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45)
#재능만렙 플레이어 445화
막내 황녀님.
중간 관리자 살해 콘텐츠를 즐기는 변태적인 성향의 수호자. 그따위 성향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수호자다.
김혁진이 말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들으라는 듯.
“내가 전에 실례를 했었거든. 그분께서는 내게 많은 관심과 후원을 주시려 했지만, 나는 그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어.”
세니아를 죽이라는 제안. 그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인단 말인가.
“운 좋게도 나는 너를 죽이지 않고도 빠르게 탈출해서 다음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이 퀘스트에서는 다른 중간 관리자들을 많이 죽여야 할 것 같아.”
“…….”
“그렇다면 나는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겠지.”
세니아는 현재 영상 송출을 중지한 상태다. 영상 송출은 중지했어도, 수호자들은 채널에 들어와 있을 수 있다. 중간 관리자들끼리는 이들을 ‘찐팬’이라고 부른다.
지금은 대기 상태. 중간 관리자가 영상 송출을 시작하면, 저들이 가장 먼저 영상을 볼 수 있다. 그 것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찐팬’이라고 표현한다.
‘막내 황녀님은…….’
저번에 세니아를 죽이라는 제안을 거절한 이후로, 막내 황녀님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대기채널에 들어와 계시군요.’
이른바 ‘찐팬‘의 한 명이었다. 말도 없고 메시지도 보내지 않고 있지만, 막내 황녀님은 세니아의 채널을 떠나지 않았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기는 합니다.’
김혁진을 쳐다봤다. 김혁진 외에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잠시 떠올려 봤는데 없다. 수호자들에게는 유희거리다. 기분이 불쾌한 유희를 누가 즐기겠는가.
불쾌함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흡입력이 있어야만 그 유희를 즐긴다. 막내 황녀님에게 있어 김혁진은 그런 존재인 것이 확실했다.
“알겠습니다. 중간 관리자 살해도 불사하시겠다는 뜻이군요.”
펑!
소리와 함께 쇼비도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음. 아주 좋아. 그런데 말이야. 썸네일을 하나 만들어야 하거든.”
썸네일.
인터넷 홈페이지 혹은 전자책 같은 컴퓨팅 애플리케이션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줄여 화면에 띄운, 작은 화면을 뜻한다.
“그러니까, 음, 여기서는, 좋아, 이번에는 000을 죽여보겠습니다. 이렇게 가자. 표정은 살짝 웃으면서 싸이코패스처럼. 그래, 좋아, 그렇게, 그 표정이야. 딱 좋네.”
쇼비도비가 챙! 챙! 가위질을 했다. 가위의 날 부분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지간히 흥분한 것 같았다.
“좋아. 썸네일은 잘 땄고. 요즘 하이라이트 영상 만드느라 빡세네.”
“하이라이트 영상을 따로 뽑고 있나?”
“어. 요즘 트렌드야. 하이라이트는 따로 뽑고, 그리고 영상 초반부에 10초 정도 프리뷰 영상을 꼭 넣거든.”
쇼비도비는 킥킥대며 웃었다.
“김혁진. 네 녀석. 처음 볼 때부터 좀 그랬지만 진짜 물건인 것 같다. 유니온도 네 녀석의 작품이라며?”
“…….”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을 것인데, 그걸 김혁진 자신이 조금 앞당겨왔을 뿐이다.
“아무튼 네녀석 덕택에 데빌 유니온이 만들어졌어. 최초의 유니온이고, 최대 유니온이 될 거야.”
쇼비도비가 챙! 챙! 가위질을 했다.
“재능과 실력이 있는 애들을 많이 발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냐?”
“후후후. 그렇지. 그렇게 키워낸 애들은 또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낼 거고.”
양질의 콘텐츠가 생산되면, 또 많은 수호자들의 후원이 이어진다.
“그 것은 결국 세니아의 힘이 되겠지. 형식상 내가 대표지만, 세니아의 지분이 더 크거든.”
“…….”
“유니온은 하나의 군단이 될 거야. 세니아를 수장으로 하는.”
