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75)
#재능만렙 플레이어 475화
린하이는 크리스탈에 뚫린 구멍을 쳐다봤다. 구멍 가장자리에는 검은색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마치 종이를 불태우고 남은 그을음 같기도 했다.
“봤냐?”
린하이는 스스로의 위력에 놀랐다. 등평을 쳐다봤다.
“나 존X 멋있었지?”
등평은 싱글벙글 웃고 있는 린하이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린하이는 지금 스스로의 강함과 멋짐에 취했다. 나찰뇌창을 한 바퀴 돌렸다. 이 창은 자신을 위해 존재했던 창 같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써왔던 창 같았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분신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창을 한 바퀴 돌린 린하이는 적도 없는데 자세를 낮추고 스스로 멋져 보이는 자세를 취했다.
“멋짐이란 것이 폭발해 버리셨다.”
“…….”
“근데 크리스탈을 파괴하긴 했는데, 뭐가 왜 더 없냐?”
[‘나찰사의 위대한 존재값’이 확인되었습니다.] [‘7번째 옳은 힘’이 크리스탈을 파괴하였습니다.]플레이어들에게 환상이 전해졌다. 만약 린하이의 나찰뇌창외의 다른 힘이 크리스탈을 부쉈다면, 이 필드는 플레이어들과 함께 공멸했을 것이다.
강상구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속임수네.”
이딴 필드는 아주 싫다. 그는 결심했다.
“난 절대로. 절대로 차원급 퀘스트에 다시는 참여 안 한다. 때려 죽여도 안 해!”
거신길드원 모두가 강상구를 말리지 않았다. 대꾸도 안했다. 어차피 저렇게 말해도, 막상 때가 오면 다 할 거다. 이제 거신길드원들 모두가 그 사실을 잘 알았다.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공헌도를 산정합니다.] [회색 2고리의 크리스탈을 파괴한 이에게 공헌도가 부여됩니다.]린하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엥?”
아까 거신길드 누구였더라. 누가 이런 말을 했는데. 아. 쟤다. 바람의 마법사. 린하이는 곽태운을 힐끗 쳐다봤다. 곽태운의 눈에 은은한 노기가 서려 있었다.
[공헌도가 부여된 이의 특별한 클래스가 확인 됩니다.] [‘섬김’클래스가 확인되었습니다.] [‘섬김의 주체’ 는 ‘섬김의 대상’에게 공헌도를 일정부분 양도할 수 있습니다.]같은 알림이 김혁진에게도 똑같이 전해졌다.
[공헌도 양도의 정도는 0%-99%범위로 설정이 가능합니다.]곽태운이 걱정하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곽태운은 남몰래 손 끝에 마나를 끌어 올렸다. 혹시라도 허튼 짓을 해서 공헌도를 모두 먹어치운다면.
‘그러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한편, 린하이는 알림을 듣자마자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이게 뭔 개떡 같은 소리야?”
고민의 시간은 1초도 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고민이란 걸 하지 않았다.
[공헌도 양도의 수준을 설정합니다.] [99%를 설정하였습니다.]결정까지 1초도 안 걸렸다. 섬김의 뇌전창술가. 그의 움직임은 빨랐다. 눈보다 손가락이 빨랐다. 김혁진이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이었다.
곽태운은 표정을 풀었다.
‘방금…… 빨랐다.’
저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린하이가 곽태운에게 걸어왔다.
“얌마.”
“…….”
“너 그렇게 기분 나쁜 표정으로 쳐다보지 마라.”
표정을 보아하니 딱히 시비 거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린하이는 자신의 멋짐에 취했을 때처럼,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이제 우리 같은 섬김 클래스 아니냐?”
“…….”
“같은 클래스끼리 정보 공유도 좀 해주고, 같이 크면 좋잖아? 나 섬김클래스 처음 들어본다. 공략 좀 공유 부탁한다, 선배.”
린하이는 곽태운의 등을 탁탁 두드렸다. 그리고 김혁진에게 말했다.
“내가 솔직히 1프로 정도는 지분 있잖아? 봤지? 나 개쩔었던 거.”
“…….”
“봤어, 못 봤어? 내 뇌영창.”
“봤다.”
린하이는 뇌영창이 참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린하이는 콧노래를 불렀다. 99퍼센트의 공헌도를 군주에게 양도했다. 그 것에 단 한 톨의 아쉬움도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알림이 계속 이어졌다.
[지구 차원 내 모든 서버 플레이어의 자발적 성장을 80으로 제한합니다.] [‘거인들의 산맥’에 대한 단서가 주어집니다.]김혁진의 인벤토리에 지도 형태의 아이템 하나가 전송되었다.
