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77)
#재능만렙 플레이어 477화
불현듯, 서주환을 만났었을 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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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이름 : 서주환
나이 : 21
레벨 : 16
클래스 : –
수호자 : –
상태 : 음란/불쾌
성향 : 악/잔인/가식
요약 : 잔인한 소아성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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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환은 김혁진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여기는 CCTV도 없고 너를 지켜줄 경찰도 없다는 거. 잘 알고 있겠지.
-근데 저 여자애만 나한테 넘기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 줄게.
-어때요? 마상현 씨. 저 여자애만 나한테 넘기면 상황은 깨끗하게 정리되는 거야.
그리고 그날.
김혁진은 서주환을 죽였다. 붕붕벌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거의 직접적인 첫 살인이었다.
서주환을 떠올리니 기분이 나빠졌다. 당당하게 선화를 요구하던 그 모습. 선화를 향하던 그 기분 나쁜 눈빛. 모두 다 떠올랐다.
‘기분 더럽네.’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서주환이 바로 악몽 소속이었으니까.
훗날 나이트메어 혹은 악몽이라 불리는 거대 집단. 통칭 마왕군(魔王軍). 마왕군의 실체가 드러난 것 같았다.
‘마왕군은 강선일과 별개다.’
이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확인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강선일이 그런 쓰레기 집단을 이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생각이 확신이 되었다.
“표정이 안 좋아요. 악몽에 대해서 알고 계세요?”
“아. 기분 나쁜 일이 하나 떠올랐어요.”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죽이지 말고. 최대한 정보를 뜯어내봐.
-가까이 다가오고 있어요.
-그래.
-어떻게 대응할까요?
-제압당한 척 하고, 녀석이 뭘 원하는지 알아내. 가능하면 [악몽]에 대해서도.
안서희와의 대화를 끝낸 김혁진이 자동차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강솜이 씨.”
“네?”
“혹시 당신이 어떤 적대세력의 간부라면 말이죠.”
강솜이는 김혁진의 옆모습을 힐끗 쳐다봤다. 김혁진의 옆모습. 어딘지 모르게 화가 난 것 같았다.
“이렇게 대놓고, 상대의 수호탑을 공략하러 올까요? 수호탑의 능력을 대충은 알고 있을 텐데.”
“글쎄요. 수호탑을 사냥하는 특별한 클래스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지만…….”
보통은 불가능하다.
“제가 아는 [악몽]이라면 이렇게 허술하게 일을 진행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는 말은……?”
“뭔가가 더 있겠죠.”
몇 가지 경우의 수들을 떠올렸다. 김혁진은 미래를 안다. 마왕군의 수법들도 안다. 강솜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화 나셨어요?”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요.”
* * *
중국.
베이징.
창문 밖으로 베이징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저만치 앞에는 관광명소인 CCTV타워도 보였다.
창문 앞에 서있던 남자가 몸을 돌려 책상 앞에 앉았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머저리들은 잘 하고 있나?”
“네. 실시간으로 파악 중입니다.”
“그래.”
얼마 전.
정말로 강해지고 싶다고 울부짖던 멍청이를 하나 발견했다.
수호탑 사냥꾼이라는 아주 특수한 클래스를 가지고 있었다. 플레이어로서의 재능은 그냥저냥 보통인 수준. 그런 주제에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그런 놈들이 이용하기 좋지. 수호탑의 반응은?”
“순순히 결박당한 상태입니다.”
“역시.”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의 이름은 샤오잔. 악몽의 2급 간부였고, 베이징의 중간 거점을 운용하고 있는 중이다.
‘여유를 부리면서 정보를 획득하려 하겠지.’
그리고 그 멍청이는 수호탑에게 접근하게 될 거다.
“샤오잔 님께서 예상하신대로, 놈이 수호탑을 직적 굴복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일부러 2급 간부에 대한 말을 흘렸다. 간부가 되면 ‘악몽’으로부터 수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재능을 뛰어넘는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지금의 자신처럼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재능과 무관하게 성장을 시켜줄 수 있다고 해도.
‘그래도 안 될 놈은 안 돼.’
천재까진 아니어도, 준천재 정도는 되어야 한다.
