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9)
#재능만렙 플레이어 49화
25. 파티다운 파티
지도의 1/3조각을 얻었다. 결국 ‘숏 테이블 던전’ 다음으로 이어지는 어떤 던전이나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2/3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상구는 우리와 함께 해야만 한다.
‘석양의 거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
꽤 큰 충격에 빠졌을 거다. 강상구보고 다 먹으라고 떠먹여준 던전인데, 갑자기 변수인 나랑 선화가 나타나서 강상구보다 많은 지분의 보상을 차지했으니까.
‘엄청난 편애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질서자체를 무시할 수 없어. 안 그러냐? 편애충.’
시스템에는 시스템 나름대로의 룰이 있다.
그래서 ‘석양의 거인’이 굳이 ‘던전’이라는 관문을 통해서 강상구를 성장시키려고 했던 거다. 직접 개입하지 않고서 일정한 시련을 던져주고 그 시련을 제대로 이겨내야만 보상을 내려주었다.
‘마왕의 수호자 같은 막가파면 모르겠다만.’
마왕의 수호자. 이름조차 밝혀지지 않은 그의 수호자쯤 되면, 질서나 룰 같은 건 모조리 무시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세계의 그 어떤 수호자보다도 강력한 힘과 권능을 행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석양의 거인처럼 던전을 통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구잡이로 퍼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일단 소문은 그렇다.
‘어쨌든.’
강상구와 정상적인 계약을 맺기로 했다. 그것도, 강상구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게 만들어야 했다.
“제게는 특별한 눈이 있습니다.”
사람을 현혹하게 하는 것은 완전한 거짓말이 아니다. 진실과 거짓의 교묘한 조합이 사람을 홀리게 만든다.
“화신지체의 서는 내가 아니라 강상구 씨한테 필요한 아이템입니다. 그래서 이번 마법서도 강상구 씨가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러니까네. 그게 아니고. 어쨌든 이건 무조건 님이 가져야 한다니까요? 그래야 내 마음도 편하지!”
그래요. 그렇겠죠. 그러니까 내 말 들으세요.
“그래서 계약이라는 걸 하고 싶습니다. 물론 싫으면 거부해도 됩니다.”
광화문 D타워 1층에는 이제 NPC들이 존재한다. 계약을 주관하는 NPC도 있다. ‘공증 NPC’라고 부른다.
“……를 통해 이렇게 계약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강상구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도 가오가 있지. 째째하게 3프로가 뭡니까? 시원하게 30프로 드립니다.”
“…….”
계약의 내용은 별 거 아니었다. 향후 10년간, 강상구가 벌어들이는 모든 수입의 3퍼센트를 나한테 양도한다는 얘기였다.
‘플레이어. 그리고 신문물의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한다.’
그 중에서도 염제 강상구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 그것에 3퍼센트만 먹어도 어마어마하다.
“아뇨. 3퍼센트. 그 정도가 적당합니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석양의 거인도 그다지 내켜하지 않을 거고.
‘석양의 거인은 룰을 무시하지 않아. 오히려 질서와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화신지체의 서’라는, 초보등급에서는 존재할 수조차 없는 등급의 마법서를 양도했다? 그것도 딱 3퍼센트 정도의 수익 양도 계약으로?
‘석양의 거인도 납득할 수밖에 없을 거다.’
납득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납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거다. 공증 NPC의 공증까지 받아서 계약을 진행하고, 강상구가 자발적으로 나와 함께 던전 플레이를 원한다는 일종의 ‘파티 계약’까지 맺을 거다.
‘더 이상 우리를 죽이려 들지는 않을 터.’
아니. 그러지 못한다. 앞으로 염제 강상구의 개인 시나리오에도 내가 간섭할 수 있고, 정보와 보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좋네.’
광화문 D타워 1층. 우리는 공증 NPC인 ‘세나’에게 공증을 받았다. 세나는 30대 초반의, 검은색 정장과 검은색 하이힐을 신은 채 묘한 표정으로 우릴 쳐다보았다.
강상구를 쳐다보며 말했다.
