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4)
#재능만렙 플레이어 44화
제목은 평범했다.
-같이 숏 테이블 던전 도실 플레이어 구합니다.
플레이어들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 파티원을 구하는 게시글은 그리 이상한 게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작성자를 확인했다.
[작성자 : 자양동방화마스터]염제(炎帝) 강상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게시글을 클릭해 봤다.
-숏 테이블 던전 도실 플레이어 구합니다. 중간 관리자님의 조언에 따르면 최소 3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게이트가 아니고 던전입니다. 던전이 게이트의 상위개념인 건 다들 알고 계시죠? 같이 던전 클리어하실 분 구합니다. 레벨 20이상 분들만 모십니다. 아이템이나 코인 같은 거는 모두 똑같이 나누도록 하고요. 저는 화염계열 마법을 다루는 마법사이고, 저를 지켜줄 수 있는 탱커계열 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죠. 아참. 여긴 저랑 파티를 맺어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서식도 없고 규칙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써갈긴 게시글이다.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보통 던전의 이름이나 위치는 공개하지 않지.’
지금이야 ‘던전’이라는 그 커다란 이름 앞에 주눅 든 플레이어들이 던전 클리어를 꺼리지만, 나중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던전은 위험한 곳이지만, 동시에 인생을 역전시켜 줄 수 있는 ‘신문물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니까.
‘서울역 던전에서 매일같이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
서울역 던전은 이미 내가 클리어했고, 그에 따라 던전 브레이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과는 별개로 많은 이들이 클리어를 도전했다가 사망했다.
‘숏 테이블 던전이라.’
염제 강상구가 가장 먼저 클리어했던 던전. 이에 관한 정보는 딱히 없다.
‘한 번 클리어 되면 사라지는 이벤트성 던전.’
클리어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유지되는 서울역 던전과는 달리, 숏 테이블 던전은 한 번 클리어되면 영구적으로 사라지는 단발성 던전이다.
댓글을 달았다.
└레이드 지원 합니다. 현재 레벨 25이며 탱커입니다.
쪽지든 댓글이든 어떤 식으로든 연결은 될 거다. 지금 시점에서 무모하게 던전을 클리어하려는 플레이어는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댓글을 남긴 뒤, 나는 선화와 함께 서울역 던전으로 향했다.
* * *
서울역 던전에 도착하기 직전.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귀신같이 타이밍을 읽고 오는데, 평소에도 나를 관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뭐. 잘 됐지.’
세니아에게 말했다.
“던전에 들어갈 때. 내 뒤에 서 있어.”
“김혁진 플레이어. 지금 제게 명령을 하시는 겁니까?”
뭐야. 다른 BJ들한테 플레이어한테 잡혀 살지 말라고 교육받고 왔나. 갑자기 왜 이래.
“율법을 어기고 나를 핍박하던 넵튠한테는 아무 말도 못하더니. 나한테는 말 잘하네.”
세니아의 날개 끝이 파르르-떨렸다. 매일 느끼는 건데, 이 BJ. 다루기 참 쉽다. 노련함이 저 아름다움의 딱 1퍼센트만큼만 존재했어도, 과거에 아마 명성을 떨치는 BJ가 되었을 텐데.
말을 하는 타이밍도 잘 놓친다. 내가 타이밍을 먼저 잡았다.
“플레이와 연관이 있어. 내가 하는 요구가 부당하지 않다는 건, 던전 입구에서 증명될 거야.”
“…….”
세니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내 뒤에 섰다. 서울역 2번 출구 앞. 이제는 던전에 입장하는 입구가 되어버린 이곳. 이곳에는 경찰관 두 명이 파견나와 있었다.
“신원을 확인하겠습니다.”
나는 죄 짓지 않았다. 내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다.
“옆에 이 아가씨는 누구죠?”
“동생입니다. 미성년자라서 주민등록증 없어요.”
“흠. 플레이어 입니까?”
“네. 레벨 20 초반입니다.”
아직 너무 엉성하다. 심지어 내 신상을 체크하는 사람은 플레이어도 아니다. 그냥 경찰이다. 경찰도 지금 긴장하고 있는 기색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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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긴장/불안/초조/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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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이토록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다. 내 뒤에 세니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내 전담 BJ인 세니아는 사람의 머리에 구멍을 뚫거나, 목을 자르거나, 몸을 반 토막 낸다거나하는 엽기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경찰에게는 분명히 두려운 존재다.
‘총도 통하지 않고, 시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로이 모습을 드러내며, 손짓 하나로 사람을 반토막낼 수 있는 힘을 가진 괴생명체.’
