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48)
#재능만렙 플레이어 448화
“마물들. 씨를 말려 버려.”
그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강상구였다. 강상구가 으흐흐흐 웃었다. 그는 강자에게 약하지만,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했다. 지금 나타난 마물들은 약자에 속했다.
강상구가 마나를 한껏 피워 올렸다.
“타올라라.”
김선화가 강상구 옆에 섰다. 강상구가 큰 마법을 준비한다고 생각했다. 혹시 모를 원거리 공격으로부터 상구를 지켜주기 위해서. 이렇게 큰 마법을 쓰면 마나 흐름이 격렬해지고, 이 흐름에 익숙한 몇몇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 수도 있으니까.
“불꽃의 흑염룡이여.”
선화는 잠깐 긴장했다.
‘뭐지?’
타올라라.
불꽃의 흑염룡이여.
보통 길드 플레이를 할 때에는 본인의 스킬명을 미리 말한다. 그 것은 하나의 약속이 되어 조화로운 콤비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타올라라, 불꽃의 흑염룡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내가 공부를 게을리 했나?’
길드원들을 지키는 탱커인 김선화는 자책할 뻔 했다. 신연서가 피식 웃고 선화에게 속삭였다.
“저거, 개소리야. 신경 쓰지 마.”
“……잉?”
“그냥 자기한테 취했어. 저거 그냥 불폭풍일걸?”
그리고 신연서는 재빠르게 선화를 지나쳐갔다. 김혁진에게 말했다.
“나 개인플레이 하고 올게. 강솜이씨한테 허락 받았어.”
신연서 혼자 행동해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소리였다.
“저도 다녀오겠습니다, 형님.”
마상현은 강상구를 힐끗 쳐다봤다.
방금 봤다. 타올라라, 불꽃의 흑염룡이여. 그 모습. 아주아주 해괴하고 이상했다. 굉장히 별로였다.
이를테면 병맛이었다. 그러나 그 병맛이 나쁘지 않았다.
김혁진은 황당한 정보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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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진지한 고민/급한 마음
요약 : 나도 멋있는 대사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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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현의 머리는 강상구의 대사가 병맛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가슴은 강상구의 대사를 부러워했다.
결국 감성이 이성을 이겼다.
마상현은 한 마디 대사를 외치고 뛰어갔다.
“깨어나라, 전사의 심장아!”
김혁진은 할 말을 잃었다. 함께 어울리더니 같이 이상해진 것 같았다. 원래 둘 다 정상은 아니었지만 더더욱 비정상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뭐.’
저들이 정말 긴장했다면 저런 황당한 대사는 외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은 덕분에 저런 대사도 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도한 긴장보다는 편안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편이 더 효율적이고 좋다. 딱히 질타하지는 않았다.
김혁진은 김혁진 나름대로 움직였다. 눈에 보이는 마물들을 족족 죽였다.
‘역시 제일 쉬운 건 활이네.’
활을 사용하니 굉장히 쉬웠다. 활을 사용하면서 김다롱에게 말했다.
“다롱아. 너도 임무가 있어.”
김혁진의 어깨 위에 올라선 김다롱이 고개를 갸웃했다.
“몬스터들의 피. 시간이 지나면 변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세니아는 김혁진의 말을 집중 조명했다. 어차피 거신길드원들의 활약상은 다른 중간 관리자들이 잡아낼 것이다. 세니아 자신은 독점 콘텐츠인 김혁진만 잡으면 된다.
수호자들도 김혁진의 말에 집중했다. 김혁진은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가.
“그 피를 훔쳐.”
김다롱의 머리 위에 [?] 표시가 생성되었다. 김혁진은 차분히 설명을 이었다.
“이 곳은 일대다의 전투로 설정된 곳이야. 당연히 그 일(一)에 모든 보정이 몰빵되겠지. 내가 파악하기로는 그 놈은 피를 통해 강해지는 보정을 받았을 거야.”
필드 이름 자체가 뱀파이어 백작성이었다. 상대 플레이어는 관 속에 있었고. 그리 어렵지 않은 추론이었다.
“그런데 그냥은 흡수가 안 되는 것 같고, 일정 시간이 지나야하는 것 같단 말이야?”
피의 특성이 변해야 하는 것 같다.
“네가 그 피들을 모조리 빼돌려. 할 수 있어?”
김다롱이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피는 싫은 것 같았다.
“할 수 있잖아. 주머니를 쓰든 뭘 쓰든.”
신의 괴도 잔디아의 화신이다. 피라고 못 훔칠까. 다 훔칠 수 있다. 김다롱의 주인인 김혁진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왜? 피 싫어?”
끄덕끄덕.
“그럼 어쩔 수 없지.”
김다롱은 의외라는 듯 [?]표시를 머리 위에 생성시켰다. 김혁진이 피식 웃고서 말을 이었다.
