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42)
#재능만렙 플레이어 442화
전쟁을 치를 때. 김혁진은 일부러 세니아에게 물었었다.
-세니아. 영상 촬영은 다 하고 있지?
-세니아. 영상 딴 거. 재송출해 줄 수 있지?
그때 세니아가 한 가지를 짚었었다.
-플레이의 일환입니까?
-어. 난 지금 군주로서 플레이하고 있으니까. 군주는 무릇 사람들을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니겠어?
굳이 짚고 넘어간 것이다. 중간 관리자의 영상을 플레이어가 사사로이 따서 쓸 수는 없으니까.
중간 관리자의 영상은 수호자들을 위한 것이지 플레이어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플레이의 일환’이라고 한다면, 플레이어도 중간 관리자의 영상을 사용할 수 있다.
‘수호자들의 항의가 없다면 말이야.’
보통은 항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조금 달랐다.
군주 사냥꾼 뒤에는 중국정부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들은 아마도 캐스퍼와 그를 지원하는 수호자들을 등 뒤에 업고 있을 터. 그들은 분명 이 영상을 송출하는 것을 싫어할 것이다.
세니아가 말했다.
“김혁진 플레이어의 말대로, 영상 송출은 불가능합니다. 이 영상은 수호자분들을 위한 영상이며, 이 영상의 송출을 반대하는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중국 서버에 기반을 둔 수호자들 다수가 움직인 것 같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중국의 ‘실험체’와 관련한 사건에는 수호자들까지 연관되어 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일부러 시선을 세니아에게 돌려놓았다. 굳이 ‘영상 송출’을 언급해가면서.
“그럼 강솜이 씨?”
“네. 그럼 제가 영상을 송출하도록 하지요.”
강솜이가 영상 기록 스톤을 꺼냈다.
“아참. 혹시 모르니까 이거 복제본들 하나씩.”
피에트로가 ‘그림자 이동술’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강솜이에게 이동했다. 강솜이마저 찔끔 놀랄 정도의 빠른 속도였다.
“제, 제가 하나 받겠습니다!”
붉은색 영상 기록 스톤을 낚아챘다. 중국 정부나 수호자들이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마침 잘됐다는 듯, 김혁진이 말했다.
“혹시 그 영상을 공유해줄 수 있습니까? 한 번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타이밍 싸움이다. 피에트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주특기죠.”
피에트로가 품 안에서 피라미드 형태의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이 아이템을 통하면 하늘에 영상을 펼칠 수 있습니다. 하늘 전체가 스크린이 되죠.”
피라미드 형태의 아이템에서 빛이 새어나왔다. 아이템이 구동 되었고, 강솜이가 촬영했던 영상이 하늘에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순탄치는 않았다.
“어?”
영상에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다. 김혁진은 거기서 ‘수호력’을 느꼈다. 신연서가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중국 쪽 수호자들이 방해하고 있어.’
중국서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수호자놈들.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걸까. 신연서는 화가 났다. 그러다가 문득 김혁진의 표정을 보고서 조금 안심했다. 김혁진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시선은 다 끌었고.”
돌다리는 튼튼하면 튼튼할수록 좋다.
대비책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1차적으로 세니아를 통해 시선을 끌고, 2차로는 피에트로를 통해 다시 한 번 시선을 끌었다. 2차 대비까지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면, 3차 대비책을 쓰면 된다.
기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응?”
꽤 많은 수의 기자들이 손에 쥐어진 영상 기록 스톤을 확인했다. 그것은 잔디아의 화신 김다롱의 활약이었다. 김다롱이 복제된 영상기록 스톤을 기자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잔디아의 화신답게, 김다롱의 능력은 매우 출중했다.
세니아가 설명을 요구했다. 수호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강솜이 씨가 영상기록스톤을 사용하는 것은 아까 확인했었습니다.”
눈썰미가 좋은 일부 수호자. 그리고 강솜이를 집중적으로 살피던 일부 수호자들은 강솜이가 영상기록스톤을 사용하는 것을 봤었다. 그에 대한 질문도 했었다. 그러나 김다롱에게 저토록 다량의 영상기록스톤이 있다니? 그건 세니아도 못 봤다.