순간, 감각안이 찌릿하고 아파왔다. 직감했다. 위험한 아이템이다. 원래대로라면 확인하면 안 되는 아이템. 아이템의 마성에 젖어버릴 수도 있었다.
“오빠. 왜 그래요?”
“아냐, 아무것도. 거인들의 산맥에 대해 알아보려 해.”
방금 찌릿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곧 ‘감당 불가능한’ 위험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김혁진이 세니아에게 물었다.
“중간 관리자 세니아. 플레이어로서 질문을 하나 하려고 하는데.”
“말씀하십시오.”
“[거인들의 산맥]에 특별한 힘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아.”
“특별한 힘이 무엇입니까?”
“글쎄. 플레이어를 잡아먹는 힘.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시력을 잃게 만든다거나. 정신을 갉아먹는다거나. 아무튼 어떤 제약을 가하는 힘 같아. 이런 종류의 아이템이 주어져도 되는 거야? 무려 차원급 퀘스트의 보상으로?”
“질문입니까, 항의입니까?”
차원급 퀘스트의 보상은 레벨 제한을 80으로 풀어주는 것에 있었다.
그 외 다른 보상은 딱히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보상이라고 주는 것에 트릭까지 걸려 있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보상이었다. 그러나 김혁진은 항의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질문.”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차원급 퀘스트를 클리어했는데. 근데 이렇게 트릭까지 걸어서 건네줄 정도다.’
그러면 시스템이 정말로 주기 싫은데, 안 주고 싶은데, 어거지로, 어쩔 수 없이 준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거인들의 산맥‘이 중요한 아이템이라는 뜻이다.
“질문을 접수하였습니다. 중간 관리자로서 답변하겠습니다.”
“…….”
“해당 아이템에 관하여 코멘트는 드릴 수 없습니다만, 주인을 잡아먹는 아이템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열정에 불타고 있는 ‘없는’이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실제로 한 차원에서 [크로노스의 반지]의 마성에 잡아먹혀 괴물이 된 플레이어가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 [하얀 로너프의 속옷]에 사로잡혀 시체로 썩어간 놈도 있었고.”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왜 잡아먹힌 거지?”
“주인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으니까.”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없는. 너는 내게 [거인들의 산맥]이 나를 주인으로 인정할 것이라 생각하나?”
‘없는’은 잠시 대답을 보류했다. 1세대 중간 관리자인 ‘없는’은 ‘거인들의 산맥’을 네 번 정도 목격했었다. 모두 레벨 80 이상 레벨에서 진행되었던 시나리오였다.
‘네 번의 출현 중, 세 번. 모두가 전멸했다.’
‘거인들의 산맥’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제대로 클리어 한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까지 전해줄 수는 없었다. 지금은 ‘거인들의 산맥’에 관한 직접적인 단서를 줄 수는 없었다.
“글쎄. 한 가지는 확실하다.”
“뭐지?”
“해당 아이템의 인정을 받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대답은 모두 들었다. 수호자들의 기대감은 잔뜩 높여 놓았다. 너무 쉬운 것을 자연스레 해내면 자극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연출했다.
“그럼 아이템을 확인해 보도록 하지.”
세니아 중계채널의 채팅방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갔다. 이번에도 진명이 없는 수호자들이 많이 떠들었다.
-[거인들의 산맥]에 대해 아시는 분?
-나 알고 있음.
-오. 그럼 대충 예상 가능하시겠네요. 김혁진은 성공할까요?
-나는 저거 14번 정도 봤는데, 한 번도 성공 못 했음.
진명 없는 수호자 하나가 말하자, 여론이 형성되었다. 불가능하다는 여론이었다.
-그럼 저거 못할 듯.
-아무리 김혁진이어도 안 될 듯.
진명을 가진 수호자들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가, ‘저울의 아낙네’가 숫자를 정정해주었다.
-공식적으로, 전 차원에서 6번 등장했었던 아티팩트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14번 정도 봤다고’ 주장한, 진명이 없는 수호자는 채널에서 퇴장했다.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세니아가 원하던 바였다.
‘진명을 가진 분들은 모두 잠자코 계신다.’
대부분은 김혁진을 오래 봐왔던 수호자들이다. 세니아는 그들로부터 모종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세니아도 가끔 느끼는 그 기분이었다.
‘저 분들은 예상하고 계신다.’
김혁진은 어렵지 않게 [거인들의 산맥]을 제압하고 주인의 자격을 인정받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계신다.’
세니아도 가끔 느낀다. 김혁진이 뭔가를 해낼 때, 뿌듯해진다. 일반적인 플레이어-중간 관리자의 관계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아무튼 그랬다.
