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63)
#재능만렙 플레이어 463화
“재미있게, 놀아보자.”
린하이가 싸구려 창을 내질렀다.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레벨 40대 플레이어들이 보여줄 법한 움직임. 김혁진이 그 움직임을 읽었다.
‘빠르지 않네.’
기교도 없었다. 정직한 찌르기였다.
‘찌르기.’
김혁진이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두 걸음만으로 린하이의 창을 피해내며 거리를 벌렸다.
“이게 내가 주로 사용하는 찌르기다.”
“…….”
린하이는 이 불공정한 조건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듯했다. 린하이는 귀신처럼 거리를 좁히며 창을 휘둘렀다. 사선 위에서 사선 아래로.
후웅!
파공성이 들렸다. 찌르기보다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이게 내 30퍼센트.”
“…….”
김혁진은 몸을 살짝 뒤틀어 창을 피해냈다. 속도는 여전히 빠르지 않았다. 저 정도가 30퍼센트. 그렇다면 실제 속도는 지금 속도의 세 배 정도는 된다는 소리.
‘엄청나게 빠르네.’
김혁진이 물었다.
“어때, 지금 신체 능력은?”
“좋아.”
린하이가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살짝 매만졌다.
“너 레벨이 도대체 몇이냐?”
“70대 초반.”
린하이는 인상을 찡그렸다.
“진짜로?”
“내가 여기서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나?”
“없지.”
린하이가 다시 한번 창을 내질렀다. 아까보다 훨씬 빨랐다.
김혁진이 나찰뇌창으로 린하이의 창을 살짝 쳐냈다.
“이 정도 힘이 70대 초반이라고? 혹시 레벨 70을 기점으로 신체 스탯에 엄청난 변화가 있는 거냐?”
김혁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건 없다.
“그럼 이 능력치가 그냥 네 본연의 능력치라고?”
린하이는 믿을 수 없었다.
‘미친 자식.’
김혁진이 대단한 놈이라는 사실은 등평을 통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김혁진은 본인의 레벨이 70대 초반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 솔직히 린하이는 그가 최소 레벨 80 이상은 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이거.”
오른발로 진각을 밟았다. 순식간에 린하이의 창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세 갈래로 갈라졌다.
“삼철창(三鐵槍)이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스킬.”
세 개의 점을 찌르는 스킬. 각각 찌르는 리치가 조금씩 달랐다. 거리를 속이는 기술이었다.
챙! 챙!
공방이 이어졌다.
린하이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이 정도.”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니. 이런 상황이 좀 싫긴 하네.”
린하이는 실제로 김혁진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죽이고 싶지도 않았다. 창술을 모르는 상대로 창술로 싸우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김혁진, 혹시 퀘스트를 포기할 생각은 없어?”
“너한테는 어떤 퀘스트인지 모르겠다만.”
김혁진은 그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이 퀘스트는 차원급 퀘스트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퀘스트.
“나는 포기 못 해.”
“우리 둘 중 하나는 죽는 거 알지?”
김혁진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린하이가 창을 고쳐 쥐었다. 눈빛이 바뀌었다.
“이제부턴, 널 죽이기 위해 움직인다.”
* * *
김혁진은 린하이의 움직임을 읽었다. 여태까지의 공방을 통해 린하이에 대해 조금 파악한 상태다.
‘내 모든 능력치를 가져간 건 아닌 것 같고.’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내 스탯을 가져간 것 같네.’
스탯을 복사해서 적용시킨 것 같았다. 다시 말해, 현재 하드웨어는 똑같다는 얘기였다.
몸뚱이는 똑같다. 단, 그 몸을 사용하는 주체가 다르다. 하드웨어는 같지만 소프트웨어는 달랐다.
‘슬슬…….’
경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까다로운 스킬은 삼철창.
저 스킬은 리치를 속이는 기술이다. 세 개의 점 중, 가장 먼 점이 어딘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삼철창을 사용하기 전. 왼쪽 눈썹을 찡그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많은 것을 읽어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습관, 사소한 발의 움직임. 모든 것들이 보였다.
