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7)
#재능만렙 플레이어 47화
24. 석양의 거인
강상구가 말했다.
“아니 슈밤. 남자가 가오가 있지. 나는 절대로 혼자서는 안 갑니다.”
“…….”
뭐야, 얘. 혼자 가라고 하려고 그랬는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가. 얘도 뭐 감각안 같은 거 있나.
“강상구 씨. 내 말 잘 들으세요.”
이곳은 ‘석양의 거인’이 당신을 위해 만든 곳입니다. 너한테 올인하고 있는 저 수호자는 당신 말고 다른 사람은 싫어한다고.
‘지금 저 계곡을 건너라는 건, 우리보고 죽으라는 얘기고.’
일단 강상구와 떨어져서 전략을 짜는 게 좋다. 강상구와 함께하면, 강상구만을 지켜보고 있는 석양의 거인이 어떻게든 우리를 죽이려들 거다. 이곳의 보상을 온전히 강상구가 먹도록 하기 위해서.
“강상구 씨는 아마 굉장한 친화(親火) 속성을 가지고 있을 거고, 불꽃의 정수까지 먹었습니다.”
불꽃의 정수는 원래 섭취 제한 레벨이 40짜리라고.
“그리고 불에 대한 내성을 높여주는 특수한 스킬까지 있을 확률이 높죠.”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불로도 염제(炎帝)를 해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당신은 당신이 말한 대로, 저곳을 충분히 건널 수 있을 겁니다.”
“맞아요. 난 천재니까. 건널 수 있죠.”
강상구가 내 말을 끊었다.
“근데 그래도 어떻게 내가 오자 그랬는데, 둘을 내버려 두고 나 혼자 갑니까? 가오가 있지. 난 그렇게는 안 해요.”
강상구의 앙다문 입술이 엄청난 의지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진심이네.’
진심으로 안 건너겠다는 것 같다.
‘그게 날 도와주는 게 아닌데.’
너는 너대로 먼저 가서, 따로 이곳을 클리어해야 해, 인마. 어차피 출입 가능 설정도 막혔겠다, 석양의 거인이 어떻게든 네가 이곳을 클리어하도록 만들어줄 거야.
“강상구 씨.”
내가 강상구를 쳐다봤다. 강상구의 마음 자체는 고맙다. 나였다면, 어쩌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튜토리얼 필드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 편의점의 문을 열지 않았었다. 나는 내가 우선이다. 내가 나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강상구가 조금 특이할 뿐.
“어차피 나랑 선화는 저길 못 건너요. 건너다 타죽습니다.”
“그러니까 방법을 찾아봐야죠.”
방법은 이미 있어. 다만, ‘석양의 거인’의 눈에 안 띄고 싶을 뿐.
“아뇨. 그 것보다는 당신 혼자서 건너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아니. 그니까 절대로 그건 싫다니까요?”
“우릴 버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여기서 대기할 테니, 무슨 일이 벌어지기 전에 이곳을 빠르게 클리어해달라고 소리에요. 최대한 빠르게.”
“…….”
강상구가 눈을 크게 떴다.
“……예?”
“불꽃의 정수까지 먹은 지금, 그리고 특별한 수호자의 비호를 받는 현재 상태라면, 당신은 이곳을 클리어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강상구는 바보가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8명의 영웅 중 한 명. 처음에는 내 제안을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어느덧 말귀를 알아들었다.
“에이씨, 모르겠다.”
강상구가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그러면 내가 조오오온나 빨리 클리어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감각안을 통해 느껴지는 강상구의 정보가 조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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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미안함/결심/투지
요약 : 감동에 젖은 투사(鬪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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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가 불의 계곡 쪽으로 걸었다.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감동한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려준 거 고맙고. 아이템 욕심내지 않고 나한테 먼저 넘겨준 것도 고맙고. 플레이란 이런 거다. 이렇게 하는 거다. 그런 걸 가르쳐 줘서 고맙고.”
아. 저래서 감동이라는 건가.
“내가 반드시 이 조옷같은 곳을 클리어해서 구해줄 테니까. 여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요.”
어……. 여기 그렇게 ‘조옷같은 곳’은 아닌데. 여기 너를 위한 곳이야. 감동에 젖은 투사씨. 강상구가 먼저 불의 계곡을 건넜다.
‘휴.’
다행이다. 석양의 거인은 이제 저쪽에만 집중하겠지. 그럼 이제 다음 단계를 밟을 차례다.