그 것이 경찰이 ‘중간 관리자’를 보는 시선이다. 그래서 경찰은 지나치게 깐깐하게 굴지 않았다. 잘못했다가는 제 목이 날아갈 거라는 걸 아니까.
“들어가시지요.”
[이미 클리어된 던전입니다.] [서울역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물론이다. 단, 독립 공간에서 따로 클리어하기를 원한다. 내가 세니아에게 말했다.
“독립 플레이 요청. 가능하지?”
“…….”
세니아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가능하긴 합니다만.”
입술을 아주 살짝 깨무는 게 보였다.
‘너도 궁금하겠지.’
내가 이런 정보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서울역 던전을 겨우 한 번 클리어한 플레이어가 ‘독립 플레이’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지. 많이 궁금할 거다.
‘나에 대한 호기심. 관심.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좋아.’
[이미 클리어된 던전에 한하여 ‘독립 플레이’ 요청이 가능합니다.] [‘독립 플레이 요청’을 진행하시겠습니까?] [‘독립 플레이 요청’이 정상적으로 수용되었습니다.]말 그대로 독립 플레이. 한 번에 입장한 플레이어들끼리만 이 던전을 클리어하겠다는 소리다. 이미 들어가 있는 플레이어들과는 다른 공간에서 따로. 공간만 달라졌을 뿐, 어차피 내용은 동일하다.
[서울역 던전에 입장합니다.]나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클리어를 진행했다. 선화와 둘이서 말이다. 만드라가 보였다.
“정답은 Rancher다.”
[‘옳은 대답’을 찾아내었습니다.] [히든 피스를 만족하였습니다.]──────────
[선택 보상](1) 만드라의 엄심갑(掩心甲)
(2) 만드라의 대검(大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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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미 받았던 ‘만드라의 장갑’은 선택 목록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만드라의 엄심갑(掩心甲)을 획득하였습니다.]서울역 던전은 초보급 던전이지만 속성 저항을 더해주는 특별한 옵션이 달린 아이템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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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라의 엄심갑]만드라의 엄심갑(掩心甲)은 특별한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에 대한 특수한 내성을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디버프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합니다.
방어력 : 7
옵션 : 화(火) 내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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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심갑을 획득한 뒤, 예전과 또 같은 방식으로 서울역 던전을 클리어했다.
예전과 같은 특수한 보상은 없었다. 그저 던전을 클리어한 것에 대한 코인과 ‘블랙야크의 살코기’만 주어졌을 뿐. 애초에 나도 특별한 보상을 바라지 않았다.
선화가 물었다.
“오빠. 또 들어가도 되는 거예요?”
“어. 앞으로 네 번.”
“네 번이나요? 왜요? 아이템 세 개만 얻으면 된다고 했잖아요?”
“너는 안 얻냐?”
“……아!”
선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도 아이템 얻을 수 있어요?”
활짝 웃었다. 자기 것이 주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야 더 부려먹기 편하지.”
“역시 날 생각해 주는 건 오빠밖에 없다니깐!”
나는 선화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았다.
“은근슬쩍 말 놓지 마라. 내가 일찍 결혼했으면 너만 한 딸이 있어.”
“치. 여섯 살밖에 차이 안 나면서.”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아프지도 않으면서-얘는 천재 탱커다-자신의 머리를 슥슥 문지르고 있는 모습이 꼬마 같았다.
“들어가자.”
다시 서울역 던전에 들어갔다. 이제 만드라의 대검(大劍)을 얻을 차례다.
[만드라의 대검(大劍)을 획득하였습니다.]──────────
[만드라의 대검]만드라의 대검(大劍)은 특별한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地)‘속성 개체에 대하여 더 강력한 공격력을 발휘합니다.
공격력 : 18~22
옵션 :
1) 지(地) 속성 개체 타격시 공격력 + 10%
2) 지(地) 속성 개체 타격시 크리티컬샷 확률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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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와 나는 결국 네 번의 ‘독립 클리어’를 해냈다. 2개의 장갑, 2개의 엄심갑, 2개의 대검을 획득했다.
선화는 많이 지친 것처럼 말했다.
“오빠. 오빠 기계 아니죠?”
“엄살 부리지 마.”
선화도 힘들긴 할 거다. 그런데 한계상황은 아니다. 선화는 지금 어리광 부리고 있는 거다. 저 어리광을 받아줄 생각은 없었다. 선화가 귀여운 것과는 별개로, 지금 시점에서 어리광을 받아주는 건 선화의 성장을 방해할 테니까.