린하이는 뛰어난 플레이어였지만 ‘관찰자의 눈’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리고 린하이는 창과 창이 부딪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어.’
티는 내지 않지만 분명히 그렇다. 어쩔 수밖에 없는 선택일 것이다. 나찰뇌창과 싸구려 철창이 정면으로 부딪치면 무엇이 부러지겠는가. 당연한 얘기다. 내구력 자체가 다르다. 창과 창이 제대로 부딪치면, 싸구려 철창은 부서지고 말 것이다.
‘그걸로 틈을 만들어내면 쉽겠네.’
린하이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거다. 알면서 저 길을 선택했겠지. 보면 볼수록 괜찮은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린하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혼란스러웠다.
‘지금쯤이면 지쳤어야 정상인데?’
그런데 김혁진은 전혀 지쳐 보이지 않는다. 현재 공격을 퍼붓고 있는 쪽은 린하이다. 왼쪽, 오른쪽, 위, 아래. 모든 방향의 공격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다.
린하이가 잠시 거리를 벌렸다.
“너, 창을 처음 잡아본다고 하지 않았어?”
“처음이다.”
“근데 왜 안 지치지?”
린하이는 정말로 궁금했다. 어떤 무술이든 비슷하다. 상대가 뭘할지 모르면, 상대의 움직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체력이 급속도로 빠진다. 상대가 무엇을 할지 모르니까. 온몸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큰 힘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네 창술에 큰 허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큰 허점?”
“큰 기술을 사용하기 직전, 왼쪽 눈썹이 떨린다.”
김혁진이 나찰뇌창을 휘둘렀다. 린하이는 나찰뇌창을 피해내며 카운터성 찌르기를 펼쳤다.
“지금도 마찬가지. 찌르기 직전, 어깨 각도가 미묘하게 틀어진다. 찌르기에 회전력을 주기 위함인 것 같기는 한데, 너무 티가 나.”
“…….”
린하이는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보인다고?’
김혁진의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왼쪽 눈썹은 모르고 있었지만, 어깨를 트는 것은 의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겉옷을 입고 있는 상태다. 안쪽에 비늘갑옷을 받쳐입고, 위에는 방어력이 뛰어난 후드티 형태의 아이템을 입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다 보인단 말인가.
“정확히는 삼각근의 모양이 미묘하게 바뀌어. 팔에 힘이 들어가면서 이두근과 전완근 사이의 핏줄에 혈액이 쏠리고.”
“……그게 보인다고?”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보인다.”
“괴물이군.”
린하이가 또다시 접근했다. 둘 사이에 공방이 펼쳐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김혁진이 열세였다.
그러나 은신 상태로 공방을 지켜보는 ‘조커’는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김혁진의 우세다.’
처음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김혁진에게는 여유가 생겼다. 반대로 린하이는 급해졌다.
‘스텝이 조금씩 흐트러지고 있어.’
아주 미묘한 차이다. 그러나 고수들 간의 전투에서는 그 미묘함이 승패를 가른다.
‘지금, 틈이 보여.’
김혁진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린하이의 왼쪽 발에 체중이 조금 실렸다. 완벽한 밸런스가 아닌 상태.
김혁진이 나찰뇌창을 휘둘렀다.
퍽!
나찰뇌창이 린하이의 어깨를 쳤다.
순간, 김혁진은 창대를 붙잡고 몸을 회전시켜 린하이에게 접근했다. 팔꿈치를 휘둘렀다.
빠각!
팔꿈치가 린하이의 눈을 강타했다.
조커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김혁진의 실력이 늘어나고 있어.’
그 시간이 시간 단위도 아니고 분 단위도 아니다.
‘그것도 무려 초 단위로.’
1초가 지날 때마다.
김혁진이 창을 들고 서 있는 그 시간 동안,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저런 인간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조커가 ‘없는’에게 물었다.
-네가 거신 길드에 가입하라고 했던 게 이 이유야?
-이 이유?
-저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 창을 쥐고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창술사가 되어버리잖아. 저걸 보면서 배우라는 뜻이냐?
‘없는’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 이유는 아니었다.
