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76)
#재능만렙 플레이어 476화
김혁진이 가볍게 웃었다.
“선화야. 긴장 풀어.”
“하지만, 오빠.”
김혁진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을 톡톡 두드렸다.
“나 있잖아.”
“…….”
김선화는 스킬을 풀었다. 저 말이 맞다. 살수는 무섭다. 실력이 훨씬 높은 자라도 죽일 수 있다. 기습을 통해서 말이다.
김선화의 몸에서 긴장이 조금 풀어졌다.
“오빠한테는 기습도 안 통할 거 같긴 해요.”
“그건 그렇지.”
김혁진은 ‘관찰자의 눈’과 ‘감각안’이 있다. 조커의 모든 위치를 잡아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공격할 때의 그 틈은 읽어낼 수 있을 거다.
“심지어 지금은 모습을 모든 드러낸 상태잖아.”
“그렇긴 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기습을 하겠어?”
“단도를 꺼내들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선화는 자신의 실수를 인식하고 혀를 살짝 내밀었다. 민망한 듯 웃었다.
저 말이 맞았다. 아무리 살기 넘치는 공간을 구현했다고 해도, 여기서 기습을 감행할 미친 사람은 없다. 심지어 이곳에는 거신길드원들이 모두 모여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선화는 괜스레 뿌듯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너무나 든든했다. 고아로 자라면서 이렇게 든든한 가족이 생길 줄은 몰랐다.
‘오빠가 있으니까.’
이 상황에서 조커가 기습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했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조커는 단도를 들어 자신의 가면을 반으로 갈랐다.
세로로 주욱-찢어졌다.
‘어?’
은색 가면이 잘려나갔다.
‘여자?’
여자였다. 국적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서양인이었다. 특이하게도 백금발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얀 피부와 정말 잘 어울렸다.
‘단발머리가 엄청 잘 어울리네.’
굉장히 진부한 표현들이 잘 어울리는 미인이었다.
백금발의 단발머리. 뽀얀 피부. 예쁜 이마. 가지런하게 정돈된 눈썹. 오똑 솟은 코. 석류를 머금은 것 같은 붉은 입술. 차갑고 도도한 표정.
‘엄청 미인이다.’
신연서가 봄바람 같다면, 조커는 겨울바람 같았다. 선화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잉?’
그런데 조커의 몸이 변형되었다. 잠시 동안 젤리처럼 흐물흐물해지는가 싶더니 새로운 모습을 갖추었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몸이 바뀌었다.
우둑! 우두둑!
뼈가 재구성되고 근육이 재배열 되었다. 굉장히 신기한 광경이었다.
김선화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와…… 진짜 예쁘다.”
침을 꼴깍 삼켰다. 원래부터 선화는 예쁜 사람을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어른 여자의 느낌을 좋아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성숙한 아름다움. 그 것을 약간 동경했다. 조커가 딱 그랬다. 선화가 생각하는, ‘예쁜 어른 여자’의 느낌이었다.
김혁진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진짜 모습이 그건가?”
“그래.”
목소리도 바뀌었다. 여태까지는 음성변조를 해왔던 모양이다.
“살수가 진짜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있어?”
조커가 무릎을 꿇었다.
“나를 길드원으로 받아줘.”
“…….”
조커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진짜 목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했을 때부터, 김혁진은 조커의 의중을 깨달았다.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무색살왕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겉으로는 티내지 않았다. 티내면 지는 게임이다.
“내가 너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다섯 가지 자격에 대해 말했던 게 기억나지?”
“다 기억나.”
김혁진은 조커를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었다.
-첫째. 나는 군주다. 군주로서 계략을 통해 내게 필요한 인재를 이 자리에 불렀고.
-둘째. 실제로 너는 이 자리에 나타났지. 내 뜻대로.
-셋째. 나는 네가 필요로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넷째. 나는 내가 불러낸 이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어. 서버급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다섯째. 내가 이토록 빈틈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는 나를 공격하거나 죽이지 못했다.
조커는 목뒷덜미에 싸한 느낌이 들었다. 목뒤부터 시작된 오싹함은 어깨와 팔뚝을 지나 손끝까지 전달 되었다.
‘첫째. 필요한 인재를 불렀다…… 고 말했어.’
단순히 서버급 퀘스트를 위해서 부른 게 아니었다는 뜻 같았다. 김혁진의 뜻대로 김혁진과 만났다.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셋째로 나는 네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고 말했었지.”
“…….”
조커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
그 것은 지금의 ‘거신 길드’였다. ‘없는’도 그것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었다.
거신 길드라는 배경을 얻게 되면, 더 정확히 말해 김혁진이라는 뒷배를 얻게 되면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얻게 될 거다. 조커는 옆에서 지켜봤다.
김혁진이 이끄는 거신길드가 차원급 퀘스트를 어떻게 클리어하는지. 진정한 코리안 스타일이 무엇인지 다 봤다.
‘한 퀘스트를 진행하는데 중간 관리자들이 무더기로 계속 튀어나오고. 시스템은 보상을 산정하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리고.’
심지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진행되어야만 했다. 김혁진의 클리어 방법이 너무 말도 안 되는 방법들이어서 그랬다.
‘김혁진과 거신에게 배울 게 너무 많아.’
그녀는 높이 가고 싶다. 살수로서 가장 높이 성장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자가 옆에 있어야 한다. 그 강자는 김혁진이다.
그녀는 김혁진보다 더한 강자를 본 적이 없다. 플레이어 중에서는 말이다.
“넌 나를 필요로 하게 됐어.”
“…….”
“언제든지 나를 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조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김혁진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나는 내가 불러낸 이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어.
그때는 그냥 입에 발린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뚜껑을 까보니 아니었다.