“군주 사냥꾼이 너무 약해서 말이야.”
“…….”
“원래 어려운 일을 할 때는, 그 일에 집중해야하는 게 맞지? 한 번에 하나밖에 못하잖아. 보통은.”
수학문제를 풀면서 영어문제를 함께 풀 수는 없다. 뇌가 두 개가 아닌 이상, 상식을 초월한 천재가 아닌 이상, 그건 어렵다. 플레이도 마찬가지다.
“근데 어렵지 않은 일을 할 때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다. 한 번에 할 수 있다. 그건 아주 쉬운 일이다. 눈으로 보면서 귀로 듣고, 입으로는 먹으면서 코로는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모두 다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다. 선화에게는 전쟁이 그랬다.
김선화가 히히 웃었다.
“히히히.”
신연서도 웃음을 터뜨렸다.
“선화. 네가 또 따로 촬영했어?”
“헤헤.”
선화에게는 너무 쉬운 일이었다. 탱킹을 하면서 몰래 촬영하는 것. 그리고 기자들이 영상을 확인했다. 거신이 군주사냥꾼을 압도했다. 실력 면에서 아예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영상 속 김혁진이 말했다.
-속에 있는 것들을 뱉어.
그러자 수호탑 안에서 시체들이 튀어나왔다. 수많은 시체들 가운데, 몇몇은 눈에 익은 시체도 있었다.
“저, 저건 내가 전에 다루었던 행방불명된 플레이어의 얼굴인데?”
“저 표식은 레트로 길드의 표식이야. 중국 던전에서 행방불명된 길드인데.”
기자들 중 몇몇은 시체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까지 찾아냈다. 이 모든 일들이 너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김혁진이 공안 책임자 왕진위를 쳐다보며 말했다.
“영상기록에서 보셨듯, 거신과 군주사냥꾼은 시스템에 입각하여, [소음의 지휘자]께서 주관하신 전쟁을 전쟁답게 치렀습니다. 안에서 그 어떤 계략이나 음모를 꾸미지 않았습니다.”
“이 영상이 조작되지 않았다고 어떻게 증명하지?”
왕진위는 김혁진에게는 묘하게 위압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왕진위는 김혁진을 범죄자로 만들어야만 하는 사람이니까.
“그것을 제가 증명해야 합니까?”
“물론이다. 군주사냥꾼이 모두 사망한 지금, 너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니까. 증거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증명하지?”
왕진위의 눈에는 일종의 절박함까지 묻어나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거신길드를 모두 체포하지 못하면, 문책받는 것은 그가 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무슨 수를 쓰더라도 거신길드원들을 범죄자로 몰아 체포해서 잡아가야 한다.
왕진위가 억지를 부렸다.
“군주들은 계략과 거짓을 일삼는 족속이라 들었다. 영상기록스톤을 조작하는 일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
“…….”
“게다가 마치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이토록 빠르게,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마치 군주 사냥꾼이 폭주하여 죄 없는 일반인들과 기자들을 학살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행동하더군.”
김혁진은 왕진위의 억지를 그냥 잠자코 들어주었다. 무슨 말을 하나 더 들어보았다.
“군주 사냥꾼이 폭주할 것이라는 것은 어떻게 예상한 거지?”
“…….”
“대답하지 않으면 체포하여 자백 받겠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지하실로 끌고 가고 싶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다. 세계 기자들이 세계 각지로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셸사단과 태극방패, 검은나비까지 나서서 김혁진을 비호하고 있다. 이런 성가신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 못 했었다.
지금 상황에서 왕진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거신 길드를 구금하는 것이었다. 구금만 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대답하라고!”
“아. 죄송.”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얼마나 더 개소리를 하는가 지켜보고 싶었는데, 왕진위의 머리로 할 수 있는 개소리의 한계는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방금 수많은 수호자분들을 모욕하신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드려야하나 고민 중이었습니다.”
“뭐, 뭐라고?”
왕진위의 머리가 새하얗게 질렸다. 중간 관리자들에게만 잘못 보여도 머리통이 날아가는 세상이다. 그런데 수호자라니?
