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6)
#재능만렙 플레이어 46화
강상구가 눈을 크게 떴다.
‘헐? 저거 실화임?’
인벤토리에서 튀어나온 것은 이 시스템의 아이템이 아니었다.
‘소화기?’
분명, 김혁진의 손에 들린 것은 소화기였다. 스프레이 형식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화기. 예전에 인터넷 광고로 얼핏 본 적 있다. 일반 소화기보다 불을 훨씬 잘 끈다나 뭐라나.
“엥?”
그런데 강상구를 더욱 놀랍게 한 건, 김혁진뿐만 아니라 김선화도 인벤토리에서 소화기를 꺼냈다는 거다. 그것도 무려 두 개!
그래서 놀랐다.
“아니! 왜 나만 없어!”
지금 보니까, 저 둘은 미리 짜고 온 것 같다. 작전을 함께 세워왔다는 뜻이다.
치이이이이익-!
소리와 함께 화염마의 몸에서 불타오르던 불은 꺼지고 있는 중.
이히이이이잉!
비명소리인지 울음소리인지 구별되지 않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화염마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날뛰었다.
“왜 나만 왕따시켜!”
나도 가서 오줌이라도 싸야 되나. 강상구는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거리를 약간 벌렸다. 왕따시킨다면 투덜대기는 했지만, 어쨌든 지금 레이드의 주체는 김혁진과 김선화다. 양손에 하나씩. 도합 4개의 소화기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저 말이 걷는 곳엔 언제나 불길이 피어올랐는데…….’
그게 굉장히 거슬리는 트랩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그게 없어지고 있다. 불꽃이 거의 사그라들었다.
‘저럴 거면 진작 소화기 쓰지.’
아니지.
‘처음에 그냥 썼으면 통하지도 않았을 거야.’
정확하게는 몰라도 지금 저 김혁진이라는 녀석은 적당한 타이밍과 기회를 노려 소화기를 사용한 것 같다. 소화기라는 아이템(?)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타이밍에.
‘불은 거의 꺼진 거 같고.’
저 발광하는 말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김혁진의 모습이 일견 신기해보이기도 했다. 어디서 기마술 같은 걸 배운 건가? 순전히 다리 힘만으로 버티는 건 아닐 텐데.
살금살금 접근했다.
[스킬. ‘치명적인 불꽃’을 사용합니다.]가까이 접근한 강상구가 주먹에 불꽃을 두른 뒤, 화염마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퍽!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김혁진이 화염마의 뒷 목덜미에 꽂아 넣었던 검을 다시 뽑아냈다.
후웅!
횡으로 크게 베었다.
화염마의 목이 잘려나갔다. 머리가 툭! 땅에 떨어졌다.
[화염마를 사냥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22COIN을 획득하였습니다.]김혁진이 쓰러지는 말의 등 위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강상구를 보며 씨익 웃었다.
“좋은 타이밍에 잘 빠지고 다시 들어왔네요.”
강상구의 주먹이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왔다. 덕분에 좀 더 수월하게 목을 벨 수 있었다.
“아니. 뭐. 나는 지금 기분이 매우매우 나쁘니까 말 시키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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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기쁨/신남/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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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나만 왕따시켜? 나도 소화기 잘 뿌리는데. 취익. 취익. 내 어릴 때 꿈이 소방관이었는데.”
김혁진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말은 저렇게 해도, 그동안 애를 먹였던 화염마를 잡아서 기쁜 모양이다.
선화가 말했다.
“오빠. 아이템 드랍됐어요!”
“아이템?”
김혁진이 아이템을 살펴봤다. 이름이 ‘불꽃의 정수‘란다.
‘엥?’
난데없이 이곳에 ‘화염마’가 있는 것도 이상한데, 저 화염마로부터 ‘불꽃의 정수’가 나왔다.
‘화염마한테서 무슨 불꽃의 정수가 나와?’
불꽃의 정수는 초보구간에서 나올만한 아이템은 아니다. 불꽃의 정수가 드랍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은 필리핀이다.
필리핀 ‘보라카이’ 섬에 있는 ‘화이트 비치 던전’.
‘거길 클리어하려면 최소 레벨 50 이상의 플레이어 10명 이상이 필요한데.’
적어도 초보자등급 구간에서는 나올만한 아이템이 아니라는 뜻이다.
‘저게 왜? 여기서 나왔지?’
김혁진은 땅에 떨어져서 노란 빛을 내고 있는 아이템. ‘불꽃의 정수’를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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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정수]화(火) 속성의 마력을 각성시켜 주는 각성제입니다. 친화(親火) 속성의 플레이어가 섭취 시 화(火) 속성의 모든 능력이 증폭됩니다.