그 것이 김혁진이 노리고 있는 바다. 쇼비도비가 목표하는 것과 같았다. 쇼비도비는 유니온을 꾸려가는 것 자체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것은 결국 네 녀석에게도 도움이 되겠지. 낄낄, 아무튼 머리 하나는 기똥차게 좋은 놈이라니까.”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하고서 물었다.
“지원자들은 네가 직접 검토하나?”
“어. 처음이니까. 내가 직접 해야 마음이 놓여.”
“혹시 지원한 중간 관리자 중에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는 인간의 형태를 띄었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는 녀석이 있나? 이름은 ‘없는‘이다.”
쇼비도비는 잠시 생각하다가 무엇인가 생각난 듯 챙! 챙! 거리며 가위질을 했다.
“있다. 그런 특이한 놈이. 지원서가 너무 무성의해서 그냥 치워 버렸는데 특이한 놈이라 기억이 남는군. 이름도 이상하고 얼굴도 안 보이는 놈이었다.”
“지원사가 무성의했다고?”
“최소한의 인적사항과 더불어 ‘동참하고 싶다’ 여섯 글자밖에 안 보냈어.”
“혹시 내가 추천하면 그 녀석을 데빌 유니온에 포함시킬 수 있나?”
“그런 싹수 노란 놈을? 내가 딱 보면 아는데, 그런 놈은 적응 못 하고 금방 도태될 거야.”
아니. 그렇지 않다. ‘없는’은 훗날 유명한 중간 관리자가 된다.
‘녀석도 독점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
‘없는’은 무색살왕(無色殺王)이라는, 이명부터 무시무시한 플레이어의 독점 계약 관리자로 성장한다. 그에 따라 살수계 플레이를 좋아하는 수호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세니아 역시 원래대로면 도태되었겠지.’
그러나 세니아를 전 채널을 통틀어서 가장 잘 나가는 중간 관리자로 키워냈다.
‘무색살왕에 대해 알려진 건 없지만……. 튜토리얼 단계부터 같이 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도 이미 ‘무색살왕‘과 함께 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부탁한다, 쇼비도비.”
“쳇. 네 녀석 부탁이니까 들어주기는 할 건데. 성장은 알아서 하는 거야. 유니온 차원에서 큰 도움은 못 줘.”
“그래. 그리고 그 녀석 연락처 있으면 나에 관한 얘기도 한 번 흘려주고.”
“너에 관한 얘기? 뭐라고? 네가 힘써줘서 합격했다, 뭐 이런 얘기?”
쇼비도비가 흐흐흐! 웃었다.
“이거이거, 그렇게 안 봤는데, 아주 생색 좋아하는 놈이었구만?”
* * *
서버급 퀘스트에 중간 관리자들이 대거 합류하게 되었다. 거신길드에 메시지가 전해졌다.
[‘막내 황녀님’이 퀘스트 동참을 선언합니다.]김혁진이 놓은 덫에 훌륭하게 걸려들어 주었다. 막내 황녀님이 동참했다. 수많은 중간 관리자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그들과 긴밀한 관계의 플레이어들 역시 서버급 퀘스트 동참을 희망했다.
거신길드 전원이, 김혁진의 호텔방에 모두 모였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들을 최애로 삼는 수호자들 역시 엉덩이가 근질거려 가만히 있지 못하겠지.”
그 말은 사실이었다. ‘서버급 퀘스트’는 일단 발발시키기가 힘들고, 거기에 수호자 한 두명이 참여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었다.
일단 시작이 되자 진행속도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저울의 아낙네.
막내 황녀님.
이 둘을 시작으로 하여 소음의 지휘자, 백색 사냥꾼이 뒤를 이었다.
유성이 떨어지는 밤.
원탁의 안개꽃.
푸른빛의 결계.
본래 김혁진을 후원했던 수많은 수호자들도 ‘서버급 퀘스트’에 힘을 실었다. 서버급 퀘스트를 주최하기 위해서는 ‘소멸’에 준하는 어떤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그 담보를 여럿이서 나누어 가질 수 있다면? 부담을 나눌 수 있다면? 그러면 부담은 적어진다. 수호자들이 점점 더 많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화살쏘는 아기천사.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베니스의 상인.
