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99)
#재능만렙 플레이어 499화
“저놈들은…… 뭐죠? 처음 보는 놈들인데요.”
김혁진도 앞을 보았다. 김혁진 역시 처음 보는 놈들이었다. 떼거지로 엉켜 있었는데, 발을 디딜 틈조차 없었다.
‘지네들이 엉켜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름을 확인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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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소인(蜈蚣小人) LV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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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가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으, 징그러 죽겠다.”
물러서다가 현정화와 부딪쳤는데, 그건 아예 느끼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강상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실제로 팔에는 닭살이 돋았다. 보다못한 현정화가 강상구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괜찮아요?”
“아뇨. 전혀 안 괜찮아요.”
“…….”
“현정화 씨가 제 앞에 서는 걸 추천합니다.”
강상구는 잽싸게 현정화 뒤로 숨었다. 그사이 몇몇 ‘오공소인’이 우연찮게 가까이 다가왔다. 안전지대는 해제되었고 강상구는 으으! 저리 가라, 제발! 이라고 중얼대며 불꽃을 뿜어냈다.
푸스스-!
강상구의 불꽃에 의하여 오공소인 두어마리가 불타서 없어졌다.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현정화는 찔끔 놀랐다.
‘이 정도야?’
강상구의 능력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레벨 40대에 불과한 약한 몬스터기는 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공격도 아니고 얼떨결에 나간 마법이다. 마법같지도 않은 마법 한 방에 오공소인 두 마리가 사라져 버렸다.
“절 지켜줘요.”
“…….”
강상구는 울상을 지었다.
“아. 선화 보고 싶다.”
현정화는 강상구가 진심인지 농담인지 헷갈렸다. 무서워하는 것치고는 너무 손쉽게 오공소인들을 사냥했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현정화 씨. 뭐 이상한 거 없어요?”
“이상한 거요?”
현정화는 순간 긴장했다. 아무것도 아닌 질문이지만, 괜스레 김혁진에게 시험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긴장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았을 뿐인데, 몸이 저절로 반응하여 긴장하다니.
“음.”
현정화는 잠시 생각했다가 대답했다.
“너무 약한 것 같네요. 몬스터들이.”
생긴 건 끔찍했다. 지네들이 한데 엉켜붙어 인간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 악취가 심해 숨을 쉬기 곤란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많이 약했다.
“상구씨가 지나치게 강한 건지, 몬스터가 너무 약한 건지. 헷갈려요.”
“뭐. 둘 다로 하죠.”
강상구는 즉시 반박했다.
“나는 안 세.”
김혁진은 강상구의 엄살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그냥 무시했다. 현정화도 이 분위기에 약간 익숙해졌다.
“아무튼, 몬스터가 너무 약한 게 이상하다는 거죠?”
“네. 여기까지 오는 난이도에 비해서 너무 약해요.”
“혁진씨 말을 듣고보니 그렇네요. 그런데…….”
현정화가 주변을 둘러봤다.
“강솜이 씨가 안 보이는데요?”
“아. 지금 동굴 탐사 중입니다.”
“예? 언제요?”
현정화는 궁수다. 눈이 매우 좋다. 원거리의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려면, 그만큼 눈이 좋아야 한다. 상대의 은신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강솜이의 위치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어딘지 전혀 안 느껴져.’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길드를 꼽으라면 역시 태극방패다. 태극방패와 더불어서 강철남매가 이끄는 날개길드 역시 유명하다. 거신길드는 ‘길드로서의 유명세’는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이 정도 수준의 탐험가까지 있었다니.’
강상구의 불길도 그렇고.
강솜이의 은신도 그렇고.
탐험가의 능력을 보니 알 것 같았다. 거신길드는 의도적으로 유명세를 피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저는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 같네요.”
그때 반기명이 말했다.
“혁진형. 쟤네들이 갑자기 몰려드는데요?”
“알아.”
김혁진이 강상구의 소매를 잡았다.
“뭐, 뭐하는 거냐? 대장자식아!”
김혁진은 강상구를 반쯤 강제로 끌고서 오공소인들을 향해 걸어갔다. 강상구는 차라리 나를 죽이라며 반항했지만 김혁진의 악력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슈바아아아아아알!”
강제로 오공소인들 무리에 들어가게 된 강상구는 삽시간에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었고, 오공소인들 수십 마리를 한 번에 불태워 버렸다. 모든 오공소인들이 소거되었다.
강상구의 이마에서 땀이 뻘뻘 흘러나왔다.
“주, 죽일 거야. 이 개자식아.”