김혁진은 이미 조커 자신의 필요를 눈치채고 있었던 것 같다.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니 김혁진이 필요해져 버렸다. 모든 것이 김혁진의 말대로 됐다.
‘나는 어쩌면 그때부터 이미…….’
그때부터 거신길드의 길드원이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운명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이름은 로베르타.”
진짜 이름을 밝혔다. 거신길드원들에게만 진짜 모습과 이름을 알려주었다.
살수는 자신의 신원 자체가 소중한 정보다. 신원이 알려지는 순간 반대로 표적이 되어버린다.
조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지금 로베르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김혁진와 거신길드에게 주었다는 소리다.
로베르타가 단도를 들고 빠르게 접근했다. 김혁진의 뒤를 점했다. 신연서와 린하이가 동시에 검과 창을 뻗었다.
챙!
신연서의 검날.
린하이의 창날.
두 ‘날붙이’가 교차했다. X자로 교차된 그곳에 로베르타의 목이 걸렸다.
“첫 번째 암살시도는 너무 대놓고였어.”
“알아.”
일부러 그렇게 했다. 일종의 인사 같은 것이었다.
“어쨌든 암살시도에 대한 벌은 내려야겠지?”
“각오하고 있어.”
김혁진이 가볍게 수도로 내리쳤다.
“거신길드원이 된 걸 환영한다.”
풀썩.
로베르타의 몸이 무너졌다. 기절한 그녀는 웃고 있었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무려 두 명의 동료를 얻었다. 한 명은 섬김의 뇌전창술가 린하이고, 또 한 명은 훗날 무색살왕이 되는 로베르타였다.
* * *
탑 사냥꾼.
히든 클래스를 얻게 된 쉬콴은 자신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수호탑이라 할지라도, 상대가 수호탑이라면 자신에게 굴복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자신했다.
“이렇게라면, 아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겠는데?”
“너무 자만하지 마. 상대는 거신길드의 수호탑이야. 우리 목적 잊었어?”
“그래도. 수호탑까지 가져가면 좋잖아. 지금도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있고.”
탑사냥꾼 쉬콴의 본래 임무는, 거신길드의 또다른 협력자들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수호탑을 공격하면 분명히 숨은 조력자들이 나타날 거라고 판단했다. 조력자들을 찾아내서 거신길드의 숨은 전력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슬슬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진짜 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현재 한국의 수호탑이 거의 최강의 수호탑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수호탑을 먹게 된다면, 자신도 최강의 플레이어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상성상 내가 훨씬 우위야.’
제압자체는 완벽했다. 이제 ‘강제굴종‘을 통해 정신만 제압하면 되었다. 쉬콴이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 그 다음 수호탑을 통해 이 일대를 부숴버리는 거야.”
“뭐라고?”
이곳은 아파트 단지다. 최소 수천 세대 이상이 살고 있다.
“한국의 유명 플레이어들이 이쪽에 자리를 많이 잡고 있어.”
그중에는 태극방패와 거신길드에 우호적인 플레이어도 많을 거다. 수호탑을 통해 그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은 선택지 아니겠는가.
“게다가 이곳에는 김혁진의 어머니도 살고 있어. 뭐. 호위를 붙여서 해외로 나도는 것 같긴 하지만, 언젠가는 집에 들어올 거 아냐?”
“…….”
“그 때까지 잘 위장시켜놓았다가.”
쉬콴이 씨익 웃었다. 손가락으로 뻥! 터지는 것 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빵! 자기가 믿던 수호탑에게 어머니를 잃은 김혁진은 어떻게 될까?”
“……흔들리겠지.”
“길드장이 흔들리면 길드원들도 모두 흔들려.”
서버급 퀘스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의 대항마 중 주축이라 할 수 있는 거신길드원들이 흔들리고 무너진다면?
“우리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 연출 되겠지.”
“그렇지만 우리 임무는…….”
“위에서도 허락할 거야.”
시간이 촉박한 건 아니었다. 천수지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천수지는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보는 중이다.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보고부터 올리고 일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허락. 떨어졌다.”
쉬콴은 꿈에 부풀었다. 이 임무만 성공해내면 단숨에 간부급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간부가 될 수 있어.”
“…….”
실제로 약속도 받아냈다.
“김혁진의 어머니를 죽일 수만 있다면, 2급 간부로 올려주겠다고 했어.”
* * *
무색용은 아빠보다 엄마를 좋아했다. 강솜이에게 계속 정신연결을 통한 귓말을 보냈다.
-저 녀석들, 은신한다고 했는데 그래봤자 X밥이야.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나쁜 말이야?
인간들의 언어를 빠르게 습득 중인데 아직 좋은 말, 나쁜 말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다.
-나는 위대한 용이니까 잘못했다고는 말하지 않을 거야.
-잘못한 건 잘못한 거야.
-트, 특별히 앞으로 X밥이라는 말은 쓰지 않을게.
강솜이는 속으로 무색용이 귀여워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이 통하는 강아지 같은 기분이었다. 이 용이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거신길드원들은 하루의 휴식을 갖기로 하고 헤어졌다. 내일부터 다시 서버급 퀘스트에 동참하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다만, 김혁진과 김선화. 그리고 강솜이는 같이 움직였다. 수호탑 쪽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길드장님. 용돌이가 재미있는 말을 하는데요.”
“재미있는 말이요?”
“중국 쪽. 그 숨겨진 세력의 이름을 알았어요.”
아마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리라 짐작되는 곳. 사람들을 납치하여 인체실험을 하고 있는 비밀세력. 그 세력의 이름을 알아낸 것 같다.
“이렇게 말했대요. 우리도 [악몽(惡夢)]의 2급 간부가 될 수 있어…… 라고요.”
김혁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강솜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김혁진이 이토록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표정이 안 좋아요. 악몽에 대해서 알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