당연한 말이지만 거신길드원들을 후원하는 수호자들도 동참했다.
천마산의 진주.
석양의 거인.
라오위와 계약한 ‘온화한 바람개비’ 역시 참여했다.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원 수호자의 총합은 50명입니다. 이는 서버급 퀘스트의 최대 동참인원입니다.”
“최대 동참인원?”
“그렇습니다. 서버급 퀘스트에서는 50명이 한계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쪽 진영에 50명입니다.”
다시 말해 최대 100명까지 수호자가 관여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저쪽에는 몇 명의 수호자가 참여했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1세대는 물론이고 졸부라 불리는 2세대 수호자들까지도 대거 참여했다. 미래 기준으로도 위대한 이름을 가진 수호자들이 많이 보인다.
저쪽(중국 측)을 후원하는 수호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수호자들인지는 몰라도, 이쪽에 비견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알고 계시다시피 첫번째 퀘스트는 [광저우의 무덤]입니다. 수많은 플레이어와 중간 관리자가 함께 참여하고 있지만, 메인은 거신길드입니다.”
“알아.”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이제 그들 나름대로 퀘스트를 진행해나갈 것이다. 퀘스트의 가장 큰 키워드인 ‘단죄‘를 만족하기 위해서 말이다. 중국 측은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김혁진이 말했다.
“중간중간, 우리를 향한 습격이 있을 거야.”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쉬운 길은 습격이다. 거신길드를 몰살시키면, 저들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리고 이제 이 것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 아니라, 시스템이 개입한 하나의 거대 퀘스트가 되었다. 얼마든지 죽일 수 있게 되었다는 소리다.
“형님! 형님과 함께라면 습격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
마상현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김혁진은 저렇게 마음 편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놈들의 시체처리실력을 보면, 놈들에게도 분명 뭔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두렵지 않은 게 맞아.”
그러나 중요 퀘스트를 진행 중이라면?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라면? 그때 습격을 당하는 건 다른 문제다. 어찌어찌 습격자들을 막아낸다 할지라도, 중요한 퀘스트를 망치게 될 수도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법이야.”
신연서가 씨익 웃었다. 그녀는 대충 눈치챘다. 대장이 왜 저렇게 구구절절 말을 늘어놓는지 알 것 같았다.
‘여기. 누군가 있겠네?’
들으라는 듯 말이다. 기감을 집중해봤다.
‘안 느껴져.’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눈치로 알아차렸다.
김혁진은 분명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 누군가가 누구일까. 기감에 아예 안 잡히는 괴물 같은 은신 실력을 가진 누군가.
‘누구지?’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보통 습격은 살수의 방법이지. 그리고 살수는 은신과 기습에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모두가 아는 말을 굳이 계속 읊었다. 이쯤 되니 거신길드원 전원이 눈치챘다. 이건 거신길드원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다들 잠자코 김혁진의 말을 듣기만 했다.
“살수를 막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김선화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더 뛰어난 살수를 고용하는 거요.”
“비슷해. 그러나 고용만으로는 어려워.”
고용이란 돈을 주고 부리는 행위를 뜻한다. 단순 고용에 목숨을 거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냥 돈 받고 하는 일이니까.
“보통의 회사원들이 회사를 위해 목숨을 걸지는 않잖아?”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그런데, 회사가 아닌 일 자체를 사랑하는 인간이라면?”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일을 사랑하기까지 하는 사람이라면 일에 목숨을 건다.
“내 생각이 맞다면.”
김혁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커.”
조커.
무색살왕의 이명을 얻기 전, 무색살왕을 지칭했던 말이다.
“조커가 이곳에 있을 거야. 만약 없다면 실망이고.”
거신길드원 전원이 주변을 둘러봤다. 김혁진을 포함하여 누구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그 때. 김혁진이 이센을 꺼내들었다.
챙!
소리가 났다.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문이 틀리지 않았네, 여름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