“흐음. 내가 딱 보니까 그쪽이 이쪽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네. 3퍼센트 양도. 동료 선언. 개인 시나리오조차 함께 진행하는 걸 원하는 것 같고.”
계약서의 내용이 그렇다. 일부러 그렇게 작성했다. 강상구가 ‘자발적’으로 나와 함께 하겠다는 계약서. 그에 반해, 내가 강상구를 위해 뭔가를 해주는 것은 딱히 없다. 어차피 강상구가 획득한 ‘화신지체의 서’를 그냥 강상구가 갖도록 해줬을 뿐.
“좋아요. 계약은 이행되었어요. 계약서가 시스템에 등록되려면 1,000COIN이 필요한데, 결제는 누가 할래요? 계약서에는 결제자도 등록이 돼요.”
강상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요! 저요! 제가 하겠습니다!”
나를 보며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더치페이. 저 그런 거 싫어합니다. 이건 무조건 내가 냅니다.”
……그거 원래 내가 낼 생각 없었다만, 하여튼 고맙게 됐다. 10일 뒤에 보자. 친구야.
* * *
나는 선화와 함께 택시를 잡았다. 내 주제에 택시라니. 공시생 시절에는 무조건 버스만 타고 다녔다. 택시는 내 기준에서 굉장히 비싼 교통수단이었고, 당연히 택시를 탈 일이 없었다. 타니까 좋기는 좋다. 사람들이랑 부대낄 필요도 없고, 에어컨도 시원하고.
우리는 신촌의 돈가스집으로 가기로 했다. 신촌 현대 백화점과 연결된 유플렉스 건물도 보였다.
‘저기도 던전화될 텐데.’
무려 7층짜리 던전이 생기는 곳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신촌에는 생기가 넘쳤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서로의 약속을 기다리며 이 거리에 생동감을 가득 채워 넣었다.
‘유플렉스 던전.’
내가 반드시 클리어해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던전이 생기기 전에 몇 번 가서 지리 좀 익혀놔야겠어.’
돈가스집에 도착했다.
“우와!”
선화는 다분이 아이 같은 리액션을 보였다. 동그랗게 뜬 눈에는 행복감이 가득했다. 갓 튀긴 돈가스를 보며 김선화는 군침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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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행복/즐거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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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요약까지 변경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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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돈가스에 반한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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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이 맨날 왜 저래?’
저번에는 미약한 브라더 콤플렉스더니. 이번에는 돈가스에 반한 ‘여동생’이다. 돈가스에 반한 중학생 혹은 인간. 미식가. 이런 단어도 많은데 굳이 ‘여동생’이라는 단어를 콕 짚은 것으로 보아, 선화가 스스로를 ‘여동생’의 포지션을 굉장히 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맛있어 보이기는 하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적당히 도톰한 고기를 덮은, 바삭바삭한 겉 튀김에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너무 맛있어요. 진짜진짜 맛있어요.”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선화는 지금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있다. 겨우 돈가스 하나에. 저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가난한 주제에 어디서 돈가스를 먹어?”
그런 말 이제 안 들어도 될 거다.
“세상 참 X같다.”
그런 생각. 이제 안 해도 될 거다.
“맛있냐?”
“네!”
김선화의 머리를 한 번 슥-쓰다듬었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선화는 싫지 않은 듯 나를 한 번 쳐다봤다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렇게 좋냐?”
“좋아요. 맛있어요. 너무너무 좋아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선화는 조금 붉어진 얼굴로 내게 고백 아닌 고백을 해왔다.
“고마워요.”
“뭐가?”
“가족이 생긴 것 같아요.”
가족이 생긴 게 아니라, 가족이 됐다. 법적으로는 가족이 맞다. 그리고 나도 선화를 가족으로 생각한다. 나를 위해 자기 목숨을 걸었던 아이다. 어쩌면 일반적인 가족들보다도 더 가족 같은 아이다.
“가족 맞아.”
그 말에 선화가 밝게 웃었다. 눈동자에 눈물이 조금 고여 있었는데, 그냥 모른 척해줬다.
“폐 안 끼치고 뭐든지 열심히 할게요.”
선화의 머리를 아주 살짝 쥐어박았다.
“그런 거 안 해도 돼. 너 고용한 거 아니니까.”
