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74)
#재능만렙 플레이어 474화
김선화가 한 사람을 가리켰다.
“오빠가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은 저 사람 아니에요?”
선화의 지목을 받은 린하이는 처음에 자신을 지목한 줄 몰랐다. 옆을 쳐다봤다.
“야. 너 부르는데?”
“나겠냐?”
“너 아냐?”
린하이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
린하이가 김선화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다. 그 눈을 슬쩍 거부했다.
그러나 린하이는 여자. 그중에서도 나이 어린 여자아이에게 약했다. 등평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저번에 베이징에서 나이 어린 여자애가 불쌍한 표정으로 1,000위안을 구걸했었다.
모든 사람이 그 여자애를 무시했다. 그러나 린하이는 그러지 못했다. 린하이는 1,000위안을 줬다. 등평이 물어보니, 린하이는 몇 년 전 여동생을 사고로 잃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 어린 여자애에게 유독 약해졌다나 뭐라나.
“그러니까…… 나?”
김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나야?”
“음.”
김선화는 약간 생각하는가 싶다가 김혁진에게 공을 넘겼다.
“네가 외부요인이기 때문이다, 린하이.”
김혁진은 린하이가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때 직감했다.
이 퀘스트의 클리어를 위해서는 외부요인인 린하이가 필수요소가 될 것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바베룬탑 앞에서 뇌전이 몰아칠 때. 그때가 네가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네 도움은 별로 필요 없었지.”
“음. 그랬던가.”
린하이는 관자놀이를 긁적거렸다. 김혁진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사실상 이번 퀘스트의 비중을 살펴보면 김혁진 혼자서 8할 이상은 차지하는 것 같았다.
“내 차원급 퀘스트와 네 개인 시나리오가 교차하는 지점이 있었어.”
결국 린하이는 나찰뇌창의 선택을 받았다. 린하이는 린하이가 이루고자했던 것을 모두 이루었다.
“우리 길드의 강솜이 씨보다 더 뛰어난 탐험가는 사실 몇 없거든.”
몇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위대한 탐험가인 잭슨이 유일하다.
“그 정도 실력을 가진 잭슨이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너와 함께 이 곳에 들어왔다고밖에는 해석할 수 없어.”
“특별한 의도?”
“잭슨이 아군인지 적군인지는 몰라.”
이사벨이 그랬다. 각자 서로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라고. 그렇다면 김혁진도 그러면 된다. 상대에게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잭슨은 [테헤란로의 기적]이 벌어지기를 바라고 있어. 그리고 외부요인인 너를 끌어들였지.”
“그러니까. 외부요인인 내가 최종 클리어를 결정하는 요소란 말이지?”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린하이가 턱을 매만졌다.
“근데 혹시 뭔가 엄청 위험한 게 있는 거 아냐?”
“…….”
“위험한 게 있으니까, 나한테 떠넘기고 내가 파괴하도록 만드는 거 아니냐, 이 말이지.”
“그렇게 생각한다해도 어쩔 수 없어.”
“왜?”
“넌 나한테 빚을 졌고, 내게 은혜를 갚아야 하니까.”
그런데 그 때, 곽태운이 끼어들었다.
“형. 형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어요. 그런데 반드시 린하이여야만 할까요?”
곽태운은 린하이를 힐끗 쳐다봤다. 린하이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거신길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모두 형 덕분이에요.”
“모두가 잘했지.”
“아뇨. 저희를 대체할 사람은 많지만 형을 대체할 사람은 없어요. 그게 팩트죠.”
곽태운이 계속 말을 이었다.
“결국 크리스탈을 부순 사람이 최종 클리어에 가장 큰 공헌도를 차지하게 될 텐데. 그걸 린하이에게 넘긴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것 같아요.”
“흠.”
곽태운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김혁진은 잠자코 곽태운의 말을 들어 주었다. 신연서도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곽태운에게 공감하는 것 같은 태도였다.
곽태운이 강상구를 쳐다봤다.
“상구형. 형 생각은 어때요?”
“나야 뭐. 안전하게 클리어만하면 장땡이지.”
“상현이형은요?”
“형님의 뜻이 곧 광명의 길 아니겠냐?”
거신길드원들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의견을 내면서 얘기를 나눴다. 이 것은 김혁진이 의도한 그림이었다.
‘린하이. 넌 내가 전부터 찜해놨어.’
린하이를 얻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이제 마지막 양념을 칠 때가 됐다. 아니나 다를까. 린하이는 지금 거신길드원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린하이는 린하이 나름대로 즐거웠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길드의 모습이네.’
