렸을 것이고, 제가 그것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이런 말씀을 하고 싶은 것 같네요.”
“……예.”
“얘기는 잘 들었습니다. 감안해서 진행하도록 하죠.”
얘기는 끝났다. 상황은 모두 이해했다.
사실 김혁진도 완벽하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 수호탑을 모두 부쉈을 때 그 안에 시체가 한무더기 발견된다고 해도, 김혁진에게 그들을 처단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그것은 중국 공안들이 해결할 문제다.
다만 제대로 해결할지는 미지수지만. 중국 정부 자체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 같은 냄새가 나고 있다.
“아무튼. 이건 제 선물입니다. 마음의 빚이 있었거든요.”
김혁진이 선물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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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피리]과거 진명을 가진 수호자였던 ‘양치기 소년’의 존재를 증명하는 신물입니다. 양치기 소년의 마지막을 목격하고 소멸목 앞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한 플레이어에 한하여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위대함을 간직한 신물이니 만큼 타인에게 양도가 불가능하며, 타인이 ‘양치기 피리’에 욕심을 내면 큰 화가 닥칠 것입니다.
등급 : 초월
옵션 :
1) 소년의 피리소리(사용 완료).
2) 소년의 피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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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1번 옵션은 제가 이미 썼고요. 2번 옵션은 여전히 살아 있어요. 2번 옵션 적용해드릴게요.”
2번 옵션의 이름은 ‘소년의 피리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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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피리소리]양치기 소년의 염원을 담은 피리를 연주합니다. 특정한 조건과 재능을 갖춘 플레이어에 한하여 초월급 클래스 ‘양을 치는 목동’으로의 전직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용횟수 : 1회
* 특별한 조건이라 함은 ‘양치기 소년’의 선택을 받았던 플레이어이면서 1,000마리 이상의 테이밍 경험이 있는 자입니다.
* 특별한 재능이라 함은 ‘양치기 소년’이 감탄할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재능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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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능력을 왜 저한테……?”
“제가 보기에, 라오위 씨보다 테이머로서의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없는 것 같거든요.”
재능판을 검사해 본 건 아니지만 감이 그랬다.
“라오위 씨. 하나만 물어보죠.”
“네.”
“이걸 드리면, 테이머로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네.”
“사실 많이 늦었죠. 선발주자로 시작했는데, 한 번 탈락하고 다시 후발주자로 달려가야 합니다.”
“……네.”
“저는 이걸 선물이자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선물은 아니다. 일종의 투자다.
재능이 가장 출중한 테이머에게 테이머로 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것도 ‘신물급 능력’을 소모해서 말이다.
“투자자는 손해를 싫어하거든요.”
“…….”
라오위는 한참을 고민했다. 염치가 없어 이것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해야겠다는 마음과, 저것을 받아들고서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부딪쳤다.
“만약 테이머로서 대성할 수 있다면, 거신길드 가입을 권유합니다.”
과거.
테이밍 마스터로 이름 높았던 라오위다. 게다가 쌍두태흑견을 최초로 테이밍했으며, ‘유플렉스 던전’ 내에 감춰진 비밀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결국 라오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높은 곳까지 성장하겠습니다.”
눈시울이 더욱 붉어졌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그는 다짐했다. 반드시 거신길드의 당당한 일원이 되겠다고. 오늘의 은혜는 반드시 갚을 거라고 말이다.
“오늘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길드장님.”
* * *
거신길드.
그리고 군주 사냥꾼.
두 길드의 GVG는 전 세계적인 이벤트가 되었다. GVG가 벌어지는 장소는 광저우. 많은 중간 관리자들이 이 GVG를 중계하기 위해 찾아들었고,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기자들은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완전히 필드가 이동될 줄이야.”
“예상 못했던 건 아니잖아?”
“중간 관리자들도 너무하네.”
“쉿. 머리통 터지고 싶어?”
“쳇. 전쟁 필드라니. 허탕만 쳤네요.”
“그래도 누가 이기나 기다려는 봐야지.”
양측 중간 관리자들의 조율을 통해 전쟁 필드가 새로이 오픈되었다. 전쟁 필드를 주관하는 수호자는 다행히 ‘소음의 지휘자’였다.
소음의 지휘자는 김혁진에게 매우 우호적이 수호자이며, 아마 저쪽에 편파적인 무엇인가를 제공하지는 않을 터.
‘저번에 미셸과 전쟁을 했을 때는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주관했었는데.’
큰 틀은 같다. 성이 있고 성으로 향하는 여러 갈림길들이 있다.
갈림길들 사이에는 자리잡고 있다. 상대의 포탑이 있는 갈림길을 지나, 성을 파괴하면 군주를 사냥할 수 있게 된다.
“그럼 가볼까?”
군주 사냥꾼 길드원들은 전쟁 전 강하게 자신감을 내비췄다. 거신길드 같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신생길드쯤은 얼마든지 짓밟아줄 수 있다고 공식적인 성명서를 냈을 정도다.
신연서가 씨익 웃었다. 늘 그렇듯 아름다운 눈웃음이었지만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나 아까 완전 어이없었잖아.”
길드전이 펼쳐지기 전, ‘군주 사냥꾼’의 길드장인 판젠동이 이렇게 말했다.
-소국으로서, 감히 대국에게 전쟁을 제안했다. 우리는 넓은 아량을 베풀어 전쟁을 수락했다. 그런데 어째서 중국 국기를 보고서도 경례하지 않는 거지?
참고로 군주 사냥꾼 길드원 중 한 명이 중국 국기를 들고 있었다. 단순한 도발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진지한 표정이어서 거신 길드원들은 황당해했다.
어이없는 것은, 중국 측 기자들은 그 말에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었다는 것. 약간 감동받은 것 같기도 했다.
그 말에 신연서가 뭔 개소리야, 등신 같은 게. 라고 중얼거렸다. 그 이후 전쟁 필드가 열렸고 두 길드는 전쟁 필드에 진입했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거신길드. 믿는다.”
일단은 정공법으로 한 번 부딪쳐 보기로 했다.
저들의 실력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