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88)
#재능만렙 플레이어 488화
김혁진은 ‘모사꾼’이 철두철미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김혁진 자신을 귀찮게 했던 샤오잔보다 더, 머리가 비상한 놈이라고 가정했다. 그래서 이중, 삼중으로 덫을 놓았다.
샤오잔에게 미행이 붙는다.
미행이 모사꾼을 발견할 것이다.
모사꾼은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모사꾼은 조금 안심할 것이다. 모든 판이 자기의 생각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리고 샤오잔에게 붙인 살수가 모사꾼을 죽이는 그 순간. 더 안심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것까지도 자신의 그림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김혁진의 생각은 맞았다.
-죽였다!
-근데 안 죽었다!
사실 모사꾼에게 집중하던 사람은 조커뿐만이 아니었다. 조커뿐만 아니라 무색용도 모사꾼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버지 말이 맞다!
-이 녀석은 분신이야.
그리고 녀석의 분신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본체의 위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용의 디텍팅 마법으로도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진의 도움. 그리고 수호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김혁진은 그 점을 노렸다.
‘살수가 분신을 파괴하는 순간.’
그때 본체와의 연결이 끊어진다. 변화값이 생기는 거다. 무색용더러 그 변화값을 찾으라고 했다.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디텍팅은 어렵지만, 변화가 생기면 그 변화를 추적하면 된다.
-찾았다!
-이 녀석의 본체가 어딨는지 알아냈다!
무색용은 상당히 신이 난 것 같았다. 이 임무만 완료하면 김다롱을 뛰어넘어 서열 1위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빠져든 것 같았다.
김혁진이 말했다.
“영상노트는 이제 필요 없겠군, 모사꾼.”
“…….”
김혁진의 시선은 진법가. 최욱현을 향하고 있었다.
* * *
회귀 전.
중국-한국 간 국가 대항전에서 가장 크게 이름을 떨쳤던 플레이어들을 꼽아보자면 역시 뇌전창술가 린하이와 뇌제 등평이었다. 그러나 그 둘이 이토록 활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던 배경은 따로 있었다.
‘당시. 최욱현을 필두로 한 한국 진법가들과 결계술사들의 결계가 너무 쉽게 무너졌었어.’
때문에 한국 측 진영은 시간을 많이 잃었고, 그것이 단초가 되었다. 아주 작은 구멍이 댐을 무너뜨리는 법이다. 초반의 작은 차이가 후반의 큰 차이를 만든다.
‘전문가들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지.’
아무리 중국에 ‘구궁통치의 권좌’가 버티고 있다고 하더라도. 진법가들이 꿈꾸는 수호자가 진법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이 너무 쉽게 무너졌었다.
‘최욱현은 그때에도 태극방패를 배신했었다.’
악몽의 세력은 이미 사회 곳곳에 숨어들어 있다. 태극방패도 그것을 알고, 색출작업을 벌였었다. 그러나 최욱현은 들키지 않았던 것 같다. 모사꾼답게 말이다.
“서버를 이탈해서까지 분신을 조종할 수 없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바로 옆에 있을 줄이야.”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김혁진 씨?”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최욱현은 잡아떼기로 한 것 같았다.
“내게 특별한 눈이 있다는 사실 정도는 어렵지 않게 알아냈을 거야. 모사꾼이라면.”
“도통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저 영상노트를 전해드리러 왔을 뿐입니다.”
“내가 특별한 눈으로 너를 감찰할 거라는 걸 예측하고, [기문둔갑]을 펼쳤지.”
그때.
김혁진은 최욱현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던 것 같다. 그때 감각안으로 파악한 것 역시 거짓이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 생각했거든. 어지간해서는 중국 서버를 이탈하지 않는 중국의 수호자가 어째서 한국 출신 플레이어와 전적으로 계약을 맺고 특별한 힘들을 허락해 줬을까?”
구궁통치의 권좌와 계약을 맺은 사실까지는 숨기지 못한 것 같았다. 만약 숨기려고 했다면 그것까지 숨겼을 거다.