거신길드.
저 길드는 특별한 길드다.
길드원 하나하나가 엄청난 전력이다. 그런데 그 전력의 엄청남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의, 압도적인 최강자가 길드장으로 있다.
보통 저 정도로 실력 차이가 많이 나면 길드원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신길드는 아냐.’
린하이가 원하는 길드가 저런 길드였다.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서로의 의견을 자유로이 낼 수 있는 분위기. 길드장도 그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면 충분히 검토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길드장이 최종결정을 내리면, 모두 군말없이 따른다.’
등평은 린하이를 힐끗 쳐다봤다. 등평은 린하이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만큼, 린하이의 상태를 대충은 느낄 수 있었다.
‘허.’
뭐랄까.
‘마치 김혁진 길드장의 함정같다.’
‘거신길드’라는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앞에 두고 흔드는 것 같았다. 린하이는 거신길드의 매력에 흠뻑 취한 것이 틀림 없었다. 린하이가 등평의 어깨를 툭 쳤다.
“야. 너 왜 뿌듯한 표정이냐?”
“엥? 내가?”
“어. 너 지금 엄청 뿌듯했는데. 이 길드가 내 길드다. 이러고 있던데?”
“헛소리하지 마. 그런 적 없어.”
등평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자세를 점검해봤다. 린하이의 말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 저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고 어깨를 쭉 폈다. 어딜봐도 자신감 넘치는 태도였고 뿌듯해하는 모양새였다.
린하이가 말했다.
“아무튼.”
김혁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결정은 슬슬 내려진 것 같네. 내가 저 크리스탈 부술게.”
“…….”
“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위험은 내가 감당하는 것으로 하고.”
“…….”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을 좀 걸고 싶은데.”
“조건?”
김혁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김혁진은 직감했다.
‘됐다.’
린하이가 말했다.
“나를 거신길드의 길드원으로 받아준다면, 제안을 받아들인다.”
김혁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로써 중국은 ‘뇌전창술가’를 거신길드에 빼앗기게 된 셈이다.
추후에 있을지 모를 국가 대항전의 가장 강력한 패가 사라진 것이다. 김혁진은 감정을 숨긴 채 되물었다.
“진심이냐?”
“그래. 등평처럼. 명예 길드원으로서 받아준다면 크리스탈을 부숴보지.”
[‘베니스의 상인’이 매우 즐거워합니다.]김혁진은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신길드에 가입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가졌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러나?”
“네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군.”
린하이의 몸이 굳었다.
* * *
김혁진의 세니아의 도움을 얻어 ‘일시정지 권능’을 펼쳤다.
아주 비싼 권능이지만, 이 정도는 세니아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전 차원에서 가장 잘나가는 중간 관리자였으니까.
김혁진과 린하이를 제외한 다른 플레이어들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린하이는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냐, 넌?”
이 괴물 같은 놈이 어디까지 꿰뚫어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린하이가 씨익 웃었다.
“그래서 마음에 들어.”
린하이가 설명을 시작했다. 나찰뇌창을 얻고 난 이후. 그리고 나찰뇌창의 진정한 주인이 된 이후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의 정점은 거신길드에 가입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이후였다.
[‘나찰뇌창’이 잠재된 나찰사의 염원이 당신의 잠재력을 자극합니다.] [‘섬김의 뇌전창술가’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이러한 내용을 설명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
“특별한 눈이 있거든.”
사실 김혁진도 정확하게는 몰랐다. 그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노란 빛’이 강렬하게 새어 나왔을 뿐이다. 대충 찔러봤는데, 알아서 술술 다 말했다.
어쩌면 린하이는 이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던 것 같기도 했다.
“결국 내가 섬길 대상은 김혁진. 네 녀석인 것 같군.”
린하이가 크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마음에 들어.”
“뭐가?”
“너 같은 플레이어는 처음 보거든. 너라면 내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난.”
김혁진이 말했다.
“한 명을 섬기는 대신, 창술과 관련되어서는 일반 클래스보다 훨씬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다.”
“[섬김]에 대해 알아?”
“강솜이 씨가 섬김의 탐험가야.”
“헐, 나 말고 또 있어?”
린하이는 깜짝 놀랐다가 이내 납득했다.
“하기야. 너희 탐험가가 엄청난 실력이기는 했지. 설마 [섬김] 클래스가 더 있냐?”
있다.
섬김의 해상왕 슈르트.
김혁진은 딱히 대답하지 않은 채 빙그레 웃었다.