“용돌이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 표시가 [!!!] 표시로 바뀌었다. 김다롱의 표정이 급해졌다.“앞으로 제 1펫은 용돌이로 바뀔지도 모르겠어. 오늘 활약상에 따라 말이야.”
[!!!] 표시가 [!!!!!] 표시로 바뀌었다. 느낌표가 무려 다섯 개. 심지어 두 개가 더 늘어서 7개가 되었다. 김혁진도 처음 보는 느낌표 개수였다. 닭다리를 양보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호다다닥!
김다롱이 김혁진의 어깨 위에서 뛰어 내렸다.
도도도도!
굉장히 빠르게 달렸다.
움직임이 날랜 신연서보다도 훨씬 빨랐다. 이윽고 김다롱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 * *
뱀파이어 백작의 자격을 갖춘 자. 왕진핑은 빠르게 움직였다.
‘마물들을 최대한 빠르게 죽이고.’
일단 약한 놈들부터 차근차근.
‘그러면 급속도로 강해질 수 있다. 이곳은 나를 위한 필드니까.’
그런데 왕진핑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흡혈스킬을 통해 흡혈을 할 수는 있는데, 갓 죽은 생물체의 피를 흡수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약 3분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해.’
그러면 붉은 피가 검붉은 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그때 피를 흡수해야 강해진다.
흡혈 스킬을 사용했다.
바닥에 고여 있던 피웅덩이가 빗줄기처럼 변했다. 땅에서 하늘로, 거꾸로 쏟아지는 비 같았다. 스스로 생명을 가진 것처럼 움직였다. 왕진핑의 몸에 흡수되었다.
사이다를 마신 것 같은 청량감이 온 몸을 감쌌다.
“크. 바로 이 맛이지.”
느껴졌다. 강한 힘이. 토끼의 피를 흡수했는데,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알림까지 들려왔다.
[‘뱀파이어 백작’으로 각성하였습니다.] [피가 부족합니다.] [퀘스트. ‘뱀파이어 백작의 성장’이 생성되었습니다.]피를 한 번 마시자 백작으로 각성했다. 그러나 아직 너무 약하다. 성장해야했다.
‘시간이 조금만 주어지면…… 거신길드원들 전원을 상대할 수 있겠어.’
몸이 부르르 떨렸다. 혼자서 거신길드원들을 모조리 처치할 수 있다면, 자신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퀘스트만 잘 진행하고 나면, 중국 내 고위간부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아니, 고위간부가 되지 못해도 좋았다. 명성과 부를 한 손에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오크를 죽였다.
‘일단 여기 두고.’
다른 놈들을 죽인 뒤, 차례차례 흡혈을 하기로 했다. 5분이 흘렀다. 오크의 피웅덩이로 돌아왔다.
“어?”
이상했다. 피가 없었다. 분명 이 자리인데.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이상하군.”
뭔가 실수를 한 것 같았다. 위치를 잘못 기억하고 있나. 시간이 흘렀다. 왕진핑은 혼란스러웠다.
“뭐야, 이거?”
피가 자꾸 없어졌다. 여러번의 시도 끝에, 왕진핑은 결국 피웅덩이를 지켜보고 있기로 결심했다. 알아봐야 했다.
오크 궁수 한 마리를 처치했다.
1분.
2분.
시간이 흘렀다. 피웅덩이는 없어지지 않았다.
3분.
4분.
계속해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5분이 되어 검붉은 색으로 변했다.
‘흡수해야겠어.’
흡수를 하려고 했다.
“흡혈.”
스킬명을 사용했다. 곧 찾아올 청량감을 기대하며 눈을 잠깐 감았다.
“그래. 바로 이…… 응?”
그런데 청량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황홀에 가까운 그 기분이 아예 없었다. 눈을 떠봤다.
“뭐야!”
피가 없어져 있었다. 황당하다 못해 이제는 화가 났다. 여러 번 같은 시도를 해봤으나 결과는 같았다.
눈앞에서 피가 자꾸만 사라졌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눈을 부릅뜨고 있어도. 그래도 결과는 같았다.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혼란스러웠다.
‘수호자의 간섭인가?’
이쪽도 수호자가 있다.
저쪽에도 수호자들이 있다.
지금은 수호자의 대리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수호자의 간섭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하지? 방법을 찾아야 해.’
그런데 그 고민조차 길지 않았다.
“왜…….”
몬스터들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 심지어 저만치 앞. 한쪽 숲은 통째로 불타 없어졌다. 거기서 강력한 마나의 흔적을 읽었다.
‘젠장.’
놈들도 파악을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몬스터들의 씨를 말려 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왕진핑은 머리를 굴려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수호자들이 집중하고 있다.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몬스터들이 말 그대로 전멸했다. 흡수할 수 있는 피가 없다.
‘필드에는 없어.’
최선의 방법은 이미 물 건너갔다.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책이라도 강구해야했다. 일부러 육성으로 말했다.