* * *
선화와 약간의 대화를 나누었다. 별 내용은 없었다. 그냥, 괜찮을까요? 괜찮기를 빌어야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여기서 기다리는 것뿐. 뭐 이런 대화다.
어차피 이건 그냥 시선 끌기 용이다. 혹시라도 세니아의 채널에 들어와 있을지도 모를, ‘석양의 거인’을 속이기 위한.
선화와 대화하면서 나는 ‘아이템 상점’을 열어 ‘귓말의 돌’을 하나 구입했다. 이것은 중간 관리자인 BJ와 둘만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아이템이다.
[‘중간관리자 세니아‘에게 귓말을 요청합니다.] [‘중간관리자 세니아’가 귓말 신청을 수용합니다.]-세니아. 다른 플레이어들을 중계하는 게 어때? 아니면 아예 방송을 접든지.
-제 중계는 제가 알아서 합니다.
아니야. 너 바보야. 너 개초보잖아. 오빠 말 들어라.
-나는 여기서 가만히 앉아만 있을 거야. 수호자들도 지루해할걸?
세니아 구워삶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선화와 육성으로 대화하면서 귓말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약간 어렵긴 했지만, 이것도 해보니까 할 만했다.
-세니아. 잘 생각해 봐. 튜토리얼 필드에서부터 여태까지. 계속해서 나를 집중해서 중계했잖아. 그리고 그 과정이 어땠어? 그다지 막힘없이, 쭉쭉 여기까지 왔잖아.
세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계속 말해보라는 듯, 나를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다시 말해, 계속 같은 연출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야. 위기도, 뭣도 없이. 그냥 똑같은 방식으로. 늘 신선한 자극을 추구하는 수호자들에게 어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
이미 반쯤 넘어온 것 같다. 10년 전의 초보 BJ 구워삶기는 참 쉬운 것 같다.
-저 불의 계곡은 내게 있어서 큰 시련이나 다름없어. 지금 수호자들도 내가 어떻게 할지 궁금해하고 있어. 맞지?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을 주의깊게 관찰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해당 난관을 어떻게 넘어설지 기대합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불의 계곡에 도전할 것을 추천합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지루해합니다.]이름을 밝힌 무려 네 명의 수호자가 주시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호자들은 아예 아우성을 치고 있을 거다.
-생방은 여기서 끊고. 마치 여기서 죽거나 포기할 것처럼 하다가, 녹화된 영상을 보여주면 되잖아. 극적으로.
실제로, 이 기법은 미래의 BJ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늘 같은 소재, 같은 패턴으로만 연출하는 것보다 효과가 더 좋으니까.
-대신, 나는 저 불의 계곡을 넘어갈 거야. 나만의 방법을 써서.
-불의 계곡을 건너는 것이 정말로 가능합니까?
당연히 가능하다. 결국 세니아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거봐. 어차피 받아들일 거였잖아.
-그러면 30초 뒤. 중계를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상황은 녹화로 진행 됩니다.
세니아가 궁금한 듯 한 가지를 더 물었다.
-그런데 지금 김선화 플레이어와 계속 시답잖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육성과 귓말을 동시에 사용하는 거. 처음에는 헷갈리고 어려웠는데, 해보니까 할만 했다.
-왜?
-……아무것도 아닙니다.
해보니까 할 만해서 한다. 그러고 보니 미래에도 이렇게 육성과 귓말을 따로 하는 플레이어를 본 적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그냥…… 하니까 되던데?
* * *
[채널 #19207번이 닫혔습니다.]채널이 닫혔다. 이제 나를 볼 수 있는 수호자는 없다.
‘세니아도 엄청 궁금한 눈치고.’
많이 궁금할 거다. 내가 어떻게 저 불의 계곡을 넘어갈지. 그런데 난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불의 계곡이 생명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불의 계곡이 생명체를 집어삼키기 위해 움직입니다.]나는 알 수 있었다.
‘석양의 거인은 우리를 반드시 죽이려는 모양이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둘 놈은 아닌 듯했다. 철두철미한 놈이다. 어떻게든 우리를 죽이기 위해 이렇게까지 설계를 한 걸 보면 말이다.
“세니아. 너무 걱정하지 마. 어차피 건너려고 했으니까.”
“…….”
불의 계곡이 다가온다? 오히려 좋다. 나는 어차피 저기를 건너려고 했다. ‘석양의 거인’의 눈에 띄지 않고 말이다. 나는 저쪽으로 움직인다. 반대로 저게 이쪽으로 온다면, 상대적으로 내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되는 셈이다.