김혁진이 싱긋 웃었다.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투다다다!
김다롱은 열심히 달렸다. 아이템들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김다롱이 아이템들을 수거했다. 김혁진은 아이템들을 받아들었다. 초등학생 주먹만 한 구슬이었다. 구슬 안에는 지네가 들어 있었다. 숫자는 대략 30여개.
강솜이가 돌아왔다.
“아래로 이어지는 길이 하나뿐이에요. 갈림길은 없구요. 갈림길 끝에 길드장님이 가진 석판과 비슷한 크기의 홈이 파져 있는 곳이 있어요.”
“가보죠.”
일단 그 쪽으로 이동해보기로 했다. 강솜이가 앞장서서 걸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좀 이상해요.”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쉬웠죠?”
“……네.”
강상구는 현정화의 옷깃 끝을 잡고 걸었다. 아. 선화 보고 싶다. 선화가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데. 중얼거리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쉬우면 좋지 뭘.”
“지나치게 쉽잖아.”
강상구는 이내 자포자기했다.
“함정이 숨어 있다는 말을 하려는 거지?”
함정이든 뭐든.
될 대로 돼라. 포기했다. 그리고 또 결심했다. 다시는 김혁진과 같이 플레이하지 않으리라. 지킬 수 없는 다짐을 한 번 더 했다.
강상구가 의미없는 다짐을 하며 걸음을 옮길 무렵.
강솜이가 걸음을 멈췄다.
“여기에요.”
막다른 길이 나타났다. 이 동굴의 끝이었다. 강솜이가 주변을 훑어보다가 홈 하나를 발견했다.
“딱 석판 사이즈랑 똑같죠?”
“그렇네요.”
석판이 열쇠가 되는 것 같다.
“석판을 가져다대면, 길이 열리는 구조 같은데.”
역시 문제는 너무 쉽다는 것이었다.
“너무 쉬운 게 이상하긴 한데, 일단 다른 방법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김혁진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럼 석판을 대보죠.”
결정을 내리는 과정까지는 신중해야 하지만, 결정을 내렸다면 과감해야 한다. 김혁진은 그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김혁진이 지저석판을 홈에 끼워 맞췄다.
우웅- 우웅-
동굴 전체에 진동이 있었다.
동굴 벽이 위로 올라가면서, 길이 열렸다. 문 같았다. 문 뒤로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김혁진은 석판을 다시 회수했고, 강솜이가 앞장서서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현정화가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김혁진도 현정화가 왜 말을 했는지 알았다. 안 그래도 멈추려고 했는데, 현정화의 상황 판단이 좋았다.
“누가 있네요.”
길 저만치 앞. 누군가 있었다. 사람의 형상이었다. 강상구는 또 현정화의 뒤에 숨었다.
“이런 곳에 왜 사람이 있어?”
“그러게요.”
김혁진이 가까이 다가갔다.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사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봐야 알 것 같았다. 검은색 그림자처럼 보이던 것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NPC?’
NPC였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죽어가고 있었다.
“도망…… 쳐.”
김혁진이 그 앞에 섰다.
‘살리기엔 늦었다.’
우연하게 배치되어 있는 NPC는 아닐 것이다. 정보를 전달해주려는 것 같았다.
“무엇으로부터 도망칩니까?”
“심연의…… 공포.”
쓰러져 있는 NPC가 팔을 뻗었다. 김혁진의 발목을 잡았다.
김혁진은 피하지 않았다. 악력이 약했다. 존재감 자체는 강했는데, 생명력이 거의 다했다.
“심연의 공포가 뭐죠?”
“그건…… 몰라.”
NPC의 몸이 발작했다. 감전된 개구리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망…… 쳐야 해.”
“어디로?”
“몰…… 라. 위로. 위로…… 가야 해.”
감각안으로 살펴보았다. NPC의 이름은 노틸론. 정확한 정보는 읽을 수 없었고 공포에 질려있던 상태라는 것까지는 알 수 있었다. 노틸론은 갈가리 찢겨진 은색 갑옷을 입고 있었다.
‘손톱 자국인가.’
손톱인지, 날붙이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톱날 같은 것으로 여러 번 베인 것 같았다. 덕분에 갑옷은 누더기가 되었고.
‘톱날 형태의 무기에 당한 것 같다.’
한 차례 몸을 파르르 떨다가 완전히 사망했다. 이 NPC가 왜 여기에 있을까. 게이트 진행에 어떤 요소일까. 단순히 경고를 하기 위함인가.
강상구가 말했다.
