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82)
#재능만렙 플레이어 482화
세니아가 말했다.
“일시정지 권능을 사용하겠습니다. 이는 구궁통치의 권좌께서 김혁진 플레이어에게 충분한 사전설명을 하라고 명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
세니아는 김혁진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수호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김혁진은 세니아의 날개 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제 오래 호흡을 맞춰왔다고 세니아의 마음이 느껴진다.
‘세니아. 지금 짜증 난 거 같은데.’
겉으로는 전혀 티가 안 난다. 세니아와 오래 호흡을 맞춰왔기에 느껴졌다. 그걸로 유추할 수 있었다.
‘구궁통치의 권좌가 진상 부리고 있는 것 같네.’
수호자들 중에도 진상이 존재한다. 분명히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고 있을 것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중국 쪽 수호자들 중에는 그런 경향의 수호자들이 꽤 있는 편이었다.
세상이 잿빛으로 변했다. 시간이 흘러갔다. 김혁진은 당황하지 않고 기다렸다.
‘모르면 몰랐으되.’
알면 두렵지 않다. 김혁진은 구궁통치의 권좌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구궁통치(九宮統治)의 권좌(權座).
원래 한국인들은 구궁통치의 권좌에 대해서 잘 몰랐다. 중국 내에서만 유명했었던 수호자였다. 그는 ‘진법가’들이 꿈꾸는 수호자이기도 했으며 최욱현이 한 매체에서 이렇게 인터뷰하기도 했었다.
-레벨 60전까지는 늘 아쉬웠습니다. 구궁통치의 권좌께서 잘 예쁘게 봐주셨다면…… 하는 아쉬움이요. 그러나 플레이에 있어서 국적 역시 하나의 재능이라는 걸 인정하였고…….
최욱현마저도 꿈꾸었던 수호자가 구궁통치의 권좌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구궁통치의 권좌는 중국의 진법가들을 후원하는 유명 수호자였고.
‘중국서버는 뛰어난 진법가들이 많은 게 특징.’
세계인들은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크게 체감하지는 못했었다. 진법가들은 중국 밖에서 활동을 거의 안 했기 때문이었다.
대다수는 중국 내 게이트와 던전을 돌았다. 자국 내에서만 활동해도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둘째로, 중국은 자국 플레이어의 해외이탈을 엄중하게 금지했었다.
두 이유 때문에 비교적 희귀한 클래스인 진법가들은 딱히 유명세를 타지 못했었다.
‘그러나 한중 국가대항전에서 그들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었지.’
한중 국가대항전 초기, 한국은 중국에게 압도적인 열세로 밀렸었다.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진법가들 때문이었다. 중국의 기상천외한 진들 때문에, 한국은 중국 플레이어들에게 많이 밀렸었다.
‘그리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는데 일조한 사람이 최욱현, 당신이지.’
그런데 지금 시점에 최욱현은 악몽과 연이 닿아 있다.
‘게다가 구궁통치의 권좌가 이 시점에서 날 주시하고 있다?’
엉덩이 무겁기로 소문난 중국서버의 수호자가?
‘그 무거운 엉덩이를 이끌고 세니아의 채널에 접속하면서까지?’
김혁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미 이 시점에서, 최욱현은 구궁통치의 권좌와 계약을 맺었을 것이다.
그것을 깨닫자 눈앞이 깨끗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가지 키워드를 깨닫자 감각안이 더 많은 정보를 보여주었다.
‘보인다.’
희뿌옇게 보이던 정보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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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이름 : 최욱현
나이 : 29
레벨 : 62
클래스 : 구궁 진법가
클래스 특이 사항 : 수호력 각성, 상시 진법
칭호 : [구궁의 지배자] [유령 군단장]
수호자 : [구궁통치의 권좌]
고유 능력 : [장군의 나팔소리] [구궁팔괘진] [기문둔갑]
상태 : 혼란/기겁/당황
성향 : 이기적/기회주의적/강약약강
요약 :
1) 동아줄을 고르는 겁쟁이.
2) 스스로 겁쟁이인지 모르는 진법가.
+ 성향 및 특징/요약은 대표적인 몇 가지가 드러나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 각 항목에 대한 상세 정보 열람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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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왜 최욱현을 보자마자 읽어내지 못했는지.
‘기문둔갑.’
저 고유능력 때문이었다.