“아직 네 한계에 도달하지도 않았어.”
겨우 이것 가지고 힘들어하지 말라는 소리다. 앞으로는 조금만 방심해도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 미래의 공략들을 훤히 알고 있는 나조차도, 너무 풀어지면 안 된다.
그사이. 염제(炎帝) 강상구로부터 쪽지가 와 있었다.
* * *
강상구와 약속을 잡았다.
-건대입구역에서 보시죠.
강상구는 확실히 특이한 구석이 있는 놈이었다. ‘숏 테이블 던전’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클리어 도전 인원이 너무 많아지면 보상도 적어지잖아요. 제가 몇 번 들어갔다가 도망쳐 나왔는데, 3명 정도면 될 듯요. 정 안 되면 또 튀면 되니깐.
라는 이유로 최소 인원인 세 명을 고집했다. 건대입구역 앞. 안경을 쓴 남자 한 명이 보였다.
‘10년 전에는 날씬했네.’
10년 뒤. 염제 강상구는 많이 뚱뚱해진다. 살이 오르기 전의 강상구는 꽤 날렵한 인상을 가진, 평범한 남자였다.
[감각안(感覺眼)을 활성화합니다.]강상구의 정보를 읽어들였다.
──────────
[플레이어]이름 : 강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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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나는 눈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오빠. 왜 그래요?”
[‘석양의 거인’이 고유 권능을 행사합니다.] [감각안으로 ‘강상구’를 살필 수 없습니다.]어느새, 눈을 찢는 듯한 고통은 사라져 있었다.
“괜찮아. 눈에 뭐가 들어갔나 봐.”
강상구에 대한 것을 읽을 수가 없다.
‘아직 레벨 30이 안 됐을 텐데?’
그리고 레벨 30이 되었다 치더라도. 혹시 수호자를 선택했다 할지라도. 벌써부터 이렇게 적극적인 개입은 하지 않을 텐데?
‘……뭔가 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석양의 거인‘이 내 고유능력을 막아버린 이유가.
‘그걸 알면 내 상황이 좀 더 유리해질 텐데.’
일단 내색하지는 않았다. 강상구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근데 저기요. 아무리 플레이라고 해도. 이런 어린 여자애는 좀 오바 아닙니까?”
“…….”
그래. 알고 있다. 강상구. 어린애라면 사족을 못 쓰지. 서주환과 같은 더러운 느낌이 아니다.
“어린이는 지켜줘야 하는 소중한 존재인 거 몰라요?”
“저 어린이 아닌데요, 청소년인데요.”
“아몰랑. 내가 보기엔 어린이야. 어린이랑 치킨은 지켜줘야 한다고.”
미래의 염제 강상구. 그리고 무엇인가 의뭉스러운 ‘석양의 거인’. 그 둘과의 만남. 그리고 둘과 함께하는 ‘숏 테이블 던전’ 도전.
‘재미있군.’
숏 테이블 던전에서 염제는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고, 크게 각성하여 후에 ‘염제’라는 명성을 떨치게 된다고 했었다.
‘여기서…… 어떻게 뭘 보여줄 거냐?’
한 번 보기로 했다. 이곳에서 어떤 각성을 보여줄 지.
‘그리고 여차하면…….’
강상구가 얻게 될 능력을, 내가 얻게 될 수도 있다. 검후의 능력인 ‘이형환위’를 내가 가진 것처럼.
“이미 여러 번 들어갔다가 나왔다면서요.”
숏 테이블 던전은 출입이 자유로운 던전이란다.
‘내가 알기로 그런 내용은 없었는데.’
석연치 않다. ‘석양의 거인’이 강상구를 과잉보호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과거에는 알지 못했던 ‘숏 테이블 던전은 출입이 자유롭다’라는 사실도 그렇고. 뭔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어쨌든 강상구는 ‘숏 테이블 던전’에 여러번 도전을 했다가 실패하고 도망쳐 나왔단다. 제 2관문에 너무 강력한 괴물이 있다고 했다.
“2관문에 뭐가 나오는데요?”
“…….”
강상구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곳에는…….”
얘기를 들어봤다. 강상구 나름대로 열심히 묘사했다. 묘사 자체는 허접하기 짝이 없었지만 나는 그 설명을 들으면서 알 수 있었다.
‘설마.’
강상구가 묘사하고 있는 몬스터.
‘그게 벌써 나와?’
그 몬스터는 내가 알고 있는 몬스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