그러나 숨기지 못했다? 그 말은 즉, 다른 것들을 숨기는 데 이미 많은 힘을 소모했기 때문에 ‘구궁통치의 권좌와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이기적인 사람으로 포장하여, 나를 안심시켰어.”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말이 듣기 좋은 말은 아니지만,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까?”
감각안이 최욱현에 대해 읽어냈다.
상태: 억울함/영문을 알 수 없음.
최욱현은 진지하게 억울한 것 같았다. 세니아는 잠자코 중계에 집중했다. 수호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었다.
‘틀리지 않아야 합니다, 김혁진 플레이어.’
김혁진은 현재 예언가 수준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여준다. 수호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김혁진의 완벽함이다. 여태까지 그렇게 잘 해왔고, 덕분에 지금의 김혁진과 세니아가 있다.
‘탑을 쌓는 것은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세니아가 보기에도 최욱현은 정말로 억울해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저게 만약 연기라면, 최욱현은 모사꾼이 아닌 연기자일 것이다.
“분신과 가까운 위치. 기문둔갑으로 나를 속이는 행위. 내게 용살진을 먼저 보여주어 나를 안심시켰던 술수.”
“알 수 있는 얘기를 해주세요.”
“그리고 분신이 파괴되었을 때. 연결 변화의 종착지.”
“…….”
모든 정황에 더불어 무색용이 알려주었다. 분신과의 연결이 끊어진 발원지. 그곳이 바로 최욱현이다.
“너는 모사꾼이 맞아.”
“아닙니다. 오해입니다.”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스스로는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
‘구궁통치의 권좌’는 김혁진의 플레이를 모두 알고 있다. 김혁진이 무색용을 소환하여 자신에게 한 방 먹였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너는 내게 용의 디텍팅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어. 알았다면 내게 직접 접근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겠지.”
“용의 디텍팅은 또 뭡니까?”
구궁통치의 권좌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최욱현이다. 구궁통치의 권좌로부터 직접 퀘스트를 받아 진행했다면, 용에 대해 얼추 알았을 거다. 이런 식의 무모한 작전을 펼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사꾼은 정말 몰랐다. 그럴 만했다.
“모사꾼. 숨어 있지 말고 나와라.”
완벽하게 최욱현의 자아 속에 숨어 있었으니까. 김혁진이 이센을 꺼내 들었다.
“나오지 않으면 최욱현을 죽이겠다.”
“기, 김혁진 씨!”
최욱현이 뒷걸음질 쳤다. 김혁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살기를 품었다.
‘진짜로 벤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모사꾼은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거다. 이형환위를 사용하여 거리를 좁히고 목젖을 노렸다.
‘통찰지검.’
급소를 찔렀다. 초월급 아티팩트 이센이 최욱현의 목젖을 찔렀다.
푸욱!
이센의 검 끝이 최욱현의 목을 뚫었다. 최욱현의 동공에 초점이 사라져갔다.
“미, 미친…….”
이센의 검날을 타고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김혁진이 작게 읊조렸다.
“모든 환상은 부서지리라.”
많은 것을 베어왔다. 진짜로 베인 것과 베이지 않은 것에 대해 잘 느낀다.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확신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환상이다.
뚝뚝 흘러내리던 피가 거꾸로 역행하기 시작했다.
마치 되감기를 한 것 같았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로 벨 줄이야.”
최욱현이 두어 걸음 멀어진 상태였다.
“환상은 또 어떻게 이렇게 쉽게 부쉈어?”
최욱현의 목은 멀쩡했다.
“이렇게 안 하면, 모사꾼이 튀어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
“세 가지는 확실해졌다.”
첫째. 최욱현의 자아를 내세우고 있을 때는 완벽하게 최욱현이 된다. 이중인격에 가까운 것 같았다.
둘째. 최욱현의 모습일 때에는, 모사꾼으로서의 정보를 받지 못한다.
셋째. 최욱현이 죽으면 모사꾼도 죽는다.