사실 ‘없는’의 욕심이었다. 이미 꺼져 버린 열정을 다시 불태워 준 플레이어를 옆에서 지켜보고자 했던 욕심.
그래서 조커에게 길드 가입을 권유했었다.
-그렇다.
-없는, 나는 네가 오랜 세월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아. 그 오랜 시간 중, 저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플레이어가 있나?
‘없는’은 생각해 봤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내 가슴속 열정이 사그라들지는 않았겠지.
그사이.
승패가 났다.
김혁진이 나찰뇌창으로 쓰러진 린하이의 목젖을 겨누었다. 린하이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미쳤네.”
“…….”
“진짜 창 처음 잡아본 거지?”
“그래.”
린하이는 거의 넝마가 되어버린 싸구려 철창을 저 멀리 집어던졌다.
“나는 내가 창술에 있어서만큼은 천재라고 생각했었어.”
“…….”
“근데 아니었네.”
린하이는 진심으로 자괴감을 느꼈다. 김혁진이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걸 느꼈다. 체감했다. 진짜 천재가 어떤 것인지. 하늘이 내린 재능이 무엇인지 통감할 수 있었다.
“죽여. 너한테 중요한 퀘스트라며.”
김혁진은 소매로 볼을 닦았다. 김혁진의 볼에도 자잘한 상처가 나 있었다. 볼뿐만 아니라 몸 여기저기에 깊지 않은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싸구려 철창이 아니었다면, 꽤 깊은 상처를 입을 뻔했어.”
“그건 핑계가 안 돼. 네가 나보다 훨씬 큰 페널티를 졌잖아.”
김혁진은 린하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뭐 해, 안 죽이고?”
“지금 널 죽였다가는 저기, 우리 길드원한테 평생 원망을 받을 것 같아서.”
린하이는 고개를 돌려 한쪽을 바라보았다. 등평이 보였다.
등평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등평의 오른손에는 강력한 뇌기가 서려 있었다.
린하이가 크게 말했다.
“야, 등평. 뭐 하냐?”
“…….”
등평은 김혁진을 조준하고 있었다.
“그까짓 번개로 이 녀석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도…….”
등평은 어려웠다. 친구를 살리고 싶다. 그러나 거신 길드장을 죽일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김혁진이 가볍게 웃었다. 등평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등평은 등평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최선을 다한 길드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길드장 김혁진이 가진 원칙이었다.
“린하이.”
“왜?”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특별한 눈이 있다. 아주 특별한 눈이지.”
“그래 보이더라.”
“등평과 힘을 합쳤을 때, 네 힘은 극대화될 거야.”
그것은 린하이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도 알아. 그런데?”
“등평과 힘을 합쳐.”
“뭔 헛소리야?”
“죽기 전, 원 없이 싸울 기회를 주겠다는 소리야. 네 최선을 다해서. 너도 그것을 원하고 있잖아.”
린하이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섰다.
“왜 이런 미련한 짓을 하는 거지?”
“어차피 죽을 놈에게, 설명해야 하나?”
“죽는 게, 네가 될 수도 있어.”
“그렇다면 그게 내 운명이겠지.”
강상구는 김혁진을 이해할 수 없었다. 황당했다. 저게 뭐 하는 짓이란 말인가. 신연서에게 속삭였다.
“연서야, 쟤 왜 저렇게 폼 잡아? 미친 거 아니야?”
“대장한테 생각이 있겠지.”
“아니, 방금 분명 이겼잖아.”
강상구는 답답해서 가슴을 탕탕 쳤다. 저 좋은 기회를 왜 날린단 말인가.
등평이 린하이 옆에 섰다. 등평의 얼굴은 어두웠다. 큰 죄를 짓는 사람 같았다.
“길드장님.”
“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린하이를 얻기 위한, 큰 그림이니까요. 김혁진은 그 말을 삼키고서 나찰뇌창을 들어 올렸다.
김혁진이 황당한 말을 내뱉었다.
“이제는 나도 진짜로 해야겠네.”
“…….”
순간, 좌중에 침묵이 감돌았다.
“아까까지는 30퍼센트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