“백작성으로 진입한다.”
왕진핑의 중간 관리자인 듈라가 물었다.
“왜?”
“놈들이 눈치챘어. 이 필드의 특성을. 피를 흡수할 수가 없어. 일반필드에서는.”
왕진핑 역시 바보는 아니었다. 거신길드의 움직임을 읽었고, 차선책이 무엇인지 판단을 내렸다.
“어차피 나는 이곳에서 성장을 못 해. 그렇다면 결국 다른 필드로 넘어가야 하지. 일단 급한 대로 백작의 자격은 얻었으니, 백작성으로 가서 성장하면 돼. 놈들의 속셈은 이 곳 몬스터들의 씨를 말리는 거고. 그러면 나는 약간의 시간을 번 셈이니까.”
“백작성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성장해야지.”
듈라가 씨익 웃었다. 옳은 대답이다.
듈라는 이미 백작성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 알면서도 일부러 물은 거다. 성장할 수 있냐고.
성장할 수 있든 없든, 왕진핑은 움직여야 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왕진핑은 선택은 옳았다.
듈라는 그렇게 판단했다.
“여긴가.”
백작성 앞까지 이동했다. 백작성은 굉장히 낡았다.
작성 위로는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었다. 은색 철제 울타리가 세워져 있었는데 녹이 잔뜩 슬어 있었다. 벽면 여기저기에 금이 가 있었다. 첨탑 높은 곳에는 수많은 박쥐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정원을 지났다. 메마른 땅을 지나 백작성의 현관문 앞에 섰다.
[뱀파이어 백작성이 뱀파이어 백작을 환영합니다.] [뱀파이어 백작성이 뱀파이어 백작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빈사 상태의 뱀파이어 백작을 확인합니다.] [뱀파이어 백작을 위한 ‘회복의 관’이 생성됩니다.]끼이익-
문이 열렸다.
문 안쪽.
낡은 관이 보였다. 왕진핑에게 새로운 알림이 이어졌다.
[뱀파이어 백작성의 ‘백향나무 관’이 주인을 기다립니다.] [‘백향나무 관’에 누우십시오.]몬스터들의 피를 빨아들이지 못한 대신, 관에서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뱀파이어 백작’은 손님들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 [‘성문’을 걸어 잠그시겠습니까?]왕진핑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성문을 걸어 잠그면 제깟 놈들이 어쩌겠는가.
이곳은 1층이다. 느껴보니 2층과 3층. 그리고 그 위층에는 강력한 마물들이 존재한다.
백향나무 관 안에서 어느 정도 성장한 뒤, 밖으로 나와 흡혈을 하여 더더욱 강해지면 된다. 머릿속으로 완벽한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백향나무 관 안에 몸을 뉘였다. 마치 흡혈을 했을 때와 같은 청량감이 느껴졌다.
실시간으로 레벨업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계속해서 강해졌다. 저절로 말이다.
“네놈들을 죽여주마.”
왕진핑은 잠시 눈을 감았다. 한편, 김다롱이 김혁진의 옷을 잡아끌었다. 자꾸 어디로 가자는 듯했다.
“괜찮아, 김다롱.”
김다롱은 답답한 듯했다. 계속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발을 굴렸다.
“그놈이 다른 필드로 들어간 거지?”
김다롱의 머리 위에 [!] 표시가 생성되었다.
사실 이건 체스 같은 거다. 이쪽에서 몬스터의 씨를 말려 버렸으니, 그러면 저쪽에서는 당연히 필드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그게 당연하다.
“김다롱. 놈이 수싸움에서 나한테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김다롱이 그제서야 김혁진의 바짓가랑이를 놓았다. 김다롱의 입가가 헤벌쭉 벌어졌다.
“보나마나 백작성이겠지.”
왜냐하면 듈라가 ‘백작성을 무사히 나가기 위해서는’ 이라는 말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곳에서 승리하려면 ‘백작성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라는 전제가 붙는다. 결국 최종적으로 만나는 곳은 ‘백작성’이라는 얘기다.
“백작성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백작성에서 또 무슨 특별한 보정을 받을 것이다. 피를 흡수하지 못했으니, 그에 준하는 어떤 보정을 받겠지. 뻔했다.
“근데 말이야.”
주변을 정리한 거신길드원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돌아온 사람은 곽태운이었다. 마침 곽태운이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 김혁진이 먼저 묻지 않아도 알아서 물어주었다.
“형. 그런데 왜 굳이 그 놈을 사냥하지 않고, 마물들만 죽이라고 했어요? 그 놈을 죽이는 게 더 빨랐을 거 같은데.”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이 순간. 수호자들도 집중하고 있을 거다. 왜 굳이 이런 판을 깔았는지 궁금할 테니까.
곽태운이 또 물었다.
“일부러 살려두신 거죠?”
거신길드의 편에 선 수호자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