레벨 제한 : 20
섭취 조건 : 특별한 수호자와의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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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을 살펴본 김혁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숏 테이블 던전은 석양의 거인이 강상구를 각성시키기 위해 준비한 던전이네.’
원래 ‘불꽃의 정수’는 레벨제한이 40이다. 정수의 등급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보통 40 내외.
‘레벨 제한이 20인데다가 원래 없던 섭취 조건까지 생겼어.’
섭취조건은 따로 없다. 원래 ‘친화(親火)’ 속성의 플레이어가 아닌 플레이어가 섭취하면, 다른 능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있다. 다시 말해, 체질에 맞는 사람만 ‘불꽃의 정수’를 섭취해야 한다는 뜻이고 김혁진처럼 특정 속성에 친화적이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다지 좋은 아이템은 아니라는 소리다.
김혁진은 아까 들었던 알림을 떠올렸다.
[‘석양의 거인’이 고유 권능을 행사합니다.] [감각안으로 ‘강상구’를 살필 수 없습니다.]석양의 거인이 대놓고 돕고 있는 이곳. 강상구를 위해 준비하고 안배한 곳.
‘이곳에서 내가 이걸 먹어버리면…….’
석양의 거인을 완벽하게 적으로 돌려 버린다. 그건 그다지 바람직한 전개는 아니다.
강상구가 물었다.
“근데 방금 먹은 아이템 뭐예요?”
“불꽃의 정수. 불 속성에 맞는 체질을 가진 플레이어가 먹으면 그 능력을 증폭시켜 주는 각성제요.”
“어? 내가 딱 불꽃 속성에 어울리는 플레이어인데.”
흐흐흐하고 웃는 폼이, ‘저건 딱 내 거다!’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김혁진이 말했다.
“이거 나중에 팔아도 엄청 비싸게 받을 거 같은데. 판 다음에 1/N하는 건 어때요?”
“…….”
강상구의 몸이 움찔했다.
“마, 마, 맞네? 팔아도 되네.”
그게 공정하긴 하다. 어차피 아이템은 하나. 나눠가질 수는 없지 않은가. 김혁진은 강상구를 계속해서 살폈다. 수호자로부터, 특히 석양의 거인으로부터 별다른 알림은 듣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중에 강상구는 이곳을 혼자서 클리어하고 나와.’
과거에는, 아주 높은 확률로 여기서 불꽃의 정수를 흡수했을 거다.
‘제2관문에 화염마가 있었다는 건, 이후 관문에는 더 강한 놈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거고.’
그렇다면 ‘석양의 거인’의 직접적인 비호를 받는 강상구의 역할이 두드러져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근데 제 생각에는 상구 님이 지금 이걸 먹는 게 나을 것 같기는 하네요.”
강상구는 싱글벙글 웃으며 아이템을 받아들었다. ‘아싸. 이건 내 거!’라고 외치며 받아들었지만, 막상 그걸 섭취하지는 못했다.
겉으로는 싱글벙글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부담을 엄청나게 느끼는 모양이었다.
“아니. 근데. 진짜로 이거 먹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당장이라도 삼켜 버릴 것 같더니. 막상 상황이 닥치자 주춤거렸다.
“상구 님이 제일 친화(親火) 속성의 플레이어 같으니까요.”
“진짜 먹습니다?”
“네.”
강상구는 몇 번을 주저했다. 그래도 같이 고생했는데, 보상을 같이 나누는 게 맞지 않는가.
“근데 이걸 왜 저한테 줘요? 혁진 님이 먹어도 되잖아요, 사실 레이드에 제일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혁진 님이고.”
김혁진은 순간 고민했다. 지금 이 순간. 석양의 거인도 보고 있을 텐데.
“아이템 설명. 한 번 읽어봐요.”
“이름 불꽃의 정수. 화(火) 속성의 마력을…….”
이어지는 아이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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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취 조건 : ‘석양의 거인’의 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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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거인의 비호네요.”
김혁진은 어이가 없어 웃을 뻔했다.
‘내가 가지고 있을 때랑은 설명이 다르잖아?’
김혁진이 가지고 있을 때에는 분명히 ‘특별한 수호자와의 계약’이었는데 소유권이 강상구에게 넘어가자 ‘석양의 거인의 비호’라고 정확하게 명시해줬다.
‘확실해졌네.’