“미친. 더 있다는 얘기네. 거신길드가 이런 실력을 갖게 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설마 전부 다 [섬김]클래스는 아니지?”
린하이는 흥분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걔네들은 원래 천재가 아닌데, [섬김]클래스를 얻게 돼서 지금 같은 막강한 힘을 가졌다고 봐도 무방한 거냐?”
“…….”
김혁진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순간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래도 한국의 8영웅들이었는데. 모두가 천재 반열에 충분히 들어가는 재능을 가졌다. 그런데 린하이의 눈에는 그들이 범재처럼 보였나 보다.
린하이의 안목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비교대상인 김혁진이 너무 월등해서 그랬다.
“무조건 섬긴다.”
린하이의 가슴 속에서 순수한 열망이 피어올랐다. 강해지고 싶다. 범재들을 천재로 만들어주는 것이 [섬김]클래스다.
“난 천재니까. 더 세질 거야. 그렇지?”
“…….”
[‘섬김의 뇌전창술가’가 당신을 ‘주군’으로 선택하였습니다.] [‘섬김의 뇌전창술가’가 당신에게 충성을 바칠 것을 약조하였습니다.] [‘감각안’이 ‘섬김의 뇌전창술가’에 대한 정보를 읽어 냅니다.]강솜이 때와 같았다. 신기한 현상이 벌어졌다.
린하이의 생각. 린하이의 배경. 린하이가 느끼는 감정. 그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린하이가 가진 정보들도 자연스레 전해졌다. 김혁진의 높아진 정신력은 린하이의 경험과 정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했다.
‘잠깐.’
김혁진은 순간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린하이의 기억 속에, ‘차지혜’가 있었다.
맵 제작자 차지혜. 8영웅 중 한 명. 8영웅을 성장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결계술사들과 함께 힘을 합쳐 ‘롯데 시그니엘 던전’을 봉쇄하는 영웅으로 성장하는 여자.
그 여자와 린하이가 이미 만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차지혜 역시 잭슨과 깊숙한 관련이 있고.’
과거. 잭슨과 함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게이트’를 설계했던 사람이 맵 제작자 차지혜였다. 원래 활동시기보다 3년 이상 앞당겨서 활동한 차지혜.
‘섬김의 탐험가. 그리고 섬김의 뇌전 창술가. 이 둘을 잭슨이 안배해 줬어.’
잭슨은 정말 아군일까. 잘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다음으로 이어진 의문이었다.
‘뇌전창술가가 혜성처럼 등장해 한국 플레이어들을 학살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과거에도 [섬김]클래스를 획득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는 말은 과거에도 [섬김의 대상]이 존재했다는 건데. 그렇다면 그건 누구였을까? 중국 플레이어였나?’
‘섬김’ 클래스를 획득한 이들. 이들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강솜이가 화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과 슈르트가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린하이와 달리, 강솜이와 슈르트는 ‘섬김 클래스’를 획득하지 못했었을 것 같다.
‘나 말고. 섬김의 대상이 되었던 누군가가. 어딘가에 존재해.’
그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새 일시정지 권능이 풀렸다. 그리고 린하이는 크리스탈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나찰뇌창을 꺼내들었다. 마침 ‘섬김의 뇌전창술가’를 획득하게 되면서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
크리스탈 앞에 섰다.
“섬김의 뇌전창술가. 그 힘을 확인해 보겠어.”
“…….”
린하이의 몸에서 검은색 그림자가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뇌영창(雷影槍).”
검은색 그림자로 이루어진 기다란 창이 생성되었다.
마치 김혁진이 구사하는 ‘검기’가 창에 씌워진 것 같았다. 그림자 위를 푸른 뇌전이 덮었다.
콰직!
콰지지직!
뇌전으로 뒤덮인 그림자가 크리스탈을 관통했다. 린하이는 자신이 낸 파괴력에 스스로 감탄했다.
“미쳤네, 이 클래스.”
김혁진도 느낄 수 있었다. 뇌전창술가 린하이는 최소 두 단계 이상 성장했다. 린하이는 크게 착각했다.
“거신길드가 왜 다 이렇게 말도 안 되게 강한지 알 것 같아.”
이게 다. 김혁진 때문이구나. 김혁진때문에 코리안 스타일이라는 말이 생겨났구나. 린하이는 모든 것을 납득할 수 있었다. 거신길드원 전원이 ‘섬김’ 클래스라고 착각했다.
알림이 들려왔다.
[‘회색 고리의 클리어 크리스탈’이 파괴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