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40)
#재능만렙 플레이어 440화
“대장. 봉인 해제야?”
군주 사냥꾼의 길드장인 판젠동도 그 말을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허장성세라고 생각했다.
원래 빈수레가 요란한 법.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려 3기의 수호탑이 이 자리에 있다. 수호탑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플레이어들은 수호탑을 넘어설 수 없다.
강상구가 마법영창을 외우기 시작했다. 대놓고 큰 마법을 준비했다. 판젠동이 명령했다.
“저놈, 큰 마법 못 쓰게 막아.”
화염계 마법사들은 강력한 한 방을 가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마나 소모가 크고 공격 속도도 느린 편에 속하지만, 일단 발현이 되면 굉장히 파괴적인 마법들을 사용한다.
“네!”
다행히 마법사들을 방해하는 것은 매우 쉬웠다.
마법사는 극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클래스이니만큼,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기만 해도 마법을 파훼할 수 있다.
그런데 김선화가 나섰다.
“미안하지만 안 돼요.”
오른팔을 휘둘렀다. 흰색의 결계가 생겨났다.
군주 사냥꾼의 원거리 딜러가 쏘아낸 화살이 결계를 뚫지 못하고 땅에 떨어졌다.
미소검객 신연서가 검을 들어 올렸다.
“상구가 준비하는 동안 나도 한 번 달려볼까?”
김혁진의 허락도 떨어졌겠다, 육성으로 스킬명을 말했다.
“나비의 춤.”
그 말을 듣자마자 곽태운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신연서가 날뛸 차례라는 것을 직감했다.
신연서는 군주 사냥꾼들 사이사이를 지나다녔다.
그녀는 흰색 도포 같은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옷자락이 휘날릴 때마다 군주 사냥꾼들의 몸에는 수많은 생채기가 생겨났다.
“큭!”
판젠동 역시 신연서의 검무를 피하지 못했다. 옆구리와 어깨. 두 군데를 베였다.
군주 보정으로 -성이 파괴되어야 군주를 죽일 수 있다- 죽거나 하지는 않지만 고통은 느껴졌다.
“잡아!”
그러나 잡지 못했다.
나비처럼 춤추는 신연서는 군주 사냥꾼들 사이를 자유로이 날아다녔다. 그 누구도 신연서의 옷자락 하나를 건드리지 못했다.
신연서는 신묘한 움직임으로 군주 사냥꾼들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그러나 신연서의 모든 공격이 ‘살초(殺招)’는 아니었다. 치명상을 입히는 공격은 거의 없었다.
그 뒤로 마상현이 코뿔소처럼 달려들었다.
“큰. 주. 먹!”
마상현의 머리 위로 주먹 형상의 마나가 응집되었다.
신연서가 먼저 흐트러뜨려 진영을 무너뜨리고, 적들의 밸런스를 파괴한 뒤 마상현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콰과광!
마상현의 ‘큰주먹’이 단숨에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두 명의 머리가 깨져 그 자리에서 즉사.
부활 권능을 통해 저 멀리, 본진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다.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일방적인 학살.
슈르트와 김혁진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았다.
“화천망(火天網).”
그리고 드디어 강상구의 비기. 화천망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천망은 강상구의 독문 스킬이며, 미래에서도 강상구가 비기로 불렀던 기술이다.
다만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체력소모가 지나치게 커서 어지간한 일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기술이기도 했다.
천망(天網).
하늘이 악한 사람을 잡기 위하여 하늘에 쳐 놓았다는 그물을 뜻하는 말이다.
그물코가 커 보이나 절대로 놓치는 일이 없다는 그물.
하늘에 거대한 그물이 생성되었다.
활활 불타는 그물이었다. 삽시간에 주변 온도가 들끓어 올랐다.
세 개의 수호탑을 모두 사정권에 넣었다.
곽태운이 거기에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화천망이 더욱 세차게 불타올랐다.
강상구의 눈에 핏발이 섰다.
“내가!”
화천망이 수호탑에 닿았다.
“자양동 방화 마스터다!”
사실 강상구도 화천망을 한 번 밖에 사용해 보지 못했다. 그때는 이 정도의 위력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상구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의 화천망을 구현해 냈다. 그만큼 지금 상태가 여유롭고, 마법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군주 사냥꾼’이 상당히 약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겁쟁이 강상구는 오늘 신이 났다. 신이 나서, 자신의 강함에 취했다.
강함이라는 건 언제나 상대적인 거니까.
“날뛰어주지.”
그 말을 들은 곽태운의 몸이 움찔했고, 춤을 추던 신연서조차 움찔했다.