김혁진이 말했다.
“나한테 칭호가 하나 있거든.”
자연스레 정보를 풀었다. ‘없는’이 물어줬다.
“칭호?”
“그래.”
“무슨 칭호지?”
세니아도 알고 있다. 입이 근질거렸지만 참았다. 김혁진의 입으로 직접 얘기할 수 있도록.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거인 사냥꾼.”
제압하고 말 것도 없었다. 감각안이 느꼈던 짜릿함은 거의 정전기 정도였다. 정전기가 불쾌하고 싫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목숨을 위협받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냥 따가운 정도다.
중계 채팅창에서는 난리가 났다. 세니아는 속으로 뿌듯했다.
‘그것 보십시오.’
김혁진이 [거인들의 산맥]에 대한 정보를 읽어냈고, 필드가 이동되었다. 차원급 퀘스트가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 * *
독마녀.
천수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말 괜찮겠어?”
천수지가 옆을 힐끗 쳐다봤다. 사람 형상의 안서희가 조금 안된 꼴을 하고 있었다.
팔다리가 모두 쇠사슬에 묶였다. 쇠사슬은 허공에 떠있었고, 사지를 주욱 잡아당긴 상태였다. 안서희는 공중에 떠서 제압된 상태였다.
안서희가 고개를 까딱 끄덕였다.
그사이, 쇠사슬 하나가 또 날아들었다. 그것은 안서희의 목을 휘감았다.
목과 양팔. 양다리. 쇠사슬이 다섯 군데를 제압했다. 천수지는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사이, 플레이어 몇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적은 중국이 맞는 것 같았다.
“긴말 하지 않겠다.”
그사이 안서희는 느꼈다. 필드가 분리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느껴졌다.
김혁진이 돌아왔다. 지구차원 어딘가에 있다. 어딘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 한국서버 같았다. 제법 가까이에 느껴졌다.
-오빠. 돌아오셨네요.
-그래. 혹시 무슨 일 있어?
-중국에서 플레이어들을 보냈어요. 수호탑을 전문으로 제압하고 사냥하는 애들 같아요.
군주 사냥꾼에 이어서 이번에는 수호탑 사냥꾼인 것 같았다.
-상태는 어때?
-특별한 쇠사슬로 팔목과 발목. 그리고 목을 제압당했어요.
-제압당했어?
-제압당해 주고 있어요. 아참, 천수지 언니도 같이 있어요. 가만히 두라고 했어요.
안서희는 여유로웠다.
-제일 문제는, 무색용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어요.
-왜?
-분리불안이 생긴 것 같대요.
-분리불안?
분리불안.
사전적 의미로 친숙한 사람이나 상황으로부터 분리되면 비정상적인 불안감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뜻한다. 보통 강아지들에게서 많이 발견 된다.
김혁진은 할 말을 잃었다. 어쩌면 세계를 멸망시켰을지도 모를 용에게 분리불안이 생겼다니.
‘내가 용의 아버지가 돼서 그런가?’
적절한 훈육과 훈련이 필요한 건가. 애매했다. 용을 어떻게 교육한단 말인가.
-나는 착한 용이다.
-안 죽이고 기다렸다.
용이 외쳤다.
-엄마!!!
용이 기다린 것은 아버지 김혁진이 아니라 어머니 강솜이였던 모양이었다. 안서희가 물었다.
-조금 더 내버려 둬볼까요? 얘네가 뭘 하려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서버급 퀘스트가 진행 중이다. 중국 측에서는 김혁진의 강력한 전력인 수호탑을 사냥하려는 것 같았다. 어림도 없겠지만.
-그래. 나도 그쪽으로 갈게.
-오빠 지금 어딘데요?
-그랑서울던전 근처야.
차원급 퀘스트를 클리어하니 이곳으로 이동되었다. 마침 잘 됐다. 김혁진이 말했다.
“린하이. 해줄 일이 조금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그때.
여전히 은신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조커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깐.”
순간, 조커의 발밑에서 보라색 기운이 뻗어나왔다. 보라색. 원형의 공간이 생성되었다.
외부와 분리되었다. 탱커인 선화가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강솜이를 보호했다. 이 공간은 살기로 가득찬 공간이었다.
실제로 이 공간은 ‘데스 필드’라는 조커의 스킬이었다. 증거를 남기지 않고 살해할 때 필요한 스킬.
선화도 그 살기를 느꼈다. 김선화의 양팔에 흰색 방패가 생성되었다.
“뭐하는 거죠?”
조커가 단도를 들어 올렸다.
“할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