‘차라리 고맙다고 해야 하나.’
내가 말했다.
“선화야. 조금 뜨거울 수도 있어.”
그렇지만 뭐. 몸뚱이가 워낙에 단단한 아이다. 크게 다치지는 않을 거다.
“알았어요. 오빠만 믿을게요.”
선화를 안아들었다. 중1이라지만, 사실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작은 체구를 가진 선화다. 별로 무겁지는 않았다.
‘후.’
실제로 해본 적은 없다.
‘누군가를 안고 이형환위를 사용할 줄이야.’
쉽지는 않을 거다. 저 너비 7미터의 불의 계곡. 석양의 거인이, 우리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 놓은 트랩. 점점 더 뜨거워졌다. 불의 계곡이 실제로 움직여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검후도 이런 식으로 이형환위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했지.’
이형환위는 마법사의 워프와는 다르다. 워프는 ‘연속성’을 가지지 않는다. ‘점’과 ‘점’의 이동이라 할 수 있다.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그냥 이동한다. 하지만 이형환위는 ‘선’으로 이동한다.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인다. 상대가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다시 말해, 저 불의 계곡을 어쨌든 지나야 한다는 소리.’
워프로 이동하면 저 불길에 닿지 않을 수 있지만, 이형환위로 이동하면 저 불길에 닿는다는 얘기가 된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비록 이형환위라는 스킬을 통해 빠르게 건널 생각이지만, 선화를 안고 움직이는 거다. 실수하면, 누군가 한 명은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
시뻘건 불길이 일었다. 염제 강상구도 ‘어! 슈밤! 슈밤바 뜨거워! 아 졸라 뜨거워!’를 외치면서, 포션을 열심히 먹으면서 건넜다.
계곡 바로 앞에 섰다.
‘무지막지하게 뜨겁네.’
세 발자국만 옮기면, 이제 저 불길이 내 피부에 직접 닿을 거다. 선화의 몸에서도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얼굴에서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쯤이면 괴로울 법도 한데,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았다.
‘후.’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단순히 이형환위만으로는 건널 수 없다. 건너기 전에, 저 강렬한 불꽃이 우리를 집어 삼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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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꼬리]육미호(六尾狐) 의 꼬리입니다. 육미호는 이 꼬리에서 나오는 힘을 바탕으로 요술을 부렸다고 전해지며, 타인에 의해 사용된 육미호의 꼬리는 그 힘을 잃고 소멸 됩니다.
1) ‘여우불’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 여우불-화(火) 속성 친화력/저항력이 매우 높은 작은 필드.
2) ‘가짜 여우불’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 가짜 여우불-화(火) 속성 이외의 타 속성 친화력/저항력이 약간 높은 작은 필드.
3) ‘분신 여우불’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 분신 여우불-사용자와 꼭 닮은 분신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소환 유지 시간은 사용자의 M/P에 비례합니다.
* 사용횟수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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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얻었던 ‘여우꼬리’가 내게 있다. 세 가지 옵션 중, 나는 1번 옵션을 사용할 거다. 여우불. 아주 작은 필드를 만들어준다. 그 범위는 아마도 내가 서 있는 땅 주변으로 반경 약 30cm 정도.
‘후.’
심호흡을 한 번 했다. 너비 7미터. 실수하면 안 된다.
‘건넌다.’
다리에 힘을 주었다. 허리를 살짝 숙이고 도약 자세를 취했다. 준비자세 없이도 사용 가능한 이형환위(移形換位)지만, 그래도 자세를 먼저 취하는 것이 조금 더 유리할 터.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렸다.
‘불꽃의 계곡. 치솟는 불길 건너편.’
보이지 않는 저곳. 감각안으로 이미 강상구가 어떻게 건넜는지 살폈다. 어느 지점까지 가야 하는지, 눈으로는 보지 못했지만 감각안으로 봤다.
[여우꼬리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여우불’을 생성합니다.] [‘여우불’의 영향권 내에 있습니다.] [화(火) 속성 저항력과 친화력이 대폭 높아집니다.]여우꼬리를 사용했다.
[스킬. 이형환위(移形換位)를 사용합니다.]검후의 스킬. 이형환위와 여우꼬리를 함께 사용했다. 선화를 안고서 내달렸다. 그 찰나. 생각보다 훨씬 더 뜨거운 불길이 내 몸을 뒤덮는 느낌이 들었다.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건넌다……!’
석양의 거인. 이 편애충 놈아. 나는 여기서 안 죽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