본인의 그릇조차 제대로 모르고, 높이 올라가고자하는 열정만 가득한 놈은 적당히 쓰이다가 버려지기 딱 좋다. 게다가 거의 고아나 다름없었다. 어머니가 있기는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고 병들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하루살이 같은 인간이다. 책임소재를 대신 물어줄 사람이 없다. 이번 일에 적합한 녀석이었다.
책상에 놓인 볼펜을 집어 들었다.
한 바퀴. 한 바퀴. 펭그르르- 볼펜을 돌렸다.
“안서희는 굴복 당해준 척할 거다.”
다른 수호탑도 아니고 안서희를 굴복시킬 수 있는 플레이어는 없다. 미래에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없다. 샤오잔은 확신했다.
“그리고 놈은 안서희를 굴복시켰다고 착각하겠지.”
“그다음 계획은 무엇입니까?”
“김혁진과 거신길드는 강하다. 그들을 무너뜨리려면 김혁진을 무너뜨려야 해. 가장 좋은 방법이 뭐겠어?”
샤오잔이 들고있던 볼펜을 부러뜨렸다.
“놈을 악역으로 만드는 거지.”
세상 모든 사람들이 김혁진을 손가락질하게 만들면 된다.
샤오잔의 책상에는 신문이 하나 놓여 있었다. 1면에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 담겨 있었다. 조사 중이기는 하지만 인터넷 악플에 시달리던 한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샤오잔이 신문을 힐끗 쳐다봤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면, 이렇게 되거든.”
“…….”
보고를 올리던 남자는 샤오잔의 미소를 읽었다.
섬뜩했다. 같은 편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놈은 멍청하게도 수호탑을 굴복시켰다고 착각을 할 거고. 수호탑에게 특별한 명령을 내리게 될 거야.”
“설마……!”
“그래. 그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라고 하겠지.”
명령어도 넌지시 가르쳐줬다. 수호탑. 이곳을 불바다로 만들어라.
“키워드는 불바다다.”
그 키워드에 마나폭탄이 반응한다. 정확히는 수호탑을 구속하는 스킬을 펼친 상태. 그 마나흐름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불바다’라는 키워드를 말해야 한다. 그때 마나 폭탄이 반응한다.
“어지간한 항공폭탄보다 강한 위력을 내는 놈이지. 화약노(火藥老)가 만들었으니 성능은 이루 말할 것도 없지.”
샤오잔의 머릿속에 계획이 모두 그려졌다.
“그러면 그 일대는 불바다가 될 거다.”
“…….”
“수호탑이 폭주해서 생겨난 끔찍한 사고로 발표될 거야.”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진실을 알고 있는 쉬콴은 폭발에 휘말려 죽을 것이다. 수호탑은 김혁진의 관리 하에 있고, 폭발을 일으킨 김혁진은 문책을 받게 될 것이다.
실제로 김혁진이 잘못을 했든, 하지 않았든 상관없었다. 법적인 처벌을 받든, 받지 않든, 그것도 역시 상관없었다.
“인간에게 내려지는 끔찍한 형벌 중에, 사회적 죽음이란 게 있거든.”
수호탑을 관리하지 못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을, 대중이 물을 것이다.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을 것이다.
지금 김혁진은 어딘가에서 서버급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고, 지금의 상황을 모를 거다. 알고 난 이후에는 늦다. 모든 참사가 벌어지고 난 이후니까.
“그렇게 되면 김혁진은 오갈데가 없어진다.”
사실관계는 상관없다. 대중들은 김혁진을 욕할 것이다. 그게 샤오잔이 노리는 바다.
“모두가 적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되겠지.”
그때 ‘악몽’이 손을 내민다. 그렇게 되면 결국 김혁진은 악몽에 편입될 것이고, ‘그분’께서도 즐거워하실 것이다.
샤오잔은 즐겁게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 * *
수호탑 사냥꾼. 쉬콴은 샤오잔의 생각대로 움직였다. 수호탑 안서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천수지는 여전히 다리를 꼬고 앉아 쉬콴을 바라보기만 했다.
“뭐. 마음대로 하라고. 나는 관여하지 않을 테니.”