신연서는 검무를 멈추고 스텝을 통해 복귀했다. 팔뚝에는 여전히 소름이 돋아 있었다.
‘날뛰어주지?’
저런 대사는 어디서 어떻게 배워와서, 하필이면 지금 이런 타이밍에 써먹는 거란 말인가.
강상구 저 녀석은 여전히 중학교 2학년을 벗어나지 못했단 말인가.
“크흐흐흐흐!”
신연서의 감정과는 별개로 강상구는 신이 났다.
“보았느냐, 나의 날뛰는 화마를!”
어지간한 것은 다 받아주는, 신연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없이 착한 김선화도 얼굴을 굳혔다.
김선화조차 받아주기 어려울 정도의 자아도취였다.
그러나 상구의 멋없음과는 별개로 화천망의 능력 자체는 진짜였다.
김혁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다 부서져?’
그래도 강력한 수호탑인데. 일반 플레이어보다는 훨씬 강할 텐데.
지켜보니 플레이어들은 전부 죽었다. 전투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평균 레벨이 50대 후반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가짜 레벨인가?’
가짜로 레벨을 그렇게 보이게 포장한 것 같았다. 그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너네 왜 이렇게 약해?”
“제, 젠장. 역소환!”
강상구의 화천망에 의해 수호탑들이 무너지기 직전, 판젠동은 수호탑들을 역소환시켰다. 김혁진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생각보다 너무 약한데.”
“시끄럽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
“솔직히 말해. 레벨 속였지?”
세니아도 조금 궁금하기는 했다.
‘김혁진 플레이어가 이레귤러인 것이 확실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거신 길드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거신 길드원들이야 김혁진에 비하면 평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범재들 아닌가.
김혁진이 직접 나선 것도 아니고, 거신 길드원들에게 저렇게 압도당할 정도면 레벨을 속인 게 맞는 것 같기도 했다.
레벨 50대 후반에 수호탑 3기의 전력이면 이렇게 압살당하면 안 됐다.
‘이상하긴 하군요.’
판젠동이 말했다.
“기고만장하지 마라. 아직 탐색전에 불과하니.”
* * *
세니아는 간만에 신이 났다.
김혁진이라는 유일무이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수호자가 집중하는 전 차원 최고의 채널이 되기는 했으나 성장세는 둔화된 상태였었다.
그러나 이번에 성장 폭이 갑자기 급작스레 증가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호자들이 열심히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중국 서버로부터 유입된 수호자들이었다.
-저게 그 유명한 김혁진이야?
-말로만 들었지, 쟤네 도대체 뭐야? 버그 아니야?
심지어 김혁진은 직접 움직이지도 않았다.
-쟤들도 김혁진에 비하면 약한 애들이라며?
-저는 여기 처음 들어오는데, 설명 부탁 좀 드립니다.
-거신 길드는 어떤 애들인가요?
-김혁진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까?
입이 가벼운 어중이떠중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진명을 가진 수호자들조차 채널에 입장했다.
그들은 침묵하며 관찰하기는 했으나, 저들이 세니아의 채널에 입장했다는 사실도 사실 놀라운 일이었다.
‘원래 중국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수호자들은 엉덩이가 무거워.’
희한하게도 그랬다. 유독 중국 서버에 기반을 둔 수호자들은 다른 서버의 플레이를 보는 경향이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네요.’
지금은 달랐다. ‘군주 사냥꾼’과의 전쟁을 지켜본, 중국 서버 기반의 수호자들이 세니아의 채널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환영합니다, 호…… 아니, 여러분.’
하마터면 호구라고 생각할 뻔했다.
세니아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이거 어째, 김혁진 플레이어 영향을 점점 받아가는 것 같은데. 경각심이 생겼다.
‘한 가지는 확신합니다.’
세상에 김혁진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수호자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김혁진 플레이어의 플레이를 한 번만 본 수호자는 없습니다.’
세니아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걸렸다. 김혁진이 봤다면 깜짝 놀랄 만큼의 표정 변화였다.
다만, 김혁진은 그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김혁진은 거신 길드와 함께 군주 사냥꾼의 성 앞까지 도착했고, 어렵지 않게 첫 번째 승리를 따냈다.
판젠동은 딜러도 아닌 탱커 김선화에게 허리가 접혀 죽었다.
[‘군주 사냥꾼’의 군주 판젠동이 사망하였습니다.] [1차전의 승리 길드는 ‘거신’입니다.]2차전은 진 쪽에서 필드를 설정할 수 있었고, 그들은 예상대로 수중전을 선택했다.
육지전과 비슷한 양상이기는 했으나 필드 자체가 ‘물’로 이루어진 곳이 많았다. 그리고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가능했다.