“좋아. 결정했어.”
“…….”
“돌아가자. 자, 잠깐만. 가, 같이 가! 여러분!”
* * *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 약 2시간여 가량을 계속해서 내려갔지만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강솜이가 말했다.
“이상하네요.”
이상했다.
“분명히 우리는 내려가고 있는데.”
계속해서 내려왔는데,
“여기. 아까 제가 표시해놨었거든요.”
아까 있던 위치다.
“계속 내려갔는데,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어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렇군요.”
김혁진은 관찰자의 눈으로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환상은 아니야.’
환상이나 트릭이 아니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이 게이트에서는 가능했다. 어차피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진 세상이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이 뫼비우스의 띠 같은 곳에서 어떻게 탈출하느냐인데.
하루가 흘렀다.
섬김의 탐험가인 강솜이조차도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강솜이가 잠시 계단에 주저앉았다. 손목시계를 살펴보았지만 시계는 고장 나 있었다. 시간이나 날짜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체감상 밤인 거 같네요.”
“그런 것 같네요.“
“좀 쉴까요?”
“그러죠.”
그리고 그들은 깨달았다. 이곳은 휴식이 의미가 없는 곳이었다.
‘쉬어도…… 체력 회복이 전혀 안 돼.’
이들 중 체력이 가장 약한 강상구는 죽을 맛이었다. 거친 숨이 회복이 되지 않았고, 심장이 진정되질 않았다.
강상구의 온몸에서 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렸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엄살을 부리지는 않았다. 엄살을 부려도 될 때와 부리면 안 될 때를 확실히 구별했다.
김혁진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이대로 가면 지쳐서 쓰러진다.’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강상구는 지금 상당히 지쳤다. 그는 마법사이고,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상구의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뛸 거다. 아마 지쳐서 기절할 거고, 그 것은 곧 사망에 이르게 될 거다.
“강솜이 씨. 탐험가에게 하나만 명령하겠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길드장으로서 탐험가에게 하는 명령. 강솜이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김혁진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혁진의 말에 집중했다.
“앞으로 6시간.”
“네.”
“6시간 내에 방법을 찾으세요. 만약, 방법이 없다면.”
6시간 동안 강상구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계에 도달했을 즈음일 터. 아마 그정도가 지나면 강솜이도 거의 탈진상태가 될 즈음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6시간‘이라는 구체적인 시간을 줬다.
“확실하게 없다고 말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강솜이가 천천히 움직였다. 체력을 안배하면서. 6시간의 시간을 부여받았다. 섬김의 탐험가로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1시간.
2시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사이 강솜이를 제외한 인원은 그저 계단에 앉아 쉬었다. 강솜이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
3시간.
4시간.
강상구는 눈을 감았다. 가빠진 호흡을 최대한 다스리려 애썼다. 마나심법도 소용없었다. 지쳐 쓰러져 죽을 것 같은 상태가 지속되었다. 괴로웠지만 참았다. 조금 위험한 상황일 때는 맘껏 엄살을 부렸지만, 많이 위험한 상황일 때는 괴로움을 숨겼다.
5시간.
현정화는 알 수 없는 고양감에 빠져들었다.
‘탐험가에게 모든 권한을 일임하고, 탐험가를 완벽하게 신뢰하고 있어.’
저 엄살쟁이인 강상구도 가만히 있다. 괴로워 죽을 것 같을 텐데, 그냥 가만히 참고만 있다. 만약 자신이 저 상태였다면? 총 책임자인 길드장을 향해 원망을 토해냈을 거다.
1시간도 버티기 힘들 텐데. 6시간을? 한계에 가까운 시간이다. 나였다면, 탐험가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을 거다.
길드장의 향한 믿음. 그리고 길드장이 내린 결정을 완벽하게 신뢰하는 이 모습. 현정화가 꿈꾸던 이상향에 가까운 길드의 모습이었다.
‘부럽다.’
상황에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6시간이 흘렀다.
강솜이도 강상구와 비슷한 상태가 되었다. 체력은 회복되지 않고, 계속해서 고갈되어갔으니 그럴만도 했다.
“죄송해요.”
“탐험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게 맞죠?”
“맞아요.”
기다리던 김혁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탐험가가 찾는 안전한 길은 찾을 수가 없겠네요.”
안전한 길이 없다. 섬김의 탐험가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탐험가가 길드장을 신뢰했듯, 길드장 역시 탐험가를 신뢰했다.
“그러면.”
이센을 뽑아들었다.
“없는 길을 만들어 봐야겠네요.”