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80)
#재능만렙 플레이어 480화
[퀘스트. ‘악몽의 흔적’에 ‘항거할 수 없는 강력한 변수’가 발생하였습니다.]그 알림에 샤오잔은 잠시 인상을 찡그렸다. 책상에 걸터앉아 잠자코 고민했다. 과연 ‘항거할 수 없는 강력한 변수’란 무엇일까.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를 떠올렸다.
“시스템이 언제부터 이렇게 친절했지?”
시스템은 이렇게 친절한 적이 없다. 현 퀘스트를 진행하는 데 ‘장애물이 나타났습니다!’ 등의 친절한 경고를 해준 적은 없었다. 이내 샤오잔이 씨익 웃었다.
“이거. 공갈이네.”
김혁진에게는 샤오잔이 파악하지 못한 특별한 힘이 있다. 그 힘을 활용하여 거짓 메시지를 보낸 것 같았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마.’
흐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김혁진이라는 놈이 제법 머리를 쓰는 것 같지만, 그래도 자신에 비하면 애송이다. 샤오잔은 그렇게 생각했다.
“꽤 재미있는 발상이야. 시스템 알림을 이용해서 날 속이려들다니.”
일부러 육성으로 말했다. 지금은 서버급 퀘스트를 진행 중이다. 서버급 퀘스트 최대의 적은 한국의 김혁진과 거신길드.
중국 서버의 수호자들은 대부분 중국 측 플레이어들을 응원하고 있고, 그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수호자들에게 똑똑히 알려주기로 했다.
김혁진이 수호자들에게 연출하는 것처럼, 샤오잔도 연출했다.
“정말로 항거할 수 없는 변수가 있었다면,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지는 않았을 거야.”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너는 나의 성향을 파악했을 것이다.”
수호자들이 모두 듣고 있을 거다. 느껴졌다. 자신을 집중하고 있는 수호자들의 시선이. 물론 그것은 샤오잔만의 느낌이었다.(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플레이어들은 수호자의 시선을 실제로 느끼지는 못한다.)
어쨌든 샤오잔은 기분이 좋아졌다. 이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샤오잔. 자신이다. 김혁진 같은 애송이가 아니라.
“내가 대단히 신중하고 똑똑하다고 판단을 내렸겠지.”
어느 정도 사실이기는 했다. 김혁진은 실제로 그렇게 판단했다.
“그리고 이러한 메시지를 받으면, 내가 당분간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터.”
똑똑한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을수록, 생각하는 범위가 넓을수록, 오히려 행동은 느려질 때도 있다. 김혁진은 그것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말해, 너는 시간을 벌려고 했을 것이다.”
왜 시간을 벌려고 했을까?
“즉, 네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뜻이지.”
아마 김혁진이라면 자신이 정보를 분절하여 이동시키리라는 것을 직감했을 거다. 그러면 나뉜 정보들을 취합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따위 허장성세에 내가 놀아날 것 같으냐?”
이 정도면 충분한 연출을 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몇몇 수호자들이 샤오잔에게 코인을 후원하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 중 하나. 처음 보는 수호자의 후원도 있었다.
[‘속삭이는 악마’가 당신의 추리에 즐거워합니다.]완전히 처음보는 수호자였다. 샤오잔은 중국 서버에 둥지를 틀고 있는 유명 수호자들을 대부분 외우고 있다. 중국 서버 수호자들은 중국 서버 외 다른 서버로의 이동은 거의 하지 않으니까.
[‘속삭이는 악마’가 ‘무통사약(無痛死藥)’을 선물합니다.]무통사약.
말하자면 통증이 없는 독약이었다. 사용하기에 따라 상당히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를 독살할 때에도 증거 없이 죽일 수 있을 것 같고.
‘처음 보는 수호자인데. 재미있는 놈이군.’
아무튼 수호자들의 관심도 끌었겠다, 이제 퀘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악몽의 흔적’을 모조리 지우고 악몽의 1급 간부 ‘모사꾼’에게 정보를 전달해야만 한다. 샤오잔이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보름달이 크게 떠있었다.
“보름달이군.”
그는 보름달이 좋았다. 오늘은 더욱 그랬다. 김혁진의 얕은 수를 파악한 자신이 새삼 자랑스레 느껴졌다. 보름달을 쳐다보며 자신에게 취했다.
“승리를 자축하는 달인가.”
* * *
-나, 나는 서열 1위다.
-알겠냐, 다람쥐?