상세설명을 보니 기문둔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여러 가지 내용이 있었지만 김혁진이 집중한 내용은 바로 ‘외부의 통찰력 있는 시선을 왜곡하여 나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안 보였던 거야.’
재미있는 건,
‘정말 보고자 했다면 볼 수 있었을까?’
지금 와서 그게 좀 궁금했다. 정말 집중해서 보려고 했다면 저 ‘기문둔갑’을 뚫어낼 수 있었을까?
‘뚫어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레벨 62의 천재 진법가가 가진 고유능력 정도는 뚫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졌다.
‘흠.’
김혁진은 저도 모르게 턱을 매만졌다.
원래대로 사건이 흘러갔다면 국가대항전은 몇 년 후에나 있을 이벤트다. 회귀 전 최욱현은 ‘구궁통치의 권좌’와 계약을 맺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최욱현은 이미 구궁통치의 권좌와 계약을 맺고 있다. 고유능력까지 줄줄이 매달고서.
그럼 회귀 전 최욱현은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 된다. 과연 무엇을 노리고 있었을까?
‘나중에, 태극방패의 뒷통수를 치려고 했었나?’
일전에 악몽의 첩자들을 색출해내는 작업을 했었는데 완벽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도 아니면 최욱현이 그 이후에 악몽과 끈이 닿았을 수도 있고. ‘모사꾼’이라는 놈을 만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혁진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이기적이고 겁쟁이인 게 나아.’
이기적이니까 이득을 따라 움직인다. 적당히 어르고 달래면 충분히 데리고 갈 수 있는 인재다. 이기적인 게 꼭 나쁜 건 아니다.
모든 인간은 자기 욕심을 위해 움직인다. 그 욕심이 선한 것이냐, 악한 것이냐, 가치를 평가하기 애매하냐가 다를 뿐. 이득을 채워주면 이쪽 편에 설 거다.
드디어 세니아가 담판을 끝낸 것 같았다. 김혁진은 아무 말 없이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남들은 알 수 없었지만 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어지간히 진이 빠진 것 같았다.
세니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구궁통치의 권좌께서는, 합당한 설명이 필요하다 말씀하셨습니다. 제 채널을 오랫동안 보아주신 뭇 수호자분들께서 합심하여 말씀을 하여주시기는 하였습니다만, 구궁통치의 권좌께서 직접 보시기 전까지는 납득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계십니다.”
쉽게 말해, 예전 넵튠이 했던 짓과 비슷했다. 버그를 주장하고 있다. 버그라는 말을 꺼내지만 않았을 뿐.
‘만약 다른 수호자들이 만류하지 않았다면 아예 시험이니 뭐니 하면서 난리를 쳤겠군.’
그나마 자신을 보아준 한국, 아니, 세계의 수호자들이 김혁진을 변호해주고 있어서 이 이상의 진행은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괜히 중간 관리자인 세니아만 잔뜩 욕을 먹었을 테고.
“합당한 설명이라면, 용살진을 파훼하는 걸 다시 보여드리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중국-한국.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전서버 수호자들 간의 신경전과 대리전쟁이 진행 중이다.
저들 사이의 감정이 좋을 리 없다.
중국 플레이어들이 중국 수호자들을 등에 업고 위세를 부린다면, 이쪽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조금 더 주체적인 방법으로.
“나는 현재 서버급 퀘스트를 진행 중이고 현재 내가 진행 중인 퀘스트는 [변절자 접촉]이야.”
“알고 있습니다.”
“변절자는 분명 악몽의 높은 급 간부일 테고, 그를 보호하는 진이 여러 가지 설치되어 있겠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용살진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은 최욱현 외에도 여러 명이 있을 거야.”
그것도 순도 100퍼센트 중국 플레이어들 중에 말이다.
“그들이 그들 본거지에서 펼치는 용살진을 파훼하는 건 어때? 그들은 준비할 시간을 벌고, 더 강력한 용살진을 펼칠 수 있을 거야.”
“대신 그것을 증명한 대가로 더 많은 것을 원하시는 겁니까?”