신연서가 킥킥대며 웃었다.
“이번에 우리는 놀면 되겠네.”
세상에 대대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거신에는 ‘불멸함대’가 있다.
신연서가 물었다.
“너무 쉬운 거 아니야?”
“그러게. 이상하리만치 쉽네.”
슈르트가 불멸함대를 소환했다.
저들의 전략은 단순했다. 또다시 중앙의 물길로, 배를 타고 이동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불멸함대가 쏘아내는 화포에 군주 사냥꾼의 배들은 혼비백산했다.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김혁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왜 이렇게 쉬워?’
수상할 만큼 쉬웠다. 저들의 배 14척이 부서졌다.
복구를 할 수 있기는 했지만, 이 이상의 전쟁에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다시 ‘군주 사냥꾼’의 성 앞.
커다란 성벽이 보였다.
김혁진은 배 위에서, 성벽을 바라보며 영창을 읊었다.
“환상과 환영. 왜곡과 거짓은 나를 탐할 수 없으며.”
영창을 시작했다. 김혁진이 자의로 사용하는 ‘의지영창’이었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안(洞察眼).”
“모든 거짓은.”
“부서지리라.”
김혁진이 갑자기 의지영창을 사용한 이유는 간단했다.
‘영창의 군주’로서의 능력을 발현시키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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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창의 군주]영창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사용하는 군주에게 부여되는 영광된 칭호이며 모든 군주 칭호 가운데에서도 최상위 권능의 칭호입니다.
영창 발현 성공 시, 같은 필드 내의 모든 수호탑으로부터 일정 시간 동안 순종을 받아냅니다.
그뿐만 아니라 활성 가능한 ‘의지영창‘의 종류에 따라 극대화된 권능을 행사합니다. 플레이어의 능력에 따라 극대화의 한계가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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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김혁진은 이 능력에 집중했다.
-영창 발현 성공 시, 같은 필드 내의 모든 수호탑으로부터 일정 시간 동안 순종을 받아냅니다.
김혁진은 3기의 수호탑으로부터의 순종을 받아냈다.
판젠동이 무슨 개 같은 짓거리냐며 소리를 질렀지만, 김혁진은 그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김혁진이 명령했다.
“속에 있는 것들을 뱉어.”
감각안에 보인다. 엄청난 양의 사기(死氣)가 수호탑들에 내재되어 있다. 많은 사람을 잡아먹은 것 같다.
저들의 수호탑은 ‘탑’형태로 생겼는데, 시체들을 하나씩 토해내기 시작했다.
멀쩡한 시체도 있었고 여기저기 난도질당한 시체도 있었다.
“세니아. 영상 촬영. 다 하고 있지?”
“그렇습니다.”
김혁진은 잠자코 지켜보았다.
수호탑들이 시체를 토해내자 그 밑의 물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영상을 모두 촬영한 뒤, 거신 길드원들은 어렵지 않게 20명이 넘는 군주 사냥꾼들을 쉽게 사살했다.
생각보다 너무 쉬웠다.
[전쟁에서 승리하였습니다.]전쟁의 승리자는 ‘거신 길드’였다.
거신 길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전쟁 필드를 빠져나왔다.
밖에는 수많은 기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세니아. 영상 딴 거. 재송출해 줄 수 있지?”
“플레이의 일환입니까?”
“어. 난 지금 군주로서 플레이하고 있으니까, 군주는 무릇 사람들을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니겠어?”
아마도 뒤에 중국이 있을 거다.
이렇게 많은 기자 앞에서, ‘군주 사냥꾼’이 무슨 짓을 했는지 밝혀내면, 과연 중국은 어떻게 나올까?
‘일이 너무 쉬웠는데.’
그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쉬워도 너무 쉬웠다. 판젠동은 너무 약했고, ‘군주 사냥꾼’은 지나치게 허술했다.
아무리 저들의 진짜 목적이 수호탑 안서희였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도 뭐. 명확한 증거가 있으니까.’
군주 사냥꾼과 중국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두고 보기로 했다. 그에 발맞추어 대응하면 될 테니까.
그런데 비명이 들려왔다.
“크아악!”
“사, 사, 살려줘!”
순식간에 이곳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누, 눈이 시뻘겋게 변한 구, 군주 사냥꾼들이 기자들을 학살…… 으악!”
“소, 속보입, 크악!”
기자들 몇의 목이 잘렸다.
전쟁 필드에서 빠져나온 군주 사냥꾼들이 기자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김혁진의 눈이 진지해졌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어쩐지, 너무 쉽다 했다. 뒤에 뭔가가 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