무색용은 늘 다롱이에게 경쟁의식을 느꼈다.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내, 내가 서열 1위라니까?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오늘은 왠지 져줘야할 것 같았다.
-근데 네, 네가 실수 했으니까,
-그냥 네가 오늘은 1위해.
-오늘만 특별히 양보하는 거야. 난 대인배니까.
김다롱은 무색용의 등 위에서 뛰어내렸다.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가득한 베이징의 시내를 향해.
퐁!
퐁!
퐁!
하얀 연기와 함께 김다롱의 분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욱-!
분신들의 몸이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그림자가 늘어나는 것 같았다. 이윽고 땅에 떨어진 다람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김다롱은 정말로 화가 났다. 머리 위에는 [!!!!!!!] 표시가 가득했다. 무려 7개의 느낌표. 다행히 아까 ‘사기’를 직접적으로 느낀 탓에 아주 익숙했다. 코를 벌름거리며 시내 곳곳을 활보했다. 그 누구도 김다롱의 잠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얼마 후.
샤오잔은 황당한 보고를 들어야만 했다.
“샤오잔님의 말씀대로 이동루트를 복잡하게 짜서…….”
이동루트를 예상할 수 없도록 짰다. 한 명이 옮긴 것도 아니고, 한 명이 한 점, 한 점을 향해 움직이게 했다. 최종 목적지를 알 수 없도록. 점 조직처럼 움직였다. 그런데 털렸단다.
샤오잔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괜찮아.’
무려 7개의 정보로 분절했다. 7개를 모두 획득하지 않으면 의미 없을 것이다. 그런데 또 핸드폰 벨이 울렸다.
“7중 금고에 더해 인벤토리 내에…….”
“헬기탑승 전에는 분명히 제게 있는 것을 확인하였…….”
“분명히 제 손에 들고 있었…….”
샤오잔은 허탈해졌다.
‘미친.’
7개의 정보가 모두 털렸다. 순식간에.
‘이게 말이 되나?’
이건 말이 안 된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시스템 알림은 거짓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항거할 수 없는 강력한 변수’가 발생을 인정합니다.] [퀘스트 실패에 대한 페널티가 삭제됩니다.]퀘스트를 실패했지만 그 어떤 페널티도 받지 않았다.
샤오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니야.’
퀘스트 실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7개의 정보가 모두 넘어갔다. 7개의 정보가 하나로 합쳐지면 하나의 ‘구슬’이 생성된다. 악몽의 실험 증거들이 일부 포함된 구슬이다.
‘퀘스트가 중요한 게 아니야.’
이제 자신은 죽은 목숨이다. 악몽의 처단자들이 나타나 자신을 죽일 것이다. 그리고 꼬리를 자를 것이다.
이것은 그저 개인의 일탈이다. 욕심에 눈이 먼 ‘샤오잔’이라는 인물이 불법적인 실험을 감행했고 사람들을 납치했다. 반인륜적인 행동들을 했다. 그렇게 일이 진행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퀘스트를 진행하기도 전에, 나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것이다.’
그러나 죽고 싶지 않았다. 그는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때. 알림이 이어졌다.
[연계 퀘스트. ‘변절자 색출’이 생성되었습니다.]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 아직은 살 수 있을 것 같다. 악몽 내에, 변절자가 있는 것 같다. 변절자를 색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이번 실수를 조금은 만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샤오잔은 이번 일에 가담한 18명의 부하를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부하들은 모두 눈치를 살폈다. 샤오잔은 그런 그들을 안심시켰다.
“너희도 알림을 들었을지 모르겠으나.”
‘항거할 수 없는 변수’에 대해 설명했다. 샤오잔은 오히려 부하들을 위로했다.
어쩔 수 없었다. 너희들의 실책이 아니다. 그렇게 위로한 뒤, 모두에게 잔을 주었다. 최고급 와인을 따라주었다.
그는 간부답게 말했다.
“이번 일의 책임은 내가 진다.”
부하들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호된 질책을 예상하고 돌아왔는데, 오히려 위로주를 내리고 있지 않은가. 샤오잔을 향한 충정심이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시간이 흘렀다.
샤오잔은 18구의 시체를 한 곳에 모았다. 무통사약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이들은 죽을 때 까지도, 자신이 죽는 줄 몰랐다.
“아프지 않았다니, 다행이군.”
샤오잔은 그 곳에서 옷을 모두 벗고 무릎을 꿇었다. 곧 ‘악몽’의 처단자가 들이닥칠 것이다. 18명의 생명을 바쳤다. 자신을 대신할 목숨값이다.