“특히 전쟁필드를 주관하여 주신 [소음의 지휘자]께서는 전쟁필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주관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
“저희의 승리를 인정해 주셨습니다. 이 것은 제 독점계약 관리자인 세니아와 더불어, 거신길드의 중간 관리자들까지도 모두 확인했으며, 같은 내용의 영상을 수호자분들께 송출하였습니다.”
“…….”
“그리고 제가 방금 영상기록스톤을 통해 세계에 공개한 내용과, 전쟁필드에서 수호자분들이 보셨던 내용은 완전히 일치합니다.”
김혁진이 가볍게 웃었다.
“제가 이 자리에서 거짓을 고할 수 있습니까? 만약 그랬다면 소음의 지휘자께서는 저를 처벌하셨을 것입니다. 수많은 수호자분들 앞에서 제가 어찌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김혁진의 말에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공유한 영상이 거짓이고 조작된 것이라 주장하신다면, 동일한 영상을 직접 보셨던 수호자분들을 조롱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나, 나는 그럴 의도가 전혀…….”
“수호자분들은 눈치채지 못한 조작을 스스로 알아차리셨다고 주장하시는 것이고, 그 것은 수호자분들의 간파 능력이 귀하보다 뒤처진다고 주장하는 꼴이지 않습니까?”
순간, 요정형태의 중간 관리자 하나가 나타났다. 겉보기로는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었는데, 그 소년이 활을 쐈다.
“수호자분들을 능멸한 죄를 물어, 너를 죽이겠다.”
그리고 그 화살을 김혁진이 낚아챘다. 카메라들이 김혁진에게 집중했다.
“지금 봤어?”
“방금 중간 관리자의 화살이었지?”
“뭐야, 지금?”
아직까지도 중간 관리자는 플레이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튜토리얼 때의 잔상이 너무 강하게 남아서 그렇다.
“중간 관리자의 공격을 막아냈어?”
김혁진의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요정이 씩씩거렸다.
“너. 감히 내 공격을 막아?”
요정은 정말로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김혁진을 향해 활을 겨눴다.
“오냐. 너부터 죽여주마.”
김혁진이 요정을 노려봤다. 김혁진 역시 이센을 꺼내들었다.
“그 활을 쏘면, 내가 널 죽인다.”
“…….”
기자들은 경악했다. 중간 관리자에게 저렇게 말을 하는 플레이어가 존재한다니. 김혁진의 말이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전해졌다. 요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흥. 후회하지 말라고!”
몸을 먼저 돌렸다. 그리고 은신을 통해 사라졌다. 김혁진도 이센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왕진위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중간 관리자를 막아내는 것 뿐만 아니라 위협해서 쫓아내기까지 했다. 말이 저절로 높아졌다.
“다, 당신은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뭐긴요. 귀하가 체포하려던, 평범한 플레이어죠. 다만, 체포는 어렵겠네요.”
하루가 지났다.
김혁진은 중국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겠다는 듯 호텔방에 그냥 머물렀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결백의 증거’처럼 인식되었다.
그사이 김혁진의 대한 내용이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거신길드.
여름군주 김혁진.
이 두 가지 키워드가 세상 전체를 뒤덮었다. 이제 김혁진은 더 이상 여름군주가 아니었다. 단순히 여름군주라는 이름이 붙기에는, 김혁진이 이번에 해낸 일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강상구가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면서 실실 웃었다.
“압도적인 전쟁 승리로부터 시작해서, 아수라장을 순식간에 정리한 백검우. 거기에 중관 관리자를 돌려보내는 그 카리스마? 기사 내용 진짜 미쳐 부렀다. 크! 혁진뽕에 취한다!”
그런데 그때 메시지가 전해졌다.
[‘저울의 아낙네’가 김혁진 플레이어와 거신길드를 지목합니다.]갑자기 지목이란다. 평소와는 약간 다른 내용의 메시지였는데, 세니아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알림이 아닌 중간 관리자의 전달을 통해 전달했다.
“저울의 아낙네께서…… [서버급 퀘스트]를 하사하기를 강력하게 염원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