가족은 그런 거 아니니까. 꼭 뭐든지 잘하고 열심히 해야만 서로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거 아니다. 잘나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거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뭐 하나 잘난 것 없던 나를 위해, 엄마와 누나는 자신을 희생했었다. 나를 사랑해 줬다.
나는 그 사랑과 헌신을 배웠다.
‘그렇게까지 잘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왕 사는 거. 사람답게 살고 싶다.
“꼭 뭐든지 잘할 필요는 없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내가 피식 웃었다.
“그냥, 나 대신 맞아줘. 몬스터한테 맞으면 아프더라.”
“그, 그럴게요.”
“왜? 표정 안 좋아진 거 같다?”
“아, 아니거든요?”
“아니니까 많이 맞아줘. 알았지?”
“…….”
뭐. 겉으로 보기에 아주 작고 여린 동생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보다 탱킹 잘하면 맞아야지. 맞으면 아프기야 하겠지만.
“어차피 뭐. 내가 아픈 거 아니니까.”
“…….”
아까 돈가스를 먹을 때의 선화처럼, 나도 밝게 웃었다.
“집에 가자.”
* * *
2018년. 6월 23일.
‘이틀 뒤면 파주. 평화의 공원에 던전이 생긴다.’
초보 등급에서 가장 어려운 난이도. 서울역 던전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곳이며, 수많은 사망자를 낳은 던전.
‘그리고 5일 뒤에는…… 강상구의 개인 시나리오 던전이 시작되겠지.’
매일매일, 내가 할 일을 생각하고 계획을 짜고 있다. 이제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가야만 하니까.
‘평화의 공원은 반드시 클리어해야 해.’
그렇지만 아직은 아니다. 수많은 사망자가 나오겠지만, 나는 그 걸 막을 수 있는 힘이 없다. 최소 레벨 30은 되어야 그 곳을 클리어할 수 있을 거다.
뉴스들을 살펴보았다. 몇몇 사건들이 눈에 띄었다.
[플레이어 협회 발족.]대기업 성신의 강력한 지원 아래, ‘플레이어 협회’가 만들어졌다. 인류는 조금 더, 이 바뀐 세상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제1대 플레이어 협회장으로 송기영 회장 선출.]성신의 회장인 송기영이 1대 플레이어 협회장으로 추대되었다. 몇몇 사건들이 이어졌다.
[‘사자후’ 길드 플레이어 협회에 정식 길드로 등록.] [‘흰나비’ 길드 플레이어 협회에 정식 길드로 등록.]흰나비도 벌써 등록했다. 참고로 흰나비는 미래의 검후 ‘신연서’가 이끄는 길드다. 모두 내가 아는 내용이다. 내가 중간에서 몇몇 사건을 바꾸었지만, 내가 아는대로 사건들이 흘러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왕은 어딘가에서 크고 있을 거고.’
누구도 알지 못하는 마왕의 존재. 나는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살려면, 마왕과 대적하지 않으면 된다. 한국의 8영웅은 마왕과 대적하기를 선택했고, 그중 두 명은 마왕의 손에 사망했다.
고개를 저었다.
‘너무 멀리보지 말자.’
일단은 내 눈앞의 행복에 집중하기로 했다. 돈가스에 행복해하던 선화처럼 말이다. 내 눈앞의 행복에 집중하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일에 충실하기로 했다.
나는 선화와 함께 계속해서 서울역 던전을 돌았다. 개별 플레이를 했고, 계속된 노가다를 통해 경험치도 많이 획득했다.
‘한 번만 더 클리어하면 30번째 클리어네.’
여기까지 왔다.
[서울역 던전은 30번 클리어하였습니다.] [히든 피스. ‘서울역 던전 30번 클리어’가 만족되었습니다.]좋다. 이걸 위해서 계속 서울역 던전을 돌았다. 이 히든 피스를 얻기 위해서. 이 히든피스 역시 공공재나 다름없는 히든 피스다.
‘하지만.’
내가 하면 다르다. 나는 예상했다. 또 다른 알림이 들려올 것을.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단순 히든피스 알림이 아닌, 또 다른 알림이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