통역구슬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 그러나 제스쳐로 천수지의 말을 알아들었다. 쉬콴은 자신감이 차올랐다.
‘천수지도 반항하지 않는다!’
수호탑이 완벽하게 결박되었다는 사실을, 천수지도 깨달은 것이다. 쉬콴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했다. 유리한 쪽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수호탑 앞에 섰다.
사람 형상의 안서희. 안서희와 눈을 마주쳤다.
“묻겠다. 네 이름은?”
“제 이름은 안서희입니다.”
쉬콴은 뛸 듯이 기뻤다. 음성까지도 해석되어 전해졌다. 이것은 완벽하게 지배했다는 소리 아니겠는가.
물론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안서희 지배에 성공해서 정신적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용이 통역마법을 써보았을 뿐이다. 연습 삼아서.
-탑, 잘됐나?
-잘됐어.
-쉽군!
용돌이는 푸헤헤헤! 나는 역시 위대한 용이다! 라며, 안서희의 귓가를 어지럽혔다. 안서희는 애써 용돌이의 말을 무시했다.
“내게 완벽히 제압되어라.”
스킬명도 말했다.
“강제굴종.”
안서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약간 고민해야 했다. 상대가 너무 약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몸에서 힘을 풀었다. 긴장도 안 해도 될 상대니까.
“안서희. 내 명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나?”
“그렇습니다.”
주인님이라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쉬콴은 딱히 의심하지 않았다.
“좋아. 네 진정한 주인이, 첫 번째 명령을 내리겠다.”
첫 번째 명령.
“이곳을 불바다로 만들어라.”
천수지는 남몰래 통역구슬을 사용한 상태. 저게 뭔 헛소리인가 싶었다.
저따위 조잡한 쇠사슬로 김혁진의 수호탑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모자라서, 황당무계한 명령까지 내리고 있다.
‘가만.’
이렇게 멍청한 게 이상했다.
‘이거. 뭔가 이상한…….’
느껴졌다. 강대한 마나의 흐름이. 눈에 보이는 붉은색 마나가 요동쳤다. 마치 불바람이 불어닥치는 것 같았다.
“젠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쉬콴을 향해 독침을 날렸다.
그러나 그녀의 독침은 쉬콴에게 닿지 못하고 녹아 없어졌다. 뜨거웠다.
“불바다가 키워드였어.”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 강력한 흐름은 처음 본다.
‘이 정도면…….’
일반적인 아티팩트의 힘이 아니다. 명인급 플레이어들이 만든다고 해도, 이런 아티팩트는 못 만든다. 둘 중 하나다.
플레이어가 아닌 초월적 존재가 하사한 아티팩트.
혹은 플레이어의 생명을 잡아먹으면서 강력한 힘을 내는 아티팩트.
‘저런 허접이 초월적 존재에게 아티팩트를 선물 받았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후자다.
‘생명을 잡아먹으면서 폭발력을 극대화했어.’
쉬콴은 당황했다.
“이, 이게 뭐지?”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혈관이 울룩불룩 튀어나왔다. 머리에 열이 치솟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가 폭발할 것 같았다. 두통이 밀려들었다. 쉬콴은 직감했다.
‘속았다.’
간부.
그건 모두 속임수였다. 그저 달콤한 말로 자신을 유혹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안 돼.’
후회됐다.
‘안 돼!’
그는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 없었다.
살아야 했다. 그는 성공하고 싶었다. 강해지고 싶었다. 누구보다 강해져서, 누구보다 성공해서, 어머니의 눈을 고쳐주고 싶었다. 다시 밝은 세상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그것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고 했었다. 나쁜 놈이 되어도 상관없지만,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떠올랐다.
‘내가 죽으면…….’
그 다음은 결국 어머니가 될 거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당할 거다. 약간의 잡음도 허용하지 않는 곳이 ‘악몽’이니까. 어쩌면 생체실험의 재료로 쓸지도 모른다. 지금의 자신처럼.
‘안 돼.’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런데 그 때, 붉은 실이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일 났다, 너네.”
아까까지 힘없이 대답하던 수호탑 안서희의 목소리였다.
“우리 오빠. 화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