시간이 더 흘렀다.
싸늘한 칼날이 느껴졌다. 목덜미가 찌릿했다.
“저는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저를 죽일 자객들이 올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샤오잔이 말을 이었다.
“이번 일에 제게 큰 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죄를 뒤집어쓸 18명의 꼬리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김혁진이 갖게 될 ‘구슬의 내용’은 이 18명의 실수이며, 오로지 이 18명의 합작품으로 발표가 될 것이다.
“악몽 내에 변절자가 있습니다. 절 살려주신다면,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 * *
알림이 들려왔다.
[‘악몽의 흔적’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연계 퀘스트. ‘변절자 접촉’이 생성되었습니다.]김혁진은 김다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호자에게 후원을 직접적으로 뜯어내서, 결국 퀘스트를 성공시켰다.
-주인! 용 컴백!
김다롱이 어깨를 쭉 폈다. 자신만만했다. 결국 해냈다. 사기급 펫이 또 일을 저질렀다.
“잘했어. 앞으로 3일 동안 1일 1치킨이다.”
다롱이는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구슬을 받아든 김혁진은 허허-웃고 말았다. 구슬 내에는 중국의 인체실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생명력’을 소진시켜 강력한 힘을 내는 아티팩트에 관한 연구.
또 하나는 타인의 ‘생명력’을 빨아들여 스스로의 성장을 추구하는 연구.
구슬로 영상도 재생이 가능했다. 납치부터 고문. 그리고 생체실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에 관한 영상이 제작되어 있었다. 그 것은 ‘일지’의 형태로 제작이 되어 있었고, 사건번호 001~011까지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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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001.]이름 : 신영숙.
실험 내용 : 생명력을 빨아들여 레벨업이 가능한가에 대한 고찰.
…….
…….
…….
실험 요약 : 레벨업은 성공적이나 발작의 부작용이 매우 심함. 1레벨업 달성 성공 후, ‘001’은 생명력이 다하여 폐기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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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부터 011까지.
비슷한 내용이었다. 인적사항부터 시작하여 언제 어디서 납치하여 어디서 실험을 진행했는지, 어떤 실험을 했는지까지.
국적은 다양했다. 11번 피해자는 나이 60세가량의 영국 남자였고, 이름은 에드밀이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더 끔찍했다. 아직 영상을 공유하지는 않았다. 이 영상을 함께 본 사람(?)은 세니아가 유일했다. 세니아에게 말했다.
“직접 보니 할 말이 없네.”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귀찮은 게 싫어서 최대한 안 엮이려고 했는데.”
이쯤 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악몽이랑 엮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안 엮일 수가 없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놈들 같았다.
“오늘 살수도 보내겠지.”
오늘 밤 놈들은 집요하게 살수를 동원할 것이다.
어떻게든 이 구슬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만약 구슬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저들은 구슬의 내용을 부인할 것이다.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며 꼬리를 자르겠지. 중국은 실험 내용을 전면 부인할 것이며 이 내용은 ‘악몽’이라는 특수 집단에서 자행된 끔찍한 일로 발표할 것이 뻔했다.
하늘에 떠있던 무색용이 말했다.
-아버지. 이상한 애들이 복면 쓰고 나타났어!
수호탑 안서희도 반응했다.
-살기가 느껴져요. 죽일까요?
-아니. 그냥 둬.
살기가 느껴지는 놈들은 미끼다. 진짜는 따로 나타날 거다. 그래봤자 안서희와 무색용의 기감을 속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살수들을 보낸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미끼가 있는 것. 진짜가 따로 있는 것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어디 한 번 해보자고.”
세니아는 느꼈다. 김혁진이 간만에, 제대로 화가 났다.
“화 나셨습니까?”
“어. 조금.”
“…….”
“가만히 맞아주니까 호구로 아는 것 같아서.”
세니아는 말하고 싶었다. 가만히 맞아주기만 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지만 말하지 않았다. 사실관계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아무래도 좀 패야겠네.”
“누굴 말입니까?”
“중국.”
“…….”
“아니. 악몽을.”
김혁진이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집에서 싸우면 동생이 깬다. 목을 돌렸다. 우드득- 소리가 났다. 변절자랑 접촉하기 전에, 살수들과 먼저 접촉해보기로 했다.
‘근데.’
조금 이상했다. 수호탑 근처. 그 곳에 누군가 있었다. 눈에 익은 사람이었다.
‘최욱현이 왜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