지금 이곳은 강상구의, 강상구를 위한, 강상구에 의한 던전이다. ‘석양의 거인’이 그렇게 힘을 행사했다. 아마 어마어마한 COIN이 투자되었을 거다. 아주아주 가끔 있다. 아바타 혹은 화신(化身)이라 불리는 우리 플레이어들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붓는, 플레이어에 미친 수호자들.
‘만약 내가 먹었으면 발작했겠어.’
실질적인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으니까 꽤 큰 부작용에 시달렸을 거다.
“저는 석양의 거인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요? 저한테는 매일 들리던데.”
“그렇다면 수호자께서 당신을 선택했다는 뜻이겠죠. 그 뜻을 거스르지 말고, 일단 섭취하세요.”
강상구가 머리를 긁적였다. 못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너무 그렇게 마음 쓰지 마요. 정 그러면 이렇게 하죠. 다음부터 나오는 보상은 저희가 먼저 소유권을 가질게요. 물론 무조건 먹겠다는 소리는 아니고, 적당한 협의는 필요하겠지만요. 그럼 됐죠?”
그제야 강상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저도 마음이 좀 편하겠네요. 그럼 나 진짜 이거 먹습니다?”
김혁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혁진의 마음도 흡족해졌다. 이곳은 강상구를 각성시키기 위해, ‘석양의 거인’이 막대한 코인을 투자해 만들어낸 양성소. 얼마나 좋은 것들이 더 숨어있을지 모른다.
김혁진이 방금 한 말은, 사실 강상구가 아니라 석양의 거인에게 한 말이다. 이렇게 미리 말해놨으니 명분도 얻었다.
‘분명 본인 입으로 소유권을 양도한다고 했으니.’
석양의 거인도 이제는 할 말이 없어지는 거다. 약 5분의 시간을 투자해서 확실한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속삭이는 악마’가 당신의 플레이에 즐거워합니다.]* * *
강상구는 ‘불꽃의 정수’를 섭취했다. 순간, 그의 몸에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렇게 큰 변화는 없었다. 김혁진 일행이 걸음을 옮겼다. 초원 한쪽에서 ‘포탈’을 발견했다. 둥그런 원형 형태의 마법진. 다른 곳으로 이동해 주는 게이트 같은 거다.
포탈을 통해 다음 관문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숏 테이블 던전’ 내 ‘제3관문’에 입장합니다.] [‘불의 계곡’에 입장하였습니다.]저만치 앞. 계곡이 보였다. 이름 그대로였다. 물 대신, 불이 흐르는 계곡. 어찌보면 용암이 흐르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김혁진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덥네.’
단순히 더운 정도가 아니었다. 뜨거웠다. 불이 흐르는 계곡은 엄청난 ‘화기(火氣)’를 뿜어냈다.
계곡의 너비는 약 7미터. 저길 건너가야 하는데, 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저 불을 통과해야 한다는 소리다.
김선화가 말했다.
“오빠. 포탈이 없어지고 있어요.”
[제3관문. ‘불의 계곡’의 클리어 조건을 만족하십시오.] [클리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탈출할 수 없습니다.]김혁진이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클리어?’
시스템 퀘스트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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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계곡을 건너라]불의 계곡 저편.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쿤탄’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불의 계곡을 건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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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건널 수 있을 거 같기는 한데.”
그럴 거다. 훗날 염제로 불릴, 친화적인 속성의 플레이어가 아까 ‘불꽃의 정수’까지 섭취했고, 이 던전을 설계했을 것이 분명한 ‘석양의 거인’이 비호하는 플레이어니까.
“느낌이 와요. 나는 저기 무조건 건널 수 있어요.”
그렇겠지. 김혁진은 강상구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 ‘불의 계곡’은 강상구가 저 엄청난 ‘화기(火氣)’를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라고 판단했으니까.
강상구가 물었다.
“건널 수 있겠어요?”
“글쎄요.”
쉽지 않다. 너비 7미터. 깊이는 대략 70cm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냥 들어가면 무조건 죽는다.
‘석양의 거인은…… 강상구를 제외한 생존자를 만들고 싶지 않은 거야.’
이곳은 오로지 강상구를 위한 곳이다. 김혁진은 그렇게 판단했다.
‘이 정도 난이도면, 초보 등급 난이도에서는 올릴 수 있을 만큼 최대치로 올린 것 같은데.’
더 이상은 아무리 많은 코인을 투자하더라도 난이도를 높일 수 없을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여기가 이 던전의 최고 난이도 구간.’
이 최고 난이도 구간을 어떻게 통과하느냐. 그 것이 현재 당면한 과제. 그리고 김혁진은, 그 과제를 풀어나갈 해법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때. 강상구가 예상치 못했던 말을 내뱉었다.
“아 근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