“그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야기를 전달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구궁통치의 권좌’에게 불만 많던 수호자들이 즉각 반응했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합니다.] [‘푸른빛의 결계’가 3,000코인을 후원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3,000코인을 후원합니다.]재미있는 건 테이밍 마스터 라오위의 2차 계약자. 2세대 수호자로 불리는 ‘온화한 바람개비’도 후원을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온화한 바람개비’가 3,000코인을 후원합니다.]온화한 바람개비는 본래 중국 서버에서 활동하던 수호자였다. 그 수호자가 이제 한국으로 넘어온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후원까지 하고 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용살검의 조각’을 두고 ‘구궁통치의 권좌’에게 내기를 제안합니다.]아예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직접 구궁통치의 권좌에게 내기를 걸어버렸다.
이 역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본래 수호자들은 어지간한 자존심 싸움에 직접 나서지 않는다. 오로지 플레이어들을 내세워 대리전쟁을 치른다.
[‘구궁통치의 권좌’가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의 도발을 비웃습니다.]점차 판이 커졌다. 이 상황을 설계한 김혁진이 남몰래 웃음을 감추고 있을 때. 최욱현은 황당한 듯 허-하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김혁진 씨. 그런데 너무 위험한 발상 아닙니까?”
“노 리스크. 노 리턴입니다. 반대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는 공감합니다. 그런데 무모합니다.”
최욱현은 한 가지를 결심했다. 어차피 김혁진 쪽에 붙으려면 확실히 붙어야 한다.
“중국 진법가들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한 계파에 속한 진법가들에게 적용되는 힘으로…….”
“진법중첩 말이죠?”
“……예?”
최욱현은 두 눈을 끔뻑거리며 김혁진을 쳐다봤다.
‘진법중첩을 어떻게 알아?’
아주 비밀스럽게 전해지고 있는 진법능력이다.
하나의 진법 위에 하나의 진법을 더한다. 1+1로 3 이상의 힘을 낸다. 1+1+1로 6의 힘을 낸다.
중첩하면 할수록, 그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강력해진다. 당연히 파훼하기도 어렵다.
“제가 서버급 퀘스트를 진행하는 주축이라는 사실을 잊으신 것 같네요.”
“…….”
“이 정도 정보도 모르고 전쟁을 벌이고 있겠어요?”
그사이. 메시지가 전해졌다.
[‘구궁통치의 권좌’가 흔쾌히 내기를 받아들입니다.]곧바로 퀘스트가 이어졌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그리고 다수의 수호자가 수호력을 보탠 퀘스트였다.
[서브 퀘스트. ‘용살진 파훼’가 주어집니다.]이 서브 퀘스트는 주 퀘스트인 ‘변절자 접촉’의 진행 내에 포함되어 있는 퀘스트였다.
화가 난 ‘구궁통치의 권좌’가 지도를 통해 위치를 알려주었다. 용살진이 설치된, 혹은 설치될 곳이었다.
‘그렇지.’
김혁진이 노렸던 게 이거였다. 시간을 최대한 아끼면서 보상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
중국 쪽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유명 수호자를 자극하여, 정보를 얻어낸다.
용살진을 겪어보니 알겠다. 하루 이틀에 준비될 것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작업을 해야 하는 진이다.
‘오랫동안 미리 준비해온 곳.’
그곳은 아마도 악몽의 거점 중 하나일 것이다. 그것도 중요한 거점. 사실상 구궁통치의 권좌에게 있어서 ‘악몽’의 진짜 목적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김혁진이 용살진을 이토록 쉽게 파훼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악몽의 거점이 밝혀지든, 악몽 플레이어들의 주요 퀘스트가 망가지든, 그런 건 상관하지 않는다.
최욱현은 그제서야 김혁진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수호자를 자극한 건가?’
지금 김혁진은 수많은 수호자들이 관여되어 있는 서버급 퀘스트를 진행 중이다. 제아무리 구궁통치의 권좌라고 해도, 그 흐름에 크게 해가 될 행동은 못 한다. 그렇다면 결국 그 흐름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목동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용살진이 이미 설치되어 있는 곳들 중……. 퀘스트 [변절자의 접촉]이 관련이 있는 거점을 그냥 알아낸 거야. 수호자를 자극해서.’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뭐야, 쟤, 무서워.’
저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진정한 의미의 코리안 스타일을 경험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줄서기를 잘한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음 날.
김혁진은 곧바로 거신길드원들을 소집했고 중국서버로 이동했다. 구궁통치의 권좌가 가르쳐 준 곳을 향해서.
-신난다!
이번에는 무색용도 함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