“그래서 첩자색출 때도 걸리지 않았던 거고.”
그리고 조심성이 정말 많은 녀석이라는 사실도 알겠다. 몸에 진을 덕지덕지 바르고 왔다. 공격당할 것을 대비라도 하듯 말이다.
최욱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군. 내 그림은 완벽했는데.”
“완벽이라고 보기엔 허접하던데.”
최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듯했다. 부정할 수 없기는 했다. 결과적으로 완벽한 패배였다.
“너 같은 괴물은 처음 본다. 용을 부리고 있다니.”
“칭찬으로 듣지.”
“칭찬이 맞아. 진지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다. 너라는 인간에 대하여.”
김혁진이 물었다.
“하나만 묻지.”
“그래.”
“이곳에서 나와 거신 길드를 묻을 생각이었나?”
“할 수만 있었다면.”
“만약 실패했다면, 모든 죄를 우리에게 뒤집어씌울 생각이었겠군. 용살진의 여파가 우리 몸속에 남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주장했을 것 같네.”
최욱현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을 해봐야 의미가 없을 테니까.
“어쩐지 중첩된 용살진이 너무 약하더라.”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군. 그래도 그 정도 용살진이면 랭커라 자부하는 이들을 모두 썰어버릴 수 있을 정도다.”
최욱현이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네 말대로. 용살진은 너희를 안심시키기 위한 일이었다. 일부러 두 번의 함정을 보여주었다. 한 번은 함정이 아닌 것처럼.”
완벽하게 안심시킨 뒤. 이곳 호텔에서 묻으려고 했었다고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김혁진은 이미 그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
최욱현이 물었다.
“네 퀘스트의 이름은?”
“변절자 접촉.”
“나와 접촉하는 것에 성공했군.”
결국, 모사꾼은 제 입으로 완벽히 인정했다. 자신이 모사꾼이라고. 그와 동시에 알림이 이어졌다.
[퀘스트. ‘변절자 접촉’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연계 퀘스트가 이어집니다.]단순히 접촉만으로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듯했다.
[퀘스트. ‘변절자 판단’이 생성되었습니다.]──────────
[변절자 판단]변절자라고 함은 ‘절개나 지조를 지키지 않고 그 마음을 바꾼 사람’을 뜻합니다. 해당 퀘트의 ‘변절자’는 무엇으로부터 마음을 바꾸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변절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당신의 선택에 따라 흐름이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
모사꾼이 터벅터벅 걸어갔다. 침대에 앉았다.
“잠시 실례하지. 잠을 너무 못 자서.”
침대에 앉은 상태로 잠에 빠져들었다. 김혁진은 퀘스트 내용을 몇 번이나 살펴보았다.
‘한국을 배신한 변절이냐. 아니면 악몽을 배신한 변절이냐. 그것을 판단하라는 말 같은데.’
여태까지의 진행으로 놓고 보면 모사꾼은 한국을 배신한 변절이 맞다.
‘그게 끝인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있나. 최욱현은 왜 직접 나타났을까. 왜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이 서버급 퀘스트에서 ‘변절자’가 눈앞에 등장해서 판단을 요구하고 있을까.
‘여태까지의 흐름이……. 사실 나를 시험하기 위함이었던가.’
모사꾼이라는 것을 밝힌 이후로, 모든 의혹에 대해 너무 순순히 인정했다. 모든 것을 다 알려주었다. 만약 시험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정말로 이곳에 대규모 진을 펼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를 죽이면 좋고, 못 죽여도 평판에 흠집을 낼 수 있고.’
어느 쪽이든. 시험을 낸 당사자인 모사꾼은 손해 볼 게 없었으니까. 최욱현의 저토록 여유로운 모습도 마음에 걸렸다.
‘뭐가 진짜지?’
머릿속이 조금 혼란스러웠다. 퀘스트창에서 대놓고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라고 표현되어 있었다. 정말로 신중해야 한다는 소리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긴 시간은 아니었다.
‘알겠다.’
김혁진은 어떻